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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모처럼 음악회에 다녀왔어요.

매월 한 번,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KBS 교향악단 정기 연주회가 있거든요.

한 동안은 열심히 다녔었는데...

제가 원래 지구력이 부족해요.^^

 

 

 

요즘 일교차가 워낙 커서

밤이 되니까 조금 쌀쌀했지만그래도 야경이 참 예쁘더라고요

시계탑도 예쁘지만

가로등 불빛도 참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예술의 전당 올 때면 항상 여기 사진을 찍는데

시간대와 계절에 따라 느낌이 매번 달라지는 곳이에요.

아직은 음악 분수도 운영하지 않고

겨울의 흔적이 채 가시지 않아 쓸쓸하지만

1-2주만 지나도 완연한 봄 풍경이 펼쳐지겠지요.

 

 

이 곳에서 하는 KBS 교향악단 정기 연주회의 공연 시간은

언제나 오후 8시예요.

중간에 15분 정도의 휴식 시간을 포함해서

2시간~2시간 30분 정도 공연이 진행되는데요

1부에서는 전도 유망한 연주자나 명망있는 연주자를 초빙해서

KBS 교향악단과의 협연으로 진행되고요

2부에서는 KBS 교향악단의 연주로 진행되요.

 

 

어제 초빙된 연주자는

"파블로 페란데스"라는 스페인의 젊은 첼리스트였어요.

연주곡명은 프로코피예프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작품 125>였는데

클래식 음악 연주곡을 많이 알지 못하는 제게는 연주자도, 작품도 생소하더라고요.

그래도 러시아 음악가 프로코피예프의 이름은 낯이 익었는데요

그는 <피터와 늑대>라는 음악 동화를 작곡한 사람이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조수미씨가 낸 <피터와 늑대> CD가 유명하지요.

 

원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작품 125>는 처음 발표했을 때는

완전히 실패작으로 평가받았었대요.

그런데 당시 모스크바 음악원 학생이던 로스트로포비치가

이 협주곡을 첼로 독주로 연주하는 걸 프로코피예프가 우연히 보고

그를 위해서 다시 수정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해요.

하지만, 이런 저런 어려움으로 20여년에 걸친 수정 작업을 거치다가

결국 프로코피예프는 이 작품의 연주를 보지못했고 사망했는데

2년후인 1954년에야 비로소 로스트로포비치의 독주로 초연되었다네요.  

 

가기 전에 연주 곡목을 미리 보고 갔는데

이 작품은 처음 들어봤거든요.

그래서 연주회 가기 전에 몇 번 들어봐야지 했는데

게을러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그냥 가게되었고  

우려했던 대로 감흥이 떨어지더라고요.

학습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음악회도 예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고요

복습이라도 제대로 하자 하는 마음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된거예요.

 

다시 들어보려고

유튜브에 곡목을 검색하니

마침 파블로 페란데스의 연주 동영상이 있네요.

 

 

저는 클래식 음악에 대해 문외한에 가깝고

각각의 악기적 특성들에 대해서도 잘 몰라요.

그래서 지금까지 첼로의 음색은 낮고 중후하다고만 생각해왔는데

어제 연주를 듣다보니 첼로로 저렇게 다양한 음색과 깊이를 표현할 수 있다니

놀랍더라고요.

특히 어제 파블로 페란데스가 앵콜곡으로 연주한

첼로곡 두 곡을 듣다보니 첼로의 매력이 더 한층 강하게 느껴졌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게

첼로라는 악기가 남기는 여운이요,

활로 켠 후 일정 시간동안 이어지던 

마치 잔상처럼 서서히 사라져가는

애잔한 느낌이 참 좋았어요.

그 느낌을 말로 표현하자니 참 어려운데...

예를 들어서 수묵화를 보다보면 붓에 의해 그려진 부분과 여백이 조화가 느껴지면서

이 그림 정말 멋진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음악 역시

때론 소리가 점차 사라지는 여운에 의해 완성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쓰고 보니 정확한 비유인 것 같진 않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몰랐던 첼로의 매력에 새롭게 눈뜬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15분 정도의 휴식 후 시작된 KBS 교향악단의 연주

이번 달 연주곡은 <비창>이라는 제목으로 더 유명한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이었어요.

저같은 클래식 문외한도

1악장부터 4악장까지 다 알고있을 만큼 유명한 작품이지요

 

 

차이콥스키 본인도 자신의 작품 중 이것을 최고의 걸작으로 뽑았다고 해요.

이 작품은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라는데

초연 후 9일 만에 그가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제목이 주는 비애감과 그의 생이 연관되어서 더 슬프게 들리더라고요.

저는 이 곡을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처음 들었는데

그 때는 음악 자체보다

"비창"이라는 제목이 주는 낭만적인 비애감에 더 마음이 끌려

열심히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알고보니

이 작품의 제목은 차이콥스키가 동생의 권유를 받아들여 지은 것이라는데

원제인 "파테티체스키"는 "슬픔"이 아니라 "열정"이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고 해요.

차이콥스키는 이 곡이 표제 교향곡으로 인식되는 게 싫어서

출판사 측에는 제목을 붙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대요.

하지만 출판업자가 악보 판매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제목을 그대로 붙여서 출판했고

이후 대중에게도 그렇게 알려지게 된 것이라네요.

사실 제 경우도 사춘기 시절에 이 곡의 제목이 주는 정서에 호기심을 느껴

이 음악과 친해지게된 것이니

그런 출판업자의 의도를 비난할 수만도 없을 것 같네요.

 

아, 혹시 <비창>을 연주회에서 듣게 되는 분들을 위해

저희 고등학교때 음악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청중 매너를 귀띔해드릴게요.

어제 보니 아직 모르시는 분이 많더라고요~ㅎ

 

교향곡은 일반적으로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관례인데요

<비창>의 청중들이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3악장이 끝났을 때예요.

이 곡을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3장의 마무리 부분이 진짜 피날레처럼 힘차게 끝나거든요.

어제도 많은 분들이 그 부분에서 박수를 치시더라고요.

몰라서 그런거고 감동을 표현하는데 뭐가 문제냐 하실지 모르지만

연주자 입장에서는 아직 한 악장이 남았으니 연주 흐름이 끊기면 안되는데  

박수가 터져나오면 연주에 방해가 될 것 같아요.

설명을 하나 더 덧붙이자면

정작 <비창>의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는 4악장은

무척 긴 여운을 남기면서

'끝이야? 아니야?' 헷갈리게 끝나요.

그러니 박수를 언제 쳐야 하나 고민하시지 말고

피날레의 여운을 충분히 느끼신 후

지휘자가 청중을 향해 돌아서면 그 때 박수를 치시면 됩니다. ^^

 

박수 매너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클래식 연주회 매너에 무지한 청중으로서

매번 제가 좀 이해가 안가는게 있어요.

커튼 콜은 왜 그렇게 여러 번 하나요?

보통 네번 정도까지 해도 앵콜 연주를 안하면

연주자가 더 이상 앵콜 연주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는데

그냥 한 두번 커튼콜 받고 연주를 해줄지 말지 결정하면 안되나요?

청중의 반응에 따라 연주하겠다는 뜻인가요?

하지만, 한 사람의 청중이라도 내 음악을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연주자 입장에서는 한 곡이라도 앵콜 연주를 들려줄 만한 가치가 있는 게 아닌지...

연주가 끝나면 연주자도 피곤할텐데

그 긴 무대를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안타깝고

솔직히 박수를 너무 오래 쳐야하니까 손바닥도 아프고요ㅎㅎ

클래식 음악은 말 그대로 클래식이니

전통이나 관습도 중요하겠지만

형식적으로 조금은 간소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냥 제 마음대로 생각해 봤어요.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 "감성 근육"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는데요

적절한 운동과 훈련에 의해 육체 근육이 발달하는 것처럼

감성 근육 역시 적절한 자극과 경험에 의해 개발될 수 있고

그로인해 삶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주말에는 이제껏 안해본 새로운 경험을 통해

감성 근육을 키워보면 어떨까요?

굳이 돈 들여서 음악회나 전시회를 찾아가지 않더라도

우리에게는 인터넷이라는 유용하고 놀라운 도구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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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마트료시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