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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미항인 시드니에는

아름다운 비치들이 정말 많아요.

해안 도로 쪽으로 드라이브를 하거나

와프에서 페리를 타면 닿을 수 있는

수많은 비치들.

 

그 중에서도 이 날 제가 다녀온 팜비치는

두 갈래로 갈라진 멋진 바다를 볼 수 있고

또 해변에서 20여분 정도만 걸어올라가면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바렌조이 등대 언덕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이예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려면

윈야드역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넘게 가야한다는데

다행히 이 날 제 친구가 쉬는 날이라

저는 친구 차를 타고 편안하게 이동했어요.

 

함께 가긴 했지만

친구와 제가 비치를 찾은 이유는제각각 달랐는데요

친구는 바닷 바람을 쐬면서 낮잠을 자는 게 목적이었고

저는 늘 그렇듯 걷는 게 목적이었지요.

 

 

팜비치 가는 길에 먼저 들른 곳은

웨일 비치(Whale beach)인데

친구가 낮잠 자러 자주 오던 곳이라고 해요.

바닷가에 나무 그늘도 있고

잔디밭도 있어서

파도 소리 들으면서 잠자기엔 최적의 공간이더라고요.

 

 

한적한 바닷가 저 멀리에서

몇 명의 서퍼들이 서핑을 하고 있었는데

무척이나 평화로운 곳이었어요.

이미 졸음이 밀려온 친구는

잔디밭 위에 돗자리를 깔고 잠이 들었고

저는 산책을 떠났어요.

 

 

비치를 따라 오른쪽 끝으로 걷다보니

이렇게 락풀이 있었는데

평일 인데다 아직은 충분히 더운 날씨가 아니라서 그런지

이용객은 딸랑 두사람.

 

한 시간쯤 자고 일어난

친구와 함께 오늘의 목적지인 팜비치로 향했어요.

한낮이라 햇빛이 제법 강했는데

휴식이 필요했던 친구는 또다시 그늘을 찾아 돗자리를 깔고 잠이 들었고

저는 바렌조이 등대를 향해 출발했어요.

 

 

땡볕에 모래사장을 지나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는 여정이긴 했지만

구간이 짧아서 걸을 만 했어요.

비치를 따라 걷다가 숲길로 접어드니 갈림길이 나타났는데

둘 다 바렌조이 등대로 오를 수 있는 길이지만

한 쪽 길은 조금 어려운 코스라고 하고

다른 쪽 길은 쉬운 코스라고 적혀있더라고요.

올라갈 때 조금 어려운 코스로 가자 마음 먹고 그리로 걸어갔습니다.

 

 

계단이 조금 가파르긴 하지만

웬트워스 폭포 트래킹때 걸었던 수직 계단에 비하면 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

20분쯤 걸어서 정상에 오르니  정상에 오르니 이렇게 예쁜 등대가 눈 앞에 나타났어요.

 

 

등대 안에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등대 주변을 걸으며 아래를 내려다 보니

이렇게 육지를 가운데 두고

두 갈래로 갈라진 신비한 바다의 모습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어요.

 

 

왕복 50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는 가벼운 트래킹 코스지만

처음에는 직사광선이 내리쬐이는 비치를 통과해야 해서

한 여름 날씨에는 조금 힘들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저 위 높은 곳에 오르면

그 동안 흘린 모든 땀과 노고를 보상해주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그걸 기대하면서 즐겁게 걸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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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마트료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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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시인 시드니에는 페리를 이용해 쉽게 갈 수 있는 비치들이 많은데요

대표적인 곳이 지난 번에 포스팅한 서퍼들의 천국, 본다이 비치와

이번에 소개할 맨리 비치입니다.

 

맨리 비치로 가는 페리는

써큘라 퀴 와프에서 1시간에 한 대 정도가 있고

소요 시간은 30분이예요.

제가 이 곳에 갔던 12월초에 시드니 날씨는 

변덕스럽기가 정말 팥죽 같더라고요.

아침에 나설 때만해도 햇빛이 쨍쨍하더니 어느새 흐려지고

잠시 해가 나왔다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고...

이 날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온종일 종잡을 수 없는 날씨 탓에

길을 가다 여러번 멈춰서야 했어요.

 

 

맨리 비치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라서인지

선착장 출구에서부터 식당과 마트가 양옆으로 즐비하게 늘어서있고

편의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어요.

비치지만 트래킹 코스도 잘 닦여져 있어서

해안을 끼고 걷는 코스는 물론, 숲길을 지나는 구간 

짧은 시간 동안 걸을 수 있는 구간, 다소 긴 시간이 소요되는 구간 등

아주 다양한 코스들이 있지요.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 결정 장애를 겪던 저는

어디로 가야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일단은 비치쪽으로 가보기로 했어요.

 

시드니에 와서 처음 트래킹을 다닐 때만 해도

가기 전에 안내도를 보면서 모의 주행?을 해보고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다녔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그냥 걷게 되더라고요.

어차피 길은 다 통하게 마련이고

때론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들어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비치 쪽으로 길을 가다보니 이렇게 장대한 나무들이

해변 가에 심어져있었어요.

이 날 날씨가 너무 흐리고 파도도 높아서 서핑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해안을 따라 이어진 길을 걷는 짧은 동안에도

하늘이 일순간에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시시각각 달라지던 날씨와 하늘이 심상치않던 중에

해변가 산책로 앞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더라고요.

다행히 바로 앞에 카페가 있길래

가던 길을 멈추고 카페 앞 테라스에 앉아 롱블랙을 마셨지요.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도

빗방울이 굵어졌다 잦아들었다

날이 환해졌다 어두워졌다 했는데

그게 또 나름 신비감있고 운치 있어서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봤어요.

 

 

그 때 제 눈길을 사로잡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카페 앞 해변 벽?에 걸터앉아 있던 이 여성분과

그녀와 일행인 듯 굵은 빗방울 속에서 여전히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이요.

그 분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자유를 느끼는 방식이나 삶을 견디는 방식은

사람마다 제각각 무척이나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에 대해 파도가 저렇게 거센데 이런 날 서핑을 왜 하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런 날씨에 왜 기를 쓰고 혼자 걸어다니는지 저를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도 있을테니

과연 누가 누구를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그러면서 신영복 선생님이 말씀하신 "인간 관계의 최고 지향은 공감"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서로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누구에게나 삶을 견뎌내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쉽게 공감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비도 멎었고

다시 길을 나서서 걷다보니 이렇게 근사한 락풀이 나타났어요. 

수영장 처럼 안전하면서도 바다를 바라보면서 바닷물로 수영할 수 있는 락풀.

시드니 비치쪽에 가면 자주 볼 수 있으니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락풀을 이용해 보세요.

 

 

 이 쪽 지역이 특히 자연 보존에 신경을 쓰는 건지

아니면 그만큼 많이 파괴되었다는 방증인지 모르겠지만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니

이 곳에 살고 있거나 희귀해진 생물들의 조각상들이 이어졌어요.

 

 

조각들을 구경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셜리 비치


 

작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비치인데

이 곳을 지나 언덕을 오르니 전망대가 있더라고요.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하고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본 후 이어지는 길로 계속 걸었지요.

 

 

이 부근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제법 있었는데

숲길로 들어서면서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더라고요.

 

 

살짝 불안했는데 다행히 저 앞에 혼자 걸어가는 여성 분이 보이길래

안심하고 따라갔어요.

 

 

그런데 갈림길에서 그녀나 나나 도무지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헤매다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었고 동행이 되었어요.

제 짧은 영어로 알아낸 그녀의 신상 명세는

그녀는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미국인인데

출장 차 시드니에 온 남편과 함께 일주일간 여행중이래요.

그녀의 남편은 낮엔 일을 해야하기때문에 낮에는 그녀 혼자 시간을 보내는데

이런 숲길쯤은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말할 만큼 트래킹을 좋아하는 용감한 여자였어요.

하지만 그녀에 대해 제가 느낀 가장 큰 놀라움과 경외감은

제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 하는 그것을 그녀는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사실이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배암!!!

 

우리 둘이 다정하게 산길을 오르는데

한쪽 구석에 갈색 뱀이 떡하니 또아리를 틀고 있었어요.

너무 놀라 발걸음이 절로 멈춰진 나와

나 만큼이나 놀라 꼿꼿하게 경직된 뱀과는 달리

그녀는 귀엽다!!!며  조심스레 다가가 뱀의 독사진을 찍더라고요.

뱀의 머리 모양을 보니 둥그스름한 게 독사는 아닌 게 분명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그 징그러운 뱀을 저렇게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볼 수 있다니...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고 길을 가는데 이번엔 도마뱀이 불쑥 나타났어요.

레인코브 국립공원에서 봤던 것 만큼이나 커다란 그 도마뱀을

그녀는 마치 아이가 잠 든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처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더군요.

동물들을 좋아하냐고 했더니 정말 사랑한다며

천진하게 웃었어요. 

그야말로 두리틀 박사도 울고갈 동물 애호가.

레인코브 국립공원에 가면 이런 아이들 천마리라도 볼 수 있으니

꼭 가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영어가 짧아 패스~

 

 

이러다가 곧 저 멀리 호수 비슷한 곳에서

악어도 몇 마리 나오는게 아닐까 걱정될 무렵

다행히 우리의 여정은 끝이 났고

길이 끝난 곳에서 우리는 "We did it."을 함께 외쳤어요.

그리고 와프까지 함께 걸어오면서 되는대로 대화를 나눴지요.

 

이번 호주 여행에서 제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언어는 문법적으로 완전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말만 통하면 된다는 사실이예요. 

예전엔 머릿 속으로 미리 문법 오류를 체크하면서 말을 하려니

말이 머릿 속에서만 맴돌뿐 밖으로 터져 나오지 않았는데

이번 여행에선 '니가 알아들으면 다행이지만

못알아들어도 그건 니 한국말 실력이 부족한 걸 

내가 영어로 혼자 메꾸려니 그런거니까 니가 이해해라

그나마 내가 이 정도 영어를 하니 우리가 대화할 수 있는 거니까 감사하고...'

물론, 실제로 그렇게 말한 건 아니지만ㅋ 이런 자세로 대화를 하니 한결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다만 말이 자주 막히고 더듬게 되는 것 까지는 어쩔 수 없었지만

단어 몇개에 손짓, 발짓이면 기본적인 대화는 어쨌든 통한다는 깨달음은

제게 큰 용기를 주었지요.

 

우리 화제는 그야말로 중구난방이었어요.

한국 날씨에서부터 얼마 전 캘리포니아에서 있었던 대형 산불을 비롯헤

시드니 여행에 대한 것 등등

역시나 그녀는 모험을 사랑하는 여행자답게 이 날  저녁에

남편과 시드니 하버브리지 크라이밍을 하기로 했다며

너무 재밌을 것 같다고 기대가 크더라고요.

돈을 준다고해도 그 높은 곳엘, 그 이상한 옷을 입고 올라갈 맘이 없는 저로선

1인당 20만원 넘는 돈을 주고 그 고생을 사서 한다는 그녀가 심히 존경스럽기까지~

 

 

그렇게 와프까지 걸어오는데 어떤 세탁소 앞에서

무슨 일때문인지 몹시 열 받은 어떤 아저씨가 웃옷을 벗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기 웃옷을 막 터는 시늉을 하고 있었어요.

기가 막혀 웃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진심 공포에 질린 표정.

사람마다 자유를 느끼는 포인트 만큼이나

공포를 느끼는 대상 역시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이번엔 내가 그녀를 안심시켰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무서운 건 역시 사람이지요.

동물은 자기 보호 본능에 의해서만 공격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타인에게 얼마든지 폭력적일 수 있으니까요.

 

어색할 것 같았지만

하나도 어색하지 않게 우리는 와프까지 걸어왔고

유감스럽게도 목적지가 달랐던 관계로

거기서 서로 다른 배를 타며 자연스럽게 안녕을 고했어요.

 


그녀와 헤어져 페리를 타고 오며

저는 이번 여행에서 길 위에서 만난 인연들에 대해 생각했어요.

죽는 날까지 다시 만날 일이 없을,

설령 다시 만난다고 해도 이미 얼굴조차 희미해진 그녀를 비롯해

이번 여행에서 스쳐간 많은 사람들.

아주 잠깐이지만 길 위의 동반자가 되어

내게 길을 계속 갈 수 있는 용기를 주고 동행이 되어준 그들은

어쩌면 먼 곳에서부터 내게 보내진 선물일지도 모르지요. 

그들이 내게 고맙고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처럼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기억으로 남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2018/04/30 - 길에서 길을 묻다 3 - 도마뱀들의 천국 <레인코브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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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마트료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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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를 좋아하는 저는

이번 시드니 여행에서 정말 원없이 걸었어요.

시드니는 시티 지역만 제외하면

어디든 한적하고 녹지가 많아서

그냥 동네 골목만 걸어다녀도 공원을 걷는 것 같거든요.

 

처음엔 영어도 자신없고

혼자 다니는 게 무섭기도 해서

사람 많은 시내나 관광지 위주로 다녔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더라고요.

기왕에 여기까지 긴 여행을 왔으니

시드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시드니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누려보자 결심했지요.

그러면서 떠오른 게 바로 트래킹!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정글처럼 거대한 숲과 대자연의 위대함을 즐기기 위해서

저는 일단 블루마운틴에 가기로 했어요.

 

사실 블루마운틴은 2년전에도 다녀왔어요.

그 때는 수능 끝난 아이의 휴식을 위한 여행이라  

친구 차 타고 편하게 관광을 했었지요.

블루마운틴의 어마어마한 위용과

잘 닦인 트래킹 코스를 보면서

나중에 꼭 다시 와야지 했는데 의외로 기회가 빨리 온거죠.

 

그래서 트래킹 경로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블루 마운틴 자체가 워낙 큰 산이라 코스가 여러개 있더라고요.

그 중에서 제가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웬트워스 폭포쪽 코스였는데

경치는 좋지만 길이 좀 험한 편인데다 사람이 별로 없다길래 겁이 났어요.

마침 당시에 스페인에 놀러가있던 저희 아이가

자기는 혼자 여행 갔다가 여행 카페에서 동행을 구해

어디를 다녀왔다길래  

저도 여행 오기 전에 정보 얻으려 가입했던 호주 여행 카페에 들어가봤어요.

의외로 동행 구하는 글들이 많길래

저도 자신있게 글을 올렸지요.

제 글 밑에 어느 20대 여성분이 시내 관광 동행 구한다며 올린 글에는

무수한 댓글이 달리두만

제 글엔 아무런 응답이 없더라고요.

괜히 올렸다가 마음에 상처만~ㅎㅎ

그런데 그러고 나니까 오히려 오기가 생기는 거예요.

'좋아, 당당하게 혼자 다녀와서 여행 후기를 올려주겠어'하고 말이죠.

 

생각해보니 영어야 "파파고" 앱 있겠다 교통 정보야 "오팔 트래블" 앱 있겠다

못 갈 이유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출발했습니다.

단, 경로는 바꿨지요.

가뜩이나 사람이 없다는데 더군다나 평일에 혼자 가긴 좀 무섭더라고요.

이 때까지만 해도 아직 쫄보 근성을 못버렸을 때니까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블루마운틴 관광하러 많이들 가시는 시닉 월드가 있는

세자매봉쪽으로 방향을 잡고 드디어 출발!

굉장히 과감하고 용기있게 출발한 것처럼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사실은 가는 날 아침까지도 내가 정말 갈 수 있을까

가방을 들었다 놨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요.

 

 

그러면서 젊은 시절 한 때는 저의 좌우명이기도 했던

헤르만 헤세가 쓴 <데미안>의 명언을 떠올랐어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그냥 트래킹 한 번 떠나는 것 뿐인데

너무 비장한가요?ㅎㅎ

 

그리하여 아침 일찍 길을 나서는데

하늘엔 잔뜩 물기 머금은 먹구름이...

제가 있는 동안 11월 시드니의 날씨는 늘 그랬던 것 같아요.

하루에도 몇 번씩 개었다 흐렸다를 반복해서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어요.

블루 마운틴이 있는 카툼바 지역 날씨를 검색하니

다행히 비올 확률이 20%밖에 되지 않는다기에 일단은 출발 했지요.

 

카툼바역은 기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평일 기준으로 대체로 한 시간에 한 번 기차가 있어요.

"오팔 트래블"이라는 앱을 받으면

시드니 교통 카드인 오팔 카드로 여행 가능한

시드니 시내 기차나 교외선 기차, 페리, 버스 등 모든 교통수단 이용 경로와

출,도착 시각은 물론, 요금까지 미리 검색이 되어서 정말 편리해요.

제 경우는 센트럴 역에서 카툼바로 가는 기차를 타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

저는 8:18에 떠나는 카툼바행 기차를 타기 위해 센트럴 역으로 향했어요.

 

센트럴 역은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역.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시내 한 가운데인데다

출근 시간이라 정말 혼잡했지만,

서울 러시 아워에 비하면 이 정도쯤이야~

기차 출발 시간 10여분 전에 도착해서

대기중이던 기차에 올라 자리를 잡았어요.

카툼바 역까지는 2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창 밖 풍경도 보고 사람들 구경도 하다보니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여행은 역시 기차여행이 최고!!!

 

아침부터 서둘러 나오느라 식사도 거른데다

하루 종일 걸으려면 든든히 먹어야 할 것 같아

카툼바역 맛집을 알아본 후 결정한 오늘의 식당은

<Yellow Deli>

이 곳에 대한 소개는 여기에~

2018/04/26 - [여행,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호주 시드니 17'] - 길에서 길을 묻다 1-2 블루마운틴 카툼바 맛집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비가 오고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여서

은근히 걱정이 많았는데요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다행히 파란 하늘이었어요.

일단은 안심하고

세자매 에코 포인트로 가는 686번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갔지요.

이 버스의 배차간격은 30분이고요

10분 정도만 타고 가면 세자매 에코 포인트 바로 앞에 내려줘요.

 

 

내리자마자 바로 눈 앞에 이런 절경이 펼쳐졌어요.

산에 퍼져있는 푸른 기운이 느껴지나요?

블루 마운틴은 넓은 산악지대인데요

산맥의 대부분이 유칼리 나무로 이루어져 있대요.

이 나무에서 증발하는 유분때문에

멀리서 보면 파랗게 보여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그런 내막을 들은 적이 있어서 그런지 아님 진짜 그런지

산 전체에 살짝 푸른 빛의 뿌연 안개가 덮고 있는 듯한

신령스러운 기운이 감돌더라고요.

 

 

관광을 목적으로 오시는 분들은

대체로 여기에서 세자매 봉 관람을 마친 후 시닉월드로 갑니다.

시닉월드는  레일웨이, 케이블웨이, 스카이웨이, 워크 웨이로 이루어진

블루마운틴의 어트랙션이예요.

시간이 별로 없고 블루 마운틴의 핵심만 즐기고 싶으시면

시닉월드 입장권을 구입해서 이용하시면 편리해요.

 

오늘의 트래킹 코스 출발지는 에코포인트인데요

여기에도 트래킹 코스가 몇 개 있어요.

크게 보면 두 방향인데

저는 일단 에코포인트를 보고 밑으로 내려갔어요.

이 길을 쭉 따라가면 케이블카도 보이고

카툼바 폭포도 나오는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길도 잘 닦여있고

폭포까지 왕복 소요시간도 1시간 30분이 채 안걸리는데다

중간에 있는 가파른 계단 구간 하나를 제외하곤

대체로 평이한 코스라서 걷기 편해요.

 

 

격하고 힘들게 등산하지 않아도

곳곳에서 쉽게 이런 절경을 만날 수 있는 점 역시

이 곳만이 줄 수 있는 매력입니다.

 

 

길을 걷다보면 케이블카 탑승장도 있는데다

세 자매봉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멋진 코스예요.

 

 

걷다보니 아침에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날씨도 개였더라고요.

역시 갈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무조건 떠나고 보는게 정답이네요.

 

 

케이블카 탑승장을 지나 조금만 걸어내려오면 카툼바 cascdes와

작은 시냇물이 나와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길을 막아놓았길래

다시 처음 출발점인 에코포인트로 되돌아온 저는

바로 앞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들어가

트래킹 코스가 나온 지도 한 장을 얻고

엽서를 구입한 후 본격적인 트래킹을 시작했습니다.

 

 

이 날 제가 계획한 본격적인 트래킹 경로는

관광 안내소 뒷길에서 시작되는 길을 따라 걷다가

루라 마을로 나가 마을 구경을 마친 후

루라역에서 기차를 타고 시내로 돌아가는 것이었어요.

본다이 비치쪽에 갔을 때 우연히 알게된 한국 여성분의 경험담-

블루 마운틴 트래킹을 갔다가 길을 잃었는데

휴대폰이 안터져서 너무 무서웠고

다행히 자신은 어떻게 길을 찾아나왔지만

알고보니 그 날 이쪽에서 여행자 한 분이 실종되어서

경찰이 수색을 벌이고 있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조금 무섭긴 하더라고요.

게다가 조금 걷다보니 길이 세방향으로 갈리는데 이정표도 없고

아무도 보이지 않아 덜컥 겁이 났어요.

 

하지만 길 위에 서 있는 시간 동안 만큼은

제 인생에 후퇴란 없지요.

제 안에 숨어있던 "제 2의 나"가

"인생은 직진, 무조건 직진"을 외치며

쫄보인 저를 제 멋대로 끌고 가더라고요.

'에라 모르겠다'하고 본능과 직관에 충실해서 따라 갔지요.

 

반신반의하며 얼마간 걷다 보니 반대편에서 동양인 노부부가 걸어오는데

어찌나 반갑든지 휴~

이 길이 루라 마을 가는 길이 맞냐고 물어보니

맞긴한데 매우 멀다고 하시더라고요.

영어 발음이 한국 분 같아ㅋ

한국인이시냐 여쭤보니 맞다시면서

너무 먼데 괜찮겠냐고 걱정하시더라고요.

걷는 거 좋아하니 상관없다고 말씀 드리며

서로의 안전 여행을 기원하며 훈훈하게 헤어졌지요.

그 먼 타국에서 어쩌면 그렇게 딱 알맞은 자리에, 알맞은 시간에

그 분들을 만나게 되었는지 감사하고 신기했습니다.

 

 

길도 확인했겠다,

무조건 직진만 하면되니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어야하는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외딴 길에서 지금처럼 남녀 두 분 혹은 여자 분들을 만나는 건 반갑기도 하고

안심도 되지만 간혹 혼자 혹은 남자분들끼리 오신 분들을 딱 마주치면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벌렁벌렁.

이 날 역시 그 가파른 길을 달려오는 남성 분과 마주치고 식겁했는데요

제가 놀란 티를 너무 냈는지

여러번 "I'm sorry"하며 뛰어가시더라고요.

사실 그 분은 잘못이 없지요.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남성 분들에 대해

잠재적인 범죄자-죄송합니다-라고 생각하는 제가 문제인거지요.

아예 길을 나서지 않는다면 모를까

어차피 혼자 길을 걷기로 했다면 이겨내야할 두려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간혹 들려오는 잔인한 범죄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되기도 하지요.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혼자 걷기를 좋아하는 저같은 사람에겐 늘 딜레마죠.

 

 

아무튼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

때론 정글 같은,

떼론 습지같은 길들을 걷다보니

어느새 루라 cascades에 도착했는데요

여기서 길이 다시 두 갈래로 나눠지더라고요.

 

오른쪽으로 가면 고든 폭포

위쪽으로 계속 가면 피크닉 장소라고 되어있는데

목적지가 루라 마을인 저는 피크닉 장소쪽으로 나갔어요.

 

정글 속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빠져 나오니 한가한 주택가.

하여간 호주라는 나라는 정말 신기해요.

어쩜 이렇게 자연과 가까이 있고 한적할까요?

그 한적함이 너무 좋아서

저는 버스 정류장을 지나쳐서 루라마을까지 계속 걸어갔어요.

루라마을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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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마트료시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