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의 일정이 워낙 길다보니
프랑스의 다른 도시도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몽생미셸, 니스, 스트라스부르와 콜마르 등이 후보로 올랐는데
결정이 쉽지 않았다.
사실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몽생미셸인데
원래도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곳인데다
철도청 파업 마저 겹쳐 운행이 불규칙,
여행사에서 진행하는 몽생미셸 일일투어 상품을 이용할까도 고려했는데
꽃별이의 반대로 포기.
니스는 파리에서 TGV로 5시간 넘게 걸린다는 사실이
경제적, 시간적으로 부담이 되서 포기.
결국 스트라스부르와 콜마르로 결정을 했는데 문제는 기차표 가격.
파리 여행을 앞두고 많이 들었던 조언 중에 하나가
기차표는 미리 사놓을수록 싸다는 얘기였는데
직접 겪어보니 정말 그랬다.
임박해서 사려니 파리에서 스트라스부르까지
2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TGV의 가격이 1인당 왕복 150유로 정도.
일반 기차인 TER에 비해 2배 이상 비쌌다.
하지만, TER은 소요시간이 무려 4시간 40분.
돈이냐 시간이냐 고민하다가 결국 시간을 버리기로 하고 TER을 예매했다.
하지만,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출발을 하루 앞둔 오후 6시경.
꽃별이의 폰으로 프랑스 철도청 SNCF에서 문자가 하나 왔다.
원래 우리가 타기로 예정되어 있던 기차의 엔진이 고장 나서 운행이 불가하니
오전 6시 몇 분에 출발하는 TGV로 예약 변경을 하거나 취소하라는 내용이었다.
너무 이른 시각 출발인게 마음에 걸렸지만 추가요금 없이 TGV로 변경해준다니
얼씨구나하며 얼른 변경하려 했으나
문제는 변경 방법이 제대로 안내되어 있지않다는 사실.
결국 꽃별이는 철도청에 전화를 하기 시작~
가뜩이나 통화가 힘든 SNCF인데다
파업 중이라 전화 연결이 더디니 기다리라는 안내멘트만 반복해서 나왔다.
프랑스는 관광서나 공공기관 전화 요금은 일반 전화 요금보다 훨씬 비싸서
1분에 0.4유로라던가? 아무튼 꽤 비싸다.
정말 오늘 내로 연결이 될까 짜증과 회의 속에 인내심이 바닥날 무렵
마침내 전화 연결이 되었고
혹시나 하고 던진 꽃별이의 한마디,
-오전 6시는 너무 빠르니 그 이후 시간으로 바꿔달라는-가 의외로 쉽게 받아들여져
결국 9시라는 황금 시간대에 TER요금으로 TGV를 타게 되었으니
우리로서는 횡재한 기분^^
돈 벌었다며 꽃별이의 노고를 치하했는데
인생만사 새옹지마임을 깨닫게 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니...
스트라스부르 여행을 다녀온 며칠 후
우리가 파리에 있는 동안 자주 갔던 쌀국수 집<포14>에서
기분좋게 식사를 마치고 나와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타자마자
꽃별왈, 지갑이 없어졌단다.
식당에서 계산을 꽃별이가 했고 핸드백에 분명히 넣었는데
버스를 타서 보니 핸드백이 열려있더란다.
즉시 버스에서 내려 혹시 식당에 두고 왔나, 길에 흘렸나 되짚어봤지만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말로만 듣던 파리의 소매치기를 이렇게 당했구나 싶었다.
1유로짜리 컵 하나도 아까워서 사지않는 알뜰한 유학생 꽃별이는 두고두고 속상해했고
나 역시 150유로 가까운 그 돈이 아깝지만
내 나이쯤 되면 알게된다.
인생만사 새옹지마이며
노력없이 거저 생긴 돈과 예기치 못한 일로 입은 금전적 손해는
결국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라는 사실을~
그리고 살면서 예기치않게 벌어지는 일들 중 경제적인 손해는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수많은 사고나 사건들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일에 불구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런 저런 일들이 일어나고
때로는 분실이나 도난 같은 일들로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여행 중 그런 일을 겪고 속상해하고 있다면
내가 말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의 법칙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또다시 며칠 후
내 이론?을 입증할 만한 또다른 사건이 있었으니....
꽃별이가 지난 달 다녀온 스페인 여행때 이용했던 저가 항공사에
당시 파업으로 인해 꽃별이가 겪은 불편에 대해 청구한 보상금이 입금된 것이다.
사전 공지도 없이 갑작스런 항공사 파업에
일정까지 줄여가며 기차를 타고 파리에 돌아와야했고
피해를 입증하는 메일을 수차례 보내고 항의하면서 스트레스 받았으니
엄밀한 의미에서 공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항공권 비용은 이미 환불 받았고
기차 역시 꽃별이가 가진 티켓으로 무료 이용했는데
제법 큰 액수의 보상금을 입금 받았으니 공돈이라면 공돈.
단순히 돈문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인생만사 새옹지마임은 불변의 진리.
그러니 좋지않은 일이 생겼을 때는
곧 좋은 일이 생길꺼라는 자기 암시를 걸고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너무 경거망동하지 않는 것이 상책.
그건 그렇고
이번 여행을 하면서 느꼈는데 프랑스의 SNCF는 정말 문제가 많다.
갑자기 연락이 와서 기차 시간을 바꾸라고 하지않나
막차를 타러 갔더니 수리 중이니 대체 버스를 이용하라고 하지 않나
RER 배차 간격도 제멋대로인데다 시간표도 지키지 않아
귀국하는 날은 비행기 놓칠 뻔~
파업 중이라서 더했겠지만 파리에서 그런 일을 자주 겪다보니
새삼 우리나라는 정말 여러모로 안전하고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더라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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