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별이의 종강이 늦어진 관계로 우리 일정에도 차질이 생겨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이 생겼다.
말도 통하지 않는 프랑스에서 혼자 다녀야한다는 사실이 조금 긴장되었지만
길만 나서면 애초의 두려움 따위는 사라져버리고 불도저ㅋㅋ 정신이 살아나는 나이기에
혼자서 시간 보내기엔 최상의 장소인 루브르 박물관을 향해 출발!
루브르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4군데가 있다고 하는데
그 중 많이 이용하는 문은 두 곳이다.
루브르역에서 내려서 지하 입구나
유리 피라미드 입구를 통과하면 된다.
나는 유리 피라미드 입구를 이용했는데
입구 앞에 줄이 두 가지로 나뉘어있었다.
한 쪽은 빠른 입장이 가능한 줄로
표를 이미 사가지고 온 사람들이 이용하는 줄이고
다른 한 줄은 아직 매표를 하지 않은 사람들의 줄로
유리 피라미드 내로 들어가서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간 곳에 매표소가 있다.
티몬이나 위메프 혹은 여러 티켓 사이트를 통해
루브르 박물관 이용 티켓을 사전에 구입할 수 있는데
어차피 현장에 와서 다시 종이 티켓으로 교환해 입장해야하니
나처럼 이른 시간에 박물관에 갈 꺼라면 현장 구매하는 것이 나은 것 같다.
루브르의 개관 시간은
월,목,토,일 : 9시-18시
수, 금: 9시-21시 45분
매주 화요일은 휴관이며
매월 첫째주 일요일은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관람료: 성인 15유로
늦게 가면 줄이 길다고 해서 서두르다 보니 9시 20분 전에 도착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줄이 길지 않았고
유리 피라미드 입구에 들어서니 테러 방지를 위한 소지품 검사를 했다.
피라미드 입구로 들어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니 매표소가 나왔다.
루브르 박물관은
리슐리외관, 드농관, 설리관 이렇게 세 곳으로 이루어져있는데
각각의 출입구가 따로 있지만 건물들이 서로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루브르 박물관의 전시품은 40만점이라는데
꼼꼼히 보려면 최소 일주일이 걸릴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루브르의 대표적인 소장품 40여가지만 보는 방법을 추천한다는데 그렇게만해도 5시간 이상이 소요된다고...
시간과 체력은 제한되어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관람 방법을 선택해야했던 나는 욕심을 버리고
다 보겠다는 생각 보다는 관심있는 것만 보기로 결정.
입구에 비치된 안내가이드를 참고해 무엇을 볼 것인지 대충 정하고 입장을 했다.
지하 1층 안내데스크 앞에 한글판 가이드가 구비되어있다.
나는 10시부터 오후 5시 정도까지 관람을 했는데
관심 있는 것 위주로 골라 봤음에도 불구하고
못본 것도 많고 무엇보다도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여행은 돈 있을 때가 아니라 다리 힘있을 때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는 말이
박물관 만큼 뼈저리게 실감나는 곳도 없더라는~
루브르는 미술관이 아니라 박물관이기때문에
미술 작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물들도 전시되어 있는 곳이지만
유물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나는 회화 작품 위주로 보기로 했다.
그 중에서도 원작의 웅장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대형회화실부터 가기로 하고
드농관 1층(우리식으로 하면 2층, 프랑스는 0층부터 시작)
프랑스 대형 회화실75-77호실부터 찾았다.
-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나폴레옹 1세 대관식>
1804년에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거행된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그린 작품으로
제목과는 달리 나폴레옹이 부인 조제핀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책에서 자주 보던 그림이지만 실제 크기(979X621)로 보니
작품의 웅장한 스케일에 압도당해 숨이 막혀왔다.
- 파올로 베로네세 <가나의 결혼식>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원정때 이 그림의 크기에 반해 전리품으로 가져왔다고.
예수가 행하는 기적의 배경을 가나안이 아니라 베네치아로 설정하고
당시 베네치아의 화려한 연회를 그린 것이라고 한다.
대형 회화실 그림들을 다 본 후 같은 층 6호실에 있는 <모나리자>를 보러갔다.
<모나리자>는 생각보다 작은 그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앞에 모여있기 때문에 찾기 쉬웠다.
누구나 알고있는 유명한 그림이지만 현장에서 보는 느낌은 확실히 책으로 보던 것과는 다르고
어느 방향에서 봐도 그녀의 시선이 나를 따라다녀 뭔지 모를 친근감이 느껴졌다.
계단에 전시되어 있던 <사모트라케의 니케>
승리의 여신 니케가 뱃머리에 내려앉으려는 순간을 형상화한 조각상이라고 한다.
기원전 190년에 작품이라는데 원래는 오른쪽 날개도 없었지만
박물관에 들어온 직후 왼쪽 날개를 참고해 석고로 만들어 붙였다고~
밀로의 비너스는 리슐리외관 0층에 있는데
이 곳에는 이 작품 말고도 비너스를 형상화한 많은 조각품들이 있었다.
그 작품들과 비교하면서 보니
밀로의 비너스가 왜 비너스상들 중에서도 최고로 인정받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에는 이 밖에도 수없이 많은 명작과 유물들이 있지만,
이런 사진이나 내 짧은 표현력으로는 도저히 그 감동을 전하기 힘들다.
직접 경험해보는 것 이상의 좋은 방법은 없을 듯~
티켓은 하루 동안 유효하기때문에 박물관 밖으로 나갔다 재입장해도 된다.
그러니 박물관 근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도 되지만
로비나 박물관 내에 샌드위치나 빵과 커피 등으로 간단하게 식사할 수도 있다.
내 경우는 로비에 있는 프랑스 국민 빵집 폴(PAUL)에서 빵과 커피로 식사를 대신했는데
시간도 아낄 수 있고 간단하게 끼니도 해결할 수 있어 편리했다.
<루브르 박물관>을 돌아보며
여러나라의 문화 유산을 한 자리에서 다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편리하면서도
약탈해온 세계 여러나라의 문화유산과 보물들을 마치 자기 것처럼
버젓이 전시하고 있는 프랑스가 조금 뻔뻔하고 얄밉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때는 요새였던 이곳을 궁전으로,
다시 박물관으로 변모시키고
미테랑 대통령때는 유리 피라미드까지 지으면서
세게 최고의 박물관을 만들고자 애써온 그들의 노력 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나는 루브르 박물관의 전시품들보다는
박물관 건물 자체에서 받은 감동이 훨씬 더 컸기때문이다.
벽면, 천정, 복도, 계단 등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다 경탄을 불러일으켰던
<루브르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관람 후에
만약 시간과 체력이 허락된다면
박물관 바로 앞에 있는 카루젤 정원과
더 아래쪽에 있는 튈루리 정원 산책을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글에 적힌 작품 해설 내용은 프랑스 여행 안내서인 <프랑스 데이>(pp248-258)에서
일부 발췌한 것임을 밝혀둔다.
일정이나 관광 명소 설명에 중점을 두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이 책에는 프랑스 여행 전에 알고가면 좋을 인문학적, 예술사적 지식들이 잘 정리되어있어
매우 유용하다.
2018/03/23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이토록 완벽한 여행안내서라니~<프랑스 데이>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 > 프랑스 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네가 그린 수련 연작을 만나러 <오랑주리 미술관> (0) | 2018.06.12 |
---|---|
루브르 박물관은 안가더라도 여기는 꼭! <오르세 미술관 > (0) | 2018.06.11 |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0) | 2018.06.11 |
낡은 피아노와 애기(Aggie)가 있는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0) | 2018.06.11 |
지베르니에 간다면 사과주 한잔 <La Capucine> (0) | 2018.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