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로서 시드니의 매력은 무궁무진 하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대중 교통 이용의 편리함과 다양성이 아닐까 해요.
기차 노선도 잘 짜여져있지만
페리 노선도 무척이나 다양해서
배를 타고 목적지를 오가는 이색체험을 할 수 있어요.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 써큘라 퀴 역에 내리면
페리 승하차장인 와프가 있는데요
여기서 페리를 타면 갈 수 있는 멋진 곳이 정말 많아요.
시드니 여행에서 최소 한 번쯤은 꼭 페리를 이용해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어딘가로 떠나는 새로움을 느껴보세요.
여행 속 여행을 떠나는 신기한 체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멀리서 날아온 제가 자기 도움 없이도 잘 돌아다니는게 심통 났던 제 친구가
모처럼 하루 쉰다고해 페리를 타고 왓슨스베이에 가기로 했어요.
왓슨스베이에는 "갭팍"(Gap Park)이라는 명소와
서퍼들의 천국 "본다이비치"(Bondi Beach)가 있거든요.
친구는 10년 전에 본다이 비치에 간 적은 있지만
갭팍은 가본 적이 없다기에 제가 급히 노선 정리를 했지요.
근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여행자가 노선을 짜고 현지인이 따라간다???
언제든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미루게 되는게 인지상정이니까요.
덕분에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관광 온 것 같다는 친구의 말을
저에 대한 감사의 말로 이해하며 왓슨스 베이로 향했어요.
와슨스베이를 가기 위해서는 써큘라 퀴에서 페리를 타야해요.
저는 페리를 이 날 처음 타보았는데 버스를 타듯 오팔 카드를 찍고
어딘가를 향해 간다는 사실이 참 특별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늘 자가용을 이용해 육로로만 다니던 제 친구 역시
모처럼 바닷바람을 쐬니 힐링 된다며 좋아했지요.
역시 사람은 친구를 잘 사귀어야~ㅎㅎ
저 같은 베짱이 친구 없다면 일개미 내 친구가
어디 가서 이렇게 기분 전환 할 수 있겠어요?
아무튼 그렇게 페리를 타고 왓슨스 베이를 향하면서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의 모습을 보니
가까이에서 보던 것보다 한층 더 예술적이고 아름답게 보이더라고요.
왓슨스 베이까지는 페리로 20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저렇게 개인 소유 보트들이 떠있는 걸 보니
확실히 여기가 시드니 맞네요.
페리를 타고 가는 여러 관광지 중에서
특별히 왓슨스 베이가 인기 있는 이유는
시드니의 대표 상징인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를 비롯해 시드니 시티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다 본다이 비치가 이 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와프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올라가면
갭팍이 나와요.
갭팍은 왓슨스 베이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데
오랜 세월 동안 침식과 퇴적으로 형성된 절벽 바위에
수많은 틈이 생겨서 갭이라는 이름이 붙은 공원이예요.
말로는 도저히 표현 할 수 없는 물빛과 파도,
그리고 하늘 빛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그리 많이 걷지 않아도 절경을 볼 수 있어
노약자에게도 좋은 관광지이지요.
갭팍에 올라 반대편을 찍은 사진인데요
저 위 집들은 집 값 비싼 것으로 유명한 시드니에서도 고가로 소문난 동네래요.
호주 개척 시절 많은 죄수들이 갭팍에서 자살했는데
이 후로도 수많은 이들이 이 곳에서 자살해 "자살 바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해요.
참고로 저도 본 적 있지만 관광 안내 책자에 자주 등장하는 설명,
저 절벽 끝에서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 장면을 찍었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요.
갭 팍 바로 밑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380번 버스를 타면 본다이 비치로 가요.
환경 오염을 막으려고 천연 가스를 연료로 쓰고 있다는데
내려서 밀어줘야 하지않을까 싶을 정도로
경사진 길을 낑낑대며 힘겹게 올라갔어요.
이 부근이 부촌이라더니
과연 화려하고 예쁜 저택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더라고요.
그러다 딱 봐도 비치ㅋ인 곳에 버스가 멈춰섰는데 여기가 바로 본다이 비치예요.
본다이는 이 곳 원주민들의 말로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라는 뜻이라는데요
높은 파도를 즐길 수 있어 서퍼들이 선호하는 해변이라고 해요.
저희가 갔을 때는 아직 초여름인데다 파도가 너무 세서 그런지
서퍼들 보다는 일광욕 하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이 근처에 식당이나 카페, 맛집들이 많이 있다고 해
일단 점심부터 먹기로 하고 식당을 찾아나섰어요.
이 날 점심 메뉴는 피시앤 칩스와 샐러드였는데
식당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본다이비치를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아이스버그 클럽"이라는 건물이 나왔어요.
이 곳에는 수영장이 있는데 입장료도 저렴하고
이렇게 바닷가 바로 옆에 딱 붙어 있어 전망도 좋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라고 해요.
외국인도 이용할 수 있으니 해수욕이 좀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이 곳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시드니에는 이렇게 바다 바로 옆에
바위로 만들어 놓은 "락풀"이 많은데
수영장이지만 바닷물이 들어오기때문에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더라고요.
하지만 이 날처럼 파도가 거센 날은 이용 금지예요.
아이스 버그 클럽 건물에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기때문에
우리는 이 곳에서 조금 쉬었다 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이 곳에 입장하려면 신분증이 필요하다고 해서
저는 여권을 보여주고 간단한 사항 몇가지를 기입하고 들어갔어요.
이용하실 분은 반드시 여권을 지참하세요.
차 한 잔 마시려고 들어가는데 뭐 이렇게 번거롭냐며 궁시렁거렸지만
막상 입장하니 전망이 정말 멋졌어요.
비스트로와 카페, 바 등의 메뉴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을 듯~
저희는 이미 식사를 했으니 롱블랙만 주문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뷰를 가진 카페나 식당을 이용하려면 커피값이 엄청 비쌀텐데
이 곳은 나라에서 운영해서 그런지 커피값이 우리 돈으로 3천원 정도였어요.
전망 만큼이나 가성비도 좋은 곳이지요.
초여름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면 없던 맛도 생길 거라고 기대했는데
안타깝게도 뷰는 뷰고, 커피는 커피.
호주 와서 마신 커피 중 최악의 맛이었어요.
취향 차이일 수도 있지만
친구 말로는 빅토리아 원두로 만든 커피가 원래 맛이없다고 하더라고요.
역시 산 좋고, 물 좋고, 정자까지 좋은 곳은 없나봐요.^^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하염없이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싶었으나
우리에게는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 있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어섰지요.
우리가 가야할 곳은 해변을 따라 쭉 이어지는 해변 산책로인데
아름다운 트래킹 코스로 유명한 곳이지요.
산책로를 걷다 보면 바로 눈 앞에 저렇게 장대한 바다가 펼쳐지고
오랜 세월 형성된 기암절벽들과 특이한 지질 구조, 다양한 꽃들,
그리고 예쁜 집들의 모습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는 멋진 코스예요.
3시간 정도 걸린다는 전체 코스 중에서
본다이비치에서부터 쿠지 비치, 브론테비치로 이어지는 구간을 2시간 정도 걸었는데
날씨가 많이 덥지 않아서 저희는 딱 좋았지만
한 여름이라면 뙤약볕때문에 쉽게 지칠 것 같아요.
트래킹은 마라톤이 아니니까
굳이 어디까지 걷겠다고 목적지를 미리 정하지 말고
시간되는 대로, 체력되는 대로 걷다가
힘들면 언제라도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지 하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걸으세요.
특히 힐링과 휴식이 필요해 떠난 여행이라면
목적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또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까요.
본다이 비치는 페리 뿐만 아니라
버스로도 오갈 수 있으니
둘 중 편한 수단을 이용하면 되지만
제 생각엔 갈 때는 페리, 올 때는 버스
이런 식으로 이용하시기를 추천하고 싶네요.
교통 수단이 달라지면 보이는 것도 달라지고
그에 따른 감정이나 생각들도 확연히 달라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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