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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5.06 철쭉 보러 다녀온 지리산 바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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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일자 : 2021. 5. 5. 

 

공휴일이 귀한 2021년 

모처럼 쉬게된 5월 5일 어린이날 공휴일을 맞아 여행을 다녀왔다. 

운전 스트레스 받기 싫어 

당일 버스 투어를 이용하기로 한 후

여러 날 검색 끝에 찾아낸 게 

바로  바래봉 상품. 

오전에는 광한루 관람 후 부근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바래봉 트래킹을 하는 일정인데

마침 철쭉이 제철이라기에 '딱 이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한루나 지리산은 가족 여행으로

이미 두 차례 다녀온 적이 있는 곳이지만 

등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상품 설명에 중하 수준의 트래킹이라는 말만 믿고 가볍게 떠났으나 

깔딱고개를 오르고 오르며 

철쭉 보러 갔다가 골병 들어 돌아온 지리산 바래봉 등산기 

지금부터 시작~

 

오전에 광한루 관람과 점심 식사를 마치고 

바래봉 등산 출발점인 용산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1시경. 

주어진 자유 시간은 3시간. 

이 때까지만 해도 철 모르는 우리는 '시간 넉넉해서 좋네'라며

시간 남으면 바로 근처에 있는 <허브 밸리>도 들르자며 

망상을 함. ㅋ

주차장에서 조금 올라가면 

길이 두 종류?로 나뉘는데 

명색이 등산객인데 어찌 아스팔트를 걷겠냐며 

데크를 지나 흙길로 들어섰다. 

이런 경고문이 붙어있는 걸 보니 

지리산에 온 실감이 나더라.

길 양쪽으로 심어진 철쭉.

아파트 화단에서 보던 꼬맹이 철쭉과는 비교불가할 만큼 거대한 철쭉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져서 시들어가고 있었다. 

올라가면 이 곳보다는 훨씬 예쁜 철쭉을 볼 수 있을 거라 믿으며 

희망에 부풀어 열심히 걸었다. 

그리 오래 걸어 올라오지도 않았는데 

산들과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아직은 덩굴들이 자라지 앉아 횅한 터널도 지나가고 

30분 정도 걸어 들어가니 

비로소 바래봉 탐방로 입구.

코로나로 1년 넘게 두문불출했다는 내 친구는 

벌써부터 "아이고 아이고 다리야" 곡소리를 내기 시작. 

그러고 보니 우리가 버스 안에서 들은 유일한 정보는 

바래봉은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양을 닮아 지어진 이름이라는 사실 한 가지뿐.

누군가 바래봉까지 등산은 얼마나 걸리냐 물어보니 가이드는 

걷는 능력이 각자 다르니 말해주기 어렵고 

아무튼 정해진 시간까지 자유롭게! 보내다 오라는 당부만 되풀이.

그러니 여행사 홈페이지에 나온 상품 안내 내용 정도만 알고온 우리는

이 곳에서 탐방로 안내 지도를 보고서야 

'뭐지? 이거 진짜 본격적인 등산인거야???'라며

슬슬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입구에서 바래봉 삼거리까지는 4.2km

올레길을 걸을 때는 하루 15km도 거뜬히 걸었으니 

뭐 별 거 아니겠지 싶었는데 

여기는 무슨 길?

흙길과 돌길이 번갈아 나오는데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경사. 

70도는 족히 되어보이는 깔딱 고개가 줄곧 이어지더라~

우리만 힘든 건 아닌지 

앞에 가시던 분들도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가야 하는지 재차 확인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똑같아

산에만 오면 듣는 그 뻔한 거짓말을 되풀이해 듣게 되었으니.....

"얼마 안남았어요"

"10분만 더 가세요"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ㅋㅋ

고갯길 오르느라 가뜩이나 숨이 찬데

그 와중에 마스크까지~ㅠㅠ

친구는 계속 다리가 아프다고 하소연.

'어차피 올라갔다해도 금방 내려올 걸 굳이 올라갈 필요가 있겠냐'며

친구와 나는 슬슬 김 빠지는 얘기를 시작했다. 

올라가는 길 곳곳에서 철쭉을 봤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냐서부터 

사실 난 철쭉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굳이 군락을 볼 필요가 있을까 등등 

각종 회의론이 난무함. 

포기 시점의 각을 재다 결국 내려가기로 마음을 굳힐 무렵 

어린이날 기념 등반이라도 왔는지 어린이 둘을 포함한 두 가족이 하산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우리에게는 엄흥길대장 보다 더 위대해보였던 그 아이들의 경쾌한 발걸음을 보니  

부끄러움이 엄습해  

정 시간이 부족하면 포기할 지언정

끝까지 최선을 다해 올라가보기로 

계획 급변경. 

역시나 어린이는 어른의 스승ㅋ

출발 시간에서 1시간 30분경이 지난 시점에

바래봉 쉼터 5에 도착.

도대체 철쭉 군락지까지 얼마나 걸리냐며 하산하시는 분께 여쭤보니

또다시 시작된 희망 고문 ㅋㅋ

바로 저 위까지만 가면 된단다.ㅎㅎ

오기와 승부욕이 발동한 친구와 나는 

어차피 내려가는 건 올라가는 것 만큼 오래 걸리지 않으니 

좀 더 가보자며 힘을 다해 오르기 시작. 

그 와중에도 가끔

멀리 보이는 산과 마을을 내려다보며

우리가 얼마나 높이 올라왔는지 실감했다. 

확실히 지대가 높아 그런지

이 곳의 철쭉들은 개화율이 60-70% 정도.

드디어 도착한 바래봉 삼거리

하지만, 철쭉 군락지는 바래봉 삼거리에서 조금 더 가야 한단다.  

이 때 시간이 2시 45분 

집합 시간이 4시라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데다 

단체 여행에서 시간을 어기는 진상 여행자는 되고 싶지 않았기에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ㅠㅠ

바래봉 근처에 있다는 철쭉 군락지의 모습은

오늘 본 철쭉들을 토대로 상상 속에 그려보기로 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자연의 계획을 미물인 우리가 어찌 감히 예측할 수 있을까만

이번 주말에서 다음 주말 정도가 이 곳 철쭉의 절정이 아닐까 싶다. 

모처럼 산길을 걸어서인지 내려갈 때는 다리가 후둘후둘

뇌와 다리가 따로 움직여

간혹 휘청이기도 했지만 

역시나 내려오는 발걸음은 가볍고 경쾌했다. 

같이 버스 타고 온 사람들 중에는 

아마 우리가 제일 높이 올라왔을 거라고 멋대로 합리화하며 

아래쪽에서 철쭉 본 사람들이

지리산 철쭉 벌써 다 졌더라고 말하고 다닐 생각을 하니 

안타깝기까지 하더라는~ㅎㅎ

생각보다 내려오는데 시간이 짧게 걸려 

역시 바래봉까지 갔어야했나 잠시 후회하기도 했지만 

우리로선 최선이었다며 

중간에 포기하지 않은 서로를 칭찬하는 것으로 

이 날 등산은 훈훈하게 마무리함. 

 

혹시 우리처럼 여행사 버스 투어 상품으로 바래봉 철쭉을 보러 갈 계획이라면 

일정 중 바래봉 등산에 배정된 시간을 잘 보고 결정하길~

우리가 본 대부분의 버스투어 상풍에서는 

바래봉 철쭉에 3시간 정도가 배정되어 있었는데 

평소 등산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고

우리처럼 보통 체력의 소유자라면 

그 시간 안에 바래봉까지 다녀오려면 정말 쉬지않고 걸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유명한 철쭉 군락지를 바로 코 앞에 두고 발길을 돌린 사실이 아쉽긴 하지만

뭐 어차피 내가 철쭉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ㅋ

오늘 본 철쭉 다 합치면 결국 그게 그거라며 합리화한 

2021년 5월 바래봉 철쭉 탐방?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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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마트료시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