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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달간의 프랑스, 영국 여행 중

가장 자주 이용했던 샌드위치 가게 <Pret>

 

<Pret>의 정식 명칭은 프레 타 망제 (Pret a manger)인데

프랑스어로 "ready to lunch"라는 뜻이라고 한다.

영국에 본사를 둔 회사인데 이름은 프랑스어인게 특이.

신선한 재료만 사용하여 주방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며

당일 음식은 당일에 모두 판매한다는 원칙하에 운영되는데

영국은 물론, 프랑스에도 곳곳에 많은 체인점이 있다.

맛있는 빵집이 많은 프랑스에서도 굳이 이 곳을 자주 이용했던 이유는

일찌감치 문을 닫는 프랑스의 빵집들과는 달리 프렛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시각까지 영업을 하기때문이다.

 

 

가격은 프랑스가 영국보다 조금 더 비싸며

영국 브랜드이기때문에 영국에서는 거의 모든 역 근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샌드위치가 주메뉴기는 하지만

매우 다양한 종류를 판매하며

샐러드, 음료, 디저트 등에 이르기까지 판매 품목도 매우 다채롭다.

가격대는 4-7파운드 정도

 

 

이용하는 방법은

원하는 샌드위치나 샐러드와 음료를 냉장고에서 골라

카운터로 가져가 계산하면 된다.

커피를 비롯한 따뜻한 음료는 카운터에서 주문하면 된다.

미리 조리된 음식을 구입하는 것이기때문에

대기 시간이 매우 짧아 편리하다.

 

 

영국에서는 아주 쉽게 찾을 수 있고

비교적 부담없는 가격이라

가볍게 식사하기에도 좋은 곳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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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꼭 먹어야할 대표 음식 "피시 앤드 칩스"

생선과 감자 튀김이라는

얼핏 보면 매우 단순한 요리인 듯 하지만,

사실 집에서 하다못해 냉동 군만두라도 튀겨 먹어본 사람은 안다.

튀김을 정말 바삭하고 기름 냄새 안나게 튀긴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음을...


3년전 시드니 여행에서 인생 피시앤 칩스를 경험한 우리는

피시앤 칩스의 종주국인 영국에 가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그래서 싸게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피시앤 칩스 보다는

조금 비싸도 신선하고 맛있는 곳을 찾아가기로~


 

<Golden Union>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곳은 

소호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매우 좋다. 

실내 분위기는 캐주얼 레스토랑? 혹은 패스트푸드점?? 같은 분위기인데 

나름 유명한 곳이긴 한 지 손님도 제법 많았다. 

 

메뉴판을 보니 한종류의 피시 앤 칩스만 파는게 아니라 

피시 종류가 여러가지였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

small cod&chips 와 king prawn chips,

콜라와 맥주를 주문했다.

 

 

이름처럼 king prawn까지는 아니지만

제법 크고 살도 많은 새우가 감자와 함께 튀겨져 나왔다.

가격은 12.95파운드

 

 

우리가 주문한 생선 튀김의 재료는 cod 즉 대구다.

가게 안에 냉동 생선이 아닌 생물 생선을 사용한다는 문구가 붙어있더니

먹어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냉동 생선 특유의 퍽퍽한 식감이 아니라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신선함이 느껴졌다.

흰살 생선은 역시 타르타르 소스와 먹어야~

함께 먹으니 기름의 느끼한 맛과 약간의 비릿함을 가라앉혔다.

 

 

기름 냄새도 거의 안나고

바삭한데다 생선의 질도 매우 우수해서 맛은 합격. 

다만 아쉬운 건 가격,

 

 

우리는 새우와 대구를 둘 다 먹어보고 싶어서

두가지를 따로 시켰는데

먹어보니 양이 너무 많았다.

만약 우리처럼 여자 둘이서 간다면 라지 메뉴를 하나 시키고

음료를 시켜 먹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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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스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여유있게 커피 한 잔까지 마신 후

우리는 드디어 세븐 시스터즈로 출발했다.

브라이튼에서 세븐 시스터즈까지 소요시간은 1시간쯤.

버스 타는 곳은 브라이튼 역에서 한참 내려와야 있는 D정류장에서 

12, 12A, 12x(세븐시스터즈 파크앞 하차)

13(벌링갭 하차)을 타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여기를 참고~

 

 

버스는

브라이튼 해변의 해안선을 끼고 달리다가 

구불구불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조용한 시골 마을을 구석구석 지나간다. 

버스 2층 오른쪽 창가쪽으로 앉으면 멋진 전망들을 볼 수 있다. 

신기했던 건 영국에서는 집채만한^^개도 버스에 탈 수 있다는 사실.

물론, 목줄을 해야하지만

애완견도 아니고 그 큰 개를 데리고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전혀 겁먹거나 경계하지않는 사람들의 태연한 모습이

낯설고 신기했다.

 

마침내

"세븐시스터즈 파크" 정류장이 나왔고 그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렸지만

우리는 패스~

정류장 이름은 기억나지않지만

우리는 거기서부터 두 정거장쯤 더 가서 내렸다.

이 날 자외선이 워낙 강했기때문에

그늘 하나 없는 낮시간의 초원을 걷기가 부담스러웠던 우리는

세븐 시스터즈가 한 눈에 들어오는 벌링 갭에서 시작해 

역방향으로 걷기로 했기때문이다.


그런데 벌링갭은 우리가 내린 곳에서 길을 건너 

한적한 마을길과 차도를 따라 걸어서 30분 정도. 

나중에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원래 주말에는

벌링 갭 바로 앞까지 들어가는 버스가 있다고한다.

(단 막차시간이 6시인가 아무튼 매우 이른 편이니 반드시 사전에 알아보시길~)

 


벌링갭을 향해 걷다보니 

오른쪽으로는 목장, 왼쪽으로는 드넓은 언덕위에 끝없는 초원이 펼쳐졌다.



벌링 갭 주변에는 레스토랑이나 매점, 카페 등의 편의시설이 거의 없다. 

게다가 우리가 간 날은 일요일이었기때문에 

레스토랑 역시 이른 시간에 닫았다. 

화장실과 아이스크림을 파는 트럭 외에는 편의시설을 찾기 힘드니 

트래킹 예정이라면 물이나 간식 등은 미리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언덕의 경사가 많이 가파르지않고 

풀밭이라 가볍게 트래킹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지평선을 바라보다

어쩌면 그것이우리가 반대된다고 생각하는 개념들이 사실은 하나임을 

입증하는 자연의 증거가 아닐까 생각했다. 

바다와 하늘이, 땅과 하늘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삶과 죽음이 사실은 서로 반대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연결된 것이니까.



언덕길을 오르다 문득 뒤를 돌아다보니

세븐시스터스의 위용이 한 눈에 들어왔다.

세븐 시스터즈는 석회암 절벽 수에 따라 지어진 이름이라는데

실제로는 8-10개까지 여러가지로 달리 세어진다고~



멀리서 볼 때는 작은 점에 불과했던 건물인데

가까이 가보니 제법 ~ 



저 건물 위쪽으로 가면 

더 이상 갈 수 없게 앞을 막아놓은 철책이 있는 반면 

오른쪽

즉 절벽 단면에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아무런 보호벽 없이 절벽이 그대로 노출되어있다. 

다시 말하면 저 절벽 끝에서 한 발을 헛디디면 그대로 추락하게 된다는 뜻이다. 



절벽의 높이는 무려 60미터.

쫄보에 고소공포증까지 있는 나와 꽃별이는 그 근처에도 가지 못했지만

간혹 그 끝에서 인증샷을 찍거나 

고개를 절벽 쪽으로 내밀고 누워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보기만 해도 심장이 벌렁 벌렁. 

실제로 작년엔가 한 한국인 유학생이 사진을 찍다가 절벽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고 한다.

사고는 어리석고 재수없는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설마 나한테 그런 일이 생길까하는 안일한 생각은 접어두고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말길~



언덕을 내려오는 길에 보니

썰물 때인지 

절벽 아래, 물이 빠진 바닷가에서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바야흐로 결정의 시간.

이제 어느 길로 갈 것인가? 

꽃별이는 햇빛이 뜨거워 걷기 힘드니 

벌링갭 바로 앞에서 잠시 후 출발하는 막차 버스를 타자고 하고 

나는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트래킹을 좀 더 해보자고 설득했다.

그런데 막상 트래킹을 하려고 코스를 보니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그 방향에 오가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꽃별이 말로는 여긴 인터넷도 안된다며

만약에 길을 잃어버리면 어쩌냐고 한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꽃별이 판단이 맞지만

부릉부릉 불도저인 내게 한 번 걸린 발동은 꺼질 줄을 모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있는데 어라~

왠 젊은 외국인 남녀 3명이 내가 가려던 그 방향으로 들어섰다.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ㅋ

길을 잃더라도 여럿이면 수월할꺼고

일면식도 없으나 길동무가 생겼으니 무조건 저들을 따라가자고 했다.

꽃별이는 저 사람들은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일 수도 있고 

우리와는 방향이 다를 수도 있다며 마지막 저항의 몸부림을 보였으나 

이미 내 귀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ㅋㅋ

결국 조금 따라가보고 아니다 싶으면 왔던 길을 돌아오기로 하고

그들을 쫓아 출발!

 

간혹 한 두 채 보이던 집들도 이내 보이지 않고

왼쪽에는 절벽과 바닷가

오른쪽으로는 목장과 초원 그리고 꽃밭이 펼쳐진

그야말로 대자연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으니...



걷다가 뒤를 돌아볼 때면

점점 멀게 느껴지던 인간의 세계, 문명의 세계.

이대로 길을 잃으면 어쩌나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신세계를 개척하는 탐험가가 된 기분.ㅋ



한참을 걷다가 왼쪽 절벽을 바라보는데 눈에 띈 어떤 이의 뒷모습.

때론 뒷모습은 얼굴 표정보다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질 무렵, 까마득한 절벽, 그리고 쓸쓸한 뒷모습...

너나 할 것 없이 뜻대로 되지않는 고단한 인생에 대한 은유처럼 

내 마음 속에 새겨진 장면 하나.   

 

 

처음엔 트래킹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꽃별이도 

이런 장관은 처음 본다며 감탄에 감탄을~

니가 유럽 여행을 혼자 백만 번 한들

나같은 불도저 엄마 아니면 어디서 이런 경험을 하겠냐며 생색을 내니 

시드니에서 혼자서도 맨날 이러고 다녔냐며 괜히 구박. 

'시드니에서 내가 어쩌고 다녔는지 니가 알면 기절할 것이다' 하려다가

다음부터 절대 아무데도 혼자 못가게 한다고 할까봐

혼자서는 무서워서 절대 위험한 곳에 가지 않는다고 선의의 거짓말.ㅋㅋ

내가 널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게 나의 오산이듯

너 역시~

뭐, 그렇게 오해하면서 사는 것도 지구 평화를 위해 나쁘지 않겠지만.^^

 


돌이켜 보니 우리 앞서 갔던 그 세사람.

행여 놓칠세라 바라보던 뒷통수만 희미하게 기억날 뿐이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이정표가 되어준 그들이 정말 고맙다. 

어쩌면 지구별에 사는 우리 각자는 

아주 거대한 모자이크 작품의 일부이고 

그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된 존재라는 말이 사실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한 어떤 행동들이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에게는 고마움으로, 

누군가에게는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들을 놓칠세라 열심히 걷다보니 

길은 어느새 목장 안으로 이어졌고 

그들이 목장안으로 들어가기에 우리도 따라 들어갔다. 

여긴 사유지일텐데 맘대로 들어가도 되나 걱정이 되기도했지만 

별다른 금지 표시도 없었고 다른 길은 찾을 수 없었기에 

만약 걸리면 앞 사람들 핑계를 대야지-좀전까지만 해도 생명의 은인이라면 한껏 추켜올렸던 그들에게 은혜를 원수로 갚는ㅋㅋ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말이 생겼는지도ㅎㅎ-

나름의 방어책도 마련해두고 씩씩하게 전진~


소 닭 보듯 하는 어미 양과는 달리 

귀를 쫑긋 세우고 우리를 경계하던 아기 양들. 


 


드넓은 초원 위에 펼쳐진 양들의 세상. 

자신들의 땅을 허락도 없이 침범한 우리를 

순한 눈으로 바라보는 양이 너무 예뻐서 

나도 한참을 바라보다 한 컷. 



사진은 이렇게 목가적이고 그림같은 풍경이지만

그 이면에는 정말 잔인한 반전이 숨어있었으니~

드넓은 초원 위에 노란 풀과 순한 어린 양들 사이에 숨어있는 그건 뭐?

양들이 식사와 볼 일을 같은 장소에서 해결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

그나마 맑은 날이라 땅이 질척거리지 않아 

발밑을 잘 보고 걸으면 피할 수는 있었지만

정말이지 그곳에 있던 배설물의 양과

세븐시스터즈 해변의 자갈의 양을 비교하면 아마 거의 비슷했을 듯~



그렇게 발 밑의 지뢰들을 피하다 보니

어느덧 시야 밖으로 사라진 우리의 안내자들. 

잠시 패닉했으나 다행히 조금 더 가니 인터넷이 터졌고

우리는 드디어 안도.

만약 구글맵이 없었으면 우리는 

아마도 양들 틈에서 잠든 스테파니 아가씨처럼

이 곳에서 밤을 보냈어야 했겠지. 

하지만, 사랑스러운 눈길로 우리를 바라보며 

저 하늘에 있는 별이 잠시 내려왔다고 생각하며 우리를 지켜줄 목동도 없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

무사히 인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았으니 천만다행. 

 


그렇게 목장 밖으로 나오니 드문드문 주택이 몇 채 있었고

이내 정류장에 도착했다. 

다리도 너무 아프고 지쳐서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데 꽃별 왈,

"이 벤치 사연있는 벤치네"한다.



벤치에 새겨진 문장을 읽어보니

먼저 세상을 떠난 sister에게 brother가 

영원한 사랑과 기억을 담아 헌정한 벤치라고~

돌아올 수 없는 것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대해, 

기억의 방식에 대해,

영원한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벤치. 

 

벤치와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트래킹 모험은 끝이 났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보니 

브라이튼 피어쪽에 화려한 조명도 들어오고

해변에 석양이 조금씩 깔리기 시작했는데

낮과는 또다른 분위기라 해변 산책을 하고 싶었으나...

깊이 곯아떨어진 꽃별이에게 차마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아쉽게 바라보기만 했다.


돌이켜보니 브라이튼과 세븐 시스터즈를 함께 여행하려면 

아침 일찍 런던에서 출발해

세븐 시스터즈 트래킹을 먼저 한 후

브라이튼 시내를 돌아보고 나서 

해변에서 석양을 보는 일정이 좋을 것 같다. 

특히 주의할 점은 세븐 시스터즈는 초원 지대이기때문에 

햇빛을 가려줄 나무가 거의 없다. 

그러니 자외선이 강한 날은 

반드시 선글라스나 양산, 모자를 꼭 가져가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시길~


세븐 시스터즈의 절경 자체도 장관이었지만

초원과 초원 위를 수놓듯 피어있던 노란 꽃

나를 빤히 바라보던 양들의 순진무구한 눈매.

그리고 그리움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누군가가 헌정한 의자.

그 모든 순간, 모든 장소가 내 기억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세븐 시스터즈>여행기는 여기까지~

 

2018/07/03 - 런던 근교 여행 추천 브라이튼 & 세븐 시스터즈 1. 볼거리가 많은 바닷가 휴양지 브라이튼


2018/07/04 - 브라이튼 맛집 추천, <빌즈>(Bi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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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브라이튼 맛집이라고 했지만,

사실 <빌즈>는 프랜차이즈라 꼭 브라이튼이 아니라도

런던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지난 번 런던 여행때 

빌스에서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를 먹었다는 꽃별이의 추천으로

가게 된 곳.

 

 

11시가 조금 지난 비교적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거의 빈 자리가 없었다.

인테리어도 세련되었고

펍 분위기도 나는

젊은 감각의 레스토랑.

 

 

하루 종일 걸어야 하니 좀 든든하게 먹어보자며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5 조각짜리 팬케이크와

쉐어링 플레이트(sharing plate).

 

팬케이크(8.95파운드)는 각종 과일 조각으로 토핑되어 

비주얼은 그럴 듯했지만

맛 자체는 집에서 해먹는 팬케이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쉐어링 플레이트(sharing plate)는(13.95파운드)

말 그대로 나누어 먹기 위한 음식이라 그런지

양도 많고 다양한 음식들이 섞여있어

골고루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빌스는 영국에서는 흔치 않게

아침, 점심, 저녁 메뉴를 다 하는 집.

끼니마다 주문 가능한 메뉴가 조금씩 다르고

평일 점심에는 할인받을 수 있는 메뉴도 있으니

영국 여행 중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는다면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2018/07/03 - 런던 근교 여행 추천 브라이튼 & 세븐 시스터즈 1. 볼거리가 많은 바닷가 휴양지 브라이튼

2018/07/05 - 런던 근교 여행 추천 브라이튼 & 세븐 시스터즈 2. <세븐 시스터즈> 트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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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박 6일의 런던 일정 중 하루는 근교 여행을 하기로 하고 

코츠월드와 브라이튼을 놓고 고민했다. 

코츠월드는 대중 교통 접근성이 안좋은 편인데다 

브라이튼은 세븐시스터즈까지 볼 수 있다고 해서

브라이튼으로 결정. 


가는 방법은 일단 기차로 브라이튼으로 간 다음 

그 곳에서 버스로 세븐 시스터즈에 가면 된다. 

출발은 기차가 정차하는 몇몇 역 중에 선택하면 되는데

우리는 숙소에서 St.Pancras역이 가까워 거기서 출발하기로~

날씨를 종잡을 수 없어 예매를 미리 하지않고 

그냥 날씨 좋은 날 가기로 했는데 

일기예보에서는 비가 온다고 했던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이 말짱해 출발!


런던 역시 파리 기차처럼 미리 사두는 것이 싸다고 들은 것 같은데 

당일 날 샀지만 비싸지 않았다. 

역에 있는 티켓 판매소에서 직원에게 직접 샀는데 

일단 편도만 사고 돌아오는 표는 브라이튼에서 시간에 맞춰 사려던 우리에게 

직원이 왕복 표와 편도표의 요금 차이가 거의 없고 돌아오는 기차는 원하는 시간에 타면 되니

그냥 왕복 표를 사라고 알려줘서 불필요한 소비를 피했다. 

브라이튼에 가실 분들은 반드시 왕복으로 표를 구매하길~

 

왕복요금(편도요금도 동일)은 1인당 12.2 파운드였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다행히 우리는 앉아 갔지만 다음 역에서 만석이 되어

서서 가는 사람도 많았다.

파리에서 기차 파업때문에 시간대 선택에 애를 먹었었는데

런던 역시 공사로 인해 당일 취소되는 기차도 있었다.

표를 예매했다고 방심하지말고 당일날 기차역에서 한 번 더 확인하는게 좋다. 

기차 예매시 주의 사항을 하나 더 얘기하자면

브라이튼행의 경우 

런던 어느 역에서 출발하느냐와 요일, 시간대에 따라 

요금 차이가 많게는 2배 정도 나기도 했다.

www.goeuro.com에서 다양하게 검색해보고 표를 사기를~

 

교외 여행은 여행 중에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또다른 새로움을 준다.

대도시의 번잡함과 소음에서 벗어나 차창밖에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니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

파리에서도 그랬지만 런던에서도 

기억에 남는 장소는 시내가 아니라 근교 여행지였다. 

취향 탓도 있겠지만...

 

 

런던 St.Pancras역에서 브라이튼 역까지는 1시간 조금 넘게 소요된다.

브라이튼 역에서 나오자마자 왼쪽으로 관광안내소가 있는데

이 곳에서 세븐 시스터즈로 가는 버스 티켓을 살 수 있다.

요금은 5파운드.

이 표가 있으면 당일에 한해 브라이튼 시내 모든 버스들을 무제한 승차할 수 있다.

이용 방법은 여행 당일의 년, 월, 일 부분을 복권 긁듯이 스크래치한 후

버스에 탑승할 때마다 기사님께 보여주면 된다.

여행 후에 두고두고 간직할 수 있는 좋은 기념품인 듯~

 

 

아침 식사가 부실했던 우리는

브라이튼 시내에서 일단 식사를 한 후 시내 구경을 하기로~

 


오기 전에는 브라이튼을

세븐 시스터즈로 가기 위해 거쳐가는 곳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걸으면서 보니 구경 거리도 많고

둘러 보고 싶은 곳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않았던 우리는 대표적인 곳 몇 군데만 들리기로~

 

브라이튼의 랜드마크인 시계탑.

이 주위가 브라이튼의 중심가.

 


 

큰 길에서 벗어나 살짝 골목길로 들어서니 

포토벨로 마켓이 연상되는 파스텔톤 건물들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로얄 파빌리온.

우리가 묵고 있던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꼭 가보라며 추천해 준 곳이다.

브라이튼 역에서 바로 갈꺼라면 버스를 타고 가는게 좋지만,

우리는 중간에 시내 구경도 하고 식사도 하면서 걷느라 

그냥 걸어서 도착했다.

이 날 햇빛이 정말 강렬했는데

메마르고 뜨거운  대기를 식혀주던 분수는 

바라보기만 해도 청량감을 주었다.

 

 

로얄파빌리온은 조지 4세가 지은 별궁으로

입장료는 13.5파운드.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입장은 하지않고

외관과 주위만 둘러보았다.

이슬람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라 독특했고

들어가보진 못했지만 내부는 중국풍이라고~ 

현재는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바닷가 휴양지로 유명한 브라이튼에 왔으니

바빠도 바다는 꼭 보고 가자며 우리가 향한 곳은 브라이튼 피어와 해수욕장.

로얄 파빌리온에서 가까워서 걸어갔는데 

바닷가로 갈수록 사람들이 정말 많아져서

이 곳이 런던 근교의 유명 휴양지임이 실감 났다.  

 

 

에메랄드빛 투명한 바다색깔은 아니었지만

모처럼 보는 바다가 정말 반가웠다.

거제도에 있는 몽돌 해수욕장처럼 

이 곳도 해변에 모래가 아니라 자갈이 깔려있었는데

햇빛은 강하지만 기온이 그리 높지 않아서 그런지

수영하는 사람들보다는 일광욕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해수욕장 옆에는 이렇게 바닷가쪽으로 돌출된,

브라이튼 피어가 있었다.

이 곳은 자그만한 해수욕장 위에 놓인 다리로

처음엔 부두로 만들어졌지만 1800년대 후반부터 놀이동산으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유원지와 극장, 게임센터, 카페 등으로 인해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바닷가에서 좀 더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세븐 시스터즈로 가야할 길이 멀었기때문에

우리는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브라이튼에는 음식점도 다양하고

유명한 맛집이나 앤티크 샵, 기념품점도 많아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아주 많다. 

런던에서 당일로 다녀올 경우 아침 일찍 출발해서 

먼저 세븐 시스터즈에 들러 트래킹을 하고 나서 

브라이튼을 관광하는 것을 추천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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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피카딜리 스트리트에는 

유명한 식품 백화점인 <포트넘 앤 메이슨>의 본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홍차로 유명하지만, 

실제로 가보니 커피, 비스킷, 잼, 꿀은 물론, 

과일이나 치즈, 와인, 화장품 등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영업 시간: 10:00-20:00(월-토)

              11:30-18:00 일요일


건물 규모는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있었는데 

층별로 다른 물건을 판매한다. 

지하 1층은 꽃, 식료품, 와인, 베이커리, 치즈

파리도 그렇지만 런던의 마트나 백화점 같은 곳에서

생화를 팔고 있는 걸 심심치않게 볼 수 있는데 

이 곳 역시 지하 매장에서 꽃을 팔고있었다. 




1층에는 포트넘 앤 메이슨의 대표 상품들인 

홍차, 커피 등 다양한 차 종류와 비스킷, 잼 그리고 선물 세트들이 전시되어 있다. 

상품들의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어느 것 하나 눈길이 가지 않는 것이 없었다. 

가장 탐났던 건 바로 이 종합 선물 세트.



차와 함께 먹으면 좋을 다양한 비스킷들 



차 종류도 다양하고 

전시 방식도 독특. 



각종 쨈들과 꿀도 가득~




2층에는 차 도구를 비롯한 다양한 주방용품 등이 있었고 

그 밖에도 층별로 각각 다른 물건들을 팔고있다. 

게다가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어 

애프터눈 티나 식사도 즐길 수 있다. 

애프터눈 티는 5층에서 판매하며 46파운드. 



런던에서 지인들의 선물이나 기념품을 사려한다면 

이 곳에 꼭 들러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다양한 가격대와 종류의 물건들을 갖추고 있어 

선물을 고르기 좋은 곳이다. 

단, 파산하지 않으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듯~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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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중심에 자리 잡은 하이드 파크.

시드니에 있을 때 자주 가던 하이드 파크와 이름이 같아

가기 전부터 친숙하게 느껴졌던 곳 

 

원래는 켄싱턴 궁과 켄싱컨 가든을 가려고 나섰던 길인데

걷다 보니 바로 옆에 하이드파크가 있길래

내친 김에 가게되었다.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휴식 공간이자 

매년 마라톤 대회와 

크리스마스마켓, 뮤직 페스티발 등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리는 문화공간이기도 하단다. 

운영 시간은 5:00-24:00.(연중 무휴)

하이드 파크는 여덟 곳의 왕실 공원 중에서 

위치나 규모, 인지도 면에서 최고라더니

과연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공원을 즐기고 있었다



특히 인공적으로 조성된 호수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있어

한강 시민 공원이 떠올랐다. 

한강 시민 공원에 비하면 훨씬 더 자연속에 있는 느낌.



보트를 타고 물위를 오가는 사람들 옆으로 

유영하던 새들. 

새끼들을 돌보는 마음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듯~


안데르센 동화의 미운오리새끼의 내용이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쓰여졌다는 사실을 이 곳에서 비로소 알게되었다. 

어쩌면 저런 못난이들이 저렇게 우아한 백조로 자랄까?ㅋ

자신을 미운 오리 새끼로 오해한 동화 속 주인공의 심정이 비로소 이해가 갔다. 




사람 만큼이나 많은 새들로 가득했던 

하이드파크 




호숫가에서 놀다가 잔디밭으로 올라온 야생 거위 가족들. 

한 번 맺어진 야생 거위들은 보통 죽을 때까지 서로에게 충실한 부부로 지낸다고 한다. 

도덕과 윤리가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이라 믿는다면 

어쩌면 교만일 수도~



산책의 즐거움은 모름지기 

슬슬 걸으면서 돌아보는 데에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하이드파크에서 만큼은 호숫가 벤치에 앉아 

물 위에 보트와 새들 가족을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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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싱턴 궁전은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살았으며

현재는 그의 아들인 윌리엄 왕자 부부가 살고 있는 곳으로 

도심 한가운데 있는데다 

궁전 뒷편에 공원이 자리잡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입장료: 3-10월 성인 18파운드 , 60세 이상&학생 14.5 파운드 16세 이하 무료

          11-2월 성인 16.5파운드,  60세 이상&학생 13.7파운드 16세 이하 무료

운영시간: 3-10월 10:00-18:00

             11-2월 10:00-17:00 (12.24-26, 1.26-30 휴무)

 

 

소박한 외관과는 달리

볼꺼리가 많은 궁전이라는데

폐관 시간이 가까워 들어가지 못했다.

대신 <켄싱턴 가든> 산책을 하기로 했다.

 

 

영국의 공원들에는 이렇게 호수가 조성되어 있는 곳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호숫가 근처 잔디밭이나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서

주말 오후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잔잔한 호수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주는 것 같다.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공원임에도

울창한 나무와 드넓은 잔디밭 덕분에 

멀리 교외에 위치한 숲에라도 나온 느낌. 

 


공원 곳곳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청설모.

사람을 두려워 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저 좀 찍어주세요 하는 것 같아

독사진 한 장 찰칵ㅋ

 

 

바쁜 일상 속에서라면

별다른 감회 없이 스쳐지나갔을 꽃 한 송이조차

여행의 시간 속에서는 새롭게 다가온다.

늘 새로운 눈을 가질 수 있다면

어쩌면 굳이 이렇게 멀리까지 떠나오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문득 일상을 여행하라는 누군가의 말이 와닿았다.

 


켄싱턴 가든 앞에 있는 알버트 공의 동상.

알버트 공은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인데 온화한 성품과 자상함으로

빅토리아 여왕의 괴팍한 성격을 감싸안으며

헌신적으로 외조했다고~

그는 42살에 장티푸스로 사망했는데

상심에 빠진 여왕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 

40년 동안 검은 드레스만 입었다고 한다.


 

 

캔싱턴 가든 건너편에 위치한

로얄 알버트 홀.

8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극장으로

이 역시 알버트 공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공연장이다.

 

 

런던에 워낙 좋은 공원이 많으니 

반드시 여기를 가야할 필요는 없지만, 

켄싱턴 궁전 관람을 하게 된다면 

이 곳에서 산책 하는 것도 좋은 일정이 될 것 같다. 


2018/06/29 - 런던의 공원 1. 버킹엄 궁 옆, 세인트 제임스 파크(St.James's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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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9 - 런던의 공원 1. 버킹엄 궁 옆, 세인트 제임스 파크(St.James's Park)

2018/06/24 - 여행에 쉼표가 필요할 때, 런던 애프터눈 티 <티 앤드 태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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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뮤지엄을 관람한 후 

버킹엄 궁전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하게된 세인트 제임스 파크.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인데다 

웨스트민스터 궁전이나 빅벤과도 가까워 

공원을 가로질러 가기로~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영국 역시 산책 문화가 발달해서 그런지 

평일 오후인데도 

참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있었다. 

런던 사람들에게는 물론, 

우리처럼 지나가는 길에 들른 관광객에게도 

소중한 휴식을 주는 고마운 공간. 



프랑스의 공원들이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데 반해 

영국의 공원들은 보다 자연에 가까운 느낌. 



공원 안 호수에는 

두 개의 섬이 있는데 이 곳은  야생 조류 보호 구역으로 

40여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고한다. 



런던에서의 일정이 짧아서

일부러 공원을 찾아가기 힘든 사람이라면 

내셔널 갤러리-트라팔가 광장-버킹엄 궁전-세인트제임스파크-빅벤-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 코스대로 관광하면 좋을 것 같다. 

 


2018/06/26 - 고흐의 <해바라기>가 있는 내셔널 갤러리

 

2018/06/24 - 여행에 쉼표가 필요할 때, 런던 애프터눈 티 <티 앤드 태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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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2 - 런던 여행 선물은 <포트넘 앤 메이슨>(Fortnum&Mason's)에서

 

2018/06/30 - 런던의 공원 2. 켄싱턴 궁전옆 켄싱턴 가든(Kensington Garden)

 

2018/07/01 - 런던의 공원 3. 백조와 함께 호수에서 보트를 <하이드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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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관람했던 <킹키부츠>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는 <위키드> 티켓을 사기 위해

아침 일찍 길을 나서야 했다.

<킹키부츠>처럼 미리 인터넷으로 표를 사면 물론 편했겠지만

그런 낭비는 또다시 할 수 없다는 꽃별이의 선언에 의해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 나섰다.

 

런던의 많은 뮤지컬 극장들에서 운영하고 있는 데이시트 티켓 제도는

일정량의 티켓을 공연 당일 아침 10시부터 판매하는 제도다.

대개 회당 20매 정도 판매하며 1인당 2매까지 구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인기가 많을수록 대기자도 많아서 10시 보다 훨씬 전에 극장으로 가야 한다.

우리가 <위키드> 공연장인 아폴로 빅토리아 극장에 도착한 시각은

8시 10분쯤이었는데

우리 앞에 이미 8명이 있었다.

 

꽃별이는 런던에 올 때마다 데이시트 티켓을 이용했다는데 

줄 서있는 사람들은 거의 한국 사람들이었다고~

우리가 간 날 역시 1등만 외국인이었고

나머지 대기자들 그리고 우리 뒤에 온 팀 역시 한국인ㅎㅎ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딜가나 부지런한 듯^^

이 정도만 해도 대기자가 많은 건 아니라는데

정말 구하기 힘든 표는 <라이온 킹>이라고~

 

 

10시 정각이 되니 매표소가 문을 열었고

앞 사람부터 차례로 입장.

우리는 중앙에서 약간 비껴난 맨 앞줄 티켓을 장당 28파운드에 구매할 수 있었다.

데이시트의 경우 무조건 맨 앞자리 좌석이고

늦게 갈수록 사이드 좌석에 앉게 된다.

맨 앞자리라서 고개는 좀 아팠지만

뒷자리에서 본 적있다는 꽃별이 말로는

극장이 너무 커서 뒷쪽 보다는 맨앞자리가 훨씬 낫다고~

아무튼 아침 일찍 일어나 고생한 보람은 있었다.

 

 

공연 30분 전쯤 입장하니

어제 갔던 극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로비를 메우고 있었다.

킹키부츠 전용관인 <아델피>와 이 곳은 규모 자체가 다르니까 당연한 일이겠지만...

 

워낙 장기 공연이다보니 매니아층도 두텁고

어린 관객들도 많아 그런지

극장 한 편에 이렇게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곳까지 있었다.

 


 

극장 안에는 팝콘이나 음료수를 파는 곳은 물론,

주류를 파는 바까지 있어서

공연 전에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있었고

인터미션 때는 무대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팔기도 했고

또 공연 중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도 공연 관람 분위기는 전혀 어수선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느낌이라 나쁘지 않았다.

 

막이 열리기 전에 모습.

 

뮤지컬 <위키드>는 그레고리 머과이어가 쓴 동명 소설을 각색해서 만든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소설 <위키드>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줄거리를 기본 틀로 하지만,

그 내용을 재해석해서 새로운 시각에서 써내려갔기때문에

서로 다른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더 이상 이야기하면 스포일이 될 수도 있으니 여기까지만~

다만 나처럼 영어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가기 전에 원작 소설을 읽어보거나

유튜브에서 OST를 찾아 여러번 듣고가면 내용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아무래도 이 작품은 동화적 요소가 있어서 그런지

전날 봤던 <킹키부츠>에 비하면 영어 리스닝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공연을 보는 내내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원작자의 기발함도 놀라웠지만

그 내용을 무대라는 좁은 공간 위에서 춤과, 노래, 연기로 보여주는 

배우들과 스텝들에 대해 연신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주연인 글린다역과 엘파바역의 두 배우는

그야말로 요물 ㅋㅋ

이 역을 맡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연기력도 노래도 최고였다.

 

 

덕분에 갱년기 장애로 인해

남성 호르몬이 넘치는ㅋ 메마른 나 조차 이따금 콧등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고이는 이색적인 경험을 했으니...

이 작품을 세번째 본다는 꽃별이 역시 눈물이 그렁그렁.

처음 볼 때는 정말 많이 울었다고.....

그러고 보니 꽃별이 옆에 앉아서 보던 여자 분은 거의 흐느끼는 수준.
소설을 읽어본 꽃별이 말로는

거의 모든 등장 인물들의 죽음으로 끝나는 원작 소설에 비하면 

뮤지컬은 비극적 요소를 많이 제거했다는데

더 이상 말하면 스포일이 되니까 여기까지만~

 

킹키부츠도 그랬지만

이 공연에 나온 모든 곡들 역시 정말 아름답고 또, 감동적이었다.

<위키드>는 내 생애 최고의 뮤지컬이라 단언할 수 있을 것 같고

똑같은 공연을 3번이나 보는 꽃별이를 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부러울 뿐~

돌이켜보니 런던에서 보낸 시간 중 가장 좋았던 시간이

바로 <위키드> 관람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도 <위키드>의 팬임을 꽃별이에게 인증?ㅋ받기 위해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For Good"을 함께 중창으로 부르기로 했는데

이 가사 언제나 외워지려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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