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고 하버 브리지를 건널 때마다
제 눈을 즐겁게 해주던 곳이 있는데요
그 곳이 바로 시드니의 유일한 놀이 공원 <루나 파크>예요.
입구에 세워진 캐릭터가
밤마다 형형색색 조명으로 환하게 밝혀지는데
조금 엽기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ㅋ
멋진 야경을 자랑하지요.
시드니에 사는 친구 말로는
놀이 기구나 시설물들이 오래된 데다
종류도 많지 않아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고 해요.
애초에 놀이 공원에는 관심 조차 없었지만
이 쪽에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웬디의 비밀 정원>(Wendy's secret garden)때문이에요.
<웬디의 비밀 정원>은 사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예요.
현지인인 제 친구 조차 처음 들어봤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호주 관광청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이 곳에 얽힌 사연을 알게된 후
꼭 가고 싶었어요.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사연이 숨어있는 정원이었으니까요
이 곳은 원래 쓰레기 더미로 가득한 버려진 땅이었는데요
Wendy Whiteley라는 분에 의해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으로 재탄생했다고 해요.
그녀의 남편은 Brett Whiteley라는 유명한 화가인데
시드니 하버가 바라다보이는 이 곳,
라벤더 베이에 있는 그들의 집에서 20년간 함께 살다가
1992년에 사망했대요.
남편이 죽고 슬픔 속에 빠져있던 그녀는
집 앞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 땅들을 가꾸기 시작했다는데
2001년에는 딸 Arkie를 잃고 더욱 큰 슬픔에 빠졌지만
정원을 가꾸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고해요.
웬디의 정원에 얽힌 사연들을 알고 나니
그 곳에 심어진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도
무심하게 바라봐지지 않더라고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아무런 생의 의미도 찾을 수 없는 그 순간에
그녀를 지탱해주었을 유일한 삶의 끈.
그녀가 심은 풀 한포기, 꽃 한송이에 담겨있을 그녀의 슬픔과 그리움에 대해,
한 순간에 쓰나미처럼 다가오는 운명의 잔인함에 대해,
그것을 견뎌내는 방식에 대해,
그리고 비록 존재의 방식이 달라지고 기나긴 세월 동안 만날 수 없다고 해도
결코 끝나지 않는 사랑의 영원성에 대해 생각하면서
오래오래 정원을 거닐 었습니다.
<웬디의 비밀 정원>에서 내려오니
하버브리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산책길이 이어져있었어요.
항구 도시 시드니에는
우리가 자동차 소유하듯 보트를 소유한 사람들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곳곳에 선착장들도 있고
개인 소유의 배들이 정박해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산책로를 쭉 따라걸으면
루나파크 뒷편으로 이어지는데요
야경 보러 이 쪽에도 많이 오시더라고요.
밤에 보는 풍경이 예쁘긴 하죠.
여기서 좀 더 걸어올라가면 밀슨스 포인트라는 역이 있어요.
걷기 좋아하시면
그 역 뒷편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 하버 브리지를 걸어서 건너는 것도 추천합니다.
30분이 채 안걸리기 때문에 걸을만하고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보는 오페라 하우스도 멋지거든요.
경로를 정리하자면
밀슨스 포인트 역에서 내려 <웬디의 비밀정원>(라벤다 베이)에 갔다가
산책로를 따라 <루나파크>까지
<루나 파크>에서 <밀슨스 포인트> 역으로 가거나
<루나파크> 바로 앞에 있는 와프에서
시내 쪽으로 배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항구도시 시드니가 아니면 하기 힘든 신선한 체험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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