미술 작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전시회 관람을 좋아한다.
특히 기발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섬광처럼 번뜩이는
디자인 전시회라면 더 말할 나위가...
<대림 미술관>에서 스페인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드디어 다녀온 <하이메 이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 리뷰 지금부터 시작~
스페인 국적의 하이메 아욘은 밀라노와 파리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후
2000년에 아욘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가구, 조명, 생활용품, 장난감, 인테리어, 패션 등
다양한 디자인 영역에서 활동해왔다고 한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 어워드에서 여러 번 수상했으며
월페이퍼에서 "최근 10년간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 100인"(2007),
타임이 선정한 가장 창의적인 아이콘(2014)으로 뽑힐 만큼 뛰어난 디자이너라고~
하이메 아욘의 전시회 장소인 <대림 미술관>은
경복궁 역 근처, 요즘 핫플레이스인 서촌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궁 박물관> 바로 앞이라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아예 하루를 잡아 이 일대를 둘러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회 기간 2019.4.27~11.17
관람 시간 월요일 휴관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
목, 토요일(야간 개관) 오전 10시~오후 8시
(티켓 발권은 전시 30분 전 마감)
관람 요금은 여기를 참고.
전시장 입구에 있는 관람객 에티켓을 읽는 것으로
관람을 시작했다.
관람 동선은 2층에서부터 시작되서 4층까지 이어지는데
나는 4층부터 보고 내려오면서 관람을 했다.
"숨겨진 일곱가지 사연"이라는 전시회 제목대로
전시회장은 모두 7개의 방으로 이루어져있으며
각각의 방마다 주제와 사연이 있다.
첫번째 방인 <아욘의 그림자 극장>
어린 시절 우리가 믿었던 보이지 않는 친구들처럼
아욘의 무의식 속에 함께 했던 친구들을 묘사한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들이 세워져있다.
몽환적인 초록빛을 배경으로
제각각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들이 세워져있는데
모처럼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한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 모두가 지나온 상상 속 동물들과 함께 했던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졌다.
많은 관람객들이 인증샷 찍느라 여념이 없었는데
제대로 찍으면 정말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을 듯~ㅎ
한 층을 내려오면 만나게 되는 두번째 방 <상상이 현실이 되는 꿈>
이 곳에 걸려있는 아욘의 작품들은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자신의 꿈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추상적 요소와 사실적 요소가 뒤섞인 무의식의 세계.
문득 내 무의식의 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어떤 모습이 될 지 궁금.
<수상한 캐비닛>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다음 방.
작은 캐비닛 안에 70여점의 오브제들과 스케치들이 전시되어 있다.
유선형 모양의 캐비닛 디자인도 독특하지만,
배경색인 민트 빛깔이 주는 심리적인 편안함과
그 안에 전시되어 있는 다양하고 개성적인 작가의 오브제들이
정말 흥미로웠다.
저런 장식품 하나만 거실에 놓여있어도
공간적 느낌은 물론 심리 상태도 확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새삼 미술 작품의 위력을 느꼈다.
<가구가 반짝이는 푸른 밤>에는 푸른 천장에 다양한 디자인 문양들을 배경으로
의자들이 전시되어 있다.
디자인도, 기능도 각기 다른 의자들을 보면서
좋은 디자인의 기준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기능 역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욘의 말대로 존재에는 우연이 없는 것이니까.
다시 한 층을 내려오니 방 제목이 재밌다.
<보석들이 열대지방으로 간 이유>라니?ㅎㅎ
이 곳에 전시된 화병들은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와의 협업을 통해
과일 형태를 본떠 만들었다고~
다른 방들에서도 그랬듯 이 방에도 전시품이 관람객에게 던지는 말이 적혀있었다.
"나는 본본 트레져.
누구나 나처럼 맘 속에 보속 하나쯤 품고 살잖아.
아무리 평범한 존재라 하더라도 말이지.
네 안의 보석을 빛내봐.
이제껏 해보지 않은 시도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바뀔 수 있어"
내 안에 있는 보물을 간과한 채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작가의 위로가
붉은 빛이 주는 열정적인 이미지와 함께
내 안에 숨겨진 정열과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느낌이었다.
<아프리칸도 가족의 사연>이라는 방의 작품들은
아프리카 마스크에서 영감을 얻어 화병으로 디자인했다고 하는데
이질적인 문화들을 차용해서 조화롭게 융합해낸
작가의 독창성이 놀라웠다.
거대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체스 판과 말로 이루어진 <트라팔가르의 체스 경기>
"저기? 나야 나, 킹!
해전은 끝났을 지 몰라도 나 나 아직 안 끝났어.
진짜 끝은 넘어질 때가 아니야.
포기할 때를 말하는 거야."
체스 말 하나하나가 그자체로 독특하고 멋진 작품이었지만
좌절한 영혼들에게 그가 전하는 메시지 역시 따뜻한 위로로 다가왔다.
<하이메 아욘 , 숨겨진 일곱가진 사연> 전시회는
창의력과 재기 넘치는 디자인 작품들도 좋았지만,
사물이 건네는 말의 형식으로 방마다 적혀있던 위로와 격려의 문구 덕분에
전시품을 더욱 친밀하게 느끼게 해주었고
나같은 미술 문외한도 부담없이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
독특하고 예쁜 디자인 작품들을 통해
잃어버린 동심의 기억을 되살리고
삶에 대한 격려, 위로를 얻고싶은 사람들에게 관람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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