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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문자 그대로 한양 도성의 북쪽에 위치한 동네로 

그 이름만으로도 품위와 옛스러운 정취가 느껴지는 곳이다. 

성북동은 조지훈 시인, 소설가 이태준을 비롯해 많은 문인들이 살았던 곳으로도 유명하고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으며 

삼청각, 한양 도성 등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문화 유산으로도 유명하지만, 

내가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바로 여기,

 <길상사>



<길상사>를 찾아가는 길은 

어?와 아!의 연속.



절이 있는 언덕길을 걸어올라갈 때만해도

'어? 정말 이런 곳에 절이 있네' 싶었던 신기함은 

막상 절에 들어선 후로는 

'아! 어쩌면 주택가 한 가운데 이렇게 고즈넉한 공간이 있을까?' 싶은 감탄으로 바뀌었다. 



오래된 동네답게 

아름드리 나무들이 자리한 경내 풍경과 함께 

구석구석 세심하게 돌본 흔적들이 조화를 이루는 

<길상사>



한 바퀴 돌아보니

밖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사찰 규모가 꽤 컸는데 

이 넓은 땅을 신자분께서 시주하신 것이라니 놀라웠다. 



지금의 길상사가 세워진 이 자리는 

원래는 <대원각>이라는 고급 요정이 있었다고 한다. 

<대원각>을 운영하던 사람은 김영한이라는 여자 분인데 

그녀는 16세에 기생에 입문한 이후 

대원각을 운영하면서 꽤 많은 재산을 모았단다. 

하지만, 그녀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 사상에 감화되어 

이 땅을 시주했고 

그래서 이 곳은 그녀의 법명인 길상화에서

절 이름을 따서 길상사가 되었다고~



김영한이라는 분은 백석 시인과의 로맨스로도 유명한데 

백석과 김영한은 22세때 만나 3년간 열애했지만

1939년에 백석이 만주로 떠나 북한에 자리를 잡으면서 

둘은 영원히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영한은 평생동안 백석을 그리워하면서 

자비를 들여 백석 문학상을 제정하기도 했는데  

당시 시가 1000억이었던 대원각 부지를 시주하는 그녀에게 

어떤 사람이 그 돈이 아깝지 않냐고 했더니 

김영한 왈, "그까짓 천억 백석의 시 한 줄만도 못하다"고 말했다니 

백석에 대한 그녀의 존경과 연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 것 같다. 



분단으로인해 

그들 말고도 얼마나 많은 가슴아픈 이별이 있었을 지 

새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언덕을 올라가니 

길상사 맨 위, 모퉁이 자리에 <진영각>이 눈에 들어왔다. 



이 곳에는 법정 스님의 영정과 친필 원고, 유언장 등이 전시되어 있어 

법정 스님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워낙 무소유를 강조하신 분이니 

전시품조차 별다른 것들이 없지만,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바로 이 의자. 

투박하게 만든 나무의자지만, 

저 자체가 꾸밈없고 소박한 법정 스님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정답게 느껴졌다



<길상사> 관람을 나오는 길에 

입구에 세워져있는 "맑고 향기롭게"의 강령을 읽어보았다. 




"맑고 향기롭게"는 법정 스님께서 만드신 단체인데 

"마음을, 세상을,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라는 

아홉가지 실천 덕목을 바탕으로 하는 시민 모임이다. 

스님께서 입적하신 후에도 

여전히 그분의 정신만은 맑고 향기롭게,

우리 사회 곳곳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성북동에 있는 여러 명소와 함께 가기에도 좋은 <길상사>

단풍이 곱게 물든 이 계절에 

멀리 갈 수 없다고 아쉬워만 하지말고

부담없이 다녀오기에도 아름다운 단풍 명소다. 

아쉽게도 나는 10월 중순쯤 다녀와서 단풍을 많이 보지 못했지만, 

지금쯤이면 형형색색 아름답게 물들었을 듯~

8월무렵부터 피는 이 곳 꽃무릇도 그렇게 아름답다던데...

사시사철 어느 계절에 찾아도 좋을 <길상사> 후기는 여기까지. 




2019/10/25 - 성북동 맛집 추천, 할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나물 한 상 <선동보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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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공원 호수 둘레길에 이어

동물원 산림욕장 길을 걸은 후라 다리가 조금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얼마만에 온 동물원인데...

게다가 입장료를 5천원이나 냈는데 그냥 나가기는 너무 아쉬워

동물원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원래는 동물원 둘레길을 돌까했는데

그리로 가면 동물은 볼 수 없는데다

(차는 거의 다니지않지만) 차도를 걷는 것보다는

동물원 안쪽으로 도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동물원 안쪽으로 들어가 크게 둘레길을 걸었다.

 

산림욕장길의 종착점이었던 호주관.

 

 

만화같은 데 보면 흔히 캥거루를 복서로 묘사하지만

사실 캥거루의 몸에서 정말 힘이 센 곳은 바로 저 꼬리라고...

 

 

동물을 구경하는 입장이 아니라

안에 갇힌 동물의 마음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면서부터

동물원은 내게 즐거움 보다는 슬프고 안스러운 마음이 생겨나는 공간이 되었다.

그래서 젊은 시절, 사는 일이 내 맘같지 않다거나

때론 쳇바퀴 돌듯 좁은 공간을 살아가는 나 자신이 갑갑할 때면

역설적이게도 동물원을 찾게 되곤 했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아무런 판단이나 생각없이

그저 낯선 동물들을 바라보는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던

순수한 동심을 간직했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동물원 안쪽으로 크게 테두리를 만들어 돌다보니 만나게 된 시냇물.

평일 오후 시간이라 소풍 온 단체 관람객들도 다 빠져나가고

한적하고 고요해 마치 숲 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예전에 아이들과 동물원에 올 때면

많은 시간을 보냈던 놀이터.

그 때 아이들이 즐겁게 탔던 악어미끄럼틀은 지금은 다른 것으로 개조되고

놀이터의 시설물들도 교체되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언제나 그 자리에~

 

 

서울 동물원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역시 가을이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렇게 고운 단풍잎들을 바라보며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산책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찾기 힘들 듯~

 

 

한 폭의 풍경화 같던 하늘과 구름과 나무.

연인끼리 데이트 하기에도

가족들이 나들이 하기에도

친구끼리 함께 걷기에도 좋은 곳이지만

이 가을날에 가장 어울리는 건 역시 혼자만의 산책.

 

 

예전엔 없던 조류관 조형물을 보니 조금 낯설긴 했지만

예쁘게 잘 꾸며놓았길래 기념으로 한 컷.

 

양 옆으로 늘어선 단풍든 나무 사이를 걸어가며

눈도 마음도 호강한 날.

 

 

자유롭게 뻗어나간 나무 줄기들이 저 높은 곳에서 만나

서로 얼키고 설키며

흡사 숲터널 같았던 서울 동물원 둘레길.

 

 

 

아직 물들지 않은 초록빛 이파리들도 많은데

벌써 낙엽이 되어 이렇게 쌓여있는 나뭇잎들을 보고있노라니

역시 모든 것에는 저마다의 시간이 정해져있는 것인지...

 

 

 

 

단풍은 단풍 자체로 볼 때보다

저렇게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볼 때가 더 아름다운 것 같다.

하늘처럼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편안한 배경이 되어주는 사람으로 나이들어가고 싶다.

 

 

 

수년 만에 찾아온 동물원이다 보니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늘었다.

그 중 가장 신기했던 건 바로 이 분. 렛서팬더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 "쿵후팬더"에서 사부님으로 설정된 그 동물이다.

이름에 팬더가 들어가지만 곰과는 상관없고

너구리과에 속한다고~

 

 

 

호랑이 우리 근처에서 전시중인

민화 작품들.  

이 그림들을 보다보니 수십년전에 개봉했던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이 떠오른다.

정말 세월 참 빠르다.

 

 

우리나라 동물원에도 미어캣이 있었다니...

시드니 동물원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동물인데.

라이언 킹에 나온 티몬과는 달리

실제로 보면 어딘지 모르게 어수룩하고 뭔가 뻘짓을 일삼는 귀여운 녀석들.

반가운 마음에 한 컷.

 

 

동물원 정문 쪽으로 걸어나오다 보니

그 쪽에서도 전시회가 한창이었다.

풍경도 예쁘고 그림도 예쁘고~

이 날은 온통 예쁜 것만 보게된 아름다운 하루.

 

 

서울 대공원 호숫가 둘레길,

동물원 산림욕장 코스,

동물원 내부 둘레길 등 

서울 대공원 주변에는 정말 걷기 좋은 길이 많다.

이 세 경로를 하루에 다 걷기는 사실 만만치 않은 거리고

다 걷는다고 누가 상주는 것도 아니니까ㅎㅎ

한 코스라도 마음 내키는 대로 천천히 걸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어느 코스를 걷든 가을은 거기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2018/10/25 - 과천 서울대공원 호숫가 둘레길(청계호숫가 전망좋은길)

2018/10/27 -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서울 동물원 산림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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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호숫가 둘레길을 가볍게 걸은 후

오늘의 진짜 목적지인 서울 동물원 산림욕장길로 향했다.

 

 

<서울 동물원 산림욕장길 가는 방법>

1. 지하철 4호선 대공원 역, 2번출구로 나가

   코끼리 열차(어른 1회 1000원) 또는 스카이리프트를 타고 동물원 입구에 내린다.

2. 마찬가지로 2번출구로 나가 동물원 매표소까지 걷는다.

   내 경우는 동물원 정문이 아니라

   그 곳에서 미술관 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있는 북문으로 들어갔다.

   출발점인 호주관 쪽에서 출발하려면 동물원 정문으로,

   종착점에서 출발점 즉, 반대 방향으로 걸으려면 북문으로 가면 된다.

   어차피 한 바퀴 도는 것이라 어디에서 출발하든 상관없지만

   개인적으로는 북문쪽에서 출발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권 구매>

산림욕장길을 걷기 위해서는 동물원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가격은 5천원.

 

<경로>

산림욕장은 동물원을 둘러싸고 있는 산길을 한 바퀴 돌아 조성되어 있으며

전체 길이가 8km인데 둘레길이라기보다는 산길에 가까워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된다.

중간 중간 동물원 쪽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샛길들이 나오긴 하지만

코스를 끝내려면 2-3시간 정도 소요되므로 물이나 간식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중간에 피크닉 테이블이나 쉴 수 있는 공간들이 자주 나오므로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도 산행의 즐거움을 더하는 좋은 방법이다.

 

 

서울 동물원 북문에 있는 매표소.

 

 

북문으로 입장해 왼쪽으로 조금 걷다보면 화장실 건물이 나오는데

그 곳에서 정면에 이렇게 철문이 보인다.

언뜻 보기에 닫혀진 것 같지만,

왼쪽에 있는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문이 열린다.

 

 

철문을 나가 조금 걷다보면 이렇게 왼쪽으로

산림욕장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

에티켓 내용을 숙지한 후 계단을 오르기 시작.

 

 

 

초반부터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며

그저 가벼운 둘레길로만 알고온 내 예상이 빗나갔음을 체감했다.

헉헉~

 

 

 

내 생각에 삼림욕길은  둘레길 보다는 가벼운 산행에 가까운 코스인 듯~

실제로 이 길을 걸으면서 만난 대부분의 분들이

등산복과 스틱등을 갖추고 걸었던 걸 보면

단순히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비온 후에는 낙엽이 물에 젖어 미끄러울 수 있으니

다른 건 몰라도 신발만큼은 등산화나 트래킹화 등 미끄럽지않은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삼림욕장 코스에는 중간 중간 이렇게

테마숲과 그에 대한 설명에 관한 안내문이 나오고

벤치나 피크닉 테이블 등 휴식 공간 조성도 잘 되어있었다.

 

 

<사귐의 숲>을 지나면서 본 친밀한 사귐을 위한 방법들.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내용이지만

나처럼 낯을 가리는 사람이 실행하기엔 커다란 용기가 필요.

그런데, 이 구간을 지나며 만난 어르신께서 내게 먼저 다정하게 말씀을 건네오셨다.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보시더니

"정말 예쁘지요?" 하시며 저 쪽으로 가면 더 예쁘다며

좋은 사진 많이 찍어가라고 말씀해주셨다.

'참 곱게 나이드셨구나' 생각되는 자연스러운 주름과

얼굴에서 느껴지는 연세와는 달리

신체 나이는 40대라고 해도 믿을 만큼 단단해보이시는 분.

나도 저 분처럼 곱게 나이들어가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날 산에서 본 단풍 보다 더 고운 분.

 

 

친밀한 사귐은 물론,

곱게 나이들어가기 위해서도 명심해야할 10가지!

꼭 기억해둬야지.

 

 

 

다양한 빛깔의 단풍으로 빛나던 가을 오후.

 

 

가을을 대표하는 국민 애송시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를 산길에서 만나니 더욱 울림있게 다가왔다.

이 가을과 더불어 내 영혼도 깊어지기를....

 

<독서하는 숲>이라 이름붙여진 이 곳.

날씨도 그렇고 평일이라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어

한적하고 고요함 속에 책을 읽기에도 좋은 분위기였다.

 

 

 

 

 

<쉬어가는 숲>

제각각 특색있기 다양한 테마들을 설정히는 일도 쉽지않았을 것 같다.

도심 속에 이렇게 고요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위해 애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감사.

 

 

깊은 산 속 옹달샘 같은 곳.

수질 기준이 식수로도 적합하다니

여름이라면 갈증해소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다.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가을 산의 아름다움.

 

 

단풍이 든 나무를 전체로 보는 것도 아름답지만

이렇게 하나씩 뜯어보면 친밀감이 더해져 더 곱게 느껴진다.

마치 어린왕자가 장미를 길들이듯

길 위에서 마주친 꽃과 나무들을 길들이는 나만의 방법.

 

 

오르락 내리락 다시 오르락을 반복하며 마침내 도착한 산림욕장 전망대야말로

산림욕길의 하이라이트.

동물원 식물원, 서울랜드를 비롯해 우면산과 63빌딩까지 조망되는

멋진 곳이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점점 더 쌓여갈 낙엽들.

 

 

 

숲이 우리에게 주는 유익함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으뜸이라고 생각하는 건

바로 숲의 치유 효과.

숲을 걷다보면 어느새 일상에서는 쉽게 얻지못할 안정감과 평안함 속에 있는 나를 보게된다.

어쩌면 진짜 약은 병원이 아니라 자연 속에 있는지도...

 

 

 

 

오르막길을 열심히 오르고 또 다시 계단을 내려가니

드디어 산림욕장의 출발점(내게는 종착점)인 호주관 앞길이 나타났다.

 

평지가 아니라 산길로 8km다 보니

나에게는 걷기 편한 길은 아니었지만

가을을 느끼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서울 동물원 산림욕장길.

이 가을이 가기전에 꼭 한 번씩 걸어보기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이 곳을 걷고 여세를 몰아 조금 더 걷고 싶다면

동물원 둘레길이나 동물원을 한 바퀴 도는 것도 좋고

서울 대공원 호숫가 둘레길을 걷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호숫가 둘레길을 이미 걷고온 나는

동물원을 한 바퀴 돌기위해 다시 고고씽!

 

2018/10/25 - 과천 서울대공원 걷기 좋은 길 1. 호숫가 둘레길(청계호숫가 전망좋은길)

2018/10/27 - 단풍이 곱게 물든 걷기 좋은 길, <과천 서울 동물원>

2018/10/18 - 상암동 월드컵 공원 2. 가을 정취 물씬 풍기는 <하늘 공원 억새 축제>

2018/10/07 - 걷기 좋은 길 <항동 철길과 푸른 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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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단풍 소식을 듣고있자니

마음은 연신 들썩거리지만

역시나 멀리 떠날 수 없는 것이 내 현실.

진짜 여행자에게는 일상이 여행이라는 말로 행복회로를 돌려가며

단풍이 곱기로 유명한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출발했다.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않는 서울대공원에는

모두 3개의 둘레길이 있다.

그 중 하나인  호숫가 둘레길은

해오름다리~미리내다리~동물병원~관리사무소로 이어지는 2.7km의 구간이다.

여기에는 안전사고를 우려해 34년 동안 출입을 제한해오다 지난 6월부터 개방된

0.6km 구간이 포함되어있다.

 

가는 방법은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2번 출구로 나가서

코끼리열차 타는 곳에서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걸어가다

호숫가로 들어가는 길이 나오면 그리로 가면 된다.

 

 

호수 위로 지나가는 스카이 리프트.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을 태우지 않은 빈 리프트가 더 많았다.

리프트에 앉아 내려다보는 호숫가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이 구간이 바로 34년만에 개방했다는 둑방길이다.

바닥에는 야자수 매트가 깔려있고

왼쪽에는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심어져있는데

정말 걷기 편하고 아름다운 길이다.

 

 

그야말로 산좋고 물좋고 정자까지 좋은

무릉도원 같은 이런 곳에서도 역시나 문제는 있었다.

길 옆에 놓인 피크닉 테이블에

할아버지 몇 분이서 술을 드시고 계셨는데

도대체 언제부터 드시고 계신건지

정오도 채 되지않은 시간에 벌써 빈 병 몇 개가 나뒹굴고 있더라는~

서울 몇몇 국립 공원에서 음주를 법적으로 금지시켰다는데 이 곳은 아닌가보다.

하기야 불법인 곳에서도 버젓이 술판을 벌이는 모습을 본 적 있으니

법 규정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공공장소에서 더군다나 공원처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찾는 곳에서

지나친 음주는 삼가하는 것이 좋지않을까 싶다.

 

 

호수 건너편으로 바라다보이는

아름다운 단풍과 서울랜드.

 

 

이렇게 날씨가 맑은 가을날 호수가 주는 또다른 선물은  

호수에 비친 그림자다.

 

 

잔 물결이 일렁이는 물 속에 떠있는

구름과 하늘, 그리고 나뭇잎들.

 

 

중간 지점쯤에 있었던

호숫가 바로 옆 드넓은 잔디밭과 피크닉 테이블에는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이나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가 본 피크닉 장소 중 최고의 스팟이라 할 수 있을 듯~

 

 

수많은 나무 중에서도 한 눈에 눈길을 끌던

단풍 나무.

'나도 너처럼 곱게 물들어 가고 싶어.'

 

 

호숫가 둘레길은 여기서 잠시 끊어져

저 계단을 올라 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단풍 나무나 은행 나무 만큼 화려한 단풍은 아니지만

나는 이 벚나무의 단풍에 늘 마음이 끌린다.

 

 

아까 걸어온 메타세콰이어 나무길이

어느 새 반대편에~

 

 

물 위에 비친 그림자 세상을 볼 때마다

자연은 어쩌면 신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하나의 은유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어쩌면 물 위에 비친 세상처럼 모든 것이 희미한 그림자 세상일지도...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고린도전서 13:12

 

한 나무 전체가 같은 빛으로 물든 것 보다

이렇게 여러 빛깔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이맘 때만 볼 수 있는 아름다움.

우리 사는 세상도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양한 사람들이 제각각의 빛으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게 진짜 아름다운 사회.

 

 

 

 

호숫가 둘레길을 걷고난 후

다음 코스인 동물원으로 향해가다가

국립현대미술관 야외 정원에 잠시 들렀다.

 

 

예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나의 표현력이 안타깝다.

벤치에 앉아 잠시 차를 마시고

동물원 삼림욕장을 향해 출발~

 

 

2018/10/27 -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서울 동물원 산림욕길>

2018/10/27 - 단풍이 곱게 물든 걷기 좋은 길, <과천 서울 동물원>

2018/10/18 - 상암동 월드컵 공원 2. 가을 정취 물씬 풍기는 <하늘 공원 억새 축제>

2018/10/07 - 걷기 좋은 길 <항동 철길과 푸른 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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