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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목적없이 시드니 시내를 설렁 설렁 걸어다니던 제 눈을

번쩍! 뜨이게 한 건물이 하나 있었어요.

장엄하고 멋진 외관에 반해

도대체 뭐 하는 곳일까 궁금해서 달려가봤어요.

 

 

그 건물이 바로 여기,

뉴사우스웨일스(NSW) 주립 도서관이예요.

뉴사우스웨일스는 호주 남동부에 있는 주로

시드니가 주도(主都)고요

이 도서관은 말하자면 주립 도서관인거죠.

 

겉에서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안에 들어가보니 규모가 상당히 크더라고요.

지상에서 보면 도서관 건물이 2개로 나뉘어져있지만

지하 통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른 한 건물은 이렇게 생겼어요.

 

 

뭔가 위압감을 주는 궁전 같은 분위기에

드나드는 사람도 보이지 않고

혹시 누가 잡으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도서관으로 들어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입구에서 어떤 여자 분이 말을 걸더라고요.

다행히 왕초보 영어 회화 1장에 나올 법한 "뭘 도와줄까?"를 묻는 내용이었고요

그냥 구경하러 왔다고 말한 후 괜히 어색해

혹시 한국어 책이 있냐고 물었는데

대답이 엄청 길더라고요~

역시나 침묵이 어색할 땐 잠깐 견디는 게 낫지

그걸 못참고 한마디 덧붙이면 꼭 이런 불상사가~ㅠㅠ

 

 

알아듣기 힘든 긴 설명이 이어졌지만

제 귀에 들어온 몇 개의 단어를 토대로 제 마음대로 유추한 내용은

"한국 책이 있긴 한데 서고에 있어서

니가 보려면 신청해야 한다" 뭐 그런 뜻이 아니었나 싶어요.-아님 말고~ㅎㅎ

호의가 담긴 그 분의 기나긴 설명에 비해 너무나 짧은 대답

"고맙지만 됐다" 라고 말한 후

또 말 걸까봐^^ 도망치듯 도서관 실내로 들어갔어요.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엄청나게 높은, 탁트인 천장과

방대한 규모의 서가.

그 속에 파묻혀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기왕에 도서관에 왔으니

하다못해 신문이나 잡지라도 한 번 펼쳐봐야 하나하며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지만...

괜히 또 기웃거리다가 누군가 내게 뭔가를 물어온다면

내 오랜 지병인 영어울렁증이 도지게 될까봐

얼른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들어섰지요.

 

계단을 내려가 통로를 지나니

신기하게도 또다른 도서관 건물과 연결되어 있었어요.

그 곳에는 인터넷도 사용 할 수 있고

앉아서 책도 읽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나타났는데

다시 1층으로 올라가니 갤러리와 기념품 샵, 카페가 있더라고요.

 

 

예쁜 엽서나 아트 문구 같은 것들도 있고

책도 있어서

두리번 거리며 아이 쇼핑을 하다가

불현듯 떠오른 오래된 버킷 리스트 하나.

여행지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나 엽서 쓰기.

그래서 예쁜 엽서 몇 장을 골라

기념품 샵 옆에 바로 붙어있는 카페로 갔어요.

 

 

여행용 왕초보 회화 2장쯤에 나올 법한

"음식 주문하기"용 기본 회화와 손짓을 이용해ㅋ

롱블랙과 타르트를 주문하고 구석 자리로 가서 자리를 잡았지요. 

쉬지않고 걸어다니다 모처럼 이렇게 조용한 공간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이런 저런 글들을 써내려 가다보니

그들과 저 사이에 놓인 광활한 거리가 갑자기 좁혀들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고요.

내친 김에 모처럼 밀린 일기도 쓰고

그렇게 한참 동안 그 곳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도서관 혹은 도서관의 분위기와 책 향기를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꼭 이 곳에 들러보세요.

도서관 구경을 마친 후에는 카페에 들러

진한 롱블랙 혹은 호주에서 유명한 플랫 화이트도  한 잔 하시고

기념품 쇼핑을 하거나

엽서 한 장에 그리운 마음을 담는 시간을 가지면 더 좋겠지요.  

비록 그 엽서나 편지의 수신인이

물리적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해도

그 애틋한 그리움 만큼은 꼭 닿을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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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마트료시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