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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는 카페라고 했지만

사실 이 곳의 원래 용도?는 카페가 아니예요.

어제 포스팅한 <더 그라운즈 오브 알렉산드리아>가

꽃과 풀들이 많은 예쁜 카페라면

<에덴 가든즈>는 꽃과 풀들이 가득한 공원? 식물원?인 동시에

다양한 기념품이나 인테리어 소품들도 판매하는 곳인데

그 안에 레스토랑겸 카페가 있는 곳이니까요.

 

다양한 종류의 화분은 물론, 생활 소품이나 장식품들이 있어서

관광객 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아요.

저는 <레인코브 국립공원>에 트래킹을 가는 길에 우연히 이 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이 곳이 뭐하는 곳인지 궁금해 친구에게 물어보니

<더 그라운즈 오브 알렉산드리아>와 비슷한 컨셉이라기에 궁금해서 가게 되었지요.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찾아갈 수 있어요.

 

 

입구는 평범한 상점 같지만

가게에 들어서면

넓은 매장을 메우고 있는 다양한 식물들과 인테리어 소품들을 볼 수 있어요.

어느 꽃이 생화고 어느 꽃이 조화인지

도무지 분간이 어려울 만큼

진짜 같은 가짜 꽃들도 많아요.

 

 

 

예쁜 식기류나 인테리어 용품들, 다양한 소품들도 한가득인데요

어차피 여행자인 저로선 가져갈 수 없는 것들이 많았고

가격 역시 만만치 않았지만

 

 

아이 쇼핑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힐링되는 느낌이었어요.

 

 

<에덴 가든즈>라는 이름처럼

에덴 동산이 있다면 정말 이렇지않을까 싶을 만큼 예쁜 곳이에요

 

 

매장을 한 바퀴 돌고나니 배가 고파서

바로 옆에 붙어있는 레스토랑 겸 카페로 갔어요.

레스토랑이 넓고 깔끔하고 쾌적해서 맘에 들었지요.

 

 

커피 한 잔과 브루스케타를 주문했는데

가격은 시드니 일반 레스토랑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더 그라운즈 오브 알렉산드리아>에 비하면 메뉴도 다양하고

음식맛도 훨씬 좋았어요.

 

 

브루스케타가 조금 딱딱하긴 했지만

곁들여진 리코타 치즈나 채소도 싱싱했고

발사믹 소스와도 잘 어울려서 대만족이었지요.

 

 

식사를 마친 후

본격적인 산책을 위해 야외로 나왔는데

정원이 정말 넓더라고요.

다양한 꽃들과 나무들을 배경으로

곳곳에 만들어놓은 조형물들도 인상적이었고

 

 

비록 땡볕이지만 곳곳에 쉴 수 있는 공간들도 많아서

여유롭고 편안했어요.

 

 

정원 산책을 마친 후에는  

판매를 위해 야외에 전시해놓은 다양한 화분과 꽃들을 구경했어요.

 

 

여러 송이가 모여있는 화분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자세히 뜯어보면서 독사진?을 찍어주면

꽃 한송이 한송이와 친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마치 김춘수의 시 <꽃>의 한 구절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는" 방식이라고나 할까요?ㅎㅎ

 

 

에덴 동산엔 가본 적이 없으니

그 곳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지난 번에 갔던 서리힐즈의 카페 <더 그라운즈 오브 알렉산드리아>와 비교해보면

저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될 만큼

이 곳이 좋았어요.

게다가 이 곳에서 조금만 걸어내려가면

<레인코브 국립공원> 트래킹 코스도 쉽게 갈 수 있으니

두 곳을 묶어서 다녀오는 것도 시드니의 자연을 즐기는 좋은 방법으로 추천합니다.

 

2018/04/30 - [여행,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호주 시드니 17'] - 길에서 길을 묻다 3 - 도마뱀들의 천국 <레인코브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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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마트료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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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드니에 있는 동안 친구 차를 타고 시내에 나갔다 올 때마다

지나던 10차선 대로가 있는데

그 길 양 옆으로 정글같은 숲이 쭉 펼쳐져 있어서 항상 눈길이 갔어요.

게다가 그 숲 속 나무 일부가 시커멓게 숯이 되어있길래 친구에게 물어보니

몇년 전에 산불이 나서 탔다고 해요.

호주는 나무들이 많고 공기가 건조한 편이라 산불이 잦은 편이라는데

도심 한가운데에 울창한 밀림 같은 곳이 있다니

볼 때마다 신기했어요.

궁금한 건 절대 못참는 저는 그래서 그 곳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 곳은 <레인코브 국립공원>인데

피크닉이나 트래킹 하기 좋은 곳이라기에

또다시 트래킹을 떠나기로 결심했어요.

 

오팔앱을 검색해보니

친구 집에서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면 입구까지 50분

걸어가면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기에

걸어서 가려고 길을 나섰어요.

 

구글맵을 켜고 걸으니

처음엔 도로변이 아닌 주택가 근처 골목을 따라 가더라고요.

길 위에 피어있는 꽃들이며

예쁜 집들 사이를 걷다보니

동네 주민들이 이용하는 드넓은 골프장도 나오고

한적하고 조용해서 참 좋았어요.

하지만, 곧 주택가에서 벗어나 차들이 다니는 큰 길가로 나가야했는데

문제는 4차선 도로 옆에 인도가 제대로 분리되어있지 않았다는 거죠.  

쌩쌩 달리는 차옆을 걷자니 위협감도 느껴지고

차라리 버스를 탈 걸 그랬나 살짝 후회가 밀려왔어요.

그러면서도 제 왼편에는 정글 같은 숲이,

오른 편에는 차도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더라고요.

도대체 이 길 끝에 뭐가 나올까 궁금해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레인코브 국립 공원에 도착했어요.

 

 

레인코브 국립공원은 워낙 넓어서

출입구도 여러 군데인데

 

 

대자연의 나라 호주답게  

스케일이 다르더라고요.

어떻게 주택가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도심 한 가운데에 이런 곳이 다 있나 싶게

정글 한 가운데 들어와 있는 느낌이예요.

게다가 곳곳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바베큐 시설이나 의자와 식탁도 잘 갖추어져 있고

자전거나 보트를 빌려탈 수 있는 곳들도 많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지요.

주말이라 그런지 공원 곳곳 피크닉 장소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더라고요.

 

 

피크닉이 아니라 트래킹이 목적인 저는

트래킹 경로를 따라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이 때 제 눈에 띄었던 바로 이 녀석.

이제껏 시드니에서 자주 봤던 귀여운 도마뱀들과는

크기와 색깔이 확연히 다르더라고요.

이 때만 해도 한 두마리 정도만 보이길래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고 '역시 호주야' 하면서 여유있게 지나쳤지요.

 

 

<레이코브 국립공원> 역시  트래킹 코스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졌는데

저는 안내도에 나와있던 대로 강을 따라 쭉 이어지는

리버 워크 코스를 따라 걷기로 했어요.

 

 

파란 하늘과 푸른 물빛

햇빛에 빛나는 푸른 잎사귀들이 정말 아름답고 평화로운 휴일의 오후였지요.

강가를 끼고 계속 이어지는 숲길을 들어설수록

점차 오가는 인적이 드물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계속 나오니 걸음을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보다 더 자주 저를 놀라게 한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도마뱀들!

 

 

도마뱀은 독이 없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진정시키면서도

생긴 것과는 달리 이 아이들이 어찌나 재빠른지

고요한 숲 속에서 후다닥 후다닥 거리며 왔다갔다 하는 소리와 모습에

슬슬 두려움이 느껴지더라고요.

이러다 '뱀도 나오는 거 아냐'하는 생각이 들자

오기 전 읽었던 호주 관련 책에서

호주에 얼마나 무서운 독사가 많은지 설명한 내용이

전광석화처럼 떠오르면서 되돌아가야하나 망설여질 정도 였어요.

 

마침 그 때 짜잔~

제 뒷쪽에서 중국인 부부가 나타나더니 저를 앞질러 걷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혼자이되 혼자가 아니니까요.

아무리 말이 안통한다고 해도

만약 제가 독사에게 물리면 최소한 구급대는 불러주지 않을까 안심이 되길래

적당히 거리를 두고 그들 부부를 따라걷기 시작했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시드니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게 하나있는데

그게 바로 자연에 대한 친밀감이예요.

자연은 물론, 경우에 따라 두려운 존재고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기때문에 조심해야하지만

그것이 지나친 걱정과 자기 방어로 이어지면

절대로 진짜 자연을 만날 수가 없으니까요.

 

중국인 부부를 따라가면서

그들 덕분에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게된 것이 정말 고맙게 느껴졌어요.

포기하지 않고 따라오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될 무렵

앞서 가던 두 사람이 강 한 켠에 있는 벤치에 앉더라고요.

아, 이건 아닌데...ㅠㅠ

 

이 때가 사드 때문에 대중국 감정이 몹시 좋지 않은 시기였는데

제가 그들을 따라서 거기 앉으면

뭔가 그들에게 밀리는 듯한,

대한민국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듯한 죄책감?ㅋ때문에

도저히 거기서 같이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해외에 나오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제껏 당신들을 따라온 게 아니라 우연히 방향이 같았을 뿐이라는 듯

태연하게 인생은 직진,

무조건 직진을 외치면서 가던 길을 계속 갔지요.

 

 

본격적인 트래킹 경로가 시작되어서인지

앞에도 뒤에도 오가는 사람이 없는데

이번에는 정말 감당하기 힘든 수풀이 나오더라고요.

아무래도 저 수풀 속에 독사 열마리는 또아리 틀고 있을 듯해

아, 내 인생에 후진은 없는데

결국 이렇게 뒤돌아서야만 하는가 갈등을 하며 서 있는데....

 

뒷쪽에서 빠른 걸음으로 나타난 백인 청년.

어정쩡하게 서 있는 나를 한 번 휙 쳐다보더니 읊조리듯 "하이"하고는

제 앞을 지나쳐 거침없이 수풀 길을 걸어가더라고요.

반바지에 긴 팔 티셔츠.

이런 수풀 속을 저런 복장으로?

뱀한테 물릴까봐 걱정도 안되나??

걱정도 잠시.

저런 복장으로 휴일에 트래킹 온 청년이 절대 나쁜 사람일 리가 없다는

나름의 논리적? 판단을 마치고 바로 뒤따라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아무도 없는 숲길을 그 청년과

5미터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면 걷기 시작했는데

그 와중에도 후두둑 후두둑 길 위로 출몰하던 도마뱀들.

행여라도 내 발등 위로 떨어질까 두려워하며

롱다리 청년의 보폭을 쫓아 부지런히 걸었지요.

 

그런데...

앞에서 걷던 그 청년이 갑자기 뒤를 돌아 내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웁스~뭐지?' 하며 얼음 땡하고 멈춰 섰는데

내 곁을 스쳐지나가더라고요.

차마 같이 후진하지는 못하고 그냥 내쳐 걷는데

'뭐지, 저 청년, 왜 되돌아 갈까 혹시 독사라도 봤나'

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조금 걷다가 살짝 뒤를 돌아보니 일기라도 쓰는지

호숫가에 앉아 다이어리 같은 걸 펴고 글을 쓰는 게 보였어요.

'작간가? 갑자기 무슨 영감이라도??' 생각하며

망설이다 그냥 앞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후두둑 후두둑

너무 무서워서 제대로 확인조차 못했지만

일반 도마뱀이 아니라 왕도마뱀 정도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동물이 낼 법한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호들갑 섞인 비명이 터져 나왔고

너무 무서워 반사적으로 뒤돌아 달렸어요.

그 청년은 제 비명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저만치에서 여전히 무언가를 쓰고 있었고

앞으로도 뒤로도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던 저는

친구와 000(호주 비상전화) 중 어디로 전화하는게 나을까 고민에 빠졌지요.

 

그렇게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빨리 뛰는 와중에

판단을 못내리고 서있는데

아까 그 청년이 다시 제 앞을 걸어가더라고요.

유일한 구원의 끈이라 생각한 저는 용기를 내서

"나는 도마뱀이 무서워서 못가고 있다. 너를 뒤에서 따라가도 괜찮겠니?"라고 물었지요.

쿨하게 전혀 상관없다고해 결국 그 청년과 저는

전적으로 저의 필요에 의해 동행이 되었어요.

역시나 어색한 침묵을 못참는 내 본성이 어디 가나요?

안타깝게도 그 청년은 한국말을 못하기때문에

어설프고 짧은 영어나마  구사하는 저 덕분에ㅋ 이런 저런 대화가 오갔지요.

 

 

그 청년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된 사실을 종합해보면

그는 캐나다 사람이고 아마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

한국에 온 적이 있고 북한산 등반을 한 적이 있는데

등산이나 트래킹을 무척 좋아한다고 해요.

직업상 여러 나라를 여행한 경험이 있고

현재는 시드니 시티에 있는 백화점에서 일하고 있대요.

한국 음식 중 코리안 바베큐를 좋아하고

동물 특히 도마뱀을 사랑하는데

특히 도마뱀이 수영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절대로 나쁜 사람일 리가 없지요.

 

그 청년의 결정적인 장점은....

말수는 적지만 남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못한다는 것.

열심히 뒤에서 쫓아가던 제게

앞으로 "우리"가 어떤 코스로 걸을 예정이며

역까지는 어떻게 이어지는지 지도를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해주더라고요.

혼자서 하는 트래킹의 즐거움을 아는 저로서는

그 청년에게 너무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그냥 가까운 도로가 나오면 트래킹을 그만두고 그리로 나가겠다고 하니

그 길에 대한 안내도 해주었어요.

 

내가 5년만 일찍 결혼했어도 저런 아들이 있었을텐데...

든든하면서도 고마웠던 청년이지요.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혼자서도 잘 하는 걸 스스로에게 입증하기 좋아하는 제게

이 날의 경험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는데요...

 

역시 사람은 혼자 살기 힘들죠.

아무리 폐끼치지 않고 독야청청하며 살아야지 생각해도

느닷없이 이렇게 누군가의 도움이 절박한 순간이 오고요.

이제껏 살면서 딱히 누군가를 도와줘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우연히 길에서 만난 생면부지의 청년이

저를 도와줬다는 사실이 정말 오랫동안 고마움으로 남네요.

비록 이름도 모르고 지금은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 그가 한국에 오거나 또 한국에 관한 소식을 들을 때면

트래킹 중에 만났던 도마뱀이 무서워 오도가도 못하던 아줌마를

좋은 기억으로 떠올려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청년을 비롯해

시드니에서 오며 가며 만난 사람들을 통해 제가 깨닫게 된 사실은

국적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인종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기본적인 매너를 보거나 아주 간단한 대화 몇 마디만 나눠봐도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과 그 사람의 지적 수준을 어느 정도는 판단할 수 있다는 거예요.

흔히 오십 이후의 얼굴이 그가 이제껏 살아온 인생을 말해준다고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가 하는 말 한마디나 태도 혹은 무심히 하는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이제껏 살아온 인생 여정이나 내 인격을 드러낸다는 생각이 들면서

새삼 품행을 방정히ㅋㅋ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이 날 얻은 무엇보다도 가장 큰 수확은  

세상에는 확실히 나쁜 사람들 보다는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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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마트료시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