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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 오기 전부터 제 친구가 여긴 꼭 가야한다면 추천했던 

시드니 수제버거 집, 바 루카(Bar Luca)

써큘라 퀴 역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에 있어서 

오페라 하우스나 로얄 보타닉 가든 산책 후 들르면 좋을 곳입니다. 


가게 이름으로도 알 수 있듯 

원래는 식당이라기보다는 PUB인데 

이 집 수제버거가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수제버거를 먹기 위해서도 많이 오고 

다른 곳에 테이크아웃용 수제 버거만 판매하는 분점까지 냈다고 해요. 


이 곳에 여러 번 와봤다는 친구가 

오기 전부터 아주 시끄러운 곳이라는 얘기를 여러 번 하길래 

술집이니 그렇겠지 했는데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소음이 훨씬 심하더라고요. 

마주 앉은 친구와 서로 소리지르다시피 해야 의사 전달이 가능할 정도 였어요. 

그런데도 다들 어떻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지....신기할 뿐이었네요. 

이런 게 진짜 호주식 펍이구나 생각하며

카운터에 가서 맥주를 주문해 받아온 후 자리에 앉아있으니 

곧 이어 버거가 나왔어요. 


메뉴판에 있는 버거와 맥주 종류가 너무 다양해 

모든 주문을 친구에게 맡겼는데 

일단 라거 생맥주는 살짝 과일향도 나고 신선해서 좋았어요. 



곧이어 나온 블레임 캐나다(Blame Canada) 버거는 

소고기 패티와 치즈, 메이플 시럽을 뿌린 베이컨 튀김? 등이 토핑되어 있는데 

평소에 버거를 즐기지 않는 저도 맛있게 먹었어요. 

다만 크기가 너무 큰 데다 추가로 주문한 후렌치 후라이까지 양이 너무 많아 

결국 나중엔 속이 느글느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 버거는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훌륭한 맛이며 

관광객들 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진짜 호주식 바여서 

수제 버거나 맛있는 맥주와 호주 현지인들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고 싶다면 가볼 만한 곳이예요. 



다만 한 가지 꼭 기억해야할 사실은 

너무 오래 이 곳에 머무르면 난청증이나 성대결절이 올 수 있으므로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먹고 나와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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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 있을 때

써큘라 퀴 근처에 갈 일이 있을 때면

들르던 카페 <라 르네상스>(La Renaissance)

 

 

이 곳은 오전 시간에 써큘라 퀴에서 페리를 타고 어딘가를 가려고 할 때

페리 출발 시각보다 여유있게 도착해

커피 한 잔과 빵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하기 딱 좋은 곳이에요.

 

 

사실 처음엔 이 곳이 그렇게 유명한 카페인지 모르고 들렀었어요.

록스 쪽을 걷다가 빵집이 보이길래

친구 딸들 간식이나 사다줄까 하고 우연히 들어간 거거든요.

오후라서 그런지 빵도 별로 안남았고

마카롱이 예쁘길래 그냥 그걸 사갔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알고 보니 시드니에서 꽤나 유명한 빵집 겸 카페라기에

커피 맛이 궁금해 다시 찾아찾게 되었고

시드니에 머무는 동안 단골이 되었지요.

 

 주문을 받는 매장과 카페 앞 테라스는 좁은 편이지만

카페 뒷마당으로 나가면

이렇게 넓다란 공간이 있어요.

낮에 사람이 많지만

오전 시간엔 한가해서

간단하게 빵과 커피를 먹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고요~

 

 

진한 롱블랙과 갓 구워낸 빵오쇼콜라나 크로아상을 함께 먹으면

아침 식사 대용으로 딱!

 

록스 지역 입구에 위치한 데다

뉴사우스웨일즈 현대미술관이나 써큘라 퀴에서도 가까운 곳이니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달달한 케잌이나 빵 한 쪽 혹은 마카롱과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시기를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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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호주 시드니 17'] - 시드니 3대 카페 1- 워크샵 에스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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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미항인 시드니에는

아름다운 비치들이 정말 많아요.

해안 도로 쪽으로 드라이브를 하거나

와프에서 페리를 타면 닿을 수 있는

수많은 비치들.

 

그 중에서도 이 날 제가 다녀온 팜비치는

두 갈래로 갈라진 멋진 바다를 볼 수 있고

또 해변에서 20여분 정도만 걸어올라가면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바렌조이 등대 언덕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이예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려면

윈야드역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넘게 가야한다는데

다행히 이 날 제 친구가 쉬는 날이라

저는 친구 차를 타고 편안하게 이동했어요.

 

함께 가긴 했지만

친구와 제가 비치를 찾은 이유는제각각 달랐는데요

친구는 바닷 바람을 쐬면서 낮잠을 자는 게 목적이었고

저는 늘 그렇듯 걷는 게 목적이었지요.

 

 

팜비치 가는 길에 먼저 들른 곳은

웨일 비치(Whale beach)인데

친구가 낮잠 자러 자주 오던 곳이라고 해요.

바닷가에 나무 그늘도 있고

잔디밭도 있어서

파도 소리 들으면서 잠자기엔 최적의 공간이더라고요.

 

 

한적한 바닷가 저 멀리에서

몇 명의 서퍼들이 서핑을 하고 있었는데

무척이나 평화로운 곳이었어요.

이미 졸음이 밀려온 친구는

잔디밭 위에 돗자리를 깔고 잠이 들었고

저는 산책을 떠났어요.

 

 

비치를 따라 오른쪽 끝으로 걷다보니

이렇게 락풀이 있었는데

평일 인데다 아직은 충분히 더운 날씨가 아니라서 그런지

이용객은 딸랑 두사람.

 

한 시간쯤 자고 일어난

친구와 함께 오늘의 목적지인 팜비치로 향했어요.

한낮이라 햇빛이 제법 강했는데

휴식이 필요했던 친구는 또다시 그늘을 찾아 돗자리를 깔고 잠이 들었고

저는 바렌조이 등대를 향해 출발했어요.

 

 

땡볕에 모래사장을 지나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는 여정이긴 했지만

구간이 짧아서 걸을 만 했어요.

비치를 따라 걷다가 숲길로 접어드니 갈림길이 나타났는데

둘 다 바렌조이 등대로 오를 수 있는 길이지만

한 쪽 길은 조금 어려운 코스라고 하고

다른 쪽 길은 쉬운 코스라고 적혀있더라고요.

올라갈 때 조금 어려운 코스로 가자 마음 먹고 그리로 걸어갔습니다.

 

 

계단이 조금 가파르긴 하지만

웬트워스 폭포 트래킹때 걸었던 수직 계단에 비하면 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

20분쯤 걸어서 정상에 오르니  정상에 오르니 이렇게 예쁜 등대가 눈 앞에 나타났어요.

 

 

등대 안에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등대 주변을 걸으며 아래를 내려다 보니

이렇게 육지를 가운데 두고

두 갈래로 갈라진 신비한 바다의 모습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어요.

 

 

왕복 50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는 가벼운 트래킹 코스지만

처음에는 직사광선이 내리쬐이는 비치를 통과해야 해서

한 여름 날씨에는 조금 힘들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저 위 높은 곳에 오르면

그 동안 흘린 모든 땀과 노고를 보상해주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그걸 기대하면서 즐겁게 걸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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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서 아이를 낳기 전까지

제게 동물원은 사색과 치유의 공간이었어요.

이런 저런 일들로 머리가 복잡하거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그 넓은 과천 서울 대공원 동물원을 한 바퀴 돌고오면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편안해졌었거든요.

그 때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 시드니 여행에서 혼자 <타롱가 동물원>을 찾았습니다.

 

 

<타롱가 동물원>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써큘라 퀴에서 페리를 타고 간다는 점이예요.

 

 

동물원 자체도 아름답지만

페리에서 바라다보는 하버브리지나 오페라 하우스의 풍경도 멋지기때문에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지요.

게다가 써큘라 퀴에서 20분이 채 안걸리니 쉽게 오갈 수 있고요~

 

 

타롱가는 원주민들 말로 "아름다운 물의 모습"이라는 뜻이래요.

이름 그대로 타롱가 동물원에서 바라보는 시드니 만의 풍경 역시 매우 아름다운데요

오리 너구리, 캥거루, 코알라 같은 호주 동물들을 볼 수 있어 좋아요.

 

 

와프에서 내려 왼쪽 길로 가서 스카이 사파리(일종의 케이블카)를 타거나

걸어서 올라가면 동물원 입구에 갈 수 있어요.

입장권은 현지 여행사를 통해 미리 구매할 수 있는데

스카이 사파리를 이용할 예정이라면 통합권을 구매하는 게 편리해요. 

저는 그냥 걸어올라갔고 현장에서 표를 구입했는데

걸어올라가는 것도 그다지 힘들지 않아요.

 

 

타롱가 동물원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원이라고 부르는데

가장 큰 몫을 하고 있는 곳이

아마도 여기, 기린 우리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기린들 뒤쪽으로 보이는 바다와 시드니 시내 전망이 정말 아름답고 이색적이예요.  

 

 

목도 길지만 다리도 너무 길어 왠지 슬퍼보이는 기린.

저 긴다리를 접지 못해서 잘 때도 서서 잔다니 안스럽더라고요.

얼굴 표정도 선하고 참 착하게 생겼지요? 

 

 

얘가 하두 왔다갔다해서 도대체 언제쯤 멈추려나 바라보았는데

10분도 더 넘게 우리 안에서 좁은 거리를 쉼없이 오가더라고요.

부지런한 건지, 산만한 건지

아니면 뭔가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는건지

바라보는 건만으로도 정신이 어수선@@

 

 

얘는 이뮤(Emu)인데요

어그 부츠 만드는데도 사용하고

기름으로 화장품도 만든다고 해요.

뒷걸음질 치지 않고 앞으로만 달려가는 속성때문에

캥거루와 더불어 호주를 상징하는 대표 동물이에요.

 

 

얘는 왈라비.

2년전 제가 멜버른에서 필립 아일랜드에 갔을 때

드넓은 초원 위에서 홀로 먼 곳을 응시하며 서 있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흔히 캥거루와 혼동하지만

왈라비는 캥거루에 비해 훨씬 작고

또 집단 생활을 하는 캥거루와는 달리

왈라비는 고독하게 혼자 산다고 해요.

 

 

코알라는 하루에 보통 20시간을 자는 잠꾸러기예요.

순진해 보이는 얼굴과 부드러운 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순둥이로 오해하지만

긴 발톱으로 무언가를 움켜지면 절대 놓치지 않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고 해요.

잘 때는 나무 위에서 저렇게 둥글게 몸을 말고 있어서

멀리서 보면 꼭 털실뭉치처럼 보이는데

역시나 주무시고 계셔서 얼굴은 볼 수 없었어요.

 

 

이 날 오랫동안 제 시선을 빼앗은 아이들은 바로 <미어캣>인데요

몇 마리는 땅을 파고

몇 마리는 하늘을 보고있었는데

도대체 얘들은 왜 맨날 어정쩡한 자세로 서서 태양을 응시하며 하늘을 볼까?

더군다나 이렇게 햇볕이 눈부셔서 바라보기도 힘든 날?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니

미어캣은 원래 추위를 많이 타서

오전에는 두 발로 서서 가슴과 배에 햇볕을 쬐는 거고요

또 자신을 먹이로 삼는 맹금류를 경계하려고 주위를 살피는 거라고 해요.

미어캣 눈 주위의 검정색이 일종의 선글라스 기능을 해서

태양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거고요~

볼수록 귀엽고 신기해서 미어캣 우리를 떠날 수가 없었어요.

마음 같아서는 두어마리 데려다가 집에서 키우고 싶었지만ㅋ

얘네들은 20-30마리 정도가 모여 살아야 한다기에

감당하기 어려울 듯 해서 포기.^^

 

 

타롱가 동물원은 페리를 타고 간다는 점이 이색적이고

시드니 시내  쪽으로 바라다보이는 전망이 멋지다는 점.

북반구에서는 볼 수 없는 동물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예요.

저는 관심이 없어 패스했지만 동물쇼도 몇 가지 있으니

좋아하시면 시간표 잘 체크하셔서 관람하세요.

다만 한 가지 예전에 멜버른에 갔을 때 들렀던 마루 동물원에 비해

무료  체험 프로그램이 부족한 점은 아쉬웠습니다.

 

 

2018/05/19 - 길에서 길을 묻다 6 - 감옥 위에 세워진 휴양지 <코카투 섬>

2018/05/01 - 길에서 길을 묻다 4-1 - 왓슨스베이 <갭팍>& <본다이비치>

2018/05/26 - 시드니 카페 - <라 르네상스>(La Renaissance)

2018/05/24 - 시드니 3대 카페 1- 워크샵 에스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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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로서 시드니의 매력은 무궁무진 하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대중 교통 이용의 편리함과 다양성이 아닐까 해요.

기차 노선도 잘 짜여져있지만

페리 노선도 무척이나 다양해서

배를 타고 목적지를 오가는 이색체험을 할 수 있어요.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 써큘라 퀴 역에 내리면

페리 승하차장인 와프가 있는데요

여기서 페리를 타면 갈 수 있는 멋진 곳이 정말 많아요.

시드니 여행에서 최소 한 번쯤은 꼭 페리를 이용해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어딘가로 떠나는 새로움을 느껴보세요.

여행 속 여행을 떠나는 신기한 체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멀리서 날아온 제가 자기 도움 없이도 잘 돌아다니는게 심통 났던 제 친구가

모처럼 하루 쉰다고해 페리를 타고 왓슨스베이에 가기로 했어요.

왓슨스베이에는 "갭팍"(Gap Park)이라는 명소와

서퍼들의 천국 "본다이비치"(Bondi Beach)가 있거든요.

친구는 10년 전에 본다이 비치에 간 적은 있지만

갭팍은 가본 적이 없다기에 제가 급히 노선 정리를 했지요.

근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여행자가 노선을 짜고 현지인이 따라간다???

언제든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미루게 되는게 인지상정이니까요.

덕분에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관광 온 것 같다는 친구의 말을

저에 대한 감사의 말로 이해하며 왓슨스 베이로 향했어요.

 

와슨스베이를 가기 위해서는 써큘라 퀴에서 페리를 타야해요.

저는 페리를 이 날 처음 타보았는데 버스를 타듯 오팔 카드를 찍고

어딘가를 향해 간다는 사실이 참 특별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늘 자가용을 이용해 육로로만 다니던 제 친구 역시

모처럼 바닷바람을 쐬니 힐링 된다며 좋아했지요.

역시 사람은 친구를 잘 사귀어야~ㅎㅎ

저 같은 베짱이 친구 없다면 일개미 내 친구가

어디 가서 이렇게 기분 전환 할 수 있겠어요?

 

 

아무튼 그렇게 페리를 타고 왓슨스 베이를 향하면서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의 모습을 보니

가까이에서 보던 것보다 한층 더 예술적이고 아름답게 보이더라고요.

 

 

왓슨스 베이까지는 페리로 20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저렇게 개인 소유 보트들이 떠있는 걸 보니

확실히 여기가 시드니 맞네요.

 

 

페리를 타고 가는 여러 관광지 중에서

특별히 왓슨스 베이가 인기 있는 이유는

시드니의 대표 상징인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를 비롯해 시드니 시티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다 본다이 비치가 이 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와프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올라가면

갭팍이 나와요.

갭팍은 왓슨스 베이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데

오랜 세월 동안 침식과 퇴적으로 형성된 절벽 바위에

수많은 틈이 생겨서 갭이라는 이름이 붙은 공원이예요.

 

 

말로는 도저히 표현 할 수 없는 물빛과 파도,

그리고 하늘 빛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그리 많이 걷지 않아도 절경을 볼 수 있어

노약자에게도 좋은 관광지이지요.

 

 

갭팍에 올라 반대편을 찍은 사진인데요

저 위 집들은 집 값 비싼 것으로 유명한 시드니에서도 고가로 소문난 동네래요.

 

 

호주 개척 시절 많은 죄수들이 갭팍에서 자살했는데

이 후로도 수많은 이들이 이 곳에서 자살해 "자살 바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해요.

참고로 저도 본 적 있지만 관광 안내 책자에 자주 등장하는 설명,

저 절벽 끝에서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 장면을 찍었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요.

 

갭 팍 바로 밑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380번 버스를 타면 본다이 비치로 가요.

환경 오염을 막으려고 천연 가스를 연료로 쓰고 있다는데

내려서 밀어줘야 하지않을까 싶을 정도로

경사진 길을 낑낑대며 힘겹게 올라갔어요.

이 부근이 부촌이라더니

과연 화려하고 예쁜 저택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더라고요.

그러다 딱 봐도 비치ㅋ인 곳에 버스가 멈춰섰는데 여기가 바로 본다이 비치예요.

 

 

본다이는 이 곳 원주민들의 말로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라는 뜻이라는데요

높은 파도를 즐길 수 있어 서퍼들이 선호하는 해변이라고 해요.

저희가 갔을 때는 아직 초여름인데다 파도가 너무 세서 그런지

서퍼들 보다는 일광욕 하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이 근처에 식당이나 카페, 맛집들이 많이 있다고 해

일단 점심부터 먹기로 하고 식당을 찾아나섰어요.

이 날 점심 메뉴는 피시앤 칩스와 샐러드였는데

식당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본다이비치를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아이스버그 클럽"이라는 건물이 나왔어요.

이  곳에는 수영장이 있는데 입장료도 저렴하고

이렇게 바닷가 바로 옆에 딱 붙어 있어 전망도 좋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라고 해요.

외국인도 이용할 수 있으니 해수욕이 좀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이 곳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시드니에는 이렇게 바다 바로 옆에

바위로 만들어 놓은 "락풀"이 많은데

수영장이지만 바닷물이 들어오기때문에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더라고요.

하지만 이 날처럼 파도가 거센 날은 이용 금지예요.

 

아이스 버그 클럽 건물에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기때문에

우리는 이 곳에서 조금 쉬었다 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이 곳에 입장하려면 신분증이 필요하다고 해서

저는 여권을 보여주고 간단한 사항 몇가지를 기입하고 들어갔어요.

이용하실 분은 반드시 여권을 지참하세요.

차 한 잔 마시려고 들어가는데 뭐 이렇게 번거롭냐며 궁시렁거렸지만

막상 입장하니 전망이 정말 멋졌어요.

비스트로와 카페, 바 등의 메뉴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을 듯~

 

 

저희는 이미 식사를 했으니 롱블랙만 주문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뷰를 가진 카페나 식당을 이용하려면 커피값이 엄청 비쌀텐데

이 곳은 나라에서 운영해서 그런지 커피값이 우리 돈으로 3천원 정도였어요.

전망 만큼이나 가성비도 좋은 곳이지요.

 

초여름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면 없던 맛도 생길 거라고 기대했는데

안타깝게도 뷰는 뷰고, 커피는 커피.

호주 와서 마신 커피 중 최악의 맛이었어요.

취향 차이일 수도 있지만

친구 말로는 빅토리아 원두로 만든 커피가 원래 맛이없다고 하더라고요.

역시 산 좋고, 물 좋고, 정자까지 좋은 곳은 없나봐요.^^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하염없이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싶었으나

우리에게는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 있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어섰지요.

우리가 가야할 곳은 해변을 따라 쭉 이어지는 해변 산책로인데

아름다운 트래킹 코스로 유명한 곳이지요.

 

 

산책로를 걷다 보면 바로 눈 앞에 저렇게 장대한 바다가 펼쳐지고

오랜 세월 형성된 기암절벽들과 특이한 지질 구조, 다양한 꽃들,

그리고 예쁜 집들의 모습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는 멋진 코스예요.

 

 

3시간 정도 걸린다는 전체 코스 중에서

본다이비치에서부터 쿠지 비치, 브론테비치로 이어지는 구간을 2시간 정도 걸었는데

날씨가 많이 덥지 않아서 저희는 딱 좋았지만

한 여름이라면 뙤약볕때문에 쉽게 지칠 것 같아요.

 

 

트래킹은 마라톤이 아니니까

굳이 어디까지 걷겠다고 목적지를 미리 정하지 말고

시간되는 대로, 체력되는 대로 걷다가

힘들면 언제라도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지 하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걸으세요.

특히 힐링과 휴식이 필요해 떠난 여행이라면

목적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또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까요.

 

본다이 비치는 페리 뿐만 아니라

버스로도 오갈 수 있으니

둘 중 편한 수단을 이용하면 되지만

제 생각엔 갈 때는 페리, 올 때는 버스

이런 식으로 이용하시기를 추천하고 싶네요.

교통 수단이 달라지면 보이는 것도 달라지고

그에 따른 감정이나 생각들도 확연히 달라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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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메리스 대성당>은

시드니 시민들의 휴식처인 <하이드 파크>와

큰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어요.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성당 건물의 아름다움과 경건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저는

시드니에 있을 때 이 곳에 여러 번 들렀습니다.

 

 

평일의 성당 내부는 무척 고요했어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신과 대화를 나누며 기도하시는 분들을 위해

방해하지 않는 게 예의지요.

 

조용히 성당을 한 바퀴 돌아보고

저도 구석 자리에 앉아 두 손을 모았어요.

교회도 다니지 않고

성경도 마음 내키는 날 몇 장 읽는 게 전부에

기도도 좀처럼 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하나님과 예수님을 믿는다고 말하는 모순덩어리지만

여기 앉아 있으니 저 자신이 한없이 낮아지더라고요.  

평소에 신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의혹이나 불신, 원망들이 잠시 물러나고

그 자리에 간절한 바람과 반성의 말들이 들어섭니다.

 

 

인간인 저로선 결코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들에 대해 

그 분께 묻고

또 간절히 기도 하다보면

제 영혼이 많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깨달았어요.

결국 좋은 믿음이란

내가 바라는 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를 신에게 일방적으로 "비는" 것이 아니라

비록 나에게 주어진 신의 선물이 고통일지라도,

그 고통에 대해 "왜 하필""왜 나만"이라는 원망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더라도

그것 역시 이미 예정되어있던 신의 거대한 계획중 일부임을 믿는 것이라는 사실이요.

그러니 기도의 내용 역시

꽃길만 걷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간청하는 것일 수 밖에 없음을...

믿음이 약한 저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죠.

받아들이기 힘든 역설이고요.

해답은 각자 가진 믿음의 분량 만큼 찾아내시고요

어쨌든 제게 이 곳은 하나님과 그런 저런 대화를 나누기에

정말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만약 12월에 시드니 여행을 가실 분이라면 

밤마다 상영?되는 세인트 메리 성당의 레이저 쇼도 절대 놓치지 마세요.

제가 다녀온 2017년에는 12월 6일부터 크리스마스 때까지

매일 밤 레이저 쇼가 있었는데 날짜는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해마다 상영된다고 해요.

저는 12월 23일에 갔는데

인파가 엄청나긴 하지만 건물 자체에 레이저를 쏴서 보여주는 거라

관람에는 큰 지장없어요.

 

 

천주교 신자라면 미사에 참여하시는 것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으실 것 같고요

성당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싶으신 분께는

가이드 투어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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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제가 두 달간 신세를 진 제 친구는

이민간 지 10년쯤 되었고 직업은 쉐프예요.

이 곳에서 살 때는 전업주부였는데

사업 비자를 받아 호주 이민을 간 거라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식당 개업을 했어요.

낯선 땅에서 처음 해보는 일이 잘 되기가 쉽지 않죠.

제 친구 역시 이런 저런 실패도 많이 했고

또 고생도 엄청했는데 다행히 지금은 지역 내에서 제법 인정받는

맛집 사장님이 되었어요.

 

시드니에 방을 내어줄 친구가 있다는 것만도 놀라운데

더군다나 직업이 쉐프라니 다들 저를 엄청 부러워하더라고요.

아마 전생에 제가 나라가 아니라 대륙을 구한 게 아닐까 저 역시 늘 생각해요. ㅎㅎ

사실 처음에 시드니에 갈 때만 해도

눈썹 휘날리게 바쁘게 사는 내 친구 일을 좀 도와줘야겠다 했는데

그게 만만치 않더라고요.

일단 친구 성격 자체가 별스러워서ㅋ 뭐든 지가 해야 맘이 편한 성격이고

남 도움 받는 거 병적으로 싫어해요.

제가 친구 집에 머무는 조건으로 친구가 저에게 요구한 건 다 한가지!

자기가 여유있을 때는 같이 놀아달라는 것- 그거 하나였어요.

대신 보통 때는 각자 알아서 자기 일 하기! ㅋㅋ

덕분에 저도 바쁜 친구 눈치 안보고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었고

친구 역시 저를 손님처럼 부담스럽게 대하지 않고

마치 오래산 부부처럼?ㅎㅎ

그렇게 무덤덤하게 각자의 생활에 충실할 수 있었지요.

 

그 바쁜 친구가

저를 위해 식당 일도 직원들한테 맡기고 공항까지 마중을 나왔더라고요.

나올 필요 없다고 큰 소리는 뻥뻥 쳤지만

정말 안나오면 어쩌나 속으로는 엄청 걱정했었는데...

역시 30년 우정, 모래성이 아니었어요. ^^

 

시험 기간이라 바쁜 친구 딸 선이는 같이 못나왔지만

대신 시내에서 만나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며

친구 집에 들러 가방을 정리한 후 바로 시내로 나갔지요.

2년전에도 보름 정도 묵었던 친구 집은 모든 게 그 때 그대로라

제겐 고향에 돌아온 듯 편안했어요.^^

 

친구 집은 시드니 시내 중심에서

기차로 20분 정도 걸리는조용한 주택가예요.

집값 비싼 시드니에서도 집세 비싸기로 악명이 높은 곳이라는데

그 이유는 학군이 좋기때문이래요.

호주에도 그런 게 있나 의아했는데

사람 사는 곳 다 거기서 거기인가봐요.

우리나라처럼 다 대학을 가야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 곳도 명문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은 엄청 치열하다더라고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선이를 만나러 시드니 타운홀역으로 갔어요.

선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시드니로 이민와

지금은 대학교 3학년인데

저도 선이네 2주동안 머문 적이 있고

선이네도 매년 한국에 한 번씩 와서 자주 봤기때문에

저랑은 이모, 조카처럼 편한 사이예요.

쉐프 엄마 딸답게 입맛이 까다롭고

절대 미각이 발달해있어서

맛있는 음식점을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내는 쓸모있는 아이랍니다.

 

저 같은 아마추어는 처음 가는 곳에서 식당을 고를 때면

블로그나 트립어드바이저 검색을 주로 이용하지만

제 친구 모녀는 본능과 직관에 따라 식당을 선택하더라고요.

그런데도 그녀들의 선택은 대체로 중간 이상이며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신기했어요.

이 날도 마찬가지 였고요.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 같은 곳이 바로 시드니 타운홀 주변인데 

그 부근에 있는 월드 스퀘어 쇼핑센터에는

각양각색의 음식점들이 모여있어요.

한국인들 사이에선 이 곳에 있는 <마루>라는 일식 돈까스 집이 꽤나 유명한데

우리는 몇 군데 탐색하다가 친구 모녀의 직관에 의해

바로 여기 <GAZZI>를 선택했어요.

 

여기서 잠깐!

호주에서 식사를 하러 들어갈 때는 우리나라처럼 .거침없이 들어가 착석하면 안되고요

입구에서 일단 직원의 안내를 기다린 후

직원이 나와서 자리를 안내해주면 그 때  입장해요.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지요.

 

이 곳은 일반적인 브런치 카페 레스토랑이에요.

우리는 다양하게 먹어보고 싶어서

각자 다른 것 세가지를 주문해 나눠먹기로 했어요.

음료는 호주에 왔으니 당연히 롱블랙!

 

 

또 잠깐이요!

호주에는 아메리카노라는 커피가 없어요.

우리나라에서 주문하는 아메리카노 커피와 같은 걸 원한다면

롱블랙을 주문하면 되는데

롱블랙은 매우 진한 편이라

만약 조금 연한 커피를 원한다면

뜨거운 물을 따로 요청해서 희석해서 먹어야 해요.

 

 

Pumpkin&Beetroot Salad

단호박과 비트 그리고 시금치와 양파, 치즈가 들어간 샐러드인데

새록새록 건강이 돋는 듯한 무난한 맛이었어요.

 

 

Mediterranean Breakfast

지중해식 아침 식사라?

그게 어떤 건지 궁금해서 주문한 메뉴인데

정말 아무 맛도 안나는 그냥 빵을 휴머스라는 병아리 콩 소스에 찍어먹어요.

너무 밋밋한 맛이라 세 메뉴 중에 가장 인기가 없었어요.

 

 

Grilled Chicken

흔한 그릴 치킨이지만 간도 잘 맞았고

고기 자체의 질도 좋더라고요.

곁들여진 브로컬리나 콩줄기도 맛있어서 인기 폭발이었지요.

 

일부러 찾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타운홀 근처를 지나다 선택 장애가 올 때 찾아간다면

최소한 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무난한 식당이에요.

이것으로 시드니에서의 첫번째 식사이자 환영 런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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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발 시드니행 아시아나 비행기는

저녁 8시에 출발해요.

소요시간은 10시간 20분.

시드니와 한국의 시차는 2시간-섬머 타임일 때는 1시간-이니까

시드니 현지 시각으로 다음날 오전 8:20에 도착하는 거예요.

좁은 비행기에서 밤새 피로가 누적된 찌뿌드드한 몸으로

바로 여행해야한다고 생각하면 지치고 힘든 점도 있지만

시간에 쫓겨 여행하는 분에게는 매우 경제적인 시간표지요.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날 탑승할 비행기가 2층이라는 사실이예요.

촌스러운가요? ㅎㅎ

2층 비행기가 처음인데다가

어려서 이루지 못한 이층 침대에 대한 로망이

이 나이가 되어서까지 트라우마로 남아

2층이면 무조건 좋아보여요.

2층 버스, 2층 집...

그래서 좌석도 일부러 2층에 있는 2열씩 붙은 자리로 지정했어요.^^ 

 

출발 몇일 전에야 좌석을 지정했는데도

빈 자리가 많이 남아있었고 제 옆자리도 비어있어서

운 좋으면 혼자 앉아갈 수 있겠구나 내심 기대했는데...

그러면 그렇지요.

빈 자리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옆자리 역시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이미 앉아계시더라고요.

그래도 남자 분이 아니라 다행이다 생각하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지요.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나이 들어가면서

같은 동성에 대해서는 초면이라도 경계심이 별로 안생기더라고요.

젊었을 땐 진짜 독야청청,

누가 말만 걸면 한 대 칠 것 같은 표정으로ㅋㅋ 앞만 쳐다봤었는데 말이죠.

내가 살아봤거나 살고 있거나 살고 있는 삶과

그들의 삶이 어떤 면에서건 닮아있다고 생각하면

다들 귀하고 연약한 존재들이니까요.

 

어쨌든 그렇게 열린 마음으로 먼저 인사를 건넨 이후

자연스럽게 시작된 수다 한 마당.

그 여사님은 호주에 살고있는 절친의 초대로

칠순 기념 여행을 가시는 거래요.

나도 친구네 놀러간다며

역시 나이들면 친구가 최고라는 공감대가 격하게 형성되었죠.  

그러면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여사님 친구에 대한 얘기도 들어드리고

간간히 내 친구 이야기도 하다보니 금방 친해졌어요.

역시 아줌마들의 친화력이란~ㅎㅎ

 

그 여사님은 늘 패키지로만 다녔는데

난생 처음 이렇게 혼자서 장거리 여행을 가자니

영어도 못하는데 입국 심사 어찌 받냐며 걱정이 태산.

비슷한 처지지만 그래도 2년전에 호주 여행을 먼저 다녀온 선배로서

시드니에 대해 이런저런 아는 척을 하며

영어 못해도 아무 상관없다고 장담하니 조금은 안심하시더라고요.

사실 그 여사님만 해도 대단하신 거죠.

아무리 현지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는 해도 그 연세에 혼자 그 먼길을 가신다니...

안해보던 일을 처음으로 해본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건데요.

막상 해보면 정말 별 거 아닌데 말이죠.

여사님한테는 큰 소리 뻥뻥 쳤지만 사실 저도 속으로는 많이 긴장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그 여사님보다 젊긴 하지만, 어쨌든 저도 혼자는 처음이었으니까요.

하여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뭐든지 해봐야 해요.

겁먹고 망설이며 시간을 보내기엔 인생은 정말 짧지요.

 

그건 그렇고 로망이었던 2층 비행기의 탑승 소감을 얘기해볼게요.

아시아나 2층 비행기는 탑승할 때 계단을 올라간다는 사실을 빼곤

내부는 일반 비행기와 똑같아요.

그런데 정말 비행기가 어마어마하게 커요.

그래서 짐 찾을 때는 오래 걸리는 단점도 있어요.

짐이 나와도 나와도 끝이 없더라고요~

 

 

두좌석이 붙어있는 라인의 경우

창가쪽 자리엔 이렇게 구석에 수납 공간이 있어서

자잘한 물건들도 넣을 수 있고 기대어 잠을 자기에도 편하겠더라고요.

저는 화장실 갈 때 불편할 것 같아 복도쪽 자리를 택했지만요.

 

비행기가 곧 이륙하고

1시간 정도 지나니 기내식이 나왔어요.

시드니행 아시아나 항공기에는 기내식이 2회 제공되는데요

첫번째 기내식은 쌈밥과 치킨 감자구이? 중 선택 하는 건데

나와 여사님은 둘 다 쌈밥을 신청했어요.

그런데 승무원이 쌈밥은 떨어졌다며 알아보겠다고 가더니

잠시 후 나타나 승무원용으로 제공된 쌈밥이 있다며 그걸 주더라고요.

 

 

남의 밥 뺏어먹는 것 같아 미안하긴 했지만

확실히 맛은 있었어요.

대만 갈 때도 그런 적이 있는데

뒷좌석에  앉으면 간혹 이렇게 먹고 싶은 메뉴가 떨어지는 경우가 생겨요.

아무튼 승무원 분들의 양보 덕분에 맛있게 먹었어요.

 

식사 후 여사님은 주무시고

저는 영화를 보는데 중간에 승무원이 입국 카드를 나눠줬어요.

여기에는 여권번호랑 현지 주소, 연락처, 세관 신고할 것 등등

간단한 내용을 적거나 표시하면 되요.

혹시 처음 써보거나 기록 내용이 궁금하면

아시아나 항공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입국카드 견본 보고 예습하고 가세요.

돋보기를 안가져와 글자가 안보인다며 난감해 하시는 여사님을 위해

입국 카드도 대리 작성해드렸어요.

여사님도 인정하셨지만 오늘 옆자리 짝꿍 진짜 잘 만나신 듯~ㅎㅎ

아무튼 그렇게 영화를 보다, 졸다, 자다, 깨다

비몽사몽 간에 간간히 여사님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아침 식사 시간이 되었어요.

아침 메뉴는 죽과 오믈렛 중 선택이었는데

다행히 이번엔 뒷좌석부터 서빙해주어서 원하는 걸 한 번에 선택할 수 있었어요.

새벽 시간이라 입맛이 없던 나와 여사님은 죽을 선택했는데

소화도 잘 되고 맛도 좋더라고요.

아시아나 오랜만에 타봤는데 기내식 많이 향상되었던데요.

그렇게 해서 장장 10시간 20분의 비행 끝에

무사히 시드니 공항에 도착했어요.

여사님과 함께 짐을 찾아 별 문제없이 세관을 통과한 후

입국장을 나서니 바로 앞에 여사님 친구분 모자가 마중을 나와 계시더라고요.

두 분은 마치 수십년 만에 만난 이산 가족처럼 감격의 포옹을 나누셨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저도 흐뭇^^

역시 오랜 친구가 좋지요.

여사님을 친구분께 무사히 인수인계? 하고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눈후

저 역시 제 친구를 만나기 위해

갈 길을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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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은

언제나 설레임과 기대로 가득하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여행 자체보다도

여행을 기다리는 그 순간을 더 사랑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여행과 관련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바로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하나하나 돌이켜보는 시간이에요.

  

떠나기 전에 꿈꾸던 막연한 환상과

터무니없이 높았던 기대감이

현실 속 경험과 만나면서 제 자리를 찾고  

그래서, 더 내 것이 된 진짜 여행의 시간이 바로 그 때지요.

쭉쟁이는 가고 알맹이만 남은 내 여행에 대한 기억.

그걸 떠올리고 정리하면서

내가 다녀온 여행이 진짜 내 시간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2017년 11월 1일부터 12월 30일까지 다녀온

호주 시드니 여행에 대한 기록을.


50세가 저물어가던 그 즈음에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긴 휴가가 주어졌는데

사실 처음부터 시드니를 가려던 건 아니었어요.

그렇게나 오래 시드니에 있을 생각도 아니었고요.

처음엔 그냥 제주도 한 달 살기를 갈까 고민 중이었는데

시드니에 이민간 오랜 친구가 방을 제공할테니

그리 와있으라고 해서 갑자기 결정되었어요.

사실 시드니는 이번이 두번째 여행이였고요

호주의 깨끗한 공기와 낮고 파란 하늘을 워낙 사랑하는 제겐

낙원의 이미지로 남아있는 곳이에요.

저차원적인 생존 영어만 가능한 제게

시드니를 혼자 여행한다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꿀 일이지만

유사시에 보호자 역할을 해줄 든든한 빽이 있으니 못 갈 이유가 없었지요.

 

어쨌든 그렇게 떠나게된 시드니에서는

주로 혼자 보내는 시간들이 많았어요.

친구는 워낙 바빠서

같은 집에 살아도 밤에 잠깐, 주말에나 만날 수 있었고  

저 역시 시드니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느라 좀처럼 집에 붙어있질 않았으니까요.  

서로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각자 편한대로

따로 또 같이 존중하며 사니 오히려 제가 많이 편했지요.

그 친구가 시드니로 이민간 후

중간에 몇 번 연락 끊긴 적도 있는데

그 때 잘 붙들어둔 보람이 있더라고요.

혹시 해외에 사는 친구 있으면 지금이라도 친하게 지내세요.

가까이 사는 친구도 좋지만

멀리 사는 친구는 나이가 들수록 더 쓸모가 많아요.^^

 

아무튼 그렇게해서 방값 비싼 시드니에서

여행자 혹은 장기 체류자로서 생활하던 날들의 기록을 시작하려해요.

어제 일도 기억하기 쉽지 않은 이 나이에

무려 5개월 전 일을 떠올린다는 건 쉽지 않은데다

어차피 모든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이고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올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미화되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을 다시 떠올려보고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두는 일은

어쩌면 같은 곳을 두 번 여행하는 것

아니, 앞으로 이 여행기를 볼 때마다 떠올릴 것까지 포함하면

반복해서 여행하는 것과 같으리라 생각해요.

그리고, 여행은 예습 보다는 복습이라 믿는 저에게 기록은 필수지요.

 

이 모든 이유에 더해

결국 내 인생은 내가 걸은 길의 총합이라는 점에서

여행의 기록은

먼훗날 내가 나를 돌이켜볼 수 있는 사료?가 될 수 있다고 믿기에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해

다시 한 번,

지금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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