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매 에코 포인트 트래킹에서
짜릿한 성취감과 감동을 느낀 저는
블루마운틴의 또다른 트래킹 코스인 웬트워스 폭포 쪽으로 가보기로 했어요.
이 곳 경치가 무척 아름다운데
평일에는 인적이 드문 편이라기에
일요일에 출발했습니다.
혼자서 떠나는 트래킹이 두번째이다 보니
처음만큼 두렵지는 않더라고요.
역시 모든 일은 처음 시작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일이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이 있어야 두번째도 있으니까요.
아침 일찍 일어나
블루마운틴으로 가는 교외선 기차를 타기 위해
센트럴 역으로 갔어요.
일요일이라 그런지 지난 번 보다 사람이 많았고요
웬트워스 폭포역까지는 1시간 50분 정도가 걸렸어요.
일단 식사를 해결해야했기에
오기 전부터 검색해두었던 파이 맛집으로 향했어요.
웬트워스 폭포로 가는 길에서는 조금 벗어나있어
다시 되돌아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했지만
먹고 싶은 건 꼭 먹어봐야하는 스타일이라서...ㅎㅎ
오늘의 식당인 <마운틴 하이 파이즈> 리뷰는 내일 올리기로 하고요~
파이지만 한 끼 식사로 충분했고요
여유있게 식사를 마친 후
길을 되돌려서 오늘의 트래킹 코스인
웬트워스 폭포를 지나는 찰스 다윈 트레일로 향했어요.
조용하고 작은 마을인 웬트워스에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볼링센터에서 삼삼오오 팀을 이뤄 볼링을 즐기는 노인 분들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시드니에는 동네마다 노인들을 위한 볼링센터가 있는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실내용 볼링 게임과는 달리 잔디밭에서 진행됩니다.
노인들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종목과
또 그것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의 노력 하나만 봐도
호주가 왜 노인들의 천국인지 알겠더라고요.
노인들 외에도
아이들로 가득한 테니스 클럽,
공원에 피크닉 나온 가족들,
간간히 제 곁을 스쳐지나던 조깅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평화롭고 활기한 일요일 아침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이날 제가 걸었던 <블루 마운틴> 웬트워스 폭포 쪽 트래킹 코스는
모두 9개가 있다고해요.
그 중에 제가 걷기로 계획한 곳은 찰스다윈 워크 코스예요.
이 날 제가 어마어마한 실수를 하나 했는데요
그게 뭐냐면 트래킹에 있어서 생존 필수품이라 할 수 있는 생수를 안챙긴 거지요.
블루마운틴 세자매 봉처럼 바로 앞에 기본적인 편의 시설이나 안내센터가 있을거라고 철썩같이 믿은 제 짐작과는 달리 주택가 한켠에 안내판말고는 아무것도 없더라고요ㅠㅠ
'뭐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물 없이 다녔는데
이게 트래킹 내내 육체적 갈증은 물론 심리적 압박감을 주었어요.
이 쪽 코스로 트래킹 가시는 분
혹시 물을 미리 안챙기셨다면 역 앞 마트에서
반드시 물을 사오세요.
인적이 드물다고 해서 혼자 가기가 좀 꺼려졌던 코스인데
일요일이라서 그런건지 다행히 사람들이 제법 오가더라고요.
웅장하고 장엄한 대자연의 위용이 한 눈에 들어오는 세자매봉 코스와는 달리
웬트워스 쪽은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시작했어요.
좁은 트래킹로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옆으로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이어지고
시냇물을 따라가니 작은 폭포들도 나오더라고요.
이 날 날씨가 꽤 더워서 곳곳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또, 단체로 트래킹 온 외국인들도 꽤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참 걷다보니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대자연의 풍경들이 펼쳐졌어요.
보이시나요?
저 바위 끝은 수직 낙하하는 거대한 폭포로 이어집니다.
길이 갈리는 중간에서 위로 갈까 아래로 갈까 망설이는데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위로 가길래
따라가 봤어요.
여기는 "로켓포인트"라는 곳에서 내려다본
반대편 절벽의 단층이에요.
고소 공포증이 있는 저는 보고만 있어도 다리가 후덜덜.
블루마운틴 세자매 봉 쪽 코스에 비해서 이 쪽은 확실히 위험한 코스예요.
걷다 보니 이렇게 무시무시한 경고문이 보이더라고요.
돌아가야하나 망설였는데
앞에서 걷던 외국인 아가씨들이 아무렇지 않게 이리로 가는데다
밑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여 저도 내려가봤어요.
한 쪽엔 거대한 암석이 있고
좁은 길 옆 난간 아래는 까마득한 절벽이 펼쳐져 있더라고요,
계속 좁은 길이 이어지더니
갑자기 수직에 가까운 계단이 나타났고요.
내려가는 거야 조심해서 가면 된다고 치지만
설마 올 때도 이 길 밖에 없는 건 아니겠지?
절대 아닐거야 혼자 세뇌하며 후들후들 떨면서 내려갔어요.
고생한 보람은 있어서 내려갔더니 이런 절경이~
밑에서 올려다 보니
폭포가 정말 장관이었어요.
까마득한 저 위에서 내가 좁은 길을 걸어
수직에 가까운 계단들을 거쳐 이 곳까지 내려왔다니
보고도 못믿겠더라고요.
폭포 밑에는 계곡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사람들이 음식도 먹고 계곡에 발 담그고 놀고 있었어요.
사람들 노는 모습은 어디나 다 비슷하지요.
계곡을 지나니 이제는 오르막 길이 나타났는데
몸을 숙여야만 지나갈 수 있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바위 밑 좁고 낮은 통로를 지나가니
또다시 갈림길이 나오더라고요.
쭉 가면 카페가 있다는 표시를 보고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어랍쇼, 이 길은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되었대요.
그럼 길은 외길인데
이 쪽 길은 이제껏 온 길보다 더 좁고 가파른 길로 내리막길이었어요.
게다가 안내문을 보니
이 길로 가면 도중에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야하는 험한 길이 나오니 조심하라는 경고가 붙어있더라고요.
그 가파른 계단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직진을 하고 싶었지만
문제는?
저에게 물이 없다는 사실이죠.
한 여름 더위에 3시간 가까이 물을 마시지 못한 저는 이미 조금씩 갈증을 느끼고 있었고
돌아갈 길을 생각하니 이래저래 아득하고 심난.
이 험한 여정을 제대로 된 준비없이 떠난 저 자신을 반성하며
눈물을 머금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했지요.
내려올 때는 그나마 쉬웠으나
수직에 가까운 그 가파른 계단들을 다시 오르자니
현기증과 갈증으로 어질어질했어요.
몇 번의 휴식 끝에 겨우겨우 평지에 다다랐을 때의 안도감이란...휴우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그래도 다행히 무사히 마을로 되돌아와
웬트워스 폭포역 근처에 도착했어요.
역근처 슈퍼마켓에서 생명수 같은 주스를 한 병 사서 단숨에 들이켜고
상점들을 구경하며 동네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이 날의 트래킹은 마무리.
블루마운틴 트래킹 코스 중 대표적인 곳 두 군데를 다녀온 사람으로서
두 코스를 비교하자면
둘 중 하나만 가야한다면 단연코 웬트워스 폭포를 추천하고 싶어요.
아기자기함과 장대함이 함께 있고
특히 여름에는 웬트워스 폭포의 시원한 물줄기와 간간히 마주치는 작은 계곡들이
몸도 마음도 시원하고 상쾌하게 해주니까요.
다만 한가지 주의할 점은 이 쪽 코스는 에코 포인트쪽 코스에 비해 험한 편이예요.
제가 다녀온 며칠 후에 이 쪽 구간에서 바위가 낙하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을 만큼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위험한 곳으로 인식되어 있고요.
물론, 허가된 구역에만 들어가고
안전에 관한 기본 사항만 지킨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겠지만
체력 소모도 많은 편이고
거칠고 험한 편이니 반드시 안전에 유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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