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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25 서울 가볼 만한 곳, 성북동 <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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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문자 그대로 한양 도성의 북쪽에 위치한 동네로 

그 이름만으로도 품위와 옛스러운 정취가 느껴지는 곳이다. 

성북동은 조지훈 시인, 소설가 이태준을 비롯해 많은 문인들이 살았던 곳으로도 유명하고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으며 

삼청각, 한양 도성 등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문화 유산으로도 유명하지만, 

내가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바로 여기,

 <길상사>



<길상사>를 찾아가는 길은 

어?와 아!의 연속.



절이 있는 언덕길을 걸어올라갈 때만해도

'어? 정말 이런 곳에 절이 있네' 싶었던 신기함은 

막상 절에 들어선 후로는 

'아! 어쩌면 주택가 한 가운데 이렇게 고즈넉한 공간이 있을까?' 싶은 감탄으로 바뀌었다. 



오래된 동네답게 

아름드리 나무들이 자리한 경내 풍경과 함께 

구석구석 세심하게 돌본 흔적들이 조화를 이루는 

<길상사>



한 바퀴 돌아보니

밖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사찰 규모가 꽤 컸는데 

이 넓은 땅을 신자분께서 시주하신 것이라니 놀라웠다. 



지금의 길상사가 세워진 이 자리는 

원래는 <대원각>이라는 고급 요정이 있었다고 한다. 

<대원각>을 운영하던 사람은 김영한이라는 여자 분인데 

그녀는 16세에 기생에 입문한 이후 

대원각을 운영하면서 꽤 많은 재산을 모았단다. 

하지만, 그녀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 사상에 감화되어 

이 땅을 시주했고 

그래서 이 곳은 그녀의 법명인 길상화에서

절 이름을 따서 길상사가 되었다고~



김영한이라는 분은 백석 시인과의 로맨스로도 유명한데 

백석과 김영한은 22세때 만나 3년간 열애했지만

1939년에 백석이 만주로 떠나 북한에 자리를 잡으면서 

둘은 영원히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영한은 평생동안 백석을 그리워하면서 

자비를 들여 백석 문학상을 제정하기도 했는데  

당시 시가 1000억이었던 대원각 부지를 시주하는 그녀에게 

어떤 사람이 그 돈이 아깝지 않냐고 했더니 

김영한 왈, "그까짓 천억 백석의 시 한 줄만도 못하다"고 말했다니 

백석에 대한 그녀의 존경과 연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 것 같다. 



분단으로인해 

그들 말고도 얼마나 많은 가슴아픈 이별이 있었을 지 

새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언덕을 올라가니 

길상사 맨 위, 모퉁이 자리에 <진영각>이 눈에 들어왔다. 



이 곳에는 법정 스님의 영정과 친필 원고, 유언장 등이 전시되어 있어 

법정 스님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워낙 무소유를 강조하신 분이니 

전시품조차 별다른 것들이 없지만,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바로 이 의자. 

투박하게 만든 나무의자지만, 

저 자체가 꾸밈없고 소박한 법정 스님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정답게 느껴졌다



<길상사> 관람을 나오는 길에 

입구에 세워져있는 "맑고 향기롭게"의 강령을 읽어보았다. 




"맑고 향기롭게"는 법정 스님께서 만드신 단체인데 

"마음을, 세상을,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라는 

아홉가지 실천 덕목을 바탕으로 하는 시민 모임이다. 

스님께서 입적하신 후에도 

여전히 그분의 정신만은 맑고 향기롭게,

우리 사회 곳곳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성북동에 있는 여러 명소와 함께 가기에도 좋은 <길상사>

단풍이 곱게 물든 이 계절에 

멀리 갈 수 없다고 아쉬워만 하지말고

부담없이 다녀오기에도 아름다운 단풍 명소다. 

아쉽게도 나는 10월 중순쯤 다녀와서 단풍을 많이 보지 못했지만, 

지금쯤이면 형형색색 아름답게 물들었을 듯~

8월무렵부터 피는 이 곳 꽃무릇도 그렇게 아름답다던데...

사시사철 어느 계절에 찾아도 좋을 <길상사> 후기는 여기까지. 




2019/10/25 - 성북동 맛집 추천, 할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나물 한 상 <선동보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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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마트료시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