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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라서 들어갈 수 없었던 남천사를 뒤로 하고 키아마로 향했어요.

남천사 건너 편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기차로 환승해야하는 복잡한 여정이었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호주 전원의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하다보니

그다지 지루하지 않더라고요.

역시 기차 여행이 최고~

 

 

 

제가 키아마에 간 이유는

그 유명한 블로우 홀(Blow Hole)을 보기 위해선데요

블로운 홀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바위 구멍을 통해 파도가 밀려들면서

하늘을 향해 분수처럼 치솟는 장관을 볼 수 있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예요.

예전에 여기 가본 적이 있다는 제 친구 말로는

바람이 센 날일수록 분수가 높이 솟아오른다던데

이 날은 온종일 화창하고 바람도 없어 예감이 불길하더라고요.

 

 

일단은 블로우 홀부터 보자는 일념으로 블로우 홀로 향했는데요...

역시나 예감은 틀리지 않네요.

바위 사이로 바닷물이 내려다보이긴 했지만

솟아오르기엔 바람의 힘이 약해도 너~~~무 약해서

찻잔 속 태풍처럼 파도는 바위 사이에 갇혀 분출되지 못하더라고요.

 

 

나보다 먼저 와서 구멍을 들여다 보고 있던 사람들은

그런 파도가 영 안타까운지 힘내라고 응원을 하기도~ㅎㅎ

하지만 파도야 어차피 제 의지가 아니라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거니까

아무리 응원을 한들...ㅠㅠ

 

한 20분 정도 구멍 근처를 서성거리다

아무래도 가망이 없을 것 같아 일단은 키아마 마을과 블로우 홀 주변의 소나무숲

그리고 그 유명한 키아마 등대를 구경하려고 동네 탐험?에 나섰어요.

 

 

허둥지둥 앞만 보고 올라올 때는 잘 몰랐는데

간세다리가 되어 자세히 살펴보며 언덕길을 내려다 보니

소나무와 등대, 바다, 돌 하나하나가 다들 조화롭고 아름답더라고요.

 

 

블로우 홀 바로 위에 세워져 있는 하얀 등대.

푸른 빛과 흰 빛이 얼마나 상쾌한 느낌을 주는지

새삼 깨닫게 해주었어요.

어린 시절 운동회 때 왜 하필이면 청군, 백군으로 나눌까 궁금했는데

바로 이런 느낌때문인가봐요?

청군, 적군 하면 붉은 색이 불온한 느낌-반공 교육의 부작용?ㅋ-

백군, 흑군 하면 검정색이 사악한 느낌을 주니까

다들 청군이나 백군이 되고 싶어할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청색이나 백색은 어떤 나쁜 선입관이나 편견도 허락하지 않는 색깔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등대를 바라보며 감탄하다가

아까 숨차게 올라온 언덕을 내려오다 보니 이런 풍경이 펼쳐졌어요.

 

 

모여있는 소나무들도 많은데

이 아이는 이렇게 조금 떨어져서 혼자만 더 길게 자랐네요.

외로움을 아는 아이가 더 빨리 어른이 되듯 고독은 나무도 성장하게 하는 걸까요?

오랜 세월 동안 이 자리에 서서 이 곳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과 풍경들을 바라보며

간직해온 나무의 기억이 궁금해요.

 

그렇게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바람이 거세지기만을 기다리다가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다시 블로우 홀로 갔어요.

시드니로 돌아갈 길이 멀었기때문에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거든요.

 

 

아까와 별반 다르지 않은 파도의 세기.

아무래도 이 날은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은 날이었나봐요.

쿨하게 포기하고 해질녘 노을을 뒤로 하고 서 있는 등대 앞에 앉아 잠시 쉬다가

다시 키아마 역으로 향했어요.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될 거라고 에상했던 블로우 홀은 보지못했지만

덕분에 한적한 공원에서 산책도 오래 했고

또 공원 벤치에 앉아 보고싶은 사람들에게 편지도 썼고

황혼 무렵의 적막함 속에서 평화도 느꼈던 작은 마을 키아마.

블로우 홀을 반드시 보고 오실 분들은  

바람이 많이 부는 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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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마트료시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