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베르니는 모네가 말년에 살았던 곳으로
그가 즐겨 그린 수련 연못과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생라자르역에서 출발하는 루앙행 기차를 타고 50분 정도 가다가
베르농 역에서 내려 지베르니행 관광용 기차나 버스를 타면 된다.
나비고는 이용할 수 없으며 기차표를 구입해야 한다.
기차표는 미리 예약할수록 싸고 출발 시간대별로 요금 차이가 있다.
우리는 갈 때는 11시( 9유로) 올 때는 18시경에 출발(11유로)하는 기차를
1인당 왕복 20유로에 이용했다.
베르농 역에 내려 밖으로 나오면
바로 앞에 이렇게 생긴 관광용 기차와 셔틀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기차를 선택.
티켓은 기차를 운전하는 기사분께 직접 구입하면 되는데
왕복티켓으로만 판매하며 가격은 1인당 8유로.
지베르니까지는 20분? 정도 소요되는데
가는 길에 명소를 지날 때마다 불어와 영어로 그 곳에 관한 설명을 해준다.
관광 기차는 파리에서 출발하는 기차 시간에 맟춰 역에서 출발하고
막차 시간이 5시 몇분으로 조금 이른 편이니 내릴 때 확인해보시길~
지베르니에 도착해 기차가 내려주는 곳에서
모네의 집과 정원이 있는 곳까지는 조금 걸어야 한다.
몇 개의 카페와 박물관을 지나 도착한 모네의 집과 정원 매표소 입구.
오랑주리 박물관이나 인상파 박물관 등과 결합된 다양한 통합권도 팔고 있었지만
우리는 모네의 집(정원 포함)입장권만 구입.
가격은 9.5유로.
평일이라 그런지 현장 학습 온 학생들도 많고
관광객들도 꽤 많아서 줄이 제법 길었다.
표를 사서 들어가니 이렇게 기념품 샵이 나왔는데
원래 이 공간은 모네가 수련 연작을 그렸던 아틀리에였다고~
기념품 샵에서 밖으로 나가니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졌다.
획일적인 것을 싫어했던 모네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던 정원.
꽃밭 한가득 피어있는 꽃들이 제각각 다른 종류의 빛깔과 종류였음에도
어지럽고 무질서하기보다는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며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었다.
역시 화가의 정원은 남다르더라는~
집 앞으로 펼쳐진 정원을 지나 지하도를 건너
모네가 그토록 사랑한 연못 정원으로 갔다.
아직 수련이 피는 시기가 아니라 조금 아쉬웠지만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일본교와
연못의 물, 수양버들을 비롯해
그가 그린 풍경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그의 정원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팔레트"라 불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모네의 그림 속 풍경들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모네의 정원과 연못을 걷다보니
세잔이 모네를 두고 했다는 감탄,
"모네는 하나의 눈이다. 그러나 그 눈은 진정 얼마나 대단한 눈인가"라는 말이 떠올랐다.
아무리 위대한 화가라도 그 자체로 완벽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재현해낼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자신의 방식대로 캔버스에 재해석해낸 모네의 그림을 보면
그가 어째서 "빛의 마술사"라는 찬사를 받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카메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던 모네의 연못.
따사로운 봄햇볕에 일렁이던 물결,
그 위에 비친 파란 하늘과 하늘거리며 물속으로 흘러내리는 것 같던 수양버들가지
그리고 부유하던 연잎들.
한가로이 거닐기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발걸음을 돌려
정원 앞에 있는 모네의 집으로 향했다.
모네는 이 곳에서 죽기 전까지 40년을 살았다고 한다.
이 곳에는 그가 살던 당시의 실내 장식과 가구가 있었고
그의 아틀리에도 있었다.
모네 역시 당시의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처럼 일본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 때문에 모네의 집 곳곳에 그가 수집했던 일본화들이 많이 걸려있었다.
며칠 전, 고흐가 생을 마친 <오베르 쉬르 우아즈>를 다녀와서인지
나는 이 곳에서 고흐 생각이 많이 났다.
모네 역시 젊은 시절 끼니를 걱정할 만큼 가난했고
또 사랑하는 아내를 잃는 슬픔을 겪기도 했으며
말년에 백내장으로 고통받기도 했지만
비교적 젊은 나이에 화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고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안정적인 말년을 보내며
마음껏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행복한 생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고흐는 살아 생전에는 단 한 점의 그림만을 팔았을 뿐
세상으로부터 자신의 천재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평생을 가난과 고통, 고독에 시달리다 결국은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며
죽은 지 11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개인전이 열리고
뒤늦게 인정을 받았으니...
과연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이 실감나지만
시대를 앞서간 그의 천재성과 고독한 삶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새삼 운명의 가혹함에 비애감이 느껴졌다.
관람을 마친 후
근처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뒷쪽 언덕을 산책했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봤던 모네의 그림 속에 그려진
개양귀비꽃 언덕과 같은 풍경이 거기 있었다. (실제 모네가 그린 풍경은 이 곳이 아니다)
아직은 꽃이 만개하지 않아 아쉬웠지만
화가가 그린 풍경과 실제 풍경을 보면서 비교해보니
그가 자연을 해석하고 그것을 자신의 그림에 표현한 방식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기차 예약을 미리 해두어야하는 점이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지베르니>는 모네와의 연관성을 떠나
산책하기 위한 장소로도 최고의 공간이다.
우리는 지베르니에 가기 전에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에 갔었는데
이 곳에서 보았던 풍경을 그가 그린 그림 속 풍경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그의 그림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얘약이나 대중 교통 이용이 번거롭다면
여행사 데이투어 상품을 통해
이 곳만 혹은 오베르 쉬르 우아즈와 묶어서 다녀오는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지베르니 카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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