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마운틴 트래킹이 끝난 루라 Cascades에서
루라 마을까지는 걸어서 30분이 채 안걸려요.
작은 시골마을이라 그런지
길에는 차도 거의 안지나가고 사람들도 많지 않았어요.
저는 산책 나온 동네 사람처럼
주택가 정원이나 담장에 핀 꽃들을 구경하며
사진도 찍고 잠깐 앉아 쉬기도 하면서
누가 봐도 참 할 일 없어 보이는 사람답게^^
나무늘보처럼 느릿느릿 설렁설렁 걸어다녔습니다.
사실 이런 곳에선 이렇게 걷는 게 제격이지요.
어떤 도시나 장소에는 다 그 곳에 걸맞는 속도가 있잖아요?
서울 시내 한 복판이라면 이런 속도로 걸을 마음도, 걸을 수도 없겠지만
여긴 시드니에서도 2시간이나 떨어진 작은 마을이니까요.
.
사실 오늘 트래킹 종착점을 루라 마을로 정하게 된 이유는
이 곳이 동화 속 작은 마을 같다는 홍보 문구때문이었어요.
여행사에서 팔고있는 블루마운틴 데이 투어 상품 일정을 보니
오전에 블루마운틴 관광을 한 후
루라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패더데일 동물원으로 간다고 하더라고요.
동물원은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동화 속 작은 마을 같다는 "루라"마을이 궁금하던 차에
마침 블루 마운틴 트래킹 코스가 이 쪽에도 있길래
겸사겸사 오게된 거지요.
제가 볼 때 동화 속 작은 마을이 특별히 다른 곳보다 아름다운 곳을
지칭하는 용어라면 그건 과대 과장 광고가 맞고요
그냥 아무 동화에나 나올 수 있는 평범한 마을이다라는 뜻이라면
거짓말은 아닙니다.
일부러 시간내어 딱히 뭘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조용한 마을 그 자체를 보러왔다면 낚였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실 거고요.
사실 여행자에겐 그런 게 중요하지 않죠.
전세계 75억 인구가 제각각 다른 것처럼
모든 마을은 각각의 고유한 특성이 있는,
누군가에게는 세상 어느 곳보다도 소중한 삶의 터전이니까요.
아무튼 별 기대없이 편한 마음으로 걷기에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마을 중심가에는
이렇게 아기자기한 기념품이나 소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었고
또 식당도 몇 개,
그리고 울월스도 있더라고요.
시드니 와서 처음 혼자 떠난 트래킹이고
영어 울렁증 없이 식사 주문도 잘 한데다
두려운 순간도 잘 이겨내고 계획대로 무사히 트래킹을 마친
저 스스로가 기특해서^^
포상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뭔가 좀 특별한 걸 먹고 싶었어요.
마침 이 곳에 타이 음식 맛집이 있다길래
팟타이를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음식점을 찾아 나섰지요.
가다보니 얼마전 시드니 시내에서 맛있게 먹었던
캄포스 카페 매장도 있기에
식후에 커피 한잔까지 마실 생각에 신이 났었습니다.
타이스퀘어는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요
그러면 그렇지요...인생이 어디 뜻대로, 계획대로만 되나요?
오늘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실망스러운 마음에 캄포스에 가서 빵이랑 커피를 마셔야겠다 생각하고 발길을 돌렸는데요...
이런 이런
좀 전에 지나갈 때만 해도 열려있던 매장이 굳게 닫혔더라고요.
호주 가실 분들 이거 꼭 알고 가세요.
호주 식당이나 카페들은 오픈이 매우 이른 대신 오후 4시면 닫는 곳도 정말 많아요.
시내는 좀 덜하지만 시내에서 조금만 떨어진 곳들은 대부분 그렇고요.
그러니 만약 호주에서 특정 식당이나 카페를 꼭 가보고싶다면
미리미리 영업 시간부터 확인하고 가셔야 헛수고를 안합니다.
이상하게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를 먹어야지 하고 다른 식당들을 찾아봤지만
맘에 드는 곳은 이미 닫았거나 닫을 준비를 하고 있거나
아예 늦게 여는 곳 뿐이더라고요.
차라리 집에나 가자 생각하고 기차역으로 향했어요.
기차가 오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 지루해서
블루마운틴 트래킹 조난을 대비해 준비해왔던 비상식량인
너트바와 우유를 먹으면서 기차를 기다렸고
어김없이 정확한 시간에 도착한 기차를 타고
다시 시드니 시내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제가 생각했던 건
여행은 역시 돈이 있을 때가 아니라-물론, 돈이 없다면 못떠나겠지만ㅋ
다리에 힘이 있을 때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가고 싶은 곳을 원없이 걸어다녀도
아직은 별 무리 없는 제 두 다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고
시드니에서 남아있는 날동안
열심히 트래킹을 다녀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설마 이 긴 글을 여기까지 다 읽으셨다면ㅋ
감사의 의미로 제가 알뜰 팁 하나를 알려드릴게요.
시드니 오팔 카드를 이용해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
하루에 15$ 이상은 결제되지 않는다는 말이 실화더라고요.
예를 들어 카툼바까지 가는 교통비가 11$이라면 갈 때는 11$이 다 차감되지만
올 때는 4$만 결제된다는 거지요.
만약 같은 날짜에 또 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한다면 그건 다 0$
호주 대중교통 요금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장거리를 이용하거나 하루에 여러번 이용하는 경우라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요.
게다가 일요일엔 최대 결제 요금이 2.5$
그러니 알뜰 여행자라면 장거리 여행은 반드시 일요일에 하셔서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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