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역사는
영국이 그 곳을 식민지로 삼아 자국 죄수들의 유배지로 사용하면서 시작되었기에
호주 유적지 중엔 과거에 감옥이었던 곳이 유난히 많아요.
코카투 섬 역시 그 중에 하나인데요
앵무새 종류의 이름인 '코카투"라는 섬 이름도 정겹고
이 섬의 감옥이 열곳의 다른 교도소 유적들과 함께 세계 유산에 등재되었다기에
호기심이 생겨 가보기로 했어요.
코카투 섬에 가는 방법은 아주 간단해요.
다른 페리를 이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써큘라 퀴 역에서 내려
시드니 하버에서 페리를 타고 20분이면 도착하거든요.
출발할 때는 이렇게 구름이 낮게 깔려있어서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았어요.
교도소 분위기와 잘 어울릴 것 같은 날씨네요.
언제나 처럼 페리는 하버 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 사이를 지나 갑니다.
야경이 예쁜 루나파크도 지나가고요
시드니 시내도 이렇게 조망할 수 있어요
드디어 코카투 아일랜드에 도착했어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 아니라서 그런지
같이 내린 분은 열 명도 채 안되는 듯~
와프에서 조금 걸어들어오면 이렇게 안내센터가 있어서
섬 전체 지도도 얻을 수 있고 관광안내도 받을 수 있는데요
저는 빌리지 않았지만 오디오 가이드도 대여할 수 있어요.
호주 역사 초기에는 이 곳처럼 섬을 감옥으로 이용한 곳이 많았다는데
외부와 단절된 악명높은 교도소였다고 해요.
사실 호주 사람들의 조상은 죄수들이라고 가끔 우스개 소리를 하지만
실제로 호주 역사 초기에 영국에서 건너온 죄수들은
흉악한 범죄자들보다는 좀도둑이 많았다고 해요.
사소한 범죄를 저질렀는데 어쩌다보니 머나먼 이방에 흘러들어왔고
그 곳에서 강제 노역과 모진 학대를 당하면서 이런 곳에서 생활하게 된거죠.
그렇게 한동안 교도소를 쓰이던 이 곳은
2차 세계대전 때는 군함을 만들기 위한 조선소로도 운영되었다고 해요.
하지만, 지금 이 곳은 휴양지로 변모해서
글램핑 시설과 고급스러운 콘도들이 세워져 있어요.
도망 못가게하려고 바다한가운데 섬에 만든 감옥이
휴양지가 되다니...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느껴지네요.
이 곳에서는 또 2년에 한번씩 시드니비엔날레가 개최되는데요
이 시기에는 섬 전체가 전시회장으로 쓰여 정말 멋지다고 해요.
게다가 이 기간엔 페리도 무료! 이용.
2인용 매트와 의자가 갖추어져있는 글램핑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캠핑을 즐기기에도 좋을 것 같은데
평일이라 그런지 이용객은 거의 없더라고요.
좀 더 걷다보니 한 쪽으로 이런 터널이 나타났어요.
제주도에서 봤던 진지 동굴을 연상시키는데
주위에 사람도 없고 을씨년 스러웠지만
한 번 들어가봤지요.
이 터널은 뒷편으로 연결되어있었는데
예전에 조선소로 쓰인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더라고요.
그런데 이 곳에서 무슨 공연이라도 있는지 셋트장 건설이 한창이었고
제가 갔을 때는 독특한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촬영중이었어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스탭 중 한 분에게 무슨 촬영인지 물어보니
티브이 프로그램이라며 한참을 설명해줬는데
역시 무슨 말인지$#@$@%???
언덕으로 오르는 계단을 올라가니
바닷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숙박 시설이 있었는데요
이용료가 꽤 비쌌던 걸로 기억해요.
하기야 시드니 숙박비야 뭐 워낙 악명이 높으니까요.
코카투섬이라기에 코카투가 많이 사나 했는데
코카투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섬 곳곳에 갈매기떼가 진을 치고 있었어요.
자신들이 주인인 땅에 허락도 없이 침범한 게 화가났던지
쉬지않고 악을 써대는 통에 귀가 먹먹.
걷다보니 아우슈비치 수용소를 연상시키는
음산한 분위기의 건물이 있었는데요
이 곳이 독방 감옥으로 쓰였던 공간이래요.
한 때는 살아서 다시 나가기는 힘든 감옥으로
그리고 또 다른 시대에는 조선소로 사용되다가
이제는 글램핑이나 리조트 형태의 숙소를 갖추고 휴식의 공간으로 변신한
<코카투 섬>
스산하고 음산한 분위기로 인해 쓸쓸함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지만
조금은 차분해지고 싶은 날 찾아가면 좋을 곳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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