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금부터 시작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호주 시드니 17'' 카테고리의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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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여행 오기전에 제 친구가

시드니에서 함께 여행할 장소 리스트를 보내주었었는데

울릉공과 키야마는 그 리스트 중 하나였어요.

하지만, 친구 일정이 바빠져서 같이 못가게 된 상황인데도

친구가 제게 미안해하면 자꾸 같이 가자고 하는게 부담스러워서

몰래 혼자 다녀왔지요.

 

울릉공에서 키야마가 그다지 멀지 않기때문에

보통 묶어서 가는 모양인데

중간에 남반구에서 가장 크다는 남천사까지 들르는

여행사 1일 투어 상품이 있더라고요.

시내에서 출발해 버스로 이동하니 확실히 편하기는 할텐데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여행하는 게 번거롭게 생각되서

과감하게 혼자 출발했어요.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이 가진 우선 순위가 드러나지요.

저도 잘 몰랐는데 저는 편리함 보다는 자유와 홀가분함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어요.

여행은 참 저 자신에 대해 많은 걸 알려주고

또 개발해주더라고요.

애초에 혼자 아무데도 가본 적 없다면 제가 그 홀로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몰랐을테니까요.

 


센트럴을 기준으로 더 먼 키아마로부터 들르는 경로와

가장 가까운 울릉공부터 들르는 경로를 고민하다가

키아마에서 노을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센트럴 역에서 기차를 탔어요.

 

시드니에서 교외선을 몇 번 타본 후라

이제는 서울역에서 ktx 타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러워서

이제 나도 시드니 사람 다 됐다다고 생각하며  혼자 뿌듯~^^

1시간 30분 정도 기차를 타고 가니
울릉공 역에 도착.

 

울릉공은 시드니가 속해있는 뉴사우스웨일즈 주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인데요

호주의 원래 주인인 앱오리진(aborigine)들 말로 

"바다의 소리"라는 뜻이래요.

호주의 지명에는 이렇게 원주민들이 지어놓은 원래 이름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꽤 있어요.

원래 주인의 흔적을 몇 곳에 남아있는 지명에서나 찾을 수 있다니 참....

 

"
울릉공은 우리나라 광고에도 나왔다는 흰등대와

스카이 다이빙의 명소로 유명해졌다고 해요.

이 날은 못봤지만 고속도로 타고 캔버라에 가는 길에

멀리서 스카이 다이빙 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장관이더라고요.

쫄보라서 꿈도 못꾸는 스포츠지만,

느낌 만큼은 정말 궁금하네요.

그렇게 날아보면 그 순간 만큼은 진짜 자유를 느낄 수 있을까요?

그런 도전을 시도해보고 또 마침내 해내는 분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어디 스카이 다이빙만 그런가요?

자신의 한계와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모든 도전은 다 아름답지요.

 

 

저야 스카이 다이빙을 할 계획은 없으니까

하얀 등대를 보러가야지요.

이 곳에 가려면 울릉공 역에서 버스를 타야해요.

하지만, 저는 걷는 게 취미인데다 울릉공 시내? 분위기도 궁금해

그냥 걸어갔어요.

 

 

그리 멀지 않은데 지도를 제멋대로 해석해

엉뚱한 길로 헤매느라 빙빙 돌아갔어요.

마침내 저 멀리로 비치가 보일 땐 정말 반갑더라고요.

산책로를 따라 하얀 등대로 가는 것보다 기왕이면

바다 가까운 모래 사장을 걷다 해변으로 가려했더니

이런 이정표가 있었어요.


 

 

개를 싫어하는 사람과 개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개들까지
모두를 배려하고 만족시키는 현명한 대안이지요?

사람의 권리 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권리까지 보호하는 모습,

무척 이상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걷다보니 멀리 비치 한 쪽에  

한적한 곳에서 수영을 즐기는 노부부가 계셨는데요

그 분들 모습도 제겐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사실 시드니에서는 써큘라 퀴에서 배만 타고 나가도

바다를 실컷 볼 수 있는데

2시간 가까이 걸려 굳이 바다를 보러 여기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바다라고 다 같은 바다가 아니니까요.

 

 

게다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이 멋진 등대를 보는 순간

저는 역시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날씨까지 화창하게 맑아서

푸른 하늘 빛과 흰 등대의 조화도 정말 아름다웠고요.

바다 빛깔이 동해 바다를 연상시키는

짙푸른 빛에 바위들까지 있어서 모처럼 향수도 느껴졌네요.

 

 

그렇게 푸른 빛과 흰 빛의 조화에 감탄을 하며 한참을 바라보다가

언덕을 내려가는데

앞에 보이던 가로등 위에 이렇게 떡하니 앉아있던 점잖은 펠리컨.

정말이지 호주가 아니라면 어디가서 이런 자연적인 풍경을 만나겠어요?

더군다나 펠리컨이라니~

 

 

울릉공 등대에서 좀 더 밑으로 내려와 만난 이 작은 등대는

울릉공이 준 또하나의 보너스였어요.

누군가에게는 스카이 다이빙의 추억으로 남았을 이 곳은

제겐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하얀 등대의 조화가 너무 잘 어울렸던 멋진 곳

거기에 더해 가로등에서 앉아 쉬고있던 펠리컨에 대한 기억이 강렬한 곳으로 남아있네요.

 

 

 

울릉공에서 점심 메뉴로 피시앤 칩스를 먹고나서

다시 길을 가는데 조금 힘들더라도 남천사(Nan Tien Temple)로 갈 것인지

아니면 그냥 울릉공역으로 돌아가 키야마역으로 바로 갈 것 인지 갈등을 많이 했어요.

울릉공에서 남천사를 갈 때는 그냥 버스 한 번 타면 가는데

그렇게 되면 키야마 가는 경로가 복잡해지더라고요.

하지만, 호주에 절이

그것도 남천사라는 남반구 최대 사찰이 있다니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이래서 여행사 상품을 이용해서 가는 구나 납득이 가더라고요.

하지만, 저 역시 혼자 걷는 자유를 포기할 순 없으니까요.^ ^

 

울릉공에서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다 내려

오던 길을 조금 내려가니 절이 있긴한데

주위가 너무 고요했어요.

 

 

평일이라 관광객들도 없나하고 가까이 다가가보니

굳게 닫혀진 철문 ㅠㅠ

그리고 월요일은 개방하지 않는다는 안내문까지 떡~

 

 

절이 개방하지 않는 날이 있으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는데...

역시 호주 사람들은 휴식을 중시하나봐요.

좀 전까지만 해도 편안함 대신 자유를 사랑하는 제가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곳을 거치기 위해 돌아와야했던 길과

앞으로 키아마까지의 복잡한 여정을 생각하니

차라리 데이투어를 갈껄하는 후회감이 밀려오더라고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지요. ㅋ

하지만, 이보다 더 한 일도 내 뜻대로 안되는게 많은데 뭐 이쯤이야~

애써 위로하며 오늘의 마지막 여정인 키야마로 향했어요.

 


2018/05/17 - 길에서 길을 묻다 5-2 바람 잔잔한 날엔 못봐요, 키아마 <블로우홀>

2018/05/16 - 길에서 길을 묻다 5-1 바다의 소리 "울릉공"과 남천사(Nan Tien Tem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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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민족 국가라 그런지

호주에는 어딜가든 다양한 국적의 음식과 식당들이 많아요.

덕분에 한식, 중식, 일식은 물론

베트남, 태국, 말레이 같은 동남아 음식점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요.

 

그렇지만 호주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은 역시

"피시 앤 칩스"

"피스 앤 칩스"는 영국이 오리지날이라고 하지만

호주 사람들은 "피스 앤 칩스" 만큼은 영국보다 낫다고 공언할 만큼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해요.

 

그런 호주에서

더군다나 바닷가에 왔으니

메뉴는 당연히 피시앤 칩스로 결정했는데

막상 찾으려니 마땅치가 않더라고요.

또다시 쉐프인 제 친구의 직관과 본능에 의해 음식점 탐색이 시작되었고

그 결과 오늘의 식당으로 결정된 곳이 바로 

본다이스 베스트(Bondi's Best)라는 곳이에요.

 

처음에 친구가 본다이스 베스트에 가자길래

정말 본다이에서 최고 맛집을 가는 줄 알았는데

상호가 Bondi's Best ^^

 

 

입구에서 보니

연인으로 추정되는 서양인 한 쌍이 초밥 종류를 먹고 있을 뿐

그 넓은 식당이 텅 비어있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일식을 토대로 퓨전을 가미한 식당인데

다른 피시앤 칩스 식당들에 비해 고급진 분위기이기는 했어요.

사실 호주에서도 회나 정통 일식은 꽤 비싼 음식이거든요.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살펴보니

피시앤칩스도 있고 다양한 스시 종류와 회도 있더라고요.

 

 

저희는 일단 피시앤칩스 하나와 크랩 파파야 샐러드를 주문했어요.

가격은 좀 센 편이었지만

스시를 판매하는 집 답게 비록 튀김 요리인데도

피시의 선도가 맛에서 느껴지더라고요.

또 기름 냄새도 전혀 안나고 느끼하지 않았고요.

샐러드 역시 비주얼이나 재료들이 메우 고급졌는데

안타깝게도 크랩 양은 너무 적었어요.

게다가 촌스러운 제가 먹지못하는 고수까지 들어있어서 저는 좀~

글로벌 입맛인데다 샐러드를 사랑하는 제 친구는 맛있게 먹었지요.

 

 

호주에서 대중적인 메뉴인 피시앤 칩스를

고급지고 깔끔한 분위기에서 먹고 싶다하시면

여기 괜찮아요.

단, 가격대는 일반적인 피시앤칩스  식당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니

미리 염두에 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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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로서 시드니의 매력은 무궁무진 하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대중 교통 이용의 편리함과 다양성이 아닐까 해요.

기차 노선도 잘 짜여져있지만

페리 노선도 무척이나 다양해서

배를 타고 목적지를 오가는 이색체험을 할 수 있어요.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 써큘라 퀴 역에 내리면

페리 승하차장인 와프가 있는데요

여기서 페리를 타면 갈 수 있는 멋진 곳이 정말 많아요.

시드니 여행에서 최소 한 번쯤은 꼭 페리를 이용해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어딘가로 떠나는 새로움을 느껴보세요.

여행 속 여행을 떠나는 신기한 체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멀리서 날아온 제가 자기 도움 없이도 잘 돌아다니는게 심통 났던 제 친구가

모처럼 하루 쉰다고해 페리를 타고 왓슨스베이에 가기로 했어요.

왓슨스베이에는 "갭팍"(Gap Park)이라는 명소와

서퍼들의 천국 "본다이비치"(Bondi Beach)가 있거든요.

친구는 10년 전에 본다이 비치에 간 적은 있지만

갭팍은 가본 적이 없다기에 제가 급히 노선 정리를 했지요.

근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여행자가 노선을 짜고 현지인이 따라간다???

언제든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미루게 되는게 인지상정이니까요.

덕분에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관광 온 것 같다는 친구의 말을

저에 대한 감사의 말로 이해하며 왓슨스 베이로 향했어요.

 

와슨스베이를 가기 위해서는 써큘라 퀴에서 페리를 타야해요.

저는 페리를 이 날 처음 타보았는데 버스를 타듯 오팔 카드를 찍고

어딘가를 향해 간다는 사실이 참 특별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늘 자가용을 이용해 육로로만 다니던 제 친구 역시

모처럼 바닷바람을 쐬니 힐링 된다며 좋아했지요.

역시 사람은 친구를 잘 사귀어야~ㅎㅎ

저 같은 베짱이 친구 없다면 일개미 내 친구가

어디 가서 이렇게 기분 전환 할 수 있겠어요?

 

 

아무튼 그렇게 페리를 타고 왓슨스 베이를 향하면서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의 모습을 보니

가까이에서 보던 것보다 한층 더 예술적이고 아름답게 보이더라고요.

 

 

왓슨스 베이까지는 페리로 20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저렇게 개인 소유 보트들이 떠있는 걸 보니

확실히 여기가 시드니 맞네요.

 

 

페리를 타고 가는 여러 관광지 중에서

특별히 왓슨스 베이가 인기 있는 이유는

시드니의 대표 상징인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를 비롯해 시드니 시티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다 본다이 비치가 이 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와프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올라가면

갭팍이 나와요.

갭팍은 왓슨스 베이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데

오랜 세월 동안 침식과 퇴적으로 형성된 절벽 바위에

수많은 틈이 생겨서 갭이라는 이름이 붙은 공원이예요.

 

 

말로는 도저히 표현 할 수 없는 물빛과 파도,

그리고 하늘 빛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그리 많이 걷지 않아도 절경을 볼 수 있어

노약자에게도 좋은 관광지이지요.

 

 

갭팍에 올라 반대편을 찍은 사진인데요

저 위 집들은 집 값 비싼 것으로 유명한 시드니에서도 고가로 소문난 동네래요.

 

 

호주 개척 시절 많은 죄수들이 갭팍에서 자살했는데

이 후로도 수많은 이들이 이 곳에서 자살해 "자살 바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해요.

참고로 저도 본 적 있지만 관광 안내 책자에 자주 등장하는 설명,

저 절벽 끝에서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 장면을 찍었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요.

 

갭 팍 바로 밑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380번 버스를 타면 본다이 비치로 가요.

환경 오염을 막으려고 천연 가스를 연료로 쓰고 있다는데

내려서 밀어줘야 하지않을까 싶을 정도로

경사진 길을 낑낑대며 힘겹게 올라갔어요.

이 부근이 부촌이라더니

과연 화려하고 예쁜 저택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더라고요.

그러다 딱 봐도 비치ㅋ인 곳에 버스가 멈춰섰는데 여기가 바로 본다이 비치예요.

 

 

본다이는 이 곳 원주민들의 말로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라는 뜻이라는데요

높은 파도를 즐길 수 있어 서퍼들이 선호하는 해변이라고 해요.

저희가 갔을 때는 아직 초여름인데다 파도가 너무 세서 그런지

서퍼들 보다는 일광욕 하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이 근처에 식당이나 카페, 맛집들이 많이 있다고 해

일단 점심부터 먹기로 하고 식당을 찾아나섰어요.

이 날 점심 메뉴는 피시앤 칩스와 샐러드였는데

식당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본다이비치를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아이스버그 클럽"이라는 건물이 나왔어요.

이  곳에는 수영장이 있는데 입장료도 저렴하고

이렇게 바닷가 바로 옆에 딱 붙어 있어 전망도 좋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라고 해요.

외국인도 이용할 수 있으니 해수욕이 좀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이 곳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시드니에는 이렇게 바다 바로 옆에

바위로 만들어 놓은 "락풀"이 많은데

수영장이지만 바닷물이 들어오기때문에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더라고요.

하지만 이 날처럼 파도가 거센 날은 이용 금지예요.

 

아이스 버그 클럽 건물에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기때문에

우리는 이 곳에서 조금 쉬었다 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이 곳에 입장하려면 신분증이 필요하다고 해서

저는 여권을 보여주고 간단한 사항 몇가지를 기입하고 들어갔어요.

이용하실 분은 반드시 여권을 지참하세요.

차 한 잔 마시려고 들어가는데 뭐 이렇게 번거롭냐며 궁시렁거렸지만

막상 입장하니 전망이 정말 멋졌어요.

비스트로와 카페, 바 등의 메뉴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을 듯~

 

 

저희는 이미 식사를 했으니 롱블랙만 주문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뷰를 가진 카페나 식당을 이용하려면 커피값이 엄청 비쌀텐데

이 곳은 나라에서 운영해서 그런지 커피값이 우리 돈으로 3천원 정도였어요.

전망 만큼이나 가성비도 좋은 곳이지요.

 

초여름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면 없던 맛도 생길 거라고 기대했는데

안타깝게도 뷰는 뷰고, 커피는 커피.

호주 와서 마신 커피 중 최악의 맛이었어요.

취향 차이일 수도 있지만

친구 말로는 빅토리아 원두로 만든 커피가 원래 맛이없다고 하더라고요.

역시 산 좋고, 물 좋고, 정자까지 좋은 곳은 없나봐요.^^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하염없이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싶었으나

우리에게는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 있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어섰지요.

우리가 가야할 곳은 해변을 따라 쭉 이어지는 해변 산책로인데

아름다운 트래킹 코스로 유명한 곳이지요.

 

 

산책로를 걷다 보면 바로 눈 앞에 저렇게 장대한 바다가 펼쳐지고

오랜 세월 형성된 기암절벽들과 특이한 지질 구조, 다양한 꽃들,

그리고 예쁜 집들의 모습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는 멋진 코스예요.

 

 

3시간 정도 걸린다는 전체 코스 중에서

본다이비치에서부터 쿠지 비치, 브론테비치로 이어지는 구간을 2시간 정도 걸었는데

날씨가 많이 덥지 않아서 저희는 딱 좋았지만

한 여름이라면 뙤약볕때문에 쉽게 지칠 것 같아요.

 

 

트래킹은 마라톤이 아니니까

굳이 어디까지 걷겠다고 목적지를 미리 정하지 말고

시간되는 대로, 체력되는 대로 걷다가

힘들면 언제라도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지 하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걸으세요.

특히 힐링과 휴식이 필요해 떠난 여행이라면

목적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또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까요.

 

본다이 비치는 페리 뿐만 아니라

버스로도 오갈 수 있으니

둘 중 편한 수단을 이용하면 되지만

제 생각엔 갈 때는 페리, 올 때는 버스

이런 식으로 이용하시기를 추천하고 싶네요.

교통 수단이 달라지면 보이는 것도 달라지고

그에 따른 감정이나 생각들도 확연히 달라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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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드니에 있는 동안 친구 차를 타고 시내에 나갔다 올 때마다

지나던 10차선 대로가 있는데

그 길 양 옆으로 정글같은 숲이 쭉 펼쳐져 있어서 항상 눈길이 갔어요.

게다가 그 숲 속 나무 일부가 시커멓게 숯이 되어있길래 친구에게 물어보니

몇년 전에 산불이 나서 탔다고 해요.

호주는 나무들이 많고 공기가 건조한 편이라 산불이 잦은 편이라는데

도심 한가운데에 울창한 밀림 같은 곳이 있다니

볼 때마다 신기했어요.

궁금한 건 절대 못참는 저는 그래서 그 곳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 곳은 <레인코브 국립공원>인데

피크닉이나 트래킹 하기 좋은 곳이라기에

또다시 트래킹을 떠나기로 결심했어요.

 

오팔앱을 검색해보니

친구 집에서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면 입구까지 50분

걸어가면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기에

걸어서 가려고 길을 나섰어요.

 

구글맵을 켜고 걸으니

처음엔 도로변이 아닌 주택가 근처 골목을 따라 가더라고요.

길 위에 피어있는 꽃들이며

예쁜 집들 사이를 걷다보니

동네 주민들이 이용하는 드넓은 골프장도 나오고

한적하고 조용해서 참 좋았어요.

하지만, 곧 주택가에서 벗어나 차들이 다니는 큰 길가로 나가야했는데

문제는 4차선 도로 옆에 인도가 제대로 분리되어있지 않았다는 거죠.  

쌩쌩 달리는 차옆을 걷자니 위협감도 느껴지고

차라리 버스를 탈 걸 그랬나 살짝 후회가 밀려왔어요.

그러면서도 제 왼편에는 정글 같은 숲이,

오른 편에는 차도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더라고요.

도대체 이 길 끝에 뭐가 나올까 궁금해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레인코브 국립 공원에 도착했어요.

 

 

레인코브 국립공원은 워낙 넓어서

출입구도 여러 군데인데

 

 

대자연의 나라 호주답게  

스케일이 다르더라고요.

어떻게 주택가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도심 한 가운데에 이런 곳이 다 있나 싶게

정글 한 가운데 들어와 있는 느낌이예요.

게다가 곳곳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바베큐 시설이나 의자와 식탁도 잘 갖추어져 있고

자전거나 보트를 빌려탈 수 있는 곳들도 많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지요.

주말이라 그런지 공원 곳곳 피크닉 장소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더라고요.

 

 

피크닉이 아니라 트래킹이 목적인 저는

트래킹 경로를 따라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이 때 제 눈에 띄었던 바로 이 녀석.

이제껏 시드니에서 자주 봤던 귀여운 도마뱀들과는

크기와 색깔이 확연히 다르더라고요.

이 때만 해도 한 두마리 정도만 보이길래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고 '역시 호주야' 하면서 여유있게 지나쳤지요.

 

 

<레이코브 국립공원> 역시  트래킹 코스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졌는데

저는 안내도에 나와있던 대로 강을 따라 쭉 이어지는

리버 워크 코스를 따라 걷기로 했어요.

 

 

파란 하늘과 푸른 물빛

햇빛에 빛나는 푸른 잎사귀들이 정말 아름답고 평화로운 휴일의 오후였지요.

강가를 끼고 계속 이어지는 숲길을 들어설수록

점차 오가는 인적이 드물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계속 나오니 걸음을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보다 더 자주 저를 놀라게 한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도마뱀들!

 

 

도마뱀은 독이 없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진정시키면서도

생긴 것과는 달리 이 아이들이 어찌나 재빠른지

고요한 숲 속에서 후다닥 후다닥 거리며 왔다갔다 하는 소리와 모습에

슬슬 두려움이 느껴지더라고요.

이러다 '뱀도 나오는 거 아냐'하는 생각이 들자

오기 전 읽었던 호주 관련 책에서

호주에 얼마나 무서운 독사가 많은지 설명한 내용이

전광석화처럼 떠오르면서 되돌아가야하나 망설여질 정도 였어요.

 

마침 그 때 짜잔~

제 뒷쪽에서 중국인 부부가 나타나더니 저를 앞질러 걷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혼자이되 혼자가 아니니까요.

아무리 말이 안통한다고 해도

만약 제가 독사에게 물리면 최소한 구급대는 불러주지 않을까 안심이 되길래

적당히 거리를 두고 그들 부부를 따라걷기 시작했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시드니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게 하나있는데

그게 바로 자연에 대한 친밀감이예요.

자연은 물론, 경우에 따라 두려운 존재고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기때문에 조심해야하지만

그것이 지나친 걱정과 자기 방어로 이어지면

절대로 진짜 자연을 만날 수가 없으니까요.

 

중국인 부부를 따라가면서

그들 덕분에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게된 것이 정말 고맙게 느껴졌어요.

포기하지 않고 따라오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될 무렵

앞서 가던 두 사람이 강 한 켠에 있는 벤치에 앉더라고요.

아, 이건 아닌데...ㅠㅠ

 

이 때가 사드 때문에 대중국 감정이 몹시 좋지 않은 시기였는데

제가 그들을 따라서 거기 앉으면

뭔가 그들에게 밀리는 듯한,

대한민국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듯한 죄책감?ㅋ때문에

도저히 거기서 같이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해외에 나오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제껏 당신들을 따라온 게 아니라 우연히 방향이 같았을 뿐이라는 듯

태연하게 인생은 직진,

무조건 직진을 외치면서 가던 길을 계속 갔지요.

 

 

본격적인 트래킹 경로가 시작되어서인지

앞에도 뒤에도 오가는 사람이 없는데

이번에는 정말 감당하기 힘든 수풀이 나오더라고요.

아무래도 저 수풀 속에 독사 열마리는 또아리 틀고 있을 듯해

아, 내 인생에 후진은 없는데

결국 이렇게 뒤돌아서야만 하는가 갈등을 하며 서 있는데....

 

뒷쪽에서 빠른 걸음으로 나타난 백인 청년.

어정쩡하게 서 있는 나를 한 번 휙 쳐다보더니 읊조리듯 "하이"하고는

제 앞을 지나쳐 거침없이 수풀 길을 걸어가더라고요.

반바지에 긴 팔 티셔츠.

이런 수풀 속을 저런 복장으로?

뱀한테 물릴까봐 걱정도 안되나??

걱정도 잠시.

저런 복장으로 휴일에 트래킹 온 청년이 절대 나쁜 사람일 리가 없다는

나름의 논리적? 판단을 마치고 바로 뒤따라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아무도 없는 숲길을 그 청년과

5미터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면 걷기 시작했는데

그 와중에도 후두둑 후두둑 길 위로 출몰하던 도마뱀들.

행여라도 내 발등 위로 떨어질까 두려워하며

롱다리 청년의 보폭을 쫓아 부지런히 걸었지요.

 

그런데...

앞에서 걷던 그 청년이 갑자기 뒤를 돌아 내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웁스~뭐지?' 하며 얼음 땡하고 멈춰 섰는데

내 곁을 스쳐지나가더라고요.

차마 같이 후진하지는 못하고 그냥 내쳐 걷는데

'뭐지, 저 청년, 왜 되돌아 갈까 혹시 독사라도 봤나'

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조금 걷다가 살짝 뒤를 돌아보니 일기라도 쓰는지

호숫가에 앉아 다이어리 같은 걸 펴고 글을 쓰는 게 보였어요.

'작간가? 갑자기 무슨 영감이라도??' 생각하며

망설이다 그냥 앞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후두둑 후두둑

너무 무서워서 제대로 확인조차 못했지만

일반 도마뱀이 아니라 왕도마뱀 정도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동물이 낼 법한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호들갑 섞인 비명이 터져 나왔고

너무 무서워 반사적으로 뒤돌아 달렸어요.

그 청년은 제 비명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저만치에서 여전히 무언가를 쓰고 있었고

앞으로도 뒤로도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던 저는

친구와 000(호주 비상전화) 중 어디로 전화하는게 나을까 고민에 빠졌지요.

 

그렇게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빨리 뛰는 와중에

판단을 못내리고 서있는데

아까 그 청년이 다시 제 앞을 걸어가더라고요.

유일한 구원의 끈이라 생각한 저는 용기를 내서

"나는 도마뱀이 무서워서 못가고 있다. 너를 뒤에서 따라가도 괜찮겠니?"라고 물었지요.

쿨하게 전혀 상관없다고해 결국 그 청년과 저는

전적으로 저의 필요에 의해 동행이 되었어요.

역시나 어색한 침묵을 못참는 내 본성이 어디 가나요?

안타깝게도 그 청년은 한국말을 못하기때문에

어설프고 짧은 영어나마  구사하는 저 덕분에ㅋ 이런 저런 대화가 오갔지요.

 

 

그 청년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된 사실을 종합해보면

그는 캐나다 사람이고 아마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

한국에 온 적이 있고 북한산 등반을 한 적이 있는데

등산이나 트래킹을 무척 좋아한다고 해요.

직업상 여러 나라를 여행한 경험이 있고

현재는 시드니 시티에 있는 백화점에서 일하고 있대요.

한국 음식 중 코리안 바베큐를 좋아하고

동물 특히 도마뱀을 사랑하는데

특히 도마뱀이 수영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절대로 나쁜 사람일 리가 없지요.

 

그 청년의 결정적인 장점은....

말수는 적지만 남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못한다는 것.

열심히 뒤에서 쫓아가던 제게

앞으로 "우리"가 어떤 코스로 걸을 예정이며

역까지는 어떻게 이어지는지 지도를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해주더라고요.

혼자서 하는 트래킹의 즐거움을 아는 저로서는

그 청년에게 너무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그냥 가까운 도로가 나오면 트래킹을 그만두고 그리로 나가겠다고 하니

그 길에 대한 안내도 해주었어요.

 

내가 5년만 일찍 결혼했어도 저런 아들이 있었을텐데...

든든하면서도 고마웠던 청년이지요.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혼자서도 잘 하는 걸 스스로에게 입증하기 좋아하는 제게

이 날의 경험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는데요...

 

역시 사람은 혼자 살기 힘들죠.

아무리 폐끼치지 않고 독야청청하며 살아야지 생각해도

느닷없이 이렇게 누군가의 도움이 절박한 순간이 오고요.

이제껏 살면서 딱히 누군가를 도와줘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우연히 길에서 만난 생면부지의 청년이

저를 도와줬다는 사실이 정말 오랫동안 고마움으로 남네요.

비록 이름도 모르고 지금은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 그가 한국에 오거나 또 한국에 관한 소식을 들을 때면

트래킹 중에 만났던 도마뱀이 무서워 오도가도 못하던 아줌마를

좋은 기억으로 떠올려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청년을 비롯해

시드니에서 오며 가며 만난 사람들을 통해 제가 깨닫게 된 사실은

국적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인종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기본적인 매너를 보거나 아주 간단한 대화 몇 마디만 나눠봐도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과 그 사람의 지적 수준을 어느 정도는 판단할 수 있다는 거예요.

흔히 오십 이후의 얼굴이 그가 이제껏 살아온 인생을 말해준다고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가 하는 말 한마디나 태도 혹은 무심히 하는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이제껏 살아온 인생 여정이나 내 인격을 드러낸다는 생각이 들면서

새삼 품행을 방정히ㅋㅋ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이 날 얻은 무엇보다도 가장 큰 수확은  

세상에는 확실히 나쁜 사람들 보다는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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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마운틴 트래킹을 위해 웬트워스 역에서 내린 저는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주변 맛집을 찾았는데요

이번에도 역시 트립어드바이저 평점을 참고했어요.

제가 오늘 찾아간 식당은

파이 맛집이라는 <마운틴 하이 파이즈>예요.

역에서는 10분 넘게 걸어야 해요.

 

길을 잘못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지도를 보고 있는데

지나가시던 어떤 할머니께서 길을 잃었냐고 물으시더라고요.

2년전 호주 여행 때도 그랬지만

이번 여행에서도 역시 친절한 호주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어요.

그 중에는 연세 드신 분들이 많았는데요

제 친구 말로는 호주는 연금제도와 사회 복지가 워낙 잘 갖춰져 있어서

나이가 들수록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많아 마음이 편해서 그럴꺼라고 하더라고요.

자세한 사회적 원인까지야 저로선 알 수 없지만

낯선 나라에서 이따금식 친절한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다보니

호주에 대한 애정과 호주 사람들에 대한 친밀감도 급상승했습니다.  

 

이미 제가 가는 곳의 위치는 스스로 파악하고 있었지만

그 분께서 저를 도와주시려는 마음이 고마워

도움을 받는 척? 받은 척?하고 감사 인사를 드렸는데

여행 잘 하라며 따뜻한 격려까지 해주셔서 더욱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대로 방향을 잡아

땡볕과 싸우며 걸어서 도착한 이 곳,

<마운틴 하이 파이즈>

 

 

 

규모도 크고 좌석도 넓은데다

파이 메달리스트라는 안내까지 있어 기대감이 상승했어요.

 

 

파이 맛집답게 파이 메뉴가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트래킹을 하려면 든든하게 먹어야 하니

저는 파이 중 가장 큰ㅎㅎ

빅브랙퍼스트 파이와 커피를 주문했어요.

 

 

브런치 재료를 몽땅 파이 한 개에 몰아넣은 듯

파이에 소시지, 감자, 베이컨, 빈, 반숙 계란까지 꽉 차게 들어있었어요.

시드니에서 여러 번 먹은 미트 파이와는 달리

이 곳의 파이는 토마토 소스 맛이 강했고

새콤해서 덜 느끼한 대신

양이 너무 많고 필링이 잡다해 다소 어수선한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워낙 양이 많아서 커피와 함께 먹으니 든든하긴 하더라고요.

제목 그대로 빅 브랙퍼스트로 한 끼 식사로도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이 곳의 파이는 식사 대용보다는

트래킹을 마치고 나서 디저트용으로 먹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특히 커피에 애플파이를 곁들여 오후의 티타임을 즐기면 금상첨화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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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매 에코 포인트 트래킹에서

짜릿한 성취감과 감동을 느낀 저는

블루마운틴의 또다른 트래킹 코스인 웬트워스 폭포 쪽으로 가보기로 했어요.

이 곳 경치가 무척 아름다운데

평일에는 인적이 드문 편이라기에

일요일에 출발했습니다.

 

혼자서 떠나는 트래킹이 두번째이다 보니

처음만큼 두렵지는 않더라고요.

역시 모든 일은 처음 시작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일이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이 있어야 두번째도 있으니까요.

 

아침 일찍 일어나

블루마운틴으로 가는 교외선 기차를 타기 위해

센트럴 역으로 갔어요.

일요일이라 그런지 지난 번 보다 사람이 많았고요

웬트워스 폭포역까지는 1시간 50분 정도가 걸렸어요.

 

일단 식사를 해결해야했기에

오기 전부터 검색해두었던 파이 맛집으로 향했어요.

웬트워스 폭포로 가는 길에서는 조금 벗어나있어

다시 되돌아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했지만

먹고 싶은 건 꼭 먹어봐야하는 스타일이라서...ㅎㅎ

오늘의 식당인 <마운틴 하이 파이즈> 리뷰는 내일 올리기로 하고요~

 

파이지만 한 끼 식사로 충분했고요

여유있게 식사를 마친 후

길을 되돌려서 오늘의 트래킹 코스인

웬트워스 폭포를 지나는 찰스 다윈 트레일로 향했어요.

조용하고 작은 마을인 웬트워스에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볼링센터에서 삼삼오오 팀을 이뤄 볼링을 즐기는 노인 분들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시드니에는 동네마다 노인들을 위한 볼링센터가 있는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실내용 볼링 게임과는 달리 잔디밭에서 진행됩니다.

노인들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종목과

또 그것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의 노력 하나만 봐도  

호주가 왜 노인들의 천국인지 알겠더라고요.

 

노인들 외에도

아이들로 가득한 테니스 클럽,

공원에 피크닉 나온 가족들,

간간히 제 곁을 스쳐지나던 조깅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평화롭고 활기한 일요일 아침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이날 제가 걸었던 <블루 마운틴> 웬트워스 폭포 쪽 트래킹 코스는

모두 9개가 있다고해요.

그 중에 제가 걷기로 계획한 곳은 찰스다윈 워크 코스예요.

이 날 제가 어마어마한 실수를 하나 했는데요

그게 뭐냐면 트래킹에 있어서 생존 필수품이라 할 수 있는 생수를 안챙긴 거지요.

 

 

블루마운틴 세자매 봉처럼 바로 앞에 기본적인 편의 시설이나 안내센터가 있을거라고 철썩같이 믿은 제 짐작과는 달리 주택가 한켠에 안내판말고는 아무것도 없더라고요ㅠㅠ

'뭐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물 없이 다녔는데

이게 트래킹 내내 육체적 갈증은 물론 심리적 압박감을 주었어요.

이 쪽 코스로 트래킹 가시는 분

혹시 물을 미리 안챙기셨다면 역 앞 마트에서

반드시 물을 사오세요.

 

 

인적이 드물다고 해서 혼자 가기가 좀 꺼려졌던 코스인데

일요일이라서 그런건지 다행히 사람들이 제법 오가더라고요.

웅장하고 장엄한 대자연의 위용이 한 눈에 들어오는 세자매봉 코스와는 달리

웬트워스 쪽은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시작했어요.

 

 

좁은 트래킹로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옆으로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이어지고

시냇물을 따라가니 작은 폭포들도 나오더라고요.

이 날 날씨가 꽤 더워서 곳곳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또, 단체로 트래킹 온 외국인들도 꽤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참 걷다보니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대자연의 풍경들이 펼쳐졌어요.

보이시나요?

저 바위 끝은 수직 낙하하는 거대한 폭포로 이어집니다.

 

 

길이 갈리는 중간에서 위로 갈까 아래로 갈까 망설이는데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위로 가길래

따라가 봤어요.

여기는 "로켓포인트"라는 곳에서 내려다본

반대편 절벽의 단층이에요.

고소 공포증이 있는 저는 보고만 있어도 다리가 후덜덜.

 

 

블루마운틴 세자매 봉 쪽 코스에 비해서 이 쪽은 확실히 위험한 코스예요.

걷다 보니 이렇게 무시무시한 경고문이 보이더라고요.

 

 

돌아가야하나 망설였는데

앞에서 걷던 외국인 아가씨들이 아무렇지 않게 이리로 가는데다

밑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여 저도 내려가봤어요.

 

 

한 쪽엔 거대한 암석이 있고

좁은 길 옆 난간 아래는 까마득한 절벽이 펼쳐져 있더라고요,

계속 좁은 길이 이어지더니

갑자기 수직에 가까운 계단이 나타났고요.

내려가는 거야 조심해서 가면 된다고 치지만

설마 올 때도 이 길 밖에 없는 건 아니겠지?

절대 아닐거야 혼자 세뇌하며 후들후들 떨면서 내려갔어요.

고생한 보람은 있어서 내려갔더니 이런 절경이~

 

 

밑에서 올려다 보니

폭포가 정말 장관이었어요.

까마득한 저 위에서 내가 좁은 길을 걸어

수직에 가까운 계단들을 거쳐 이 곳까지 내려왔다니

보고도 못믿겠더라고요.  

폭포 밑에는 계곡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사람들이 음식도 먹고 계곡에 발 담그고 놀고 있었어요.

사람들 노는 모습은 어디나 다 비슷하지요.

 

계곡을 지나니 이제는 오르막 길이 나타났는데

몸을 숙여야만 지나갈 수 있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바위 밑 좁고 낮은 통로를 지나가니

또다시 갈림길이 나오더라고요.

 

 

쭉 가면 카페가 있다는 표시를 보고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어랍쇼, 이 길은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되었대요.

그럼 길은 외길인데

이 쪽 길은 이제껏 온 길보다 더 좁고 가파른 길로 내리막길이었어요.

게다가 안내문을 보니 

이 길로 가면 도중에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야하는 험한 길이 나오니 조심하라는 경고가 붙어있더라고요.

 

그 가파른 계단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직진을 하고 싶었지만

문제는?

저에게 물이 없다는 사실이죠.

한 여름 더위에 3시간 가까이 물을 마시지 못한 저는 이미 조금씩 갈증을 느끼고 있었고

돌아갈 길을 생각하니 이래저래 아득하고 심난.

이 험한 여정을 제대로 된 준비없이 떠난 저 자신을 반성하며

눈물을 머금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했지요.

 

내려올 때는 그나마 쉬웠으나

수직에 가까운 그 가파른 계단들을 다시 오르자니

현기증과 갈증으로 어질어질했어요.

몇 번의 휴식 끝에 겨우겨우 평지에 다다랐을 때의 안도감이란...휴우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그래도 다행히 무사히 마을로 되돌아와

웬트워스 폭포역 근처에 도착했어요.

역근처 슈퍼마켓에서 생명수 같은 주스를 한 병 사서 단숨에 들이켜고

상점들을 구경하며 동네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이 날의 트래킹은 마무리.

 

 

블루마운틴 트래킹 코스 중 대표적인 곳 두 군데를 다녀온 사람으로서

두 코스를 비교하자면

둘 중 하나만 가야한다면 단연코 웬트워스 폭포를 추천하고 싶어요.

아기자기함과 장대함이 함께 있고

특히 여름에는 웬트워스 폭포의 시원한 물줄기와 간간히 마주치는 작은 계곡들이

몸도 마음도 시원하고 상쾌하게 해주니까요.

다만 한가지 주의할 점은 이 쪽 코스는 에코 포인트쪽 코스에 비해 험한 편이예요.

제가 다녀온 며칠 후에 이 쪽 구간에서 바위가 낙하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을 만큼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위험한 곳으로 인식되어 있고요.

물론, 허가된 구역에만 들어가고

안전에 관한 기본 사항만 지킨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겠지만

체력 소모도 많은 편이고

거칠고 험한 편이니 반드시 안전에 유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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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운틴 트래킹이 끝난 루라 Cascades에서

루라 마을까지는 걸어서 30분이 채 안걸려요.

작은 시골마을이라 그런지

길에는 차도 거의 안지나가고 사람들도 많지 않았어요.

 

 

저는 산책 나온 동네 사람처럼

주택가 정원이나 담장에 핀 꽃들을 구경하며

사진도 찍고 잠깐 앉아 쉬기도 하면서

누가 봐도 참 할 일 없어 보이는 사람답게^^

나무늘보처럼 느릿느릿 설렁설렁 걸어다녔습니다.

 

사실 이런 곳에선 이렇게 걷는 게 제격이지요.

어떤 도시나 장소에는 다 그 곳에 걸맞는 속도가 있잖아요?

서울 시내 한 복판이라면 이런 속도로 걸을 마음도, 걸을 수도 없겠지만

여긴 시드니에서도 2시간이나 떨어진 작은 마을이니까요.

 

.

 

사실 오늘 트래킹 종착점을 루라 마을로 정하게 된 이유는

이 곳이 동화 속 작은 마을 같다는 홍보 문구때문이었어요.

여행사에서 팔고있는 블루마운틴 데이 투어 상품 일정을 보니

오전에 블루마운틴 관광을 한 후

루라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패더데일 동물원으로 간다고 하더라고요.

동물원은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동화 속 작은 마을 같다는 "루라"마을이 궁금하던 차에

마침 블루 마운틴 트래킹 코스가 이 쪽에도 있길래

겸사겸사 오게된 거지요.

 

 

 

 

 

제가 볼 때 동화 속 작은 마을이 특별히 다른 곳보다 아름다운 곳을

지칭하는 용어라면 그건 과대 과장 광고가 맞고요

그냥 아무 동화에나 나올 수 있는 평범한 마을이다라는 뜻이라면

거짓말은 아닙니다.

일부러 시간내어 딱히 뭘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조용한 마을 그 자체를 보러왔다면 낚였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실 거고요.

사실 여행자에겐 그런 게 중요하지 않죠.

전세계 75억 인구가 제각각 다른 것처럼

모든 마을은 각각의 고유한 특성이 있는,

누군가에게는 세상 어느 곳보다도 소중한 삶의 터전이니까요.

아무튼 별 기대없이 편한 마음으로 걷기에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마을 중심가에는

이렇게 아기자기한 기념품이나 소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었고

또 식당도 몇 개,

그리고 울월스도 있더라고요.

 

 

시드니 와서 처음 혼자 떠난 트래킹이고

영어 울렁증 없이 식사 주문도 잘 한데다

두려운 순간도 잘 이겨내고 계획대로 무사히 트래킹을 마친

저 스스로가 기특해서^^

포상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뭔가 좀 특별한 걸 먹고 싶었어요.

 

마침 이 곳에 타이 음식 맛집이 있다길래

팟타이를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음식점을 찾아 나섰지요.

가다보니 얼마전 시드니 시내에서 맛있게 먹었던

캄포스 카페 매장도 있기에

식후에 커피 한잔까지 마실 생각에 신이 났었습니다.

 

 

타이스퀘어는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요

그러면 그렇지요...인생이 어디 뜻대로, 계획대로만 되나요?

오늘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실망스러운 마음에 캄포스에 가서 빵이랑 커피를 마셔야겠다 생각하고 발길을 돌렸는데요...

 

 

이런 이런

좀 전에 지나갈 때만 해도 열려있던 매장이 굳게 닫혔더라고요.

호주 가실 분들 이거 꼭 알고 가세요.

호주 식당이나 카페들은 오픈이 매우 이른 대신 오후 4시면 닫는 곳도 정말 많아요.

시내는 좀 덜하지만 시내에서 조금만 떨어진 곳들은 대부분 그렇고요.

그러니 만약 호주에서 특정 식당이나 카페를 꼭 가보고싶다면

미리미리 영업 시간부터 확인하고 가셔야 헛수고를 안합니다.

 

이상하게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를 먹어야지 하고 다른 식당들을 찾아봤지만

맘에 드는 곳은 이미 닫았거나 닫을 준비를 하고 있거나

아예 늦게 여는 곳 뿐이더라고요.

차라리 집에나 가자 생각하고 기차역으로 향했어요.

기차가 오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 지루해서

블루마운틴 트래킹 조난을 대비해 준비해왔던 비상식량인

너트바와 우유를 먹으면서 기차를 기다렸고

어김없이 정확한 시간에 도착한 기차를 타고

다시 시드니 시내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제가 생각했던 건

여행은 역시 돈이 있을 때가 아니라-물론, 돈이 없다면 못떠나겠지만ㅋ

다리에 힘이 있을 때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가고 싶은 곳을 원없이 걸어다녀도

아직은 별 무리 없는 제 두 다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고

시드니에서 남아있는 날동안

열심히 트래킹을 다녀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설마 이 긴 글을 여기까지 다 읽으셨다면ㅋ

감사의 의미로 제가 알뜰 팁 하나를 알려드릴게요.

시드니 오팔 카드를 이용해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

하루에 15$ 이상은 결제되지 않는다는 말이 실화더라고요.

예를 들어 카툼바까지 가는 교통비가 11$이라면 갈 때는 11$이 다 차감되지만

올 때는 4$만 결제된다는 거지요.

만약 같은 날짜에 또 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한다면 그건 다 0$

호주 대중교통 요금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장거리를 이용하거나 하루에 여러번 이용하는 경우라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요.

게다가 일요일엔 최대 결제 요금이 2.5$

그러니 알뜰 여행자라면 장거리 여행은 반드시 일요일에 하셔서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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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을 여행할 때

어떤 방법으로 식당을 찾으시나요?

국내에서야 뭐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제 경우는 해외에선 좀 어렵더라고요.

사실 외국에서 혼자 돌아다닌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라

두렵기도 했고

영어가 딸리는데다 울렁증까지 있어서

혼자서 식사 주문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블루마운틴에 트래킹을 갔던 이 날의 식당은

트립 어드바이저 평가를 토대로 결정했어요.

트립 어드바이저는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평가하는 거라서

우리 입맛과는 조금 안맞을 수 있도 있지만

블로거 맛집에 수없이 낚여본 저로서는

트립어드바이저가 그나마 믿을 만 하더라고요.

 

 

대중 교통을 이용해

블루마운틴 에코포인트나 시닉월드로 가려면 카툼바 역에서 내려서

버스로 갈아타야하는데요

역 주위에 식당이 제법 많아요.

정작 에코포인트 쪽에는 식당이 별로 없으니

이 쪽에서 식사하고 가는 것이 훨씬 낫고요.

울월스나 알디 같은 마트들도 있으니

필요한 물품도 이 근처에서 미리 구입하세요.

 

 

"트립 어드바이저" 평가를 기반으로

결정한 오늘의 식당은 <Yellow Deli>예요.  

카툼바 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면 갈 수 있는데다

에코포인트로 가는 686번 버스 정류장도 가까워 편리해요.

가까이서 보니 외관도 맘에 들었고

아침 시간인데도 손님들이 많아서 믿음이 가서

일단 들어가보기로 했어요.  

 

이 때가 시드니에 여행온 지 2주 정도 지났을 때인데

처음엔 좀 어색했던 커피 주문은

이 무렵엔 익숙해져서 별로 울렁증 없이 주문할 수 있었지만

식사는 이 날 처음 주문해보는 거라 그런지

좀 떨리더라고요.

게다가 입구에서 안내받을 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질문에 허를 찔려서 순간적으로 당황했지요.

아무래도 여기가 빵집이라 그런건지

여기서 먹을래, 가져갈래 그걸 묻더라고요.

헐~그런 건 내 예상 질문에 없었는데...ㅋ

하지만, 이내 진정하고 여기서 먹을거라고 말하니

앉을 자리를 정해 주었어요. 휴~ㅋㅋ

 

밖에서 보던 것보다 매장이 훨씬 넓어서

미니 2층도 있고 가게 안쪽으로 넓은 공간도 있었어요.

저는 다락방 느낌이 나는 아늑한 미니 2층으로 안내받았습니다.

 

가게 이름처럼 불빛이 노랑노랑해서

뭔가 80년대 경양식 집ㅋ 분위기인데도

촌스럽다기보다는 따뜻한 느낌.  

 

곧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는데

다행히 제가 영어 독해를 회화 보다는 잘 하는 편이라

-우리 세대의 비극이지요. 의사 소통을 위한 도구로서의 영어가 아니라 문법 위주의 시험 영어에 최적화된ㅠㅠ - 메뉴 선택에는 별 문제가 없었어요.

진작에 회화 중심의 실용 영어를 배웠어야 하는데

VOCABULARY 22000도 모자라 33000까지 외워가며

평생 한 번도 쓸 일 없는 단어와 문법만 주구장창 외워댔으니..쯧쯧  

 

 

메뉴판 내용은 VOCABULARY  500 정도만 외웠어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내용이었고요

트래킹을 위해 든든하게 먹어야 했기에

제일 비싼 버거와 롱블랙을 주문했어요.

 

 

버거는 내용물은 튼실했지만 제 입맛에 간이 조금 짰고

같이 나온 칩스는 바로 튀긴 포테이토 칩인데

바삭하고 신선해서 좋았어요.

하지만, 이 집에서 정말 맛있었던 건 롱블랙.

호주 커피 특유의 진한 맛이면서도 쓰지 않고 원두도 신선~

 

 

음식을 거의 다 먹을 무렵

식당 종업원이 저에게 다가와서는

이것 저것 묻더라고요.

이 때쯤 오늘 제가 혼자서 음식 주문을 했다는 뿌듯함을 만끽하고 있던 데다

들어올 때 종업원과 나눈 몇 마디 기본적인 대화로 인해

제 회화 능력에 대한 근자감이 하늘을 찌를 때라서 그런지

저 역시 울렁증 없이 그냥 영어가 나오더라고요.

어디서 왔냐,

언제 왔냐 얼마나 있냐 등등

여행용 영어 회화에서 한 번쯤 본 적있는 문장들이라

자연스럽게 모범 답안대로 대답했는데

갑자기 여기 음식이 어땠냐 하고 묻는데

어라, 이건 예상 질문에 없었는데....

그냥 좋았다고 하면 될껄

이미 터진 영어 방언은 어쩔 수가 없었어요. ㅠㅠ

이 집 맛있다는 소문듣고 왔는데 커피와 칩스는 정말 맛있었지만 버거는 좀 짰다했다니

미안하다고 말하는데 표정을 보니 당혹감이 보이더라고요.

아차차, 호주 사람들은 원래 겉으로는 친절하고 따뜻하지만

절대로 속마음을 말하지 않는다던 친구의 말이 생각나면서

아, 나 지금 뭐라고 했지 생각하며

내가 원래 짠 걸 안좋아한다. 하지만, 정말 맛있게 먹었다. 고맙다라고 덧붙이고 급 마무리.

역시 나이가 들수록 말을 줄여야...ㅠㅠ

어쨌든 그렇게 식사와 계산을 끝내고

뿌듯함 반, 찝찝함 반 그렇게 반반인 마음으로

본격적인 트래킹을 하기 위해 세자매봉으로 향했습니다. 

 

2018/04/25 - [여행,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호주 시드니 17'] - 길에서 길을 묻다 1-1 <블루마운틴>(세자매봉 에코포인트~루라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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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를 좋아하는 저는

이번 시드니 여행에서 정말 원없이 걸었어요.

시드니는 시티 지역만 제외하면

어디든 한적하고 녹지가 많아서

그냥 동네 골목만 걸어다녀도 공원을 걷는 것 같거든요.

 

처음엔 영어도 자신없고

혼자 다니는 게 무섭기도 해서

사람 많은 시내나 관광지 위주로 다녔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더라고요.

기왕에 여기까지 긴 여행을 왔으니

시드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시드니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누려보자 결심했지요.

그러면서 떠오른 게 바로 트래킹!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정글처럼 거대한 숲과 대자연의 위대함을 즐기기 위해서

저는 일단 블루마운틴에 가기로 했어요.

 

사실 블루마운틴은 2년전에도 다녀왔어요.

그 때는 수능 끝난 아이의 휴식을 위한 여행이라  

친구 차 타고 편하게 관광을 했었지요.

블루마운틴의 어마어마한 위용과

잘 닦인 트래킹 코스를 보면서

나중에 꼭 다시 와야지 했는데 의외로 기회가 빨리 온거죠.

 

그래서 트래킹 경로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블루 마운틴 자체가 워낙 큰 산이라 코스가 여러개 있더라고요.

그 중에서 제가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웬트워스 폭포쪽 코스였는데

경치는 좋지만 길이 좀 험한 편인데다 사람이 별로 없다길래 겁이 났어요.

마침 당시에 스페인에 놀러가있던 저희 아이가

자기는 혼자 여행 갔다가 여행 카페에서 동행을 구해

어디를 다녀왔다길래  

저도 여행 오기 전에 정보 얻으려 가입했던 호주 여행 카페에 들어가봤어요.

의외로 동행 구하는 글들이 많길래

저도 자신있게 글을 올렸지요.

제 글 밑에 어느 20대 여성분이 시내 관광 동행 구한다며 올린 글에는

무수한 댓글이 달리두만

제 글엔 아무런 응답이 없더라고요.

괜히 올렸다가 마음에 상처만~ㅎㅎ

그런데 그러고 나니까 오히려 오기가 생기는 거예요.

'좋아, 당당하게 혼자 다녀와서 여행 후기를 올려주겠어'하고 말이죠.

 

생각해보니 영어야 "파파고" 앱 있겠다 교통 정보야 "오팔 트래블" 앱 있겠다

못 갈 이유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출발했습니다.

단, 경로는 바꿨지요.

가뜩이나 사람이 없다는데 더군다나 평일에 혼자 가긴 좀 무섭더라고요.

이 때까지만 해도 아직 쫄보 근성을 못버렸을 때니까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블루마운틴 관광하러 많이들 가시는 시닉 월드가 있는

세자매봉쪽으로 방향을 잡고 드디어 출발!

굉장히 과감하고 용기있게 출발한 것처럼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사실은 가는 날 아침까지도 내가 정말 갈 수 있을까

가방을 들었다 놨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요.

 

 

그러면서 젊은 시절 한 때는 저의 좌우명이기도 했던

헤르만 헤세가 쓴 <데미안>의 명언을 떠올랐어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그냥 트래킹 한 번 떠나는 것 뿐인데

너무 비장한가요?ㅎㅎ

 

그리하여 아침 일찍 길을 나서는데

하늘엔 잔뜩 물기 머금은 먹구름이...

제가 있는 동안 11월 시드니의 날씨는 늘 그랬던 것 같아요.

하루에도 몇 번씩 개었다 흐렸다를 반복해서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어요.

블루 마운틴이 있는 카툼바 지역 날씨를 검색하니

다행히 비올 확률이 20%밖에 되지 않는다기에 일단은 출발 했지요.

 

카툼바역은 기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평일 기준으로 대체로 한 시간에 한 번 기차가 있어요.

"오팔 트래블"이라는 앱을 받으면

시드니 교통 카드인 오팔 카드로 여행 가능한

시드니 시내 기차나 교외선 기차, 페리, 버스 등 모든 교통수단 이용 경로와

출,도착 시각은 물론, 요금까지 미리 검색이 되어서 정말 편리해요.

제 경우는 센트럴 역에서 카툼바로 가는 기차를 타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

저는 8:18에 떠나는 카툼바행 기차를 타기 위해 센트럴 역으로 향했어요.

 

센트럴 역은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역.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시내 한 가운데인데다

출근 시간이라 정말 혼잡했지만,

서울 러시 아워에 비하면 이 정도쯤이야~

기차 출발 시간 10여분 전에 도착해서

대기중이던 기차에 올라 자리를 잡았어요.

카툼바 역까지는 2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창 밖 풍경도 보고 사람들 구경도 하다보니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여행은 역시 기차여행이 최고!!!

 

아침부터 서둘러 나오느라 식사도 거른데다

하루 종일 걸으려면 든든히 먹어야 할 것 같아

카툼바역 맛집을 알아본 후 결정한 오늘의 식당은

<Yellow Deli>

이 곳에 대한 소개는 여기에~

2018/04/26 - [여행,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호주 시드니 17'] - 길에서 길을 묻다 1-2 블루마운틴 카툼바 맛집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비가 오고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여서

은근히 걱정이 많았는데요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다행히 파란 하늘이었어요.

일단은 안심하고

세자매 에코 포인트로 가는 686번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갔지요.

이 버스의 배차간격은 30분이고요

10분 정도만 타고 가면 세자매 에코 포인트 바로 앞에 내려줘요.

 

 

내리자마자 바로 눈 앞에 이런 절경이 펼쳐졌어요.

산에 퍼져있는 푸른 기운이 느껴지나요?

블루 마운틴은 넓은 산악지대인데요

산맥의 대부분이 유칼리 나무로 이루어져 있대요.

이 나무에서 증발하는 유분때문에

멀리서 보면 파랗게 보여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그런 내막을 들은 적이 있어서 그런지 아님 진짜 그런지

산 전체에 살짝 푸른 빛의 뿌연 안개가 덮고 있는 듯한

신령스러운 기운이 감돌더라고요.

 

 

관광을 목적으로 오시는 분들은

대체로 여기에서 세자매 봉 관람을 마친 후 시닉월드로 갑니다.

시닉월드는  레일웨이, 케이블웨이, 스카이웨이, 워크 웨이로 이루어진

블루마운틴의 어트랙션이예요.

시간이 별로 없고 블루 마운틴의 핵심만 즐기고 싶으시면

시닉월드 입장권을 구입해서 이용하시면 편리해요.

 

오늘의 트래킹 코스 출발지는 에코포인트인데요

여기에도 트래킹 코스가 몇 개 있어요.

크게 보면 두 방향인데

저는 일단 에코포인트를 보고 밑으로 내려갔어요.

이 길을 쭉 따라가면 케이블카도 보이고

카툼바 폭포도 나오는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길도 잘 닦여있고

폭포까지 왕복 소요시간도 1시간 30분이 채 안걸리는데다

중간에 있는 가파른 계단 구간 하나를 제외하곤

대체로 평이한 코스라서 걷기 편해요.

 

 

격하고 힘들게 등산하지 않아도

곳곳에서 쉽게 이런 절경을 만날 수 있는 점 역시

이 곳만이 줄 수 있는 매력입니다.

 

 

길을 걷다보면 케이블카 탑승장도 있는데다

세 자매봉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멋진 코스예요.

 

 

걷다보니 아침에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날씨도 개였더라고요.

역시 갈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무조건 떠나고 보는게 정답이네요.

 

 

케이블카 탑승장을 지나 조금만 걸어내려오면 카툼바 cascdes와

작은 시냇물이 나와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길을 막아놓았길래

다시 처음 출발점인 에코포인트로 되돌아온 저는

바로 앞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들어가

트래킹 코스가 나온 지도 한 장을 얻고

엽서를 구입한 후 본격적인 트래킹을 시작했습니다.

 

 

이 날 제가 계획한 본격적인 트래킹 경로는

관광 안내소 뒷길에서 시작되는 길을 따라 걷다가

루라 마을로 나가 마을 구경을 마친 후

루라역에서 기차를 타고 시내로 돌아가는 것이었어요.

본다이 비치쪽에 갔을 때 우연히 알게된 한국 여성분의 경험담-

블루 마운틴 트래킹을 갔다가 길을 잃었는데

휴대폰이 안터져서 너무 무서웠고

다행히 자신은 어떻게 길을 찾아나왔지만

알고보니 그 날 이쪽에서 여행자 한 분이 실종되어서

경찰이 수색을 벌이고 있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조금 무섭긴 하더라고요.

게다가 조금 걷다보니 길이 세방향으로 갈리는데 이정표도 없고

아무도 보이지 않아 덜컥 겁이 났어요.

 

하지만 길 위에 서 있는 시간 동안 만큼은

제 인생에 후퇴란 없지요.

제 안에 숨어있던 "제 2의 나"가

"인생은 직진, 무조건 직진"을 외치며

쫄보인 저를 제 멋대로 끌고 가더라고요.

'에라 모르겠다'하고 본능과 직관에 충실해서 따라 갔지요.

 

반신반의하며 얼마간 걷다 보니 반대편에서 동양인 노부부가 걸어오는데

어찌나 반갑든지 휴~

이 길이 루라 마을 가는 길이 맞냐고 물어보니

맞긴한데 매우 멀다고 하시더라고요.

영어 발음이 한국 분 같아ㅋ

한국인이시냐 여쭤보니 맞다시면서

너무 먼데 괜찮겠냐고 걱정하시더라고요.

걷는 거 좋아하니 상관없다고 말씀 드리며

서로의 안전 여행을 기원하며 훈훈하게 헤어졌지요.

그 먼 타국에서 어쩌면 그렇게 딱 알맞은 자리에, 알맞은 시간에

그 분들을 만나게 되었는지 감사하고 신기했습니다.

 

 

길도 확인했겠다,

무조건 직진만 하면되니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어야하는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외딴 길에서 지금처럼 남녀 두 분 혹은 여자 분들을 만나는 건 반갑기도 하고

안심도 되지만 간혹 혼자 혹은 남자분들끼리 오신 분들을 딱 마주치면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벌렁벌렁.

이 날 역시 그 가파른 길을 달려오는 남성 분과 마주치고 식겁했는데요

제가 놀란 티를 너무 냈는지

여러번 "I'm sorry"하며 뛰어가시더라고요.

사실 그 분은 잘못이 없지요.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남성 분들에 대해

잠재적인 범죄자-죄송합니다-라고 생각하는 제가 문제인거지요.

아예 길을 나서지 않는다면 모를까

어차피 혼자 길을 걷기로 했다면 이겨내야할 두려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간혹 들려오는 잔인한 범죄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되기도 하지요.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혼자 걷기를 좋아하는 저같은 사람에겐 늘 딜레마죠.

 

 

아무튼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

때론 정글 같은,

떼론 습지같은 길들을 걷다보니

어느새 루라 cascades에 도착했는데요

여기서 길이 다시 두 갈래로 나눠지더라고요.

 

오른쪽으로 가면 고든 폭포

위쪽으로 계속 가면 피크닉 장소라고 되어있는데

목적지가 루라 마을인 저는 피크닉 장소쪽으로 나갔어요.

 

정글 속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빠져 나오니 한가한 주택가.

하여간 호주라는 나라는 정말 신기해요.

어쩜 이렇게 자연과 가까이 있고 한적할까요?

그 한적함이 너무 좋아서

저는 버스 정류장을 지나쳐서 루라마을까지 계속 걸어갔어요.

루라마을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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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하버 브리지를 건널 때마다

제 눈을 즐겁게 해주던 곳이 있는데요

그 곳이 바로 시드니의 유일한 놀이 공원 <루나 파크>예요.

입구에 세워진 캐릭터가

밤마다 형형색색 조명으로 환하게 밝혀지는데

조금 엽기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ㅋ

멋진 야경을 자랑하지요.

 

 

시드니에 사는 친구 말로는

놀이 기구나 시설물들이 오래된 데다

종류도 많지 않아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고 해요.

애초에 놀이 공원에는 관심 조차 없었지만

이 쪽에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웬디의 비밀 정원>(Wendy's secret garden)때문이에요.

 

 

<웬디의 비밀 정원>은 사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예요.

현지인인 제 친구 조차 처음 들어봤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호주 관광청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이 곳에 얽힌 사연을 알게된 후

꼭 가고 싶었어요.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사연이 숨어있는 정원이었으니까요

 

 

이 곳은 원래 쓰레기 더미로 가득한 버려진 땅이었는데요

Wendy Whiteley라는 분에 의해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으로 재탄생했다고 해요.

그녀의 남편은 Brett Whiteley라는 유명한 화가인데

시드니 하버가 바라다보이는 이 곳,

라벤더 베이에 있는 그들의 집에서 20년간 함께 살다가

1992년에 사망했대요.

남편이 죽고 슬픔 속에 빠져있던 그녀는

집 앞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 땅들을 가꾸기 시작했다는데

2001년에는 딸 Arkie를 잃고 더욱 큰 슬픔에 빠졌지만 

정원을 가꾸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고해요.  

 

 

웬디의 정원에 얽힌 사연들을 알고 나니  

그 곳에 심어진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도

무심하게 바라봐지지 않더라고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아무런 생의 의미도 찾을 수 없는 그 순간에

그녀를 지탱해주었을 유일한 삶의 끈.

그녀가 심은 풀 한포기, 꽃 한송이에 담겨있을 그녀의 슬픔과 그리움에 대해,

한 순간에 쓰나미처럼 다가오는 운명의 잔인함에 대해,

그것을 견뎌내는 방식에 대해,

그리고 비록 존재의 방식이 달라지고 기나긴 세월 동안 만날 수 없다고 해도

결코 끝나지 않는 사랑의 영원성에 대해 생각하면서

오래오래 정원을 거닐 었습니다.

 

 

<웬디의 비밀 정원>에서 내려오니

하버브리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산책길이 이어져있었어요.  

항구 도시 시드니에는

우리가 자동차 소유하듯 보트를 소유한 사람들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곳곳에 선착장들도 있고

개인 소유의 배들이 정박해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산책로를 쭉 따라걸으면

루나파크 뒷편으로 이어지는데요

야경 보러 이 쪽에도 많이 오시더라고요.

밤에 보는 풍경이 예쁘긴 하죠.

 

여기서 좀 더 걸어올라가면 밀슨스 포인트라는 역이 있어요.

걷기 좋아하시면

그 역 뒷편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 하버 브리지를 걸어서 건너는 것도 추천합니다.

30분이 채 안걸리기 때문에 걸을만하고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보는 오페라 하우스도 멋지거든요.

 

경로를 정리하자면

밀슨스 포인트 역에서 내려 <웬디의 비밀정원>(라벤다 베이)에 갔다가

산책로를 따라 <루나파크>까지

<루나 파크>에서  <밀슨스 포인트> 역으로 가거나

<루나파크> 바로 앞에 있는 와프에서

시내 쪽으로 배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항구도시 시드니가 아니면 하기 힘든 신선한 체험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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