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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서 아이를 낳기 전까지

제게 동물원은 사색과 치유의 공간이었어요.

이런 저런 일들로 머리가 복잡하거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그 넓은 과천 서울 대공원 동물원을 한 바퀴 돌고오면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편안해졌었거든요.

그 때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 시드니 여행에서 혼자 <타롱가 동물원>을 찾았습니다.

 

 

<타롱가 동물원>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써큘라 퀴에서 페리를 타고 간다는 점이예요.

 

 

동물원 자체도 아름답지만

페리에서 바라다보는 하버브리지나 오페라 하우스의 풍경도 멋지기때문에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지요.

게다가 써큘라 퀴에서 20분이 채 안걸리니 쉽게 오갈 수 있고요~

 

 

타롱가는 원주민들 말로 "아름다운 물의 모습"이라는 뜻이래요.

이름 그대로 타롱가 동물원에서 바라보는 시드니 만의 풍경 역시 매우 아름다운데요

오리 너구리, 캥거루, 코알라 같은 호주 동물들을 볼 수 있어 좋아요.

 

 

와프에서 내려 왼쪽 길로 가서 스카이 사파리(일종의 케이블카)를 타거나

걸어서 올라가면 동물원 입구에 갈 수 있어요.

입장권은 현지 여행사를 통해 미리 구매할 수 있는데

스카이 사파리를 이용할 예정이라면 통합권을 구매하는 게 편리해요. 

저는 그냥 걸어올라갔고 현장에서 표를 구입했는데

걸어올라가는 것도 그다지 힘들지 않아요.

 

 

타롱가 동물원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원이라고 부르는데

가장 큰 몫을 하고 있는 곳이

아마도 여기, 기린 우리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기린들 뒤쪽으로 보이는 바다와 시드니 시내 전망이 정말 아름답고 이색적이예요.  

 

 

목도 길지만 다리도 너무 길어 왠지 슬퍼보이는 기린.

저 긴다리를 접지 못해서 잘 때도 서서 잔다니 안스럽더라고요.

얼굴 표정도 선하고 참 착하게 생겼지요? 

 

 

얘가 하두 왔다갔다해서 도대체 언제쯤 멈추려나 바라보았는데

10분도 더 넘게 우리 안에서 좁은 거리를 쉼없이 오가더라고요.

부지런한 건지, 산만한 건지

아니면 뭔가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는건지

바라보는 건만으로도 정신이 어수선@@

 

 

얘는 이뮤(Emu)인데요

어그 부츠 만드는데도 사용하고

기름으로 화장품도 만든다고 해요.

뒷걸음질 치지 않고 앞으로만 달려가는 속성때문에

캥거루와 더불어 호주를 상징하는 대표 동물이에요.

 

 

얘는 왈라비.

2년전 제가 멜버른에서 필립 아일랜드에 갔을 때

드넓은 초원 위에서 홀로 먼 곳을 응시하며 서 있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흔히 캥거루와 혼동하지만

왈라비는 캥거루에 비해 훨씬 작고

또 집단 생활을 하는 캥거루와는 달리

왈라비는 고독하게 혼자 산다고 해요.

 

 

코알라는 하루에 보통 20시간을 자는 잠꾸러기예요.

순진해 보이는 얼굴과 부드러운 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순둥이로 오해하지만

긴 발톱으로 무언가를 움켜지면 절대 놓치지 않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고 해요.

잘 때는 나무 위에서 저렇게 둥글게 몸을 말고 있어서

멀리서 보면 꼭 털실뭉치처럼 보이는데

역시나 주무시고 계셔서 얼굴은 볼 수 없었어요.

 

 

이 날 오랫동안 제 시선을 빼앗은 아이들은 바로 <미어캣>인데요

몇 마리는 땅을 파고

몇 마리는 하늘을 보고있었는데

도대체 얘들은 왜 맨날 어정쩡한 자세로 서서 태양을 응시하며 하늘을 볼까?

더군다나 이렇게 햇볕이 눈부셔서 바라보기도 힘든 날?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니

미어캣은 원래 추위를 많이 타서

오전에는 두 발로 서서 가슴과 배에 햇볕을 쬐는 거고요

또 자신을 먹이로 삼는 맹금류를 경계하려고 주위를 살피는 거라고 해요.

미어캣 눈 주위의 검정색이 일종의 선글라스 기능을 해서

태양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거고요~

볼수록 귀엽고 신기해서 미어캣 우리를 떠날 수가 없었어요.

마음 같아서는 두어마리 데려다가 집에서 키우고 싶었지만ㅋ

얘네들은 20-30마리 정도가 모여 살아야 한다기에

감당하기 어려울 듯 해서 포기.^^

 

 

타롱가 동물원은 페리를 타고 간다는 점이 이색적이고

시드니 시내  쪽으로 바라다보이는 전망이 멋지다는 점.

북반구에서는 볼 수 없는 동물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예요.

저는 관심이 없어 패스했지만 동물쇼도 몇 가지 있으니

좋아하시면 시간표 잘 체크하셔서 관람하세요.

다만 한 가지 예전에 멜버른에 갔을 때 들렀던 마루 동물원에 비해

무료  체험 프로그램이 부족한 점은 아쉬웠습니다.

 

 

2018/05/19 - 길에서 길을 묻다 6 - 감옥 위에 세워진 휴양지 <코카투 섬>

2018/05/01 - 길에서 길을 묻다 4-1 - 왓슨스베이 <갭팍>& <본다이비치>

2018/05/26 - 시드니 카페 - <라 르네상스>(La Renaissance)

2018/05/24 - 시드니 3대 카페 1- 워크샵 에스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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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역사는

영국이 그 곳을 식민지로 삼아 자국 죄수들의 유배지로 사용하면서 시작되었기에

호주 유적지 중엔 과거에 감옥이었던 곳이 유난히 많아요.

코카투 섬 역시 그 중에 하나인데요

앵무새 종류의 이름인 '코카투"라는 섬 이름도 정겹고

이 섬의 감옥이 열곳의 다른 교도소 유적들과 함께 세계 유산에 등재되었다기에

호기심이 생겨 가보기로 했어요.

 

코카투 섬에 가는 방법은 아주 간단해요.

다른 페리를 이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써큘라 퀴 역에서 내려

시드니 하버에서 페리를 타고 20분이면 도착하거든요.

 

 

출발할 때는 이렇게 구름이 낮게 깔려있어서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았어요.

교도소 분위기와 잘 어울릴 것 같은 날씨네요.

 

 

언제나 처럼 페리는 하버 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 사이를 지나 갑니다.

야경이 예쁜 루나파크도 지나가고요

 

 

시드니 시내도 이렇게 조망할 수 있어요

드디어 코카투 아일랜드에 도착했어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 아니라서 그런지

같이 내린 분은 열 명도 채 안되는 듯~

 

 

와프에서 조금 걸어들어오면 이렇게 안내센터가 있어서

섬 전체 지도도 얻을 수 있고 관광안내도 받을 수 있는데요

저는 빌리지 않았지만 오디오 가이드도 대여할 수 있어요.

 

호주 역사 초기에는 이 곳처럼 섬을 감옥으로 이용한 곳이 많았다는데

외부와 단절된 악명높은 교도소였다고 해요.

사실 호주 사람들의 조상은 죄수들이라고 가끔 우스개 소리를 하지만

실제로 호주 역사 초기에 영국에서 건너온 죄수들은

흉악한 범죄자들보다는 좀도둑이 많았다고 해요.

사소한 범죄를 저질렀는데 어쩌다보니 머나먼 이방에 흘러들어왔고

그 곳에서 강제 노역과 모진 학대를 당하면서 이런 곳에서 생활하게 된거죠.

그렇게 한동안 교도소를 쓰이던 이 곳은

2차 세계대전 때는 군함을 만들기 위한 조선소로도 운영되었다고 해요.

 

하지만, 지금 이 곳은 휴양지로 변모해서

글램핑 시설과 고급스러운 콘도들이 세워져 있어요.

도망 못가게하려고 바다한가운데 섬에 만든 감옥이

휴양지가 되다니...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느껴지네요.

 

이 곳에서는 또 2년에 한번씩 시드니비엔날레가 개최되는데요

이 시기에는 섬 전체가 전시회장으로 쓰여 정말 멋지다고 해요.

게다가 이 기간엔 페리도 무료! 이용.

 

 

2인용 매트와 의자가 갖추어져있는 글램핑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캠핑을 즐기기에도 좋을 것 같은데

평일이라 그런지 이용객은 거의 없더라고요.

 

 

좀 더 걷다보니 한 쪽으로 이런 터널이 나타났어요.

제주도에서 봤던 진지 동굴을 연상시키는데

주위에 사람도 없고 을씨년 스러웠지만

한 번 들어가봤지요.

이 터널은 뒷편으로 연결되어있었는데

예전에 조선소로 쓰인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더라고요.

 

 

그런데 이 곳에서 무슨 공연이라도 있는지 셋트장 건설이 한창이었고

제가 갔을 때는 독특한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촬영중이었어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스탭 중 한 분에게 무슨 촬영인지 물어보니

티브이 프로그램이라며 한참을 설명해줬는데

역시 무슨 말인지$#@$@%???

 

 

언덕으로 오르는 계단을 올라가니

바닷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숙박 시설이 있었는데요

이용료가 꽤 비쌌던 걸로 기억해요.

하기야 시드니 숙박비야 뭐 워낙 악명이 높으니까요.

 

 

코카투섬이라기에 코카투가 많이 사나 했는데

코카투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섬 곳곳에 갈매기떼가 진을 치고 있었어요.

 

 

자신들이 주인인 땅에 허락도 없이 침범한 게 화가났던지

쉬지않고 악을 써대는 통에 귀가 먹먹.

 

걷다보니 아우슈비치 수용소를 연상시키는

음산한 분위기의 건물이 있었는데요

이 곳이 독방 감옥으로 쓰였던 공간이래요.

 

한 때는 살아서 다시 나가기는 힘든 감옥으로

그리고 또 다른 시대에는 조선소로 사용되다가

이제는 글램핑이나 리조트 형태의 숙소를 갖추고 휴식의 공간으로 변신한

<코카투 섬>

 

스산하고 음산한 분위기로 인해 쓸쓸함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지만

조금은 차분해지고 싶은 날 찾아가면 좋을 곳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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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로서 시드니의 매력은 무궁무진 하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대중 교통 이용의 편리함과 다양성이 아닐까 해요.

기차 노선도 잘 짜여져있지만

페리 노선도 무척이나 다양해서

배를 타고 목적지를 오가는 이색체험을 할 수 있어요.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 써큘라 퀴 역에 내리면

페리 승하차장인 와프가 있는데요

여기서 페리를 타면 갈 수 있는 멋진 곳이 정말 많아요.

시드니 여행에서 최소 한 번쯤은 꼭 페리를 이용해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어딘가로 떠나는 새로움을 느껴보세요.

여행 속 여행을 떠나는 신기한 체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멀리서 날아온 제가 자기 도움 없이도 잘 돌아다니는게 심통 났던 제 친구가

모처럼 하루 쉰다고해 페리를 타고 왓슨스베이에 가기로 했어요.

왓슨스베이에는 "갭팍"(Gap Park)이라는 명소와

서퍼들의 천국 "본다이비치"(Bondi Beach)가 있거든요.

친구는 10년 전에 본다이 비치에 간 적은 있지만

갭팍은 가본 적이 없다기에 제가 급히 노선 정리를 했지요.

근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여행자가 노선을 짜고 현지인이 따라간다???

언제든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미루게 되는게 인지상정이니까요.

덕분에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관광 온 것 같다는 친구의 말을

저에 대한 감사의 말로 이해하며 왓슨스 베이로 향했어요.

 

와슨스베이를 가기 위해서는 써큘라 퀴에서 페리를 타야해요.

저는 페리를 이 날 처음 타보았는데 버스를 타듯 오팔 카드를 찍고

어딘가를 향해 간다는 사실이 참 특별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늘 자가용을 이용해 육로로만 다니던 제 친구 역시

모처럼 바닷바람을 쐬니 힐링 된다며 좋아했지요.

역시 사람은 친구를 잘 사귀어야~ㅎㅎ

저 같은 베짱이 친구 없다면 일개미 내 친구가

어디 가서 이렇게 기분 전환 할 수 있겠어요?

 

 

아무튼 그렇게 페리를 타고 왓슨스 베이를 향하면서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의 모습을 보니

가까이에서 보던 것보다 한층 더 예술적이고 아름답게 보이더라고요.

 

 

왓슨스 베이까지는 페리로 20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저렇게 개인 소유 보트들이 떠있는 걸 보니

확실히 여기가 시드니 맞네요.

 

 

페리를 타고 가는 여러 관광지 중에서

특별히 왓슨스 베이가 인기 있는 이유는

시드니의 대표 상징인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를 비롯해 시드니 시티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다 본다이 비치가 이 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와프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올라가면

갭팍이 나와요.

갭팍은 왓슨스 베이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데

오랜 세월 동안 침식과 퇴적으로 형성된 절벽 바위에

수많은 틈이 생겨서 갭이라는 이름이 붙은 공원이예요.

 

 

말로는 도저히 표현 할 수 없는 물빛과 파도,

그리고 하늘 빛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그리 많이 걷지 않아도 절경을 볼 수 있어

노약자에게도 좋은 관광지이지요.

 

 

갭팍에 올라 반대편을 찍은 사진인데요

저 위 집들은 집 값 비싼 것으로 유명한 시드니에서도 고가로 소문난 동네래요.

 

 

호주 개척 시절 많은 죄수들이 갭팍에서 자살했는데

이 후로도 수많은 이들이 이 곳에서 자살해 "자살 바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해요.

참고로 저도 본 적 있지만 관광 안내 책자에 자주 등장하는 설명,

저 절벽 끝에서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 장면을 찍었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요.

 

갭 팍 바로 밑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380번 버스를 타면 본다이 비치로 가요.

환경 오염을 막으려고 천연 가스를 연료로 쓰고 있다는데

내려서 밀어줘야 하지않을까 싶을 정도로

경사진 길을 낑낑대며 힘겹게 올라갔어요.

이 부근이 부촌이라더니

과연 화려하고 예쁜 저택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더라고요.

그러다 딱 봐도 비치ㅋ인 곳에 버스가 멈춰섰는데 여기가 바로 본다이 비치예요.

 

 

본다이는 이 곳 원주민들의 말로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라는 뜻이라는데요

높은 파도를 즐길 수 있어 서퍼들이 선호하는 해변이라고 해요.

저희가 갔을 때는 아직 초여름인데다 파도가 너무 세서 그런지

서퍼들 보다는 일광욕 하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이 근처에 식당이나 카페, 맛집들이 많이 있다고 해

일단 점심부터 먹기로 하고 식당을 찾아나섰어요.

이 날 점심 메뉴는 피시앤 칩스와 샐러드였는데

식당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본다이비치를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아이스버그 클럽"이라는 건물이 나왔어요.

이  곳에는 수영장이 있는데 입장료도 저렴하고

이렇게 바닷가 바로 옆에 딱 붙어 있어 전망도 좋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라고 해요.

외국인도 이용할 수 있으니 해수욕이 좀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이 곳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시드니에는 이렇게 바다 바로 옆에

바위로 만들어 놓은 "락풀"이 많은데

수영장이지만 바닷물이 들어오기때문에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더라고요.

하지만 이 날처럼 파도가 거센 날은 이용 금지예요.

 

아이스 버그 클럽 건물에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기때문에

우리는 이 곳에서 조금 쉬었다 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이 곳에 입장하려면 신분증이 필요하다고 해서

저는 여권을 보여주고 간단한 사항 몇가지를 기입하고 들어갔어요.

이용하실 분은 반드시 여권을 지참하세요.

차 한 잔 마시려고 들어가는데 뭐 이렇게 번거롭냐며 궁시렁거렸지만

막상 입장하니 전망이 정말 멋졌어요.

비스트로와 카페, 바 등의 메뉴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을 듯~

 

 

저희는 이미 식사를 했으니 롱블랙만 주문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뷰를 가진 카페나 식당을 이용하려면 커피값이 엄청 비쌀텐데

이 곳은 나라에서 운영해서 그런지 커피값이 우리 돈으로 3천원 정도였어요.

전망 만큼이나 가성비도 좋은 곳이지요.

 

초여름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면 없던 맛도 생길 거라고 기대했는데

안타깝게도 뷰는 뷰고, 커피는 커피.

호주 와서 마신 커피 중 최악의 맛이었어요.

취향 차이일 수도 있지만

친구 말로는 빅토리아 원두로 만든 커피가 원래 맛이없다고 하더라고요.

역시 산 좋고, 물 좋고, 정자까지 좋은 곳은 없나봐요.^^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하염없이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싶었으나

우리에게는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 있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어섰지요.

우리가 가야할 곳은 해변을 따라 쭉 이어지는 해변 산책로인데

아름다운 트래킹 코스로 유명한 곳이지요.

 

 

산책로를 걷다 보면 바로 눈 앞에 저렇게 장대한 바다가 펼쳐지고

오랜 세월 형성된 기암절벽들과 특이한 지질 구조, 다양한 꽃들,

그리고 예쁜 집들의 모습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는 멋진 코스예요.

 

 

3시간 정도 걸린다는 전체 코스 중에서

본다이비치에서부터 쿠지 비치, 브론테비치로 이어지는 구간을 2시간 정도 걸었는데

날씨가 많이 덥지 않아서 저희는 딱 좋았지만

한 여름이라면 뙤약볕때문에 쉽게 지칠 것 같아요.

 

 

트래킹은 마라톤이 아니니까

굳이 어디까지 걷겠다고 목적지를 미리 정하지 말고

시간되는 대로, 체력되는 대로 걷다가

힘들면 언제라도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지 하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걸으세요.

특히 힐링과 휴식이 필요해 떠난 여행이라면

목적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또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까요.

 

본다이 비치는 페리 뿐만 아니라

버스로도 오갈 수 있으니

둘 중 편한 수단을 이용하면 되지만

제 생각엔 갈 때는 페리, 올 때는 버스

이런 식으로 이용하시기를 추천하고 싶네요.

교통 수단이 달라지면 보이는 것도 달라지고

그에 따른 감정이나 생각들도 확연히 달라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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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드니에 있는 동안 친구 차를 타고 시내에 나갔다 올 때마다

지나던 10차선 대로가 있는데

그 길 양 옆으로 정글같은 숲이 쭉 펼쳐져 있어서 항상 눈길이 갔어요.

게다가 그 숲 속 나무 일부가 시커멓게 숯이 되어있길래 친구에게 물어보니

몇년 전에 산불이 나서 탔다고 해요.

호주는 나무들이 많고 공기가 건조한 편이라 산불이 잦은 편이라는데

도심 한가운데에 울창한 밀림 같은 곳이 있다니

볼 때마다 신기했어요.

궁금한 건 절대 못참는 저는 그래서 그 곳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 곳은 <레인코브 국립공원>인데

피크닉이나 트래킹 하기 좋은 곳이라기에

또다시 트래킹을 떠나기로 결심했어요.

 

오팔앱을 검색해보니

친구 집에서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면 입구까지 50분

걸어가면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기에

걸어서 가려고 길을 나섰어요.

 

구글맵을 켜고 걸으니

처음엔 도로변이 아닌 주택가 근처 골목을 따라 가더라고요.

길 위에 피어있는 꽃들이며

예쁜 집들 사이를 걷다보니

동네 주민들이 이용하는 드넓은 골프장도 나오고

한적하고 조용해서 참 좋았어요.

하지만, 곧 주택가에서 벗어나 차들이 다니는 큰 길가로 나가야했는데

문제는 4차선 도로 옆에 인도가 제대로 분리되어있지 않았다는 거죠.  

쌩쌩 달리는 차옆을 걷자니 위협감도 느껴지고

차라리 버스를 탈 걸 그랬나 살짝 후회가 밀려왔어요.

그러면서도 제 왼편에는 정글 같은 숲이,

오른 편에는 차도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더라고요.

도대체 이 길 끝에 뭐가 나올까 궁금해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레인코브 국립 공원에 도착했어요.

 

 

레인코브 국립공원은 워낙 넓어서

출입구도 여러 군데인데

 

 

대자연의 나라 호주답게  

스케일이 다르더라고요.

어떻게 주택가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도심 한 가운데에 이런 곳이 다 있나 싶게

정글 한 가운데 들어와 있는 느낌이예요.

게다가 곳곳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바베큐 시설이나 의자와 식탁도 잘 갖추어져 있고

자전거나 보트를 빌려탈 수 있는 곳들도 많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지요.

주말이라 그런지 공원 곳곳 피크닉 장소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더라고요.

 

 

피크닉이 아니라 트래킹이 목적인 저는

트래킹 경로를 따라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이 때 제 눈에 띄었던 바로 이 녀석.

이제껏 시드니에서 자주 봤던 귀여운 도마뱀들과는

크기와 색깔이 확연히 다르더라고요.

이 때만 해도 한 두마리 정도만 보이길래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고 '역시 호주야' 하면서 여유있게 지나쳤지요.

 

 

<레이코브 국립공원> 역시  트래킹 코스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졌는데

저는 안내도에 나와있던 대로 강을 따라 쭉 이어지는

리버 워크 코스를 따라 걷기로 했어요.

 

 

파란 하늘과 푸른 물빛

햇빛에 빛나는 푸른 잎사귀들이 정말 아름답고 평화로운 휴일의 오후였지요.

강가를 끼고 계속 이어지는 숲길을 들어설수록

점차 오가는 인적이 드물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계속 나오니 걸음을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보다 더 자주 저를 놀라게 한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도마뱀들!

 

 

도마뱀은 독이 없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진정시키면서도

생긴 것과는 달리 이 아이들이 어찌나 재빠른지

고요한 숲 속에서 후다닥 후다닥 거리며 왔다갔다 하는 소리와 모습에

슬슬 두려움이 느껴지더라고요.

이러다 '뱀도 나오는 거 아냐'하는 생각이 들자

오기 전 읽었던 호주 관련 책에서

호주에 얼마나 무서운 독사가 많은지 설명한 내용이

전광석화처럼 떠오르면서 되돌아가야하나 망설여질 정도 였어요.

 

마침 그 때 짜잔~

제 뒷쪽에서 중국인 부부가 나타나더니 저를 앞질러 걷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혼자이되 혼자가 아니니까요.

아무리 말이 안통한다고 해도

만약 제가 독사에게 물리면 최소한 구급대는 불러주지 않을까 안심이 되길래

적당히 거리를 두고 그들 부부를 따라걷기 시작했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시드니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게 하나있는데

그게 바로 자연에 대한 친밀감이예요.

자연은 물론, 경우에 따라 두려운 존재고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기때문에 조심해야하지만

그것이 지나친 걱정과 자기 방어로 이어지면

절대로 진짜 자연을 만날 수가 없으니까요.

 

중국인 부부를 따라가면서

그들 덕분에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게된 것이 정말 고맙게 느껴졌어요.

포기하지 않고 따라오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될 무렵

앞서 가던 두 사람이 강 한 켠에 있는 벤치에 앉더라고요.

아, 이건 아닌데...ㅠㅠ

 

이 때가 사드 때문에 대중국 감정이 몹시 좋지 않은 시기였는데

제가 그들을 따라서 거기 앉으면

뭔가 그들에게 밀리는 듯한,

대한민국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듯한 죄책감?ㅋ때문에

도저히 거기서 같이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해외에 나오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제껏 당신들을 따라온 게 아니라 우연히 방향이 같았을 뿐이라는 듯

태연하게 인생은 직진,

무조건 직진을 외치면서 가던 길을 계속 갔지요.

 

 

본격적인 트래킹 경로가 시작되어서인지

앞에도 뒤에도 오가는 사람이 없는데

이번에는 정말 감당하기 힘든 수풀이 나오더라고요.

아무래도 저 수풀 속에 독사 열마리는 또아리 틀고 있을 듯해

아, 내 인생에 후진은 없는데

결국 이렇게 뒤돌아서야만 하는가 갈등을 하며 서 있는데....

 

뒷쪽에서 빠른 걸음으로 나타난 백인 청년.

어정쩡하게 서 있는 나를 한 번 휙 쳐다보더니 읊조리듯 "하이"하고는

제 앞을 지나쳐 거침없이 수풀 길을 걸어가더라고요.

반바지에 긴 팔 티셔츠.

이런 수풀 속을 저런 복장으로?

뱀한테 물릴까봐 걱정도 안되나??

걱정도 잠시.

저런 복장으로 휴일에 트래킹 온 청년이 절대 나쁜 사람일 리가 없다는

나름의 논리적? 판단을 마치고 바로 뒤따라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아무도 없는 숲길을 그 청년과

5미터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면 걷기 시작했는데

그 와중에도 후두둑 후두둑 길 위로 출몰하던 도마뱀들.

행여라도 내 발등 위로 떨어질까 두려워하며

롱다리 청년의 보폭을 쫓아 부지런히 걸었지요.

 

그런데...

앞에서 걷던 그 청년이 갑자기 뒤를 돌아 내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웁스~뭐지?' 하며 얼음 땡하고 멈춰 섰는데

내 곁을 스쳐지나가더라고요.

차마 같이 후진하지는 못하고 그냥 내쳐 걷는데

'뭐지, 저 청년, 왜 되돌아 갈까 혹시 독사라도 봤나'

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조금 걷다가 살짝 뒤를 돌아보니 일기라도 쓰는지

호숫가에 앉아 다이어리 같은 걸 펴고 글을 쓰는 게 보였어요.

'작간가? 갑자기 무슨 영감이라도??' 생각하며

망설이다 그냥 앞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후두둑 후두둑

너무 무서워서 제대로 확인조차 못했지만

일반 도마뱀이 아니라 왕도마뱀 정도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동물이 낼 법한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호들갑 섞인 비명이 터져 나왔고

너무 무서워 반사적으로 뒤돌아 달렸어요.

그 청년은 제 비명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저만치에서 여전히 무언가를 쓰고 있었고

앞으로도 뒤로도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던 저는

친구와 000(호주 비상전화) 중 어디로 전화하는게 나을까 고민에 빠졌지요.

 

그렇게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빨리 뛰는 와중에

판단을 못내리고 서있는데

아까 그 청년이 다시 제 앞을 걸어가더라고요.

유일한 구원의 끈이라 생각한 저는 용기를 내서

"나는 도마뱀이 무서워서 못가고 있다. 너를 뒤에서 따라가도 괜찮겠니?"라고 물었지요.

쿨하게 전혀 상관없다고해 결국 그 청년과 저는

전적으로 저의 필요에 의해 동행이 되었어요.

역시나 어색한 침묵을 못참는 내 본성이 어디 가나요?

안타깝게도 그 청년은 한국말을 못하기때문에

어설프고 짧은 영어나마  구사하는 저 덕분에ㅋ 이런 저런 대화가 오갔지요.

 

 

그 청년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된 사실을 종합해보면

그는 캐나다 사람이고 아마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

한국에 온 적이 있고 북한산 등반을 한 적이 있는데

등산이나 트래킹을 무척 좋아한다고 해요.

직업상 여러 나라를 여행한 경험이 있고

현재는 시드니 시티에 있는 백화점에서 일하고 있대요.

한국 음식 중 코리안 바베큐를 좋아하고

동물 특히 도마뱀을 사랑하는데

특히 도마뱀이 수영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절대로 나쁜 사람일 리가 없지요.

 

그 청년의 결정적인 장점은....

말수는 적지만 남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못한다는 것.

열심히 뒤에서 쫓아가던 제게

앞으로 "우리"가 어떤 코스로 걸을 예정이며

역까지는 어떻게 이어지는지 지도를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해주더라고요.

혼자서 하는 트래킹의 즐거움을 아는 저로서는

그 청년에게 너무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그냥 가까운 도로가 나오면 트래킹을 그만두고 그리로 나가겠다고 하니

그 길에 대한 안내도 해주었어요.

 

내가 5년만 일찍 결혼했어도 저런 아들이 있었을텐데...

든든하면서도 고마웠던 청년이지요.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혼자서도 잘 하는 걸 스스로에게 입증하기 좋아하는 제게

이 날의 경험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는데요...

 

역시 사람은 혼자 살기 힘들죠.

아무리 폐끼치지 않고 독야청청하며 살아야지 생각해도

느닷없이 이렇게 누군가의 도움이 절박한 순간이 오고요.

이제껏 살면서 딱히 누군가를 도와줘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우연히 길에서 만난 생면부지의 청년이

저를 도와줬다는 사실이 정말 오랫동안 고마움으로 남네요.

비록 이름도 모르고 지금은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 그가 한국에 오거나 또 한국에 관한 소식을 들을 때면

트래킹 중에 만났던 도마뱀이 무서워 오도가도 못하던 아줌마를

좋은 기억으로 떠올려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청년을 비롯해

시드니에서 오며 가며 만난 사람들을 통해 제가 깨닫게 된 사실은

국적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인종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기본적인 매너를 보거나 아주 간단한 대화 몇 마디만 나눠봐도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과 그 사람의 지적 수준을 어느 정도는 판단할 수 있다는 거예요.

흔히 오십 이후의 얼굴이 그가 이제껏 살아온 인생을 말해준다고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가 하는 말 한마디나 태도 혹은 무심히 하는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이제껏 살아온 인생 여정이나 내 인격을 드러낸다는 생각이 들면서

새삼 품행을 방정히ㅋㅋ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이 날 얻은 무엇보다도 가장 큰 수확은  

세상에는 확실히 나쁜 사람들 보다는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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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를 좋아하는 저는

이번 시드니 여행에서 정말 원없이 걸었어요.

시드니는 시티 지역만 제외하면

어디든 한적하고 녹지가 많아서

그냥 동네 골목만 걸어다녀도 공원을 걷는 것 같거든요.

 

처음엔 영어도 자신없고

혼자 다니는 게 무섭기도 해서

사람 많은 시내나 관광지 위주로 다녔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더라고요.

기왕에 여기까지 긴 여행을 왔으니

시드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시드니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누려보자 결심했지요.

그러면서 떠오른 게 바로 트래킹!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정글처럼 거대한 숲과 대자연의 위대함을 즐기기 위해서

저는 일단 블루마운틴에 가기로 했어요.

 

사실 블루마운틴은 2년전에도 다녀왔어요.

그 때는 수능 끝난 아이의 휴식을 위한 여행이라  

친구 차 타고 편하게 관광을 했었지요.

블루마운틴의 어마어마한 위용과

잘 닦인 트래킹 코스를 보면서

나중에 꼭 다시 와야지 했는데 의외로 기회가 빨리 온거죠.

 

그래서 트래킹 경로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블루 마운틴 자체가 워낙 큰 산이라 코스가 여러개 있더라고요.

그 중에서 제가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웬트워스 폭포쪽 코스였는데

경치는 좋지만 길이 좀 험한 편인데다 사람이 별로 없다길래 겁이 났어요.

마침 당시에 스페인에 놀러가있던 저희 아이가

자기는 혼자 여행 갔다가 여행 카페에서 동행을 구해

어디를 다녀왔다길래  

저도 여행 오기 전에 정보 얻으려 가입했던 호주 여행 카페에 들어가봤어요.

의외로 동행 구하는 글들이 많길래

저도 자신있게 글을 올렸지요.

제 글 밑에 어느 20대 여성분이 시내 관광 동행 구한다며 올린 글에는

무수한 댓글이 달리두만

제 글엔 아무런 응답이 없더라고요.

괜히 올렸다가 마음에 상처만~ㅎㅎ

그런데 그러고 나니까 오히려 오기가 생기는 거예요.

'좋아, 당당하게 혼자 다녀와서 여행 후기를 올려주겠어'하고 말이죠.

 

생각해보니 영어야 "파파고" 앱 있겠다 교통 정보야 "오팔 트래블" 앱 있겠다

못 갈 이유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출발했습니다.

단, 경로는 바꿨지요.

가뜩이나 사람이 없다는데 더군다나 평일에 혼자 가긴 좀 무섭더라고요.

이 때까지만 해도 아직 쫄보 근성을 못버렸을 때니까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블루마운틴 관광하러 많이들 가시는 시닉 월드가 있는

세자매봉쪽으로 방향을 잡고 드디어 출발!

굉장히 과감하고 용기있게 출발한 것처럼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사실은 가는 날 아침까지도 내가 정말 갈 수 있을까

가방을 들었다 놨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요.

 

 

그러면서 젊은 시절 한 때는 저의 좌우명이기도 했던

헤르만 헤세가 쓴 <데미안>의 명언을 떠올랐어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그냥 트래킹 한 번 떠나는 것 뿐인데

너무 비장한가요?ㅎㅎ

 

그리하여 아침 일찍 길을 나서는데

하늘엔 잔뜩 물기 머금은 먹구름이...

제가 있는 동안 11월 시드니의 날씨는 늘 그랬던 것 같아요.

하루에도 몇 번씩 개었다 흐렸다를 반복해서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어요.

블루 마운틴이 있는 카툼바 지역 날씨를 검색하니

다행히 비올 확률이 20%밖에 되지 않는다기에 일단은 출발 했지요.

 

카툼바역은 기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평일 기준으로 대체로 한 시간에 한 번 기차가 있어요.

"오팔 트래블"이라는 앱을 받으면

시드니 교통 카드인 오팔 카드로 여행 가능한

시드니 시내 기차나 교외선 기차, 페리, 버스 등 모든 교통수단 이용 경로와

출,도착 시각은 물론, 요금까지 미리 검색이 되어서 정말 편리해요.

제 경우는 센트럴 역에서 카툼바로 가는 기차를 타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

저는 8:18에 떠나는 카툼바행 기차를 타기 위해 센트럴 역으로 향했어요.

 

센트럴 역은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역.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시내 한 가운데인데다

출근 시간이라 정말 혼잡했지만,

서울 러시 아워에 비하면 이 정도쯤이야~

기차 출발 시간 10여분 전에 도착해서

대기중이던 기차에 올라 자리를 잡았어요.

카툼바 역까지는 2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창 밖 풍경도 보고 사람들 구경도 하다보니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여행은 역시 기차여행이 최고!!!

 

아침부터 서둘러 나오느라 식사도 거른데다

하루 종일 걸으려면 든든히 먹어야 할 것 같아

카툼바역 맛집을 알아본 후 결정한 오늘의 식당은

<Yellow Deli>

이 곳에 대한 소개는 여기에~

2018/04/26 - [여행,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호주 시드니 17'] - 길에서 길을 묻다 1-2 블루마운틴 카툼바 맛집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비가 오고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여서

은근히 걱정이 많았는데요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다행히 파란 하늘이었어요.

일단은 안심하고

세자매 에코 포인트로 가는 686번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갔지요.

이 버스의 배차간격은 30분이고요

10분 정도만 타고 가면 세자매 에코 포인트 바로 앞에 내려줘요.

 

 

내리자마자 바로 눈 앞에 이런 절경이 펼쳐졌어요.

산에 퍼져있는 푸른 기운이 느껴지나요?

블루 마운틴은 넓은 산악지대인데요

산맥의 대부분이 유칼리 나무로 이루어져 있대요.

이 나무에서 증발하는 유분때문에

멀리서 보면 파랗게 보여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그런 내막을 들은 적이 있어서 그런지 아님 진짜 그런지

산 전체에 살짝 푸른 빛의 뿌연 안개가 덮고 있는 듯한

신령스러운 기운이 감돌더라고요.

 

 

관광을 목적으로 오시는 분들은

대체로 여기에서 세자매 봉 관람을 마친 후 시닉월드로 갑니다.

시닉월드는  레일웨이, 케이블웨이, 스카이웨이, 워크 웨이로 이루어진

블루마운틴의 어트랙션이예요.

시간이 별로 없고 블루 마운틴의 핵심만 즐기고 싶으시면

시닉월드 입장권을 구입해서 이용하시면 편리해요.

 

오늘의 트래킹 코스 출발지는 에코포인트인데요

여기에도 트래킹 코스가 몇 개 있어요.

크게 보면 두 방향인데

저는 일단 에코포인트를 보고 밑으로 내려갔어요.

이 길을 쭉 따라가면 케이블카도 보이고

카툼바 폭포도 나오는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길도 잘 닦여있고

폭포까지 왕복 소요시간도 1시간 30분이 채 안걸리는데다

중간에 있는 가파른 계단 구간 하나를 제외하곤

대체로 평이한 코스라서 걷기 편해요.

 

 

격하고 힘들게 등산하지 않아도

곳곳에서 쉽게 이런 절경을 만날 수 있는 점 역시

이 곳만이 줄 수 있는 매력입니다.

 

 

길을 걷다보면 케이블카 탑승장도 있는데다

세 자매봉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멋진 코스예요.

 

 

걷다보니 아침에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날씨도 개였더라고요.

역시 갈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무조건 떠나고 보는게 정답이네요.

 

 

케이블카 탑승장을 지나 조금만 걸어내려오면 카툼바 cascdes와

작은 시냇물이 나와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길을 막아놓았길래

다시 처음 출발점인 에코포인트로 되돌아온 저는

바로 앞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들어가

트래킹 코스가 나온 지도 한 장을 얻고

엽서를 구입한 후 본격적인 트래킹을 시작했습니다.

 

 

이 날 제가 계획한 본격적인 트래킹 경로는

관광 안내소 뒷길에서 시작되는 길을 따라 걷다가

루라 마을로 나가 마을 구경을 마친 후

루라역에서 기차를 타고 시내로 돌아가는 것이었어요.

본다이 비치쪽에 갔을 때 우연히 알게된 한국 여성분의 경험담-

블루 마운틴 트래킹을 갔다가 길을 잃었는데

휴대폰이 안터져서 너무 무서웠고

다행히 자신은 어떻게 길을 찾아나왔지만

알고보니 그 날 이쪽에서 여행자 한 분이 실종되어서

경찰이 수색을 벌이고 있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조금 무섭긴 하더라고요.

게다가 조금 걷다보니 길이 세방향으로 갈리는데 이정표도 없고

아무도 보이지 않아 덜컥 겁이 났어요.

 

하지만 길 위에 서 있는 시간 동안 만큼은

제 인생에 후퇴란 없지요.

제 안에 숨어있던 "제 2의 나"가

"인생은 직진, 무조건 직진"을 외치며

쫄보인 저를 제 멋대로 끌고 가더라고요.

'에라 모르겠다'하고 본능과 직관에 충실해서 따라 갔지요.

 

반신반의하며 얼마간 걷다 보니 반대편에서 동양인 노부부가 걸어오는데

어찌나 반갑든지 휴~

이 길이 루라 마을 가는 길이 맞냐고 물어보니

맞긴한데 매우 멀다고 하시더라고요.

영어 발음이 한국 분 같아ㅋ

한국인이시냐 여쭤보니 맞다시면서

너무 먼데 괜찮겠냐고 걱정하시더라고요.

걷는 거 좋아하니 상관없다고 말씀 드리며

서로의 안전 여행을 기원하며 훈훈하게 헤어졌지요.

그 먼 타국에서 어쩌면 그렇게 딱 알맞은 자리에, 알맞은 시간에

그 분들을 만나게 되었는지 감사하고 신기했습니다.

 

 

길도 확인했겠다,

무조건 직진만 하면되니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어야하는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외딴 길에서 지금처럼 남녀 두 분 혹은 여자 분들을 만나는 건 반갑기도 하고

안심도 되지만 간혹 혼자 혹은 남자분들끼리 오신 분들을 딱 마주치면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벌렁벌렁.

이 날 역시 그 가파른 길을 달려오는 남성 분과 마주치고 식겁했는데요

제가 놀란 티를 너무 냈는지

여러번 "I'm sorry"하며 뛰어가시더라고요.

사실 그 분은 잘못이 없지요.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남성 분들에 대해

잠재적인 범죄자-죄송합니다-라고 생각하는 제가 문제인거지요.

아예 길을 나서지 않는다면 모를까

어차피 혼자 길을 걷기로 했다면 이겨내야할 두려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간혹 들려오는 잔인한 범죄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되기도 하지요.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혼자 걷기를 좋아하는 저같은 사람에겐 늘 딜레마죠.

 

 

아무튼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

때론 정글 같은,

떼론 습지같은 길들을 걷다보니

어느새 루라 cascades에 도착했는데요

여기서 길이 다시 두 갈래로 나눠지더라고요.

 

오른쪽으로 가면 고든 폭포

위쪽으로 계속 가면 피크닉 장소라고 되어있는데

목적지가 루라 마을인 저는 피크닉 장소쪽으로 나갔어요.

 

정글 속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빠져 나오니 한가한 주택가.

하여간 호주라는 나라는 정말 신기해요.

어쩜 이렇게 자연과 가까이 있고 한적할까요?

그 한적함이 너무 좋아서

저는 버스 정류장을 지나쳐서 루라마을까지 계속 걸어갔어요.

루라마을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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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목적없이 시드니 시내를 설렁 설렁 걸어다니던 제 눈을

번쩍! 뜨이게 한 건물이 하나 있었어요.

장엄하고 멋진 외관에 반해

도대체 뭐 하는 곳일까 궁금해서 달려가봤어요.

 

 

그 건물이 바로 여기,

뉴사우스웨일스(NSW) 주립 도서관이예요.

뉴사우스웨일스는 호주 남동부에 있는 주로

시드니가 주도(主都)고요

이 도서관은 말하자면 주립 도서관인거죠.

 

겉에서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안에 들어가보니 규모가 상당히 크더라고요.

지상에서 보면 도서관 건물이 2개로 나뉘어져있지만

지하 통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른 한 건물은 이렇게 생겼어요.

 

 

뭔가 위압감을 주는 궁전 같은 분위기에

드나드는 사람도 보이지 않고

혹시 누가 잡으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도서관으로 들어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입구에서 어떤 여자 분이 말을 걸더라고요.

다행히 왕초보 영어 회화 1장에 나올 법한 "뭘 도와줄까?"를 묻는 내용이었고요

그냥 구경하러 왔다고 말한 후 괜히 어색해

혹시 한국어 책이 있냐고 물었는데

대답이 엄청 길더라고요~

역시나 침묵이 어색할 땐 잠깐 견디는 게 낫지

그걸 못참고 한마디 덧붙이면 꼭 이런 불상사가~ㅠㅠ

 

 

알아듣기 힘든 긴 설명이 이어졌지만

제 귀에 들어온 몇 개의 단어를 토대로 제 마음대로 유추한 내용은

"한국 책이 있긴 한데 서고에 있어서

니가 보려면 신청해야 한다" 뭐 그런 뜻이 아니었나 싶어요.-아님 말고~ㅎㅎ

호의가 담긴 그 분의 기나긴 설명에 비해 너무나 짧은 대답

"고맙지만 됐다" 라고 말한 후

또 말 걸까봐^^ 도망치듯 도서관 실내로 들어갔어요.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엄청나게 높은, 탁트인 천장과

방대한 규모의 서가.

그 속에 파묻혀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기왕에 도서관에 왔으니

하다못해 신문이나 잡지라도 한 번 펼쳐봐야 하나하며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지만...

괜히 또 기웃거리다가 누군가 내게 뭔가를 물어온다면

내 오랜 지병인 영어울렁증이 도지게 될까봐

얼른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들어섰지요.

 

계단을 내려가 통로를 지나니

신기하게도 또다른 도서관 건물과 연결되어 있었어요.

그 곳에는 인터넷도 사용 할 수 있고

앉아서 책도 읽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나타났는데

다시 1층으로 올라가니 갤러리와 기념품 샵, 카페가 있더라고요.

 

 

예쁜 엽서나 아트 문구 같은 것들도 있고

책도 있어서

두리번 거리며 아이 쇼핑을 하다가

불현듯 떠오른 오래된 버킷 리스트 하나.

여행지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나 엽서 쓰기.

그래서 예쁜 엽서 몇 장을 골라

기념품 샵 옆에 바로 붙어있는 카페로 갔어요.

 

 

여행용 왕초보 회화 2장쯤에 나올 법한

"음식 주문하기"용 기본 회화와 손짓을 이용해ㅋ

롱블랙과 타르트를 주문하고 구석 자리로 가서 자리를 잡았지요. 

쉬지않고 걸어다니다 모처럼 이렇게 조용한 공간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이런 저런 글들을 써내려 가다보니

그들과 저 사이에 놓인 광활한 거리가 갑자기 좁혀들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고요.

내친 김에 모처럼 밀린 일기도 쓰고

그렇게 한참 동안 그 곳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도서관 혹은 도서관의 분위기와 책 향기를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꼭 이 곳에 들러보세요.

도서관 구경을 마친 후에는 카페에 들러

진한 롱블랙 혹은 호주에서 유명한 플랫 화이트도  한 잔 하시고

기념품 쇼핑을 하거나

엽서 한 장에 그리운 마음을 담는 시간을 가지면 더 좋겠지요.  

비록 그 엽서나 편지의 수신인이

물리적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해도

그 애틋한 그리움 만큼은 꼭 닿을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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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드니 여행을 한 시기는 호주에서는 여름인

11월에서 12월말 까지라 해가 정말 길었어요.

시드니에 야경 예쁜 곳이 많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있었지만 

7시가 훨씬 넘어서야 해가 지니

늦은 시각까지 혼자 돌아다니기가 처음엔 조금 무섭더라고요.

저는 원래 연약한 쫄보 아줌마거든요.ㅋㅋ

하지만, 시드니 생활에 점차 적응이 되고

그 곳 역시 사람사는 세상이라

기본적인 것들만 조심하면 별 문제 없겠다 싶어

혼자 <달링 하버>로 야경을 보러갔지요.

 

<달링 하버>는 보행자 전용 지역이라

자동차 신경 안쓰고 마음껏 걸을 수 있어요.

여러 크루즈들의 출발지이기도 하고

레스토랑과 펍, 카페, 쇼핑 센터 등은 물론

시드니 아쿠아리움, 해양 박물관, 영화관, 마담 투소 같은

시드니의 유명 관광지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볼 것도 할 것도 다양하고요.

 

시드니에 머무는 동안 여러 번 <달링 하버>에 갔지만

야경을 보기 위해 작정하고 찾은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어요.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이런 멋진 옷을 입고 캐롤 공연을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귀도 즐겁고 눈도 즐거웠지요.

 

 

아직 해는 내려갈 생각도 하지않기에

달링 하버 주변을 내키는대로 걸어다니며

사람들을 구경했어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그런지

이 일대 레스토랑이나 펍에서 단체 파티하는 현지인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여기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선착장에도 줄이 꽤 길게 늘어섰는데

현란한 코스프레 복장과 화려한 파티복을 입고

크리스마스 악세사리로 치장한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좀처럼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경쾌하고 발랄한 모습들을 보고있자니

제 마음도 10년쯤 젊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나중에 친구에게 들은 얘긴데

호주에서는 크리스마스 휴가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걸 당연시하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모임들은 이렇게 미리 한다고 해요.

 

우리나라 연말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구나 생각한 게

흥청망청 술 마시고 노는 분위기가 아니라

함께 춤도 추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모두가 즐기고 있구나 라는 느낌이 확 오더라고요.

회식 보다는 파티 느낌?

하기야 뭐 서로 워낙 다른 문화니까요. ㅎㅎ

 

 

기다려도 기다려도 해는 지지 않고 다리는 아프고 해서

달링 하버 근처 계단에 앉아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어요.

 

 

저는 해질 무렵 딱 이 시간에

물 위에 비친 그림자를 바라보는 걸 무척 좋아해요.

그냥 실체를 보면 선명하지만

물 위에 비친 그림자 세상은 흐릿한 것 처럼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결국은 우리가 가야할 그 세상의 그림자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면

위로가 되더라고요.

지금은 모든 것이 희미해서 우리는 다만 윤곽만 짐작할 뿐이지만

그 곳에서는 모든 것들이 선명해지지않을까 그런 기대감도 갖게 되고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가 느껴집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안달하지 않아도

낮이 가면 당연히 어둠이 밀려오듯이,

어둠이 지나면 다시 밝은 빛이 찾아오듯이

그 모든 것들이 선명하게 이해가 되는 날들이 오겠지요.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다시 걷다보니

어느새 주위에 이런 풍경이~

정말 깜짝 놀랐어요.

분명히 낮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치 타임리프처럼 순간적으로 시간을 넘어선 느낌?

더군다나 동화 속처럼 아름다운 형형색색 불빛들이

어두운 밤을 이렇게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다니 말이죠.  

 

 

시드니에서 아름다운 야경을 보고싶은 분들은

오페라 하우스 쪽이나 시드니 타워도 좋지만

달링 하버에 꼭 가보세요.

시드니의 남대문 시장 격인 패디스 마켓이나 차이나 타운도 가까워서

쇼핑하기에도 좋아요.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달링 하버 주변 레스토랑이나 펍에서

가볍게 한 잔 하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많은 레스토랑에서 점심 특선 메뉴나

해피아워(오후4-5시부터 2시간 정도)를 운영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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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기대와 설레임 속에서 시작된 여행이라 해도

길어지면 일상이 될 수 밖에 없지요.

하루하루의 삶이 다 그러하듯

여행자의 일상 역시

어떤 날은 별 이유없이 아침부터 콧노래가 나오기도 하지만

또 어떤 날은 젖은 솜처럼 한없이 몸과 마음이 가라앉는

그런 날들도 생기더라고요.

 

햇살이 아프도록 따가운 날에는

비가 끝도 없이 쏟아지는 날에는

휘날리는 깃발처럼 기쁜 날에는

떠나가는 기차처럼 서글픈 날에는

난 거기엘 가지

파란 하늘이 열린 곳

태양이 기우는 저 언덕 너머로

난 거기엘 가지

초록색 웃음을 찾아

내 가슴 속까지 깨끗한 바람이 불게

                                            -"그런 날에는" 작사, 조동익

 

바로 이 노래 가사처럼  

제가 시드니에서 보낸 날들 중 이런 저런 "그런 날"이면

제 발걸음이 향하던 곳이 바로 여기,

<로얄 보타닉 가든>이에요.

 

 

명칭 그대로 호주의 국립 식물원이고요

<하이드 파크>와 더불어 시드니의 허파로 불리울 만큼

넓은 녹지와 다양한 식물들이 있는 곳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곳의 가장 큰 장점은

입장료가 무료^^라는 사실과

오페라 하우스 바로 앞에 있어 찾아가기 쉽고

다양한 꽃과 나무들은 물론, 드넓은 잔디밭과

바다까지 볼 수 있는 멋진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지요.

 

저는 시드니에 11월부터 12월말까지 머물렀는데

이 때가 시드니는 여름이었어요.

기온이 높은 날은 낮에 무려 38도까지 올라가더라고요.

하지만 시드니는 여름에도 건조한 편이라

나무 그늘 밑으로만 들어가면 크게 덥지 않더라고요.

시드니에서 정말 무서운 건 더위가 아니라 자외선입니다.

세계 피부암 발병률 1위라는 통계가 말해주듯

시드니의 자외선은 정말 강렬해서

초등학생들은

모자를 안쓰면 체육 수업도 받을 수 없다고 해요.

여행하시는 분들도 이 점 명심하셔서

선글라스와 모자, 자외선 차단제 꼭 챙겨가세요.

 

 

로얄 보타닉 가든은 입구가 여러 개라서

가는 경로가 다양하지만

저는 오페라 하우스 앞을 지나 가는 길을 좋아해요.

정면으로 이렇게 하버브릿지도 볼 수 있고

바로 앞에는 멋진 분수도 있거든요.

 

 

시드니에 있는 동안 여러번 갔지만

크리스마스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던 이 날의 로얄 보타닉 가든이

많이 기억나네요.

이 날은 아침부터 잔뜩 흐려서 비가 올 듯 말 듯 했는데

그래서 오히려 산책하기엔 더 좋았어요.

게다가 공원 바로 앞에서

산타 할아버지가 지나가던 아이들과 사진도 찍고 사탕도 하나씩 나눠 주길래

한참 구경했었거든요.

 

 

산타 옆에는 이렇게 귀여운 엘프 아가씨가 열심히 비눗방울도 불고있었고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확실히 이국적이죠?

 

 

로얄 보타닉 가든은 갈 때마다

다양한 종류의 꽃들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우리 나라에서 본 적 없는 생소한 꽃들은 신선해서 좋았고

우리 나라에도 있는 친숙한 꽃들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갑더라고요

 

 

시드니에서 제가 정말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나무예요.

우리 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정글에서나 자랄 것 같은 교목들을

공원은 물론 주택가 한 가운데서도 쉽게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시드니에서는 어딜가든 자연 한 가운데 들어와 있는 느낌이지요.  

 

로얄 보타닉 가든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은 바로 여기,

공원 한 켠에 있는 기념품점인데요

가격은 좀 비쌌지만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예쁜 엽서와 카드는 물론,

식물원다운 자연친화적인 상품들,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기념품들이 가득했어요.

 

 

로얄 보타닉 가든은 이렇게

고층 빌딩들로 둘러싸여있어서 그야말로 도심 속 오아시스 같아요. 

 

 

점심 시간이면

샌드위치를 싸들고 공원 벤치나 잔디밭 위에서

자유롭게 식사와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먹고 사는 일의 고단함이야 그들이라고 다를 바 없겠지만  

그래도 짬짬히 이렇게 푸른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니

정신적으로는 그나마 여유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로얄 보타닉 가든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곳은

장미 정원이에요.

제가 머물던 때가 여름이라

수많은 장미들이 한꺼번에 꽃을 피웠었는데

향기마저 아름다운 형형 색색의 장미들이 피어난 정원을 걷고 있노라면

세상사 모든 시름이 다 잊혀지는 기분이었어요.

 

시간적 여유가 좀 있으신 분들은

로얄 보타닉 가든 무료 가이드 투어(영어)도 

한 번 가보세요.

또 저처럼 걷는 거 좋아하시면

보타닉 가든 한 쪽에 있는 바다쪽 코스를 따라가서

전망좋다고 소문난 "맥쿼리 부인의 의자"도 가보시고요

눈길 닿는 곳마다 정말 아름다워서

아무리 걸어도 쉽게 지치지 않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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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여행을 두 달 동안 다녀왔다고 하면

저한테 시드니에 대해 참 많은 것들을 물어보시는데요

그 중에서 제가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바로 이거예요.

"시드니 시내 관광 하려면 몇 일이면 되나요?"

모든 여행의 계획은

각자가 할애할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건이 다 다른데

밑도 끝도 없이 이렇게 물어오면 정말 난감하더라고요.  

 

여행사에서 나온 시드니 패키지 상품을 보면

시드니 시내 관광을 반나절이나 하루면 "다" 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할 만큼

시드니 시내는 좁고 또, 관광 명소들이 모여있어요.

하지만, 그 멋진 곳들을

휙휙 스쳐지나듯 보고 오는 건

관광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결코 여행이라 할 순 없지요.

그래서 저의 답은 언제나

시간과 돈이 허락되는 만큼 "최대한 오래"입니다.

그야말로 우문현답 아닌가요?ㅎㅎ

모두들 알고있는 광고문구처럼

여행은 "살아보는 거니까"요

더군다나 그 도시가 바로 세계 3대 미항이자

공기 맑고 하늘빛 고운 시드니라면야

더 말할 필요가 없죠.

 

 

일정이 워낙 길다보니

저는 시드니 시내에서부터 근교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곳을 헤집고 다녔는데

일단은 시드니 시내 여행지부터 소개하려고 해요.

그 첫번째 장소는 바로 "록스"와 주말에만 열리는 "록스 마켓"입니다.

아, 순서가 순위는 아니고요

그냥 제 의식의 흐름ㅋㅋ에 따라 떠오르는 장소부터 써보려고요.

 

록스(Rocks)는

시드니의 랜드마크인 하버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 현대 미술관 등이 모여있는

서큘라 키(Circular Quay)에서 가까워요,

1788년 영국에서 유배온 죄수들이

이 곳 바위에 오두막을 짓고 처음 정착한 곳이라고 해요.

미국이 원래 그 땅에 살고있던 인디언들을 몰아내고 세워진 것처럼

호주 역시 원래의 주인은 여기서 오랫동안 살아온 앱오리진들이예요.

그런데 영국이 자국의 죄수들을 이 곳으로 유형보내면서

식민지를 건설한 거죠.

그래서 호주 사람들에게

조상 얘기를 꺼내는 건 금기-조상이 다 유배온 죄수니까요-라는 농담^^도 있어요.

여기에 덧붙여서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호주는 죄수들이 세운 나라고

뉴질랜드는 간수들이 세운 나라니까

뉴질랜드가 더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하면 그렇게 좋아한대요.ㅎㅎ

 

어쨌든 록스(Rocks) 지역은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

식민지 초기 호주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이예요.

미로처럼 얽혀있는 좁은 골목에 카페와 상점, 오래된 펍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그냥 기웃거리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걷다가 힘들면 아무 카페에나 들어가

커피 한 잔과 베이커리를 즐기기에도 좋아요.

 

 

본격적으로 록스 지역 탐험?을 하기 전에

록스 초입에 있는 록스 센터에 들러보세요.

센터내에 관광 안내소가 있어서

록스 지역은 물론 시드니 관광에 관한 많은 자료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게다가 이 곳에는 기념품이나 수공예품을 파는

상점들도 입점해 있고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재미있는 구경거리도 있어요.

 

 

그건 바로 스티키(Sticky) 매장인데요...

여기서는 이렇게 고운 빛깔의 호주 전통 사탕들을 직접 만들어서 판매해요.  

투명한 유리 창문을 통해 사탕 만드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요.

고운 빛깔의 말랑한 캔디를

엿가락처럼 여러번 쳐서 길고 가늘게 뽑아

작게 잘라내는데 무척 신기하더라고요.

 

하지만, 록스의 진짜 볼꺼리는 바로

주말마다 열리는 록스마켓이예요.

평일에는 비교적 한산한 이 곳이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이유도 그 때문이고요

 

 

호주의 특산물은 물론, 다양한 종류의 기념품과

예술적인 수공예품이나 디자이너의 작품 등을 판매하는 노점들,

세계 각국의 다양한 먹거리와  길거리 공연으로 활기찬

주말의 록스 마켓은

다민족 국가인 호주의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원래부터 시장 구경을 좋아하는 저야 당연히 호기심을 느꼈지요.

하지만, 10년째 이민 생활을 하고 있는 제 친구와 그녀의 딸 선이는

가본 적도 없으면서 '뭐 별거 있겠냐'며 시큰둥하더라고요.

사실 서울 거주자인 저도 인사동 주말 시장 같은 곳을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으니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갔지만요.

그래도 주말에 사람 많은 곳에 영어도 못하는 친구 혼자 보내기가 영 불안했는지

두 모녀는 저와 동행해주었는데

웬걸요?

여행자 친구 덕분에 좋은 구경했다고 고마워하더라고요. ^^

 

 

<록스마켓>에는

예쁘고 개성 강한 수공예품이나 디자이너 상품들이 참 많아요.

저와 친구도 몇 가지 구입했는데

아쉽게도 가격은 결코 싸지 않습니다.

싼 물건을 사려면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에 해당하는

패디스 마켓으로 가세요.

 

우리가 가장 흥미롭게 구경했던 곳은 바로 여기예요.

"스페이스 아트"(Space Art)라는 설명대로

어떤 화가 분께서 스프레이 라커와 몇 가지 도구들을 이욯해

우주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멋진 그림을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그려?내시더라고요.

완성된 그림들도 멋있었지만

그 과정이 너무 신기해

한참동안 멈춰 서서 넋을 잃고 바라봤지요.

 

 

시장 구경에 먹는 즐거움이 빠질 수 없겠죠?

마켓 한 편에 이렇게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들을 팔고 있어서

식도락도 즐길 수 있어요.

 

 

토, 일요일 10:00-17:00에만 열려서 아쉽긴 하지만

시드니 일정 중 주말이 포함되어 있으신 분께

<록스 마켓>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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