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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은 나비고로 갈 수 있는 근교 도시를 찾다가

우연히 알게된 곳이다.

원래는 베르사유궁을 가려했는데

RER이 파업중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기가 너무 복잡했던데다

베르사유에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꽃별이 말에

미련 없이 포기하고 나니 갑자기 나비고 본전이 생각나서~ㅎㅎ

 

파리 교통카드 나비고 이용, 구입 방법은 여기에.

2018/06/08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파리에서 근교 여행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나비고"-나비고 이용방법, 구입장소, 가격

 

가기 전에 찾아본 블로그에서

아무 것도! 없으니 굳이 시간내서 갈만한 곳이 아니라는 글을 보기도 했지만,

중세 도시의 원형이 남아있는 유서깊은 도시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최악의 경우 기차 타고 산책다녀왔다고 생각하기로 하고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 꽃별이를 앞세워 출발~

 

꽃별이가 가기싫어 꾸물거린데다

파리 동역에서 타면 된다는 말만 믿고 시간 맞춰 나왔는데

승차장 찾으려 헤매느라 눈 앞에서 기차를 놓치고

다음 차를 타기 위해 1시간을 기댜려 2시가 다 되서야 출발.

게다가 생각보다 멀어서 1시간 30분 가까이 기차를 탄 듯.

 

역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관광안내소가 있는데

우리는 수다떠느라 여길 지나치고 말았다는 슬픈 사연이~ㅋ

 

관광안내소도 못찾았고

검색을 해도 별다른 내용이 없어

본능과 직관에 충실해 그냥 어슬렁 거리며 골목을 걸었다.

돌로 된 길, 돌로 된 건물, 그리고 작은 창문들

파리와는 또다른 분위기인데다 대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고요함과 한적함이 좋아

딱히 목적지없이 걸어도 지루하지않았다.

 

그러다가 우리 눈에 딱 띄인 <장미 정원>이라는 간판과

벽면을 가득 메운 활짝 핀 장미넝쿨.

이 곳이 지역 명소임은 나중에야 알게되었는데

이 때만 해도 그냥 예쁜 카페인 줄~

 

 

가게 앞을 기웃거리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기념품 샵과 카페를 겸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밖으로 나가는 작은 문이 있어 나갔더니

넓은 정원에 형형색색의 장미들이 한가득 피어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차를 마실 수 있었다.

둘러보니 관광객은 우리 밖에 없고

몇 분 계신 노인분들은 다들 화분을 사러온 이 곳 주민들이신듯

서로 인사를 나누며 차를 마시거나 장미 화분을 고르고 계셨다.

 

 

정원을 둘러보다보니 울타리 밖으로 훨씬 더 넓은 정원이 펼쳐졌다.

여긴 그냥 판매용 전시장과 카페를 겸한 곳일 뿐

진짜 <장미 정원>이 바로 그 곳인데

무려 3헥타르에 달하는 장미 정원이 조성되어있다고~

하지만, 시간도 부족한데다 입장료가 8유로라는 말에

우리는 그냥 여기서 잠시 쉬다가기로 하고 장미차를 주문했다.

 

 

나는 따뜻한 장미차를

꽃별이는 아이스 장미차를 주문.

활짝 핀 장미꽃 향 속에 파묻혀

은은한 장미향을 마시니 입 속에도 장미가 피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꽃별이가 마신 아이스 장미차는 맹물에 가까운 맛이라

우리는 고개를 갸우뚱ㅎㅎ

 

 

그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앉아있다가

이러다가는 동네 산책을 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

가던 길을 가기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프로방에는 장미 정원 뿐만 아니라

길을 걷다 스쳐지나는 집들 정원에도, 담장에도

이렇게 탐스러운 장미가 한 가득 피어있어서

자꾸 발걸음이 멈춰졌다.

 

 

다음 목적지는 장미 정원에서 차를 마시면서 멀리 바라다보이던 <세자르 탑>

프로방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그 곳에 가기 위해

좁은 골목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간혹 우리 옆으로 차는 지나갔지만

사람을 마주치기는 힘들었던 주택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건물들을 구경하면서 걷다보니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고

아침에만해도 '거길 뭐하러 가냐고 했던 꽃별이의 궁시렁거림도

어느 순간부터 들리지 않았다.

 

 

언덕길이 끝나는 곳에 나타난 중앙 광장.

이 곳에 카페와 술집, 레스토랑들이 모여있었고

카페 테라스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중심가인데도 이렇게 한적하니

아무것도 없다는 어떤 분의 말씀 역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런 날씨에, 이런 분위기라니...

우리 모녀에게는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이 있었다고 할 수도 있을 만큼

우린 이 곳이 좋았다.

여행지에 대한 취향이나 평가가 이렇게나 서로 다르니

과연 추천 관광지라는 게 있을 수 있는 것인지?

 

골목길을 가다보니 몇 군데 기념품 샵도 보였다.

사람이 너무 없어 들어가기조차 부담스러웠지만

용기내서 들어가 둘러보니

친절한 주인아주머니가 다가와 꿀 시식도 시켜주시고

이 곳 특산품인 장미 시럽에 대한 설명도 해주셨다.

 

 

돌틈 사이에서 혹은 돌 벽 위로 자라던 꽃들의 놀라운 생명력.

 

 

간간히 떨어지기 시작한 비를 맞으며 드디어 도착한 <세자르 탑>

이 곳은 12세기에 방어를 목적으로 세워진 곳으로

이후 종탑과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입구에 서 있는 안내문을 보니 오후 5시에 닫는다고~

5시가 거의 다 된 시각인데 그래도 쪽문이 열려 있길래

혼자 계단을 오르다가 어떤 여성분과 마주쳤다.

 

알고보니 이 분은 이 곳 관광안내소 직원인데 퇴근길에 나와 딱 마주친 것.

세자르 탑을 비롯해 이 지역의 관광할 만한 곳들은 대부분 5시에 문을 닫는다며

나보다 더 안타까워한다.

그러더니 나를 사무실로 데리고 들어가

책상 위에 관광 안내 지도를 펼치면서 걷기 좋은 동선을 지도에 표시해주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다시 꽃별이가 기다리는 입구앞 벤치로 나와 일정을 의논하는데

곧 이어 그녀가 탑으로 올라가는 문을 잠그고 내려오는게 보였다.

내게 좋은 여행하라는 친절한 인사를 던지며 내가 걸어가야할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후

그녀는 떠났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이런 친절한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은

시간이 오래 흐른 후에도 그 도시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그녀 덕분에 프로방 역시 미소와 친절을 간직한 도시로 내게 각인되었다.

 

 

세자르탑을 돌아 오른쪽 방향으로 가니

생 키리아스 대성당이 나왔다.

문이 열려있기에 들어가봤더니 아무도 없었다.

프랑스에 와서 많은 성당을 보았지만 이 곳엔 관광객이 없어서인지

성당 특유의 경건함을 느낄 수 있는 고요한 시간이었다.

 

 

 

관광안내소에서 받은 카다로그의 내용을 보면 

프로방에는 이 밖에도 박물관을 비롯해 여러가지 중세 유물과 유적들이 있다는데

우리는 너무 늦게 도착한 바람에 대부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프로방 여행을 계획한 분들이라면 조금 서두르는 편이 좋을 듯~

 

몇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갑자기 굵어지기 시작했기에

우리는 21시47분에 있다는 마지막 기차를 타기로 하고

일단 이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결정하고

다시 중앙 광장으로 갔다.

몇 개 안되는 식당이 그냐마 이미 닫은 곳도 있었고 사람들도 거의 없어 한산한데

그 때 매의 눈 같은 꽃별이의 눈길을 사로잡은 그림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리하여 들어가게된 이 날의 식당, <Bistrot des remparts>

이 곳에 대한 리뷰는 여기에~

2018/06/10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나비고 이용 파리 근교 여행2-1 프로방 맛집 <Bistrot des remparts>

 

우리가 즐겁게 식사를 하는 동안

다행히 빗줄기는 잦아들었고

배도 부르겠다 막차 시간도 여유있게 남아있겠다

우리는 식사 전에 걷던 길을 마저 걷기로 했다.

식당에서 쭉 걸어내려오니 성으로 들어오는 문과 성벽이 있었다.

 

 

뚫려있는 성문 사이로 간혹 자동차만 오갈 뿐

여전히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 곳에서

800년전 이 성벽을 지키기위해 보초를 서던 병사들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13세기에 세워졌다는 이 벽이

무려 800년 가까이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주위 환경과도 잘 어울려 가히 시간 여행을 떠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성벽 위에서 내려다 보이던 초원과

너무나 고즈넉하고 쓸쓸했던 비오는 봄날의 성벽은

내 눈이 아니라 내 마음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렇게 성 밖으로 나와 성벽을 따라 걷다가

열린 문으로 들어가 다시 마을로 들어서니

우리가 식사를 했던 바로 그 중앙 광장이 나왔고

거기서부터 다시 언덕길을 내려와 우리는 역으로 갔다.

 

 

역까지 이어지는 제법 먼 거리를 걸으면서

우리가 마주친 사람은 어떤 꼬마와 그 아이의 아빠,

그리고 우리에게 가출 현장을 들킨 새끼 고양이 한 마리뿐~

그야말로 한적함의 끝판왕이었던 프로방.

그리고 우리에게 찾아왔던 잔잔한 평온함.

하지만, 그런 마음의 평화가 일순간에 깨지게된 사건이 있었으니~

 

프로방 역에서 막차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방송이 나왔다.

나야 어차피 불어 까막귀ㅋ라 내용도 몰랐지만 순간 꽃별이 얼굴에 당혹감이 나타났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방송에서 기차 수리때문에 막차가 운행되지 않으니 

역앞에 있는 대체 버스를 타고 파리로 돌아가라고 했단다.

이번 여행 중 여러번, 

프랑스 철도청 SNCF가 왜 그토록 악명이 높은지 확인하는 체험학습을 했지만

막차를 타야하는 우리로서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버스로라도 목적지에 데려다주는데 무슨 문제냐 생각하겠지만

기차보다 훨씬 느릴 수 밖에 없는 버스 속도도 문제인데다

버스로 파리에서부터 프로방 사이의 모든 역을 돌면서 사람들을 태워가기때문에

기차를 타는 것보다 훨씬 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리동역에서 숙소까지 다시 지하철을 타야하는 우리로서는

혹시라도 지하철이 끊기지 않을까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노심초사하며 동역에 도착해 가까스로 지하철을 탈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고 지금은 그냥 지나간 일일 뿐이지만

그 때 당시에는 이런 저런 걱정이 많았다.

하여간 내가 프랑스 여행을 했던 5월에도 그리고 아직까지도 파리 철도청은 파업이라

수시로 취소되고 상황이 변화무쌍하니

파리에서 기차를 이용할 에정이라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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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마트료시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