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보다는 가벼운,
산책 보다는 조금 무거운? 정도의 걷기를 좋아한다.
취향이 이렇다보니 산이나 공원 보다는 둘레길을 많이 찾게된다.
그래서 멀리는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도 다녀왔고
가깝게는 남산 둘레길이나 관악산 둘레길 등도 자주 찾는 편이다.
하지만, 정작 서울의 대표적인 둘레길인 북한산 둘레길은 이제껏 걸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시간 나는대로 짬짬히,
21개 코스로 이루어진 북한산 둘레길 종주를 목표로 하고
찾아간 첫번째 코스가
바로 여기, 우이령길이다.
우이령길은 북한산 둘레길의 마지막인 21번 코스로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과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을 잇는 구간이다.
북한산 둘레길의 첫번째 코스로 이 구간을 선택한 이유는
이 곳이 40여년간 민간인 출입 금지 구역이었어서
계곡과 숲이 잘 보존되어있는데다 걷기 좋은 길이라는 안내때문이다.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다른 둘레길 코스와는 달리
이 구간은 하루에 1000명 이내로 인원을 제한하고 있기때문에
사전 예약이 필수!
인터넷 예약 방법은
http://bukhan.knps.or.kr에서 공원 탐방→국립공원예약→우이령탐방을 클릭하면 되는데
예약시 출발 지점을 우이와 교현 중에 선택해야 한다.
자세한 이용방법은 여기를 참고.
나는 교현 우이령길 입구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선택했는데
이 곳에 가는 방법은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1, 2번 출구로 나가서
704나 34번 버스를 타고
"우이령, 오봉산 석굴암 입구"에서 하차하면 된다.
하차해서 오른쪽으로 보면 이렇게 안내 표지가 서있다.
안내를 따라 가면 골목길이 나타난다.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다보면 이렇게 벽화가 그려진 담이 나타난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골목길에
지역에 관한 설명이나 자연 환경에 대한 안내,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
버스 정류장에서 우이령 입구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데다
식당가로 번잡한 우이동 쪽 입구와는 달리
한적한 주택가라 개인적으로는 교현 출발이 더 좋은 듯~
다만 골목길부터 입구까지 가는 길에는 편의점이 없으므로
사려는 물건이 있으면 버스 정류장 앞 편의점에서 미리 구입하시길.
그렇게 조금 더 걷다보니
교현탐방지원센터가 나타났는데 이곳이 바로 우이령길 시작점.
이 곳에서 예약 확인 및 신분증을 보여주고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올레 길을 걸으면서 스탬프 찍는 재미를 알게된 나는 이 곳에서
북한산 둘레길 스탬프 북도 구입했다.
가격은 3천원.
구간별로 구체적인 코스나 가는 방법에 대한 안내와 함께
스탬프를 찍는 공간이 있다.
정해진 장소에서 각자 찍으면 되는 올레길 스탬프와는 달리
코스별로 지정된 장소에서 인증샷을 찍고
구간이 끝나는 곳에 있는 탐방지원센터에 들러 인증샷을 보여주면
그 곳에서 스탬프를 찍어준다.
매번 들르기 귀찮다면 인증샷을 잘 보관했다가 스탬프를 한꺼번에 찍어도 된다고 한다.
탐방 지원 센터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숲길이 시작되었다.
길 한 쪽으로는
계곡이 있었는데
가뭄이라 물이 말라 아쉬웠다.
40년 넘게 통제 구역으로 묶여있으면서
사람의 손길을 덜 타서인지
도심 둘레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고즈넉하고 울창한 숲 속 풍경이 펼쳐졌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
저 봉우리의 이름은 오봉암.
우이령 길에는 오봉암 전망대가 두 곳이 있는데
이쪽 보다는 우이 쪽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이 더 멋있었다.
애초에 길을 걷기 시작할 때는
가볍게 둘레길만 걸으려 했는데
석굴암 이정표를 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잠깐 올라갔다 내려오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오르기시작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가파라서 그런지
실제 길이인 0.8km 보다 심리적으로 훨씬 더 길게 느껴졌다.
중간에 위치한 군부대 훈련 소리를 들으며
숨이 턱에 차도록 길을 오르니
드디어 나타난 일주문.
헉헉 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라온 보람이 있었다.
거대한 바위를 배경으로
산 속 깊이 숨겨진 산사의 풍경은
이 멋진 경치를 못봤으면 어쩔 뻔~ 생각이 들만큼 아름다웠다.
다만 여기 저기서 증축과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라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금 아쉽긴 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고목도 찍어보고
돌 사이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씩씩한 제비꽃도 한 장.
석굴암을 올라갈 때와는 달리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길을 내려와
다시 둘레길로 들어섰다.
우이동 쪽 오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확실히 교현 쪽에서 본 것 보다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조금 더 걷다보니 나온 신기한 구조물.
뭘까 궁금해 설명을 읽어보니
전쟁시 적의 탱크 진입을 막는 군사시설인 대전차 장애물이란다.
평상시엔 잘 못 느끼지만
이런 때면 우리나라가 아직은 휴전 상태라는 사실이 실감난다.
나무에서 떨어져 숲길을 뒹굴고 있던 벚꽃 잎들에게 건네는 인사 한마디.
'고왔던 그 모습 그대로
내년 봄에 다시 오렴.'
우이령 길은 전체 구간이 6.8km로 짧은데다
입구에서 입구까지는 4.5km에 불과해서
둘레길 코스 길이가 정말 짧은 편이라
왕복으로 걷는다고 해도 4시간이면 충분하다.
게다가 경사도 완만하고 새소리, 물소리를 들으면서 부담없이 걸을 수 있어
남녀노소 불문하고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안내문에는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코스라고 나와있지만
실제로는 천천히 걸어도 2시간 이내면 충분하다.
나는 교현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서
종착점은 우이탐방지원센터가 되었기 때문에
이 곳에서 인증 스탬프를 찍었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처럼
사시사철 붉은 단풍잎이 자라나는 나무가
가을 우이령길을 홍보하듯 길 한 켠에 자라고 있었다.
우이령길은 가을에 최고라던데 가을에 다시 와봐야지.
탐방 지원센터를 지나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까지는
우이동 먹자골목이다.
흡사 유원지 입구를 연상시키듯
이런 저런 음식점과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돌이켜보니 그냥 왕복으로 걸어도 나쁘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편도로만 걷기를 원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우이동 쪽에서 보다는 교현 쪽에서 출발할 것을 추천하고 싶다.
우이동 쪽에서 출발하면 우이령 입구까지 거리도 멀고
먹자 골목의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출발전에 이미 진이 빠질 듯~ㅎㅎ
벚꽃 진 자리의 아쉬움을
초록의 싱그러움이 메워주었던 5월 어느 날의 우이령길 후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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