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메리스 대성당>은
시드니 시민들의 휴식처인 <하이드 파크>와
큰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어요.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성당 건물의 아름다움과 경건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저는
시드니에 있을 때 이 곳에 여러 번 들렀습니다.
평일의 성당 내부는 무척 고요했어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신과 대화를 나누며 기도하시는 분들을 위해
방해하지 않는 게 예의지요.
조용히 성당을 한 바퀴 돌아보고
저도 구석 자리에 앉아 두 손을 모았어요.
교회도 다니지 않고
성경도 마음 내키는 날 몇 장 읽는 게 전부에
기도도 좀처럼 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하나님과 예수님을 믿는다고 말하는 모순덩어리지만
여기 앉아 있으니 저 자신이 한없이 낮아지더라고요.
평소에 신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의혹이나 불신, 원망들이 잠시 물러나고
그 자리에 간절한 바람과 반성의 말들이 들어섭니다.
인간인 저로선 결코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들에 대해
그 분께 묻고
또 간절히 기도 하다보면
제 영혼이 많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깨달았어요.
결국 좋은 믿음이란
내가 바라는 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를 신에게 일방적으로 "비는" 것이 아니라
비록 나에게 주어진 신의 선물이 고통일지라도,
그 고통에 대해 "왜 하필""왜 나만"이라는 원망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더라도
그것 역시 이미 예정되어있던 신의 거대한 계획중 일부임을 믿는 것이라는 사실이요.
그러니 기도의 내용 역시
꽃길만 걷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간청하는 것일 수 밖에 없음을...
믿음이 약한 저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죠.
받아들이기 힘든 역설이고요.
해답은 각자 가진 믿음의 분량 만큼 찾아내시고요
어쨌든 제게 이 곳은 하나님과 그런 저런 대화를 나누기에
정말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만약 12월에 시드니 여행을 가실 분이라면
밤마다 상영?되는 세인트 메리 성당의 레이저 쇼도 절대 놓치지 마세요.
제가 다녀온 2017년에는 12월 6일부터 크리스마스 때까지
매일 밤 레이저 쇼가 있었는데 날짜는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해마다 상영된다고 해요.
저는 12월 23일에 갔는데
인파가 엄청나긴 하지만 건물 자체에 레이저를 쏴서 보여주는 거라
관람에는 큰 지장없어요.
천주교 신자라면 미사에 참여하시는 것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으실 것 같고요
성당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싶으신 분께는
가이드 투어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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