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금부터 시작 :: 프롤로그 -시드니에서 보낸 날들의 기록, 지금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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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은

언제나 설레임과 기대로 가득하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여행 자체보다도

여행을 기다리는 그 순간을 더 사랑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여행과 관련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바로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하나하나 돌이켜보는 시간이에요.

  

떠나기 전에 꿈꾸던 막연한 환상과

터무니없이 높았던 기대감이

현실 속 경험과 만나면서 제 자리를 찾고  

그래서, 더 내 것이 된 진짜 여행의 시간이 바로 그 때지요.

쭉쟁이는 가고 알맹이만 남은 내 여행에 대한 기억.

그걸 떠올리고 정리하면서

내가 다녀온 여행이 진짜 내 시간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2017년 11월 1일부터 12월 30일까지 다녀온

호주 시드니 여행에 대한 기록을.


50세가 저물어가던 그 즈음에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긴 휴가가 주어졌는데

사실 처음부터 시드니를 가려던 건 아니었어요.

그렇게나 오래 시드니에 있을 생각도 아니었고요.

처음엔 그냥 제주도 한 달 살기를 갈까 고민 중이었는데

시드니에 이민간 오랜 친구가 방을 제공할테니

그리 와있으라고 해서 갑자기 결정되었어요.

사실 시드니는 이번이 두번째 여행이였고요

호주의 깨끗한 공기와 낮고 파란 하늘을 워낙 사랑하는 제겐

낙원의 이미지로 남아있는 곳이에요.

저차원적인 생존 영어만 가능한 제게

시드니를 혼자 여행한다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꿀 일이지만

유사시에 보호자 역할을 해줄 든든한 빽이 있으니 못 갈 이유가 없었지요.

 

어쨌든 그렇게 떠나게된 시드니에서는

주로 혼자 보내는 시간들이 많았어요.

친구는 워낙 바빠서

같은 집에 살아도 밤에 잠깐, 주말에나 만날 수 있었고  

저 역시 시드니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느라 좀처럼 집에 붙어있질 않았으니까요.  

서로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각자 편한대로

따로 또 같이 존중하며 사니 오히려 제가 많이 편했지요.

그 친구가 시드니로 이민간 후

중간에 몇 번 연락 끊긴 적도 있는데

그 때 잘 붙들어둔 보람이 있더라고요.

혹시 해외에 사는 친구 있으면 지금이라도 친하게 지내세요.

가까이 사는 친구도 좋지만

멀리 사는 친구는 나이가 들수록 더 쓸모가 많아요.^^

 

아무튼 그렇게해서 방값 비싼 시드니에서

여행자 혹은 장기 체류자로서 생활하던 날들의 기록을 시작하려해요.

어제 일도 기억하기 쉽지 않은 이 나이에

무려 5개월 전 일을 떠올린다는 건 쉽지 않은데다

어차피 모든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이고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올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미화되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을 다시 떠올려보고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두는 일은

어쩌면 같은 곳을 두 번 여행하는 것

아니, 앞으로 이 여행기를 볼 때마다 떠올릴 것까지 포함하면

반복해서 여행하는 것과 같으리라 생각해요.

그리고, 여행은 예습 보다는 복습이라 믿는 저에게 기록은 필수지요.

 

이 모든 이유에 더해

결국 내 인생은 내가 걸은 길의 총합이라는 점에서

여행의 기록은

먼훗날 내가 나를 돌이켜볼 수 있는 사료?가 될 수 있다고 믿기에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해

다시 한 번,

지금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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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마트료시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