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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7.05 런던 근교 여행 추천 브라이튼 & 세븐 시스터즈 2. <세븐 시스터즈> 트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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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스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여유있게 커피 한 잔까지 마신 후

우리는 드디어 세븐 시스터즈로 출발했다.

브라이튼에서 세븐 시스터즈까지 소요시간은 1시간쯤.

버스 타는 곳은 브라이튼 역에서 한참 내려와야 있는 D정류장에서 

12, 12A, 12x(세븐시스터즈 파크앞 하차)

13(벌링갭 하차)을 타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여기를 참고~

 

 

버스는

브라이튼 해변의 해안선을 끼고 달리다가 

구불구불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조용한 시골 마을을 구석구석 지나간다. 

버스 2층 오른쪽 창가쪽으로 앉으면 멋진 전망들을 볼 수 있다. 

신기했던 건 영국에서는 집채만한^^개도 버스에 탈 수 있다는 사실.

물론, 목줄을 해야하지만

애완견도 아니고 그 큰 개를 데리고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전혀 겁먹거나 경계하지않는 사람들의 태연한 모습이

낯설고 신기했다.

 

마침내

"세븐시스터즈 파크" 정류장이 나왔고 그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렸지만

우리는 패스~

정류장 이름은 기억나지않지만

우리는 거기서부터 두 정거장쯤 더 가서 내렸다.

이 날 자외선이 워낙 강했기때문에

그늘 하나 없는 낮시간의 초원을 걷기가 부담스러웠던 우리는

세븐 시스터즈가 한 눈에 들어오는 벌링 갭에서 시작해 

역방향으로 걷기로 했기때문이다.


그런데 벌링갭은 우리가 내린 곳에서 길을 건너 

한적한 마을길과 차도를 따라 걸어서 30분 정도. 

나중에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원래 주말에는

벌링 갭 바로 앞까지 들어가는 버스가 있다고한다.

(단 막차시간이 6시인가 아무튼 매우 이른 편이니 반드시 사전에 알아보시길~)

 


벌링갭을 향해 걷다보니 

오른쪽으로는 목장, 왼쪽으로는 드넓은 언덕위에 끝없는 초원이 펼쳐졌다.



벌링 갭 주변에는 레스토랑이나 매점, 카페 등의 편의시설이 거의 없다. 

게다가 우리가 간 날은 일요일이었기때문에 

레스토랑 역시 이른 시간에 닫았다. 

화장실과 아이스크림을 파는 트럭 외에는 편의시설을 찾기 힘드니 

트래킹 예정이라면 물이나 간식 등은 미리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언덕의 경사가 많이 가파르지않고 

풀밭이라 가볍게 트래킹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지평선을 바라보다

어쩌면 그것이우리가 반대된다고 생각하는 개념들이 사실은 하나임을 

입증하는 자연의 증거가 아닐까 생각했다. 

바다와 하늘이, 땅과 하늘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삶과 죽음이 사실은 서로 반대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연결된 것이니까.



언덕길을 오르다 문득 뒤를 돌아다보니

세븐시스터스의 위용이 한 눈에 들어왔다.

세븐 시스터즈는 석회암 절벽 수에 따라 지어진 이름이라는데

실제로는 8-10개까지 여러가지로 달리 세어진다고~



멀리서 볼 때는 작은 점에 불과했던 건물인데

가까이 가보니 제법 ~ 



저 건물 위쪽으로 가면 

더 이상 갈 수 없게 앞을 막아놓은 철책이 있는 반면 

오른쪽

즉 절벽 단면에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아무런 보호벽 없이 절벽이 그대로 노출되어있다. 

다시 말하면 저 절벽 끝에서 한 발을 헛디디면 그대로 추락하게 된다는 뜻이다. 



절벽의 높이는 무려 60미터.

쫄보에 고소공포증까지 있는 나와 꽃별이는 그 근처에도 가지 못했지만

간혹 그 끝에서 인증샷을 찍거나 

고개를 절벽 쪽으로 내밀고 누워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보기만 해도 심장이 벌렁 벌렁. 

실제로 작년엔가 한 한국인 유학생이 사진을 찍다가 절벽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고 한다.

사고는 어리석고 재수없는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설마 나한테 그런 일이 생길까하는 안일한 생각은 접어두고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말길~



언덕을 내려오는 길에 보니

썰물 때인지 

절벽 아래, 물이 빠진 바닷가에서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바야흐로 결정의 시간.

이제 어느 길로 갈 것인가? 

꽃별이는 햇빛이 뜨거워 걷기 힘드니 

벌링갭 바로 앞에서 잠시 후 출발하는 막차 버스를 타자고 하고 

나는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트래킹을 좀 더 해보자고 설득했다.

그런데 막상 트래킹을 하려고 코스를 보니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그 방향에 오가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꽃별이 말로는 여긴 인터넷도 안된다며

만약에 길을 잃어버리면 어쩌냐고 한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꽃별이 판단이 맞지만

부릉부릉 불도저인 내게 한 번 걸린 발동은 꺼질 줄을 모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있는데 어라~

왠 젊은 외국인 남녀 3명이 내가 가려던 그 방향으로 들어섰다.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ㅋ

길을 잃더라도 여럿이면 수월할꺼고

일면식도 없으나 길동무가 생겼으니 무조건 저들을 따라가자고 했다.

꽃별이는 저 사람들은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일 수도 있고 

우리와는 방향이 다를 수도 있다며 마지막 저항의 몸부림을 보였으나 

이미 내 귀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ㅋㅋ

결국 조금 따라가보고 아니다 싶으면 왔던 길을 돌아오기로 하고

그들을 쫓아 출발!

 

간혹 한 두 채 보이던 집들도 이내 보이지 않고

왼쪽에는 절벽과 바닷가

오른쪽으로는 목장과 초원 그리고 꽃밭이 펼쳐진

그야말로 대자연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으니...



걷다가 뒤를 돌아볼 때면

점점 멀게 느껴지던 인간의 세계, 문명의 세계.

이대로 길을 잃으면 어쩌나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신세계를 개척하는 탐험가가 된 기분.ㅋ



한참을 걷다가 왼쪽 절벽을 바라보는데 눈에 띈 어떤 이의 뒷모습.

때론 뒷모습은 얼굴 표정보다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질 무렵, 까마득한 절벽, 그리고 쓸쓸한 뒷모습...

너나 할 것 없이 뜻대로 되지않는 고단한 인생에 대한 은유처럼 

내 마음 속에 새겨진 장면 하나.   

 

 

처음엔 트래킹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꽃별이도 

이런 장관은 처음 본다며 감탄에 감탄을~

니가 유럽 여행을 혼자 백만 번 한들

나같은 불도저 엄마 아니면 어디서 이런 경험을 하겠냐며 생색을 내니 

시드니에서 혼자서도 맨날 이러고 다녔냐며 괜히 구박. 

'시드니에서 내가 어쩌고 다녔는지 니가 알면 기절할 것이다' 하려다가

다음부터 절대 아무데도 혼자 못가게 한다고 할까봐

혼자서는 무서워서 절대 위험한 곳에 가지 않는다고 선의의 거짓말.ㅋㅋ

내가 널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게 나의 오산이듯

너 역시~

뭐, 그렇게 오해하면서 사는 것도 지구 평화를 위해 나쁘지 않겠지만.^^

 


돌이켜 보니 우리 앞서 갔던 그 세사람.

행여 놓칠세라 바라보던 뒷통수만 희미하게 기억날 뿐이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이정표가 되어준 그들이 정말 고맙다. 

어쩌면 지구별에 사는 우리 각자는 

아주 거대한 모자이크 작품의 일부이고 

그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된 존재라는 말이 사실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한 어떤 행동들이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에게는 고마움으로, 

누군가에게는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들을 놓칠세라 열심히 걷다보니 

길은 어느새 목장 안으로 이어졌고 

그들이 목장안으로 들어가기에 우리도 따라 들어갔다. 

여긴 사유지일텐데 맘대로 들어가도 되나 걱정이 되기도했지만 

별다른 금지 표시도 없었고 다른 길은 찾을 수 없었기에 

만약 걸리면 앞 사람들 핑계를 대야지-좀전까지만 해도 생명의 은인이라면 한껏 추켜올렸던 그들에게 은혜를 원수로 갚는ㅋㅋ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말이 생겼는지도ㅎㅎ-

나름의 방어책도 마련해두고 씩씩하게 전진~


소 닭 보듯 하는 어미 양과는 달리 

귀를 쫑긋 세우고 우리를 경계하던 아기 양들. 


 


드넓은 초원 위에 펼쳐진 양들의 세상. 

자신들의 땅을 허락도 없이 침범한 우리를 

순한 눈으로 바라보는 양이 너무 예뻐서 

나도 한참을 바라보다 한 컷. 



사진은 이렇게 목가적이고 그림같은 풍경이지만

그 이면에는 정말 잔인한 반전이 숨어있었으니~

드넓은 초원 위에 노란 풀과 순한 어린 양들 사이에 숨어있는 그건 뭐?

양들이 식사와 볼 일을 같은 장소에서 해결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

그나마 맑은 날이라 땅이 질척거리지 않아 

발밑을 잘 보고 걸으면 피할 수는 있었지만

정말이지 그곳에 있던 배설물의 양과

세븐시스터즈 해변의 자갈의 양을 비교하면 아마 거의 비슷했을 듯~



그렇게 발 밑의 지뢰들을 피하다 보니

어느덧 시야 밖으로 사라진 우리의 안내자들. 

잠시 패닉했으나 다행히 조금 더 가니 인터넷이 터졌고

우리는 드디어 안도.

만약 구글맵이 없었으면 우리는 

아마도 양들 틈에서 잠든 스테파니 아가씨처럼

이 곳에서 밤을 보냈어야 했겠지. 

하지만, 사랑스러운 눈길로 우리를 바라보며 

저 하늘에 있는 별이 잠시 내려왔다고 생각하며 우리를 지켜줄 목동도 없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

무사히 인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았으니 천만다행. 

 


그렇게 목장 밖으로 나오니 드문드문 주택이 몇 채 있었고

이내 정류장에 도착했다. 

다리도 너무 아프고 지쳐서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데 꽃별 왈,

"이 벤치 사연있는 벤치네"한다.



벤치에 새겨진 문장을 읽어보니

먼저 세상을 떠난 sister에게 brother가 

영원한 사랑과 기억을 담아 헌정한 벤치라고~

돌아올 수 없는 것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대해, 

기억의 방식에 대해,

영원한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벤치. 

 

벤치와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트래킹 모험은 끝이 났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보니 

브라이튼 피어쪽에 화려한 조명도 들어오고

해변에 석양이 조금씩 깔리기 시작했는데

낮과는 또다른 분위기라 해변 산책을 하고 싶었으나...

깊이 곯아떨어진 꽃별이에게 차마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아쉽게 바라보기만 했다.


돌이켜보니 브라이튼과 세븐 시스터즈를 함께 여행하려면 

아침 일찍 런던에서 출발해

세븐 시스터즈 트래킹을 먼저 한 후

브라이튼 시내를 돌아보고 나서 

해변에서 석양을 보는 일정이 좋을 것 같다. 

특히 주의할 점은 세븐 시스터즈는 초원 지대이기때문에 

햇빛을 가려줄 나무가 거의 없다. 

그러니 자외선이 강한 날은 

반드시 선글라스나 양산, 모자를 꼭 가져가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시길~


세븐 시스터즈의 절경 자체도 장관이었지만

초원과 초원 위를 수놓듯 피어있던 노란 꽃

나를 빤히 바라보던 양들의 순진무구한 눈매.

그리고 그리움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누군가가 헌정한 의자.

그 모든 순간, 모든 장소가 내 기억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세븐 시스터즈>여행기는 여기까지~

 

2018/07/03 - 런던 근교 여행 추천 브라이튼 & 세븐 시스터즈 1. 볼거리가 많은 바닷가 휴양지 브라이튼


2018/07/04 - 브라이튼 맛집 추천, <빌즈>(Bi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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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마트료시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