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서 아이를 낳기 전까지
제게 동물원은 사색과 치유의 공간이었어요.
이런 저런 일들로 머리가 복잡하거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그 넓은 과천 서울 대공원 동물원을 한 바퀴 돌고오면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편안해졌었거든요.
그 때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 시드니 여행에서 혼자 <타롱가 동물원>을 찾았습니다.
<타롱가 동물원>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써큘라 퀴에서 페리를 타고 간다는 점이예요.
동물원 자체도 아름답지만
페리에서 바라다보는 하버브리지나 오페라 하우스의 풍경도 멋지기때문에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지요.
게다가 써큘라 퀴에서 20분이 채 안걸리니 쉽게 오갈 수 있고요~
타롱가는 원주민들 말로 "아름다운 물의 모습"이라는 뜻이래요.
이름 그대로 타롱가 동물원에서 바라보는 시드니 만의 풍경 역시 매우 아름다운데요
오리 너구리, 캥거루, 코알라 같은 호주 동물들을 볼 수 있어 좋아요.
와프에서 내려 왼쪽 길로 가서 스카이 사파리(일종의 케이블카)를 타거나
걸어서 올라가면 동물원 입구에 갈 수 있어요.
입장권은 현지 여행사를 통해 미리 구매할 수 있는데
스카이 사파리를 이용할 예정이라면 통합권을 구매하는 게 편리해요.
저는 그냥 걸어올라갔고 현장에서 표를 구입했는데
걸어올라가는 것도 그다지 힘들지 않아요.
타롱가 동물원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원이라고 부르는데
가장 큰 몫을 하고 있는 곳이
아마도 여기, 기린 우리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기린들 뒤쪽으로 보이는 바다와 시드니 시내 전망이 정말 아름답고 이색적이예요.
목도 길지만 다리도 너무 길어 왠지 슬퍼보이는 기린.
저 긴다리를 접지 못해서 잘 때도 서서 잔다니 안스럽더라고요.
얼굴 표정도 선하고 참 착하게 생겼지요?
얘가 하두 왔다갔다해서 도대체 언제쯤 멈추려나 바라보았는데
10분도 더 넘게 우리 안에서 좁은 거리를 쉼없이 오가더라고요.
부지런한 건지, 산만한 건지
아니면 뭔가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는건지
바라보는 건만으로도 정신이 어수선@@
얘는 이뮤(Emu)인데요
어그 부츠 만드는데도 사용하고
기름으로 화장품도 만든다고 해요.
뒷걸음질 치지 않고 앞으로만 달려가는 속성때문에
캥거루와 더불어 호주를 상징하는 대표 동물이에요.
얘는 왈라비.
2년전 제가 멜버른에서 필립 아일랜드에 갔을 때
드넓은 초원 위에서 홀로 먼 곳을 응시하며 서 있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흔히 캥거루와 혼동하지만
왈라비는 캥거루에 비해 훨씬 작고
또 집단 생활을 하는 캥거루와는 달리
왈라비는 고독하게 혼자 산다고 해요.
코알라는 하루에 보통 20시간을 자는 잠꾸러기예요.
순진해 보이는 얼굴과 부드러운 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순둥이로 오해하지만
긴 발톱으로 무언가를 움켜지면 절대 놓치지 않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고 해요.
잘 때는 나무 위에서 저렇게 둥글게 몸을 말고 있어서
멀리서 보면 꼭 털실뭉치처럼 보이는데
역시나 주무시고 계셔서 얼굴은 볼 수 없었어요.
이 날 오랫동안 제 시선을 빼앗은 아이들은 바로 <미어캣>인데요
몇 마리는 땅을 파고
몇 마리는 하늘을 보고있었는데
도대체 얘들은 왜 맨날 어정쩡한 자세로 서서 태양을 응시하며 하늘을 볼까?
더군다나 이렇게 햇볕이 눈부셔서 바라보기도 힘든 날?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니
미어캣은 원래 추위를 많이 타서
오전에는 두 발로 서서 가슴과 배에 햇볕을 쬐는 거고요
또 자신을 먹이로 삼는 맹금류를 경계하려고 주위를 살피는 거라고 해요.
미어캣 눈 주위의 검정색이 일종의 선글라스 기능을 해서
태양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거고요~
볼수록 귀엽고 신기해서 미어캣 우리를 떠날 수가 없었어요.
마음 같아서는 두어마리 데려다가 집에서 키우고 싶었지만ㅋ
얘네들은 20-30마리 정도가 모여 살아야 한다기에
감당하기 어려울 듯 해서 포기.^^
타롱가 동물원은 페리를 타고 간다는 점이 이색적이고
시드니 시내 쪽으로 바라다보이는 전망이 멋지다는 점.
북반구에서는 볼 수 없는 동물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예요.
저는 관심이 없어 패스했지만 동물쇼도 몇 가지 있으니
좋아하시면 시간표 잘 체크하셔서 관람하세요.
다만 한 가지 예전에 멜버른에 갔을 때 들렀던 마루 동물원에 비해
무료 체험 프로그램이 부족한 점은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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