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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11 비행기에서 만난 내 짝꿍 -시드니 행 아시아나 항공 탑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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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발 시드니행 아시아나 비행기는

저녁 8시에 출발해요.

소요시간은 10시간 20분.

시드니와 한국의 시차는 2시간-섬머 타임일 때는 1시간-이니까

시드니 현지 시각으로 다음날 오전 8:20에 도착하는 거예요.

좁은 비행기에서 밤새 피로가 누적된 찌뿌드드한 몸으로

바로 여행해야한다고 생각하면 지치고 힘든 점도 있지만

시간에 쫓겨 여행하는 분에게는 매우 경제적인 시간표지요.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날 탑승할 비행기가 2층이라는 사실이예요.

촌스러운가요? ㅎㅎ

2층 비행기가 처음인데다가

어려서 이루지 못한 이층 침대에 대한 로망이

이 나이가 되어서까지 트라우마로 남아

2층이면 무조건 좋아보여요.

2층 버스, 2층 집...

그래서 좌석도 일부러 2층에 있는 2열씩 붙은 자리로 지정했어요.^^ 

 

출발 몇일 전에야 좌석을 지정했는데도

빈 자리가 많이 남아있었고 제 옆자리도 비어있어서

운 좋으면 혼자 앉아갈 수 있겠구나 내심 기대했는데...

그러면 그렇지요.

빈 자리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옆자리 역시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이미 앉아계시더라고요.

그래도 남자 분이 아니라 다행이다 생각하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지요.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나이 들어가면서

같은 동성에 대해서는 초면이라도 경계심이 별로 안생기더라고요.

젊었을 땐 진짜 독야청청,

누가 말만 걸면 한 대 칠 것 같은 표정으로ㅋㅋ 앞만 쳐다봤었는데 말이죠.

내가 살아봤거나 살고 있거나 살고 있는 삶과

그들의 삶이 어떤 면에서건 닮아있다고 생각하면

다들 귀하고 연약한 존재들이니까요.

 

어쨌든 그렇게 열린 마음으로 먼저 인사를 건넨 이후

자연스럽게 시작된 수다 한 마당.

그 여사님은 호주에 살고있는 절친의 초대로

칠순 기념 여행을 가시는 거래요.

나도 친구네 놀러간다며

역시 나이들면 친구가 최고라는 공감대가 격하게 형성되었죠.  

그러면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여사님 친구에 대한 얘기도 들어드리고

간간히 내 친구 이야기도 하다보니 금방 친해졌어요.

역시 아줌마들의 친화력이란~ㅎㅎ

 

그 여사님은 늘 패키지로만 다녔는데

난생 처음 이렇게 혼자서 장거리 여행을 가자니

영어도 못하는데 입국 심사 어찌 받냐며 걱정이 태산.

비슷한 처지지만 그래도 2년전에 호주 여행을 먼저 다녀온 선배로서

시드니에 대해 이런저런 아는 척을 하며

영어 못해도 아무 상관없다고 장담하니 조금은 안심하시더라고요.

사실 그 여사님만 해도 대단하신 거죠.

아무리 현지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는 해도 그 연세에 혼자 그 먼길을 가신다니...

안해보던 일을 처음으로 해본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건데요.

막상 해보면 정말 별 거 아닌데 말이죠.

여사님한테는 큰 소리 뻥뻥 쳤지만 사실 저도 속으로는 많이 긴장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그 여사님보다 젊긴 하지만, 어쨌든 저도 혼자는 처음이었으니까요.

하여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뭐든지 해봐야 해요.

겁먹고 망설이며 시간을 보내기엔 인생은 정말 짧지요.

 

그건 그렇고 로망이었던 2층 비행기의 탑승 소감을 얘기해볼게요.

아시아나 2층 비행기는 탑승할 때 계단을 올라간다는 사실을 빼곤

내부는 일반 비행기와 똑같아요.

그런데 정말 비행기가 어마어마하게 커요.

그래서 짐 찾을 때는 오래 걸리는 단점도 있어요.

짐이 나와도 나와도 끝이 없더라고요~

 

 

두좌석이 붙어있는 라인의 경우

창가쪽 자리엔 이렇게 구석에 수납 공간이 있어서

자잘한 물건들도 넣을 수 있고 기대어 잠을 자기에도 편하겠더라고요.

저는 화장실 갈 때 불편할 것 같아 복도쪽 자리를 택했지만요.

 

비행기가 곧 이륙하고

1시간 정도 지나니 기내식이 나왔어요.

시드니행 아시아나 항공기에는 기내식이 2회 제공되는데요

첫번째 기내식은 쌈밥과 치킨 감자구이? 중 선택 하는 건데

나와 여사님은 둘 다 쌈밥을 신청했어요.

그런데 승무원이 쌈밥은 떨어졌다며 알아보겠다고 가더니

잠시 후 나타나 승무원용으로 제공된 쌈밥이 있다며 그걸 주더라고요.

 

 

남의 밥 뺏어먹는 것 같아 미안하긴 했지만

확실히 맛은 있었어요.

대만 갈 때도 그런 적이 있는데

뒷좌석에  앉으면 간혹 이렇게 먹고 싶은 메뉴가 떨어지는 경우가 생겨요.

아무튼 승무원 분들의 양보 덕분에 맛있게 먹었어요.

 

식사 후 여사님은 주무시고

저는 영화를 보는데 중간에 승무원이 입국 카드를 나눠줬어요.

여기에는 여권번호랑 현지 주소, 연락처, 세관 신고할 것 등등

간단한 내용을 적거나 표시하면 되요.

혹시 처음 써보거나 기록 내용이 궁금하면

아시아나 항공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입국카드 견본 보고 예습하고 가세요.

돋보기를 안가져와 글자가 안보인다며 난감해 하시는 여사님을 위해

입국 카드도 대리 작성해드렸어요.

여사님도 인정하셨지만 오늘 옆자리 짝꿍 진짜 잘 만나신 듯~ㅎㅎ

아무튼 그렇게 영화를 보다, 졸다, 자다, 깨다

비몽사몽 간에 간간히 여사님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아침 식사 시간이 되었어요.

아침 메뉴는 죽과 오믈렛 중 선택이었는데

다행히 이번엔 뒷좌석부터 서빙해주어서 원하는 걸 한 번에 선택할 수 있었어요.

새벽 시간이라 입맛이 없던 나와 여사님은 죽을 선택했는데

소화도 잘 되고 맛도 좋더라고요.

아시아나 오랜만에 타봤는데 기내식 많이 향상되었던데요.

그렇게 해서 장장 10시간 20분의 비행 끝에

무사히 시드니 공항에 도착했어요.

여사님과 함께 짐을 찾아 별 문제없이 세관을 통과한 후

입국장을 나서니 바로 앞에 여사님 친구분 모자가 마중을 나와 계시더라고요.

두 분은 마치 수십년 만에 만난 이산 가족처럼 감격의 포옹을 나누셨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저도 흐뭇^^

역시 오랜 친구가 좋지요.

여사님을 친구분께 무사히 인수인계? 하고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눈후

저 역시 제 친구를 만나기 위해

갈 길을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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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마트료시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