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금부터 시작 :: '사소한 부탁' 태그의 글 목록

'사소한 부탁'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8.08.14 문제는 상상력
728x90
반응형

황현산 선생님의 에세이집 <사소한 부탁>을 읽다보니 

2년전 나향욱씨가 "민중 개돼지론"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당시에 쓰신 칼럼이 실려있었다. 

몇일 시차를 두고

선생님의 부고와 나향욱씨의 복직 소식을 나란히 듣고 있자니 

착잡한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그의 발언이야 이미 온 나라에 다 알려져 있으니

다시 들추어낼 필요는 없겠지만,

내게 가장 충격을 주었던 것은 '개돼지'라는 표현도 아니고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는 그의 신념조차도 아니다.

그런 주장이나 표현은 토론이 가능하다.

놀라운 것은 늘 토론할 수 없는 것 속에 있다.

문제의 회식 자리에서 한 기자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기획관은 구의역에서 컵라면도 못 먹고 죽은 아이가 가슴 아프지도 않은가.

사회가 안 변하면 내 자식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거다.

그게 내 자식이라고 생각해봐라."

그는 어떻게 "그게 자기 자식처럼 생각이 되냐"라고 되물으며,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라고 잘라 말했다.

세상에는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은 구의역의 수리공을 

진실로 제 자식처럼 여기는 사람도 많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위선자가 아닌지 자문하는 사람도 많고,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많고,

비록 위선적일지라도 그 생각을 마음에 새기려고 애쓰는 사람도 많다.

그 많은 사람은 제 생각을 버선목처럼 까 보일 수 없다.

그 사람들과 나향욱들은 끝내 만날 수 없다.

그것이 충격적이다.

거기에는 견해의 차이가 아니라 상상력의 차이가 있다

....(중략)

구의역의 젊은 수리공을 제 자식처럼 여기거나 여기려한 사람들은 

어떤 종류의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과 갖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이며, 

슬퍼할 줄도 기뻐할 줄도 아는 사람들과 

가장 작은 감정까지 간접화된 사람들의 차이이다. 

사이코패스를 다른 말로 정의할 수 있을까

 

상상력을 가진 사람,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 

쉽게 잊지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728x90
반응형
Posted by 빨간마트료시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