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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주리 미술관>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봤던 모네의 <수련> 연작과 전시 공간이 인상적이었던 데다

꽃별이가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미술관이라기에 궁금해서 가게 된 곳이다.

오랑주리는 "오렌지 온실"이라는 뜻으로

과거에는 겨울철에 루브르 궁전의 오렌지 나무를 보호하는 온실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개관시간: 9:00-18:00

휴관일: 화요일

관람료: 9유로(오르세 미술관과 통합권을 구입하면 보다 저렴하게 이용가능. 통합권은 18유로)

통합권은 오르세 미술관에서만 판매하며

오르세 미술관은 티켓 구매 당일에만 이용 가능하지만

오랑주리 미술관은 구매일로부터 3개월내로 이용하면 된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튈르리 정원과 콩코르드 광장이 만나는 곳에 위치해있으며

오르세 미술관에서도 멀지않아

찾아가기도 편리하다.

오르세 미술관에 비하면 작은 규모라

두 곳 다 방문하고 싶다면 통합권을 구입해

같은 날 두 곳을 관람하는 것도 동선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이 곳에는 모네의 수련 연작을 전시한 커다란 타원형 공간이 있다.

모네는 생전에 자신의 수련 연작을

자연광이 들어오는 방의 흰 벽에 걸어 전시하길 바랬다는데

미술관 측에서 그의 뜻을 반영해서 이 공간을 특별하게 설계했다고 한다.

 

 

벽 한 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거대한 화폭의 그림을 바라보노라니

있는 모습 그대로의 재현이 아니라 빛에 의해 시시각각 달라지는 이미지를 표현하려한

화가의 의도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모네의 수련 연작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라

모네 작품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모네 외에도 세잔, 마티스, 모딜리아니, 르느와르 등

인상파와 후기 인상주의 화가의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오르세 미술관에 비해서는 관람객이 많지 않은 편이라

조용히 그림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모네 연작 앞에 길게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모네가 그린 연못을 보고 있으니

마치 자연 연못 한 가운데 들어와있는 듯한 평온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이 곳에서 모네의 그림을 보고 나서 며칠 후

모네의 정원이 있는 지베르니에 갔었는데

그가 그린 그림의 실제 풍경과 그림 속 풍경을 비교해보니

모네의 영감의 원천과 그가 풍경을 표현한 방식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고

그가 왜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는지 충분히 납득이 갔다.

모네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베르니에도 꼭 가보기를 권하고 싶다.

 

2018/06/10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팔레트, 모네의 <지베르니>

 

그 외에 모네의 유명한 작품 <루앙 대성당> 연작과

프랑스 회화의 황금기였던 벨 에 포크 시대의 다른 화가의 작품들을 폭넓게 보고 싶다면

<오르세 미술관>도 들러보시길~

2018/06/11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루브르는 안가더라도 여기는 꼭! <오르세 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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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고대에서 19세기 이전까지의 미술작품 전시)

퐁피두센터(1914년 이후의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와 함께 

프랑스 3대 미술관 중 하나라는 <오르세 미술관>

이 곳에는 루브르 박물관과 퐁피두 센터 소장품의 중간 시기인

1848년부터 1914년까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시기는 프랑스가 서양 미술의 중심이었던 황금기로

미술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그 이름 만큼은 들어봤을 모네, 고흐, 고갱, 르누아르 등이 활동하던 시기다.

이렇게 친숙한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어

<오르세 미술관>은 파리를 찾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미술관으로 꼽힌다.

 

나는 루브르 박물관을 다녀온 며칠 후에

오르세 미술관을 갔는데

내가 알고 있는 화가들의 작품들이 많아 반가웠고 

너무 넓고 웅장해 막막함마저 느껴졌던 루브르 박물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담해서 마음이 들었다.

 

운영시간: 화, 수, 금, 토, 일 9:30-18:00

             목 9;30-21;45

             매주 월요일은 휴관

매월 첫째주 일요일 무료 관람.

관람료: 12유로(오랑주리 미술관 통합권 18유로)

 

꽃별이는 아침형 인간인 나와는 생체리듬이 안맞는데다

오르세 미술관을 여러번 가봤다기에

점심 식사때 만나기로 하고 혼자 길을 나섰다.

이번 여행을 하며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아무리 허물없는 모녀 사이라 해도 서로의 취향이나 생활 리듬은 존중해줘야

서로 즐겁게 여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엄마 말이라면 하늘같이 생각하던ㅋㅋ 그 옛날의 꽃별이가 그립지만

어차피 내가 꽃별이 나이일 때 나 역시 거쳐온 과정이니까~

 

일찍 나온 덕분에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장했다.

오르세 미술관 관람 티켓만 사면 12유로지만

오랑주리 미술관(9유로)까지 관람할 수 있는 통합권은 18유로.

오랑주리에 가봤다는 꽃별이가 그 곳을 강추해

두 곳 다 가려고 통합권을 구입했다.

두 미술관을 반드시 같은 날 관람할 필요는 없지만

오르세 미술관은 반드시 구입 당일에 관람해야 하며

오랑주리 미술관은 티켓 구매후 3개월 이내에만 이용하면 된다고~

그리고 또하나 통합권은 오르세 미술관에서만 판매한다.

하지만, 어차피 다리 하나 건너면 오랑주리미술관이기때문에

나는 그냥 같은 날 두 곳 다 관람했다.

 

요새였다가 궁전이었다가 다시 박물관으로 변신한 루브르도 놀라웠는데

오르세 미술관 역시 기차역을 개조했다니

쉽게 건물을 허물거나 다시 짓지않고

기존 건물을 보전, 활용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정신이 새삼 존경스러웠다.

 

 

원래부터 좋아하던 화가이긴 하지만

고흐가 생을 마감한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댜녀와서인지

이 곳에 전시되어 있는 고흐의  그림들은 더욱 각별하게 느껴졌다.

 

빈센트 반 고흐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

 

<아를의 반 고흐의 방>

 

 

<자화상>

 

 

<오베르의 교회>

 

 

미술관에서 느껴진 감상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사진으로 찍어왔지만

다시 보니 역시나 부질없는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으로는 결코 미술관에서 느꼈던 감동을 소환할 수 없으니...

 

오르세 미술관에는 인상주의 화가 뿐만 아니라

사실주의, 후기 인상주의, 상징주의 등 다양한 사조들의 작품이 있으며

회화 작품만이 아니라 조각이나 유리공예품, 가구, 도자기 등 다양한 종류의 소장품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루브르 박물관 보다 오르세 미술관이 훨씬 더 좋았는데

나처럼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면 특히 루브르 박물관 보다는 오르세 미술관이

훨씬 더 친근감 있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꽃별이를 기다리다가 미술관 앞 광장에서 길거리 공연을 보게되었다.

길거리 공연이야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거지만

이 날의 공연이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공연자들의 평균 연령때문.

딱 봐도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인데 각종 악기를 흥겹게 연주하시고 계셨는데

특히 할머니는 음악에 맞춰 댄스까지~

처음엔 지나가시던 분이 흥에 겨워 춤을 추시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멤버 중 한 분이셨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자주 느끼지만

확실히 서양 사람들은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호주 여행때도 그렇고 이번 여행때도

연로하신 분들이 혼자서 여행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보았는데

"내 나이가 어때서"를 몸소 실천하는 그 분들의 젊은 생각이 존경스럽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건강과 체력이 갖춰져야겠지만...

마음도 몸도 젊은 사람이 되어서 나도 열심히 돌아댕겨야지 ㅋㅋ

 

 

오르세 미술관 근처 식당추천

2018/06/07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파리 맛집 후기 4 - 미슐랭 가이드 1스타 레 클리마


2018/06/12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모네가 그린 수련 연작을 만나러 <오랑주리 미술관>

2018/06/11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세계 3대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2018/06/10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팔레트, 모네의 <지베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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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별이의 종강이 늦어진 관계로 우리 일정에도 차질이 생겨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이 생겼다.

말도 통하지 않는 프랑스에서 혼자 다녀야한다는 사실이 조금 긴장되었지만

길만 나서면 애초의 두려움 따위는 사라져버리고 불도저ㅋㅋ 정신이 살아나는 나이기에

혼자서 시간 보내기엔 최상의 장소인 루브르 박물관을 향해 출발!

 

루브르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4군데가 있다고 하는데

그 중 많이 이용하는 문은 두 곳이다.

루브르역에서 내려서 지하 입구나

유리 피라미드 입구를 통과하면 된다.

나는 유리 피라미드 입구를 이용했는데

입구 앞에 줄이 두 가지로 나뉘어있었다.

 

한 쪽은 빠른 입장이 가능한 줄로

표를 이미 사가지고 온 사람들이 이용하는 줄이고

다른 한 줄은 아직 매표를 하지 않은 사람들의 줄로

유리 피라미드 내로 들어가서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간 곳에 매표소가 있다.

티몬이나 위메프 혹은 여러 티켓 사이트를 통해

루브르 박물관 이용 티켓을 사전에 구입할 수 있는데

어차피 현장에 와서 다시 종이 티켓으로 교환해 입장해야하니

나처럼 이른 시간에 박물관에 갈 꺼라면 현장 구매하는 것이 나은 것 같다.

 

루브르의 개관 시간은

월,목,토,일 : 9시-18시

수, 금: 9시-21시 45분

매주 화요일은 휴관이며

매월 첫째주 일요일은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관람료: 성인 15유로

 

 

늦게 가면 줄이 길다고 해서 서두르다 보니 9시 20분 전에 도착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줄이 길지 않았고

유리 피라미드 입구에 들어서니 테러 방지를 위한 소지품 검사를 했다.

피라미드 입구로 들어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니 매표소가 나왔다.

 

루브르 박물관은

리슐리외관, 드농관, 설리관 이렇게 세 곳으로 이루어져있는데

각각의 출입구가 따로 있지만 건물들이 서로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루브르 박물관의 전시품은 40만점이라는데

꼼꼼히 보려면 최소 일주일이 걸릴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루브르의 대표적인 소장품 40여가지만 보는 방법을 추천한다는데 그렇게만해도 5시간 이상이 소요된다고...

 

시간과 체력은 제한되어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관람 방법을 선택해야했던 나는 욕심을 버리고

다 보겠다는 생각 보다는 관심있는 것만 보기로 결정.

입구에 비치된 안내가이드를 참고해 무엇을 볼 것인지 대충 정하고 입장을 했다.

지하 1층 안내데스크 앞에 한글판 가이드가 구비되어있다.

 

나는 10시부터 오후 5시 정도까지 관람을 했는데

관심 있는 것 위주로 골라 봤음에도 불구하고

못본 것도 많고 무엇보다도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여행은 돈 있을 때가 아니라 다리 힘있을 때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는 말이

박물관 만큼 뼈저리게 실감나는 곳도 없더라는~

루브르는 미술관이 아니라 박물관이기때문에

미술 작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물들도 전시되어 있는 곳이지만

유물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나는 회화 작품 위주로 보기로 했다.

그 중에서도 원작의 웅장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대형회화실부터 가기로 하고

드농관 1층(우리식으로 하면 2층, 프랑스는 0층부터 시작)

프랑스 대형 회화실75-77호실부터 찾았다.

 

-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나폴레옹 1세 대관식>

1804년에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거행된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그린 작품으로

제목과는 달리 나폴레옹이 부인 조제핀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책에서 자주 보던 그림이지만 실제 크기(979X621)로 보니

작품의 웅장한 스케일에 압도당해 숨이 막혀왔다.

 

 

- 파올로 베로네세 <가나의 결혼식>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원정때 이 그림의 크기에 반해 전리품으로 가져왔다고.

예수가 행하는 기적의 배경을 가나안이 아니라 베네치아로 설정하고

당시 베네치아의 화려한 연회를 그린 것이라고 한다.

 

 

대형 회화실 그림들을 다 본 후 같은 층 6호실에 있는 <모나리자>를 보러갔다.

<모나리자>는 생각보다 작은 그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앞에 모여있기 때문에 찾기 쉬웠다.

누구나 알고있는 유명한 그림이지만 현장에서 보는 느낌은 확실히 책으로 보던 것과는 다르고

어느 방향에서 봐도 그녀의 시선이 나를 따라다녀 뭔지 모를 친근감이 느껴졌다.

 

 

계단에 전시되어 있던 <사모트라케의 니케>

승리의 여신 니케가 뱃머리에 내려앉으려는 순간을 형상화한 조각상이라고 한다.

기원전 190년에 작품이라는데 원래는 오른쪽 날개도 없었지만

박물관에 들어온 직후 왼쪽 날개를 참고해 석고로 만들어 붙였다고~

 

 

밀로의 비너스는 리슐리외관 0층에 있는데

이 곳에는 이 작품 말고도 비너스를 형상화한 많은 조각품들이 있었다.

그 작품들과 비교하면서 보니

밀로의 비너스가 왜 비너스상들 중에서도 최고로 인정받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에는 이 밖에도 수없이 많은 명작과 유물들이 있지만,

이런 사진이나 내 짧은 표현력으로는 도저히 그 감동을 전하기 힘들다.

직접 경험해보는 것 이상의 좋은 방법은 없을 듯~

 

티켓은 하루 동안 유효하기때문에 박물관 밖으로 나갔다 재입장해도 된다.

그러니 박물관 근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도 되지만

로비나 박물관 내에 샌드위치나 빵과 커피 등으로 간단하게 식사할 수도 있다.

내 경우는 로비에 있는 프랑스 국민 빵집 폴(PAUL)에서 빵과 커피로 식사를 대신했는데

시간도 아낄 수 있고 간단하게 끼니도 해결할 수 있어 편리했다.

 

<루브르 박물관>을 돌아보며

여러나라의 문화 유산을 한 자리에서 다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편리하면서도

약탈해온 세계 여러나라의 문화유산과 보물들을 마치 자기 것처럼

버젓이 전시하고 있는 프랑스가 조금 뻔뻔하고 얄밉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때는 요새였던 이곳을 궁전으로,

다시 박물관으로 변모시키고

미테랑 대통령때는 유리 피라미드까지 지으면서

세게 최고의 박물관을 만들고자 애써온 그들의 노력 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나는 루브르 박물관의 전시품들보다는

박물관 건물 자체에서 받은 감동이 훨씬 더 컸기때문이다.

 

 

벽면, 천정, 복도, 계단 등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다 경탄을 불러일으켰던

<루브르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관람 후에

만약 시간과 체력이 허락된다면

박물관 바로 앞에 있는 카루젤 정원과

더 아래쪽에 있는 튈루리 정원 산책을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글에 적힌 작품 해설 내용은 프랑스 여행 안내서인 <프랑스 데이>(pp248-258)에서

일부 발췌한 것임을 밝혀둔다.

일정이나 관광 명소 설명에 중점을 두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이 책에는 프랑스 여행 전에 알고가면 좋을 인문학적, 예술사적 지식들이 잘 정리되어있어

매우 유용하다.

2018/03/23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이토록 완벽한 여행안내서라니~<프랑스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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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봤던 영화 <비포 선셋>에서 

남자주인공의 출판 기념회 장소로  나왔던 곳. 

인상 깊게 본 영화도 아니고 

영화 속 서점의 장면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도 아니지만  

이 곳에 몇 번 다녀왔다는 꽃별이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가게된 곳. 

위치는 노트르담 대성당 근처. 


파리에서 영국 작가 셰익스피어의 이름이 들어간 서점이 유명하다니?

좀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이곳은 파리를 사랑한 미국인이 

1951년에 문을 연 영어권 문학 전문 서점이라고 한다.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작가 지망생들을 후원하기도 하고 

문학과 관련한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한다고~


도대체 이 서점에 뭐가 있길래 이렇게 유명할까 했는데 

직접 가보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는 말에 공감이 갔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거나 사는 사람보다는 서점 내부를 둘러보는 관광객들이 많았다. 

아쉽게도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



서점 2층의 구석방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잠들어 있었다. 

그 아이 곁에는 메모가 한 장 붙어있었는데 

이 고양이의 이름은 애기(Aggie).

책을 좋아하는 고양이라 밤새 책을 읽다 잠들었으니 깨우지 말라고~

사실이 아닐까 의심될 만큼 곤히 잠들어 있던 고양이의 평온한 모습. 

그 곁에 놓여있던 낡은 피아노에는

피아노를 치기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치라는 메모가~

서점에 올 때마다 혼자서 피아노를 치고갔다는 꽃별이는 

이 날도 잠깐 연주를 했다. 

다행히 고양이는 깨지 않았고...


책장을 가득 메운 책들과 

한 쪽 구석에 놓여있던 낡은 피아노, 

소음? 속에서도 좀처럼 깨지 않던 고양이 애기.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내 기억 속에 새겨진 추억 한 장. 




-추천 동선(전 구간 도보 이용 가능)

1. 마레지구에서 점심 식사, 추천 레스토랑은 여기에~

2018/06/06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파리 맛집 후기 2. 가성비 최고의 스테이크 집 랄레 르투르(L'Aller retour)

2. 마레지구 산책 

3. 노트르담 대성당 

2018/06/11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4.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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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성당이라고 하면 대부분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을 떠올리지만 

프랑스어로 노트르담은 "우리의 성모 마리아"라는 뜻으로

사실 프랑스에도 여러 개가 있고 캐나다와 네덜란드에도 같은 이름의 성당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번에 여행 갔던 스트라스부르에도 노트르담 성당이 있더라는~

그래서 이 곳의 정식 명칭은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이라고.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1163년에 착공되어 

18세기에 가서야 완성되었다고 하는데 

이후 프랑스 혁명때 훼손되어 

수없는 공사와 복원 작업 끝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직접 보니 그 위용과 예술성에 압도당해 

저렇게 위대한 건축물을 어떻게 인간의 힘으로 만들었을까 감탄이 절로 나왔다. 

특히 건물 외관에 새겨진 섬세한 조각들과 

내부의 장미창을 보며 

이 곳이 단순히 종교적 건축물이 아니라 

인류의 보물로 평가받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성당의 정면에는 문이 세 개 있는데 그 중 가운데 문은 

"최후 심판의 문"이라 불린다. 

심판의 날이 아직 오지 않았기때문에 특별한 날에만 연다는데 

여기 새겨진 조각은 죽은 자들이 깨어나 심판을 받고 천국과 지옥으로 간다는 내용이라고.


성당 정면 왼쪽 문은 "성모 마리아의 문"으로 

성모 마리아의 인생을 묘사한 3단 조각이 있다. 

가운데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상에서 왼쪽으로 세번째 조각상은 

자신의 목을 손으로 들고있는데 그가 바로 생드니다. 

생드니는 몽마르뜨에서 참수 당한 후 

자신의 목을 들고 11km나 걸어갔다는 순교자.  

 


사진은 없지만 맨 오른쪽 문은 "성 안나의 문"으로 

예수 탄생의 기원을 주제로 한 조각들로 장식한 문에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인 안나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성당 내부 관람 동선은 오른쪽 문으로 들어가 왼쪽 문으로 나오게 되는데 

여전한 테러의 위험때문에 소지품 검사를 실시하고 있었다. 

성당 내부 관람은 무료지만

종탑이나 보물실은 별도의 티켓을 사야 입장할 수 있다. 


노트르담 성당 내부에서 반드시 봐야할 장미창. 

노트르담 성당에는 모두 3개의 장미창이 있는데 

사진 속 북쪽 장미창이 가장 화려하고 처음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천주교 신자도 아니고 

건축 예술에 대한 지식도 없지만 

그런 나 조차도 소름이 돋을 만큼 무한한 경외심과 예술적 감동을 받았던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건물이 너무 크기때문에 

가까이에서 보는 것보다는 

다리 건너편 쪽에서 봐야 전체적인 외관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사람이 너무 많기도했고 계단을 올라가야한다기에

종탑에 오르지 않고 그냥 왔는데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보고 올껄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추천 동선(전 구간 도보 이용 가능)

1. 마레지구에서 점심 식사, 추천 레스토랑은 여기에~

2018/06/06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파리 맛집 후기 2. 가성비 최고의 스테이크 집 랄레 르투르(L'Aller retour)

2. 마레지구 산책 

3. 노트르담 대성당 

4.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2018/06/11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낡은 피아노와 애기(Aggie)가 있는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이 책에 적힌 노트르담 성당의 문과 조각에 관한 설명은

프랑스 여행 안내 책자인 <프랑스 데이>에서 발췌한 것임을 밝혀둔다.

2018/03/23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이토록 완벽한 여행안내서라니~<프랑스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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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베르니에서 모네의 집과 정원을 관람하고 난 후 우리가 갔던 레스토랑 겸 카페

La Capucine.

스프나 샐러드, 샌드위치 등의 간단한 식사 메뉴와 함께 

맥주, 와인 등의 주류와 커피를 비롯한 음료를 판매하고 있었다. 




식사를 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해서 

간단하게 와인이나 한 잔 할까 하고 둘러보던 우리 눈에 딱 띄인 것은 바로

사과주(Cidre)



사과주는 지베르니가 속해있는 노르망디 지역의 특산물이라기에 

시음해보려고 주문했는데 

한 병에 9유로로 가격도 매우 저렴. 


꽃별이 말로는 원래 사과주는 크레페와 먹는 게 제 맛이라는데 

여기는 메뉴에 크레페가 없었기때문에 

아쉬운대로 그냥 사과주만 마셨다. 



술이라기보다는 주스에 가까운 맛이었지만 

청량감이 있어 좋았다. 

게다가 야외 정원 바로 앞에 지역 특산물과 기념품,

빵과 꽃을 파는 매장도 있어

이 곳을 오가는 사람들은 물론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지베르니에서 모네의 집을 관람한 후 

가벼운 식사와 휴식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La Capucine>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 여행기는 여기에~

2018/06/10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팔레트, 모네의 <지베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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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베르니는 모네가 말년에 살았던 곳으로

그가 즐겨 그린 수련 연못과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생라자르역에서 출발하는 루앙행 기차를 타고 50분 정도 가다가  

베르농 역에서 내려 지베르니행 관광용 기차나 버스를 타면 된다.

나비고는 이용할 수 없으며 기차표를 구입해야 한다.

기차표는 미리 예약할수록 싸고  출발 시간대별로 요금 차이가 있다.

우리는 갈 때는 11시( 9유로) 올 때는 18시경에 출발(11유로)하는 기차를

1인당 왕복 20유로에 이용했다.

 

 

베르농 역에 내려 밖으로 나오면

바로 앞에 이렇게 생긴 관광용 기차와 셔틀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기차를 선택.

티켓은 기차를 운전하는 기사분께 직접 구입하면 되는데

왕복티켓으로만 판매하며 가격은 1인당 8유로.

 


지베르니까지는 20분? 정도 소요되는데

가는 길에 명소를 지날 때마다 불어와 영어로 그 곳에 관한 설명을 해준다.

관광 기차는 파리에서 출발하는 기차 시간에 맟춰 역에서 출발하고

막차 시간이 5시 몇분으로 조금 이른 편이니 내릴 때 확인해보시길~ 

 

지베르니에 도착해 기차가 내려주는 곳에서

모네의 집과 정원이 있는 곳까지는 조금 걸어야 한다.

몇 개의 카페와 박물관을 지나 도착한 모네의 집과 정원 매표소 입구.

 

 

오랑주리 박물관이나 인상파 박물관 등과 결합된 다양한 통합권도 팔고 있었지만

우리는 모네의 집(정원 포함)입장권만 구입.

가격은 9.5유로.

평일이라 그런지 현장 학습 온 학생들도 많고

관광객들도 꽤 많아서 줄이 제법 길었다.

표를 사서 들어가니 이렇게 기념품 샵이 나왔는데

원래 이 공간은 모네가 수련 연작을 그렸던 아틀리에였다고~

 

 

기념품 샵에서 밖으로 나가니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졌다.

획일적인 것을 싫어했던 모네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던 정원.

꽃밭 한가득 피어있는 꽃들이 제각각 다른 종류의 빛깔과 종류였음에도

어지럽고 무질서하기보다는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며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었다. 

역시 화가의 정원은 남다르더라는~

 

 

 

 

집 앞으로 펼쳐진 정원을 지나 지하도를 건너

모네가 그토록 사랑한 연못 정원으로 갔다.

아직 수련이 피는 시기가 아니라 조금 아쉬웠지만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일본교와

연못의 물, 수양버들을 비롯해

그가 그린 풍경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그의 정원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팔레트"라 불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모네의 그림 속 풍경들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모네의 정원과 연못을 걷다보니

세잔이 모네를 두고 했다는 감탄,

"모네는 하나의 눈이다. 그러나 그 눈은 진정 얼마나 대단한 눈인가"라는 말이 떠올랐다.

아무리 위대한 화가라도 그 자체로 완벽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재현해낼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자신의 방식대로 캔버스에 재해석해낸 모네의 그림을 보면

그가 어째서 "빛의 마술사"라는 찬사를 받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카메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던 모네의 연못.

따사로운 봄햇볕에 일렁이던 물결,

그 위에 비친 파란 하늘과 하늘거리며 물속으로 흘러내리는 것 같던 수양버들가지

그리고 부유하던 연잎들.

 

 

한가로이 거닐기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발걸음을 돌려

정원 앞에 있는 모네의 집으로 향했다.

모네는 이 곳에서 죽기 전까지 40년을 살았다고 한다.

 

 

이 곳에는 그가 살던 당시의 실내 장식과 가구가 있었고 

그의 아틀리에도 있었다.

 

 

  

 

모네 역시 당시의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처럼 일본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 때문에 모네의 집 곳곳에 그가 수집했던 일본화들이 많이 걸려있었다.

 

 

며칠 전, 고흐가 생을 마친 <오베르 쉬르 우아즈>를 다녀와서인지

나는 이 곳에서 고흐 생각이 많이 났다.

모네 역시 젊은 시절 끼니를 걱정할 만큼 가난했고 

또 사랑하는 아내를 잃는 슬픔을 겪기도 했으며

말년에 백내장으로 고통받기도 했지만

비교적 젊은 나이에 화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고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안정적인 말년을 보내며

마음껏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행복한 생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고흐는 살아 생전에는 단 한 점의 그림만을 팔았을 뿐

세상으로부터 자신의 천재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평생을 가난과 고통, 고독에 시달리다 결국은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며

죽은 지 11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개인전이 열리고 

뒤늦게 인정을 받았으니...

과연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이 실감나지만

시대를 앞서간 그의 천재성과 고독한 삶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새삼 운명의 가혹함에 비애감이 느껴졌다.

 

관람을 마친 후 

근처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뒷쪽 언덕을 산책했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봤던 모네의 그림 속에 그려진 

개양귀비꽃 언덕과 같은 풍경이 거기 있었다. (실제 모네가 그린 풍경은 이 곳이 아니다)

 

 

아직은 꽃이 만개하지 않아 아쉬웠지만

화가가 그린 풍경과 실제 풍경을 보면서 비교해보니 

그가 자연을 해석하고 그것을 자신의 그림에 표현한 방식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기차 예약을 미리 해두어야하는 점이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지베르니>는 모네와의 연관성을 떠나 

산책하기 위한 장소로도 최고의 공간이다.

우리는 지베르니에 가기 전에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에 갔었는데

이 곳에서 보았던 풍경을 그가 그린 그림 속 풍경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그의 그림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얘약이나 대중 교통 이용이 번거롭다면

여행사 데이투어 상품을 통해

이 곳만 혹은 오베르 쉬르 우아즈와 묶어서 다녀오는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지베르니 카페 추천

2018/06/10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지베르니에 간다면 사과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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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텐블로는 나비고를 이용해 갈 수 있다.

이곳에 있는 퐁텐블로 성은 베르사유 궁전이 지어지기 전까지

프랑스의 왕궁 중 가장 웅장하고 유명한 곳이었다는데

퐁텐블로 궁전과 정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에 등재되어있다고~

근처에 있는 퐁텐블로 숲은 중세시대부터 오랫동안 왕실의 사냥터로 사용되어 왔다고 한다.

개인 여행자들의 경우 퐁텐블로 성을 들렸다 

밀레의 아틀리에로 유명한 바르비종까지 가기도 한다는데

거리는 가깝지만 교통도 불편하고 시간도 부족해 우리는 패스.

 

파리 교통카드 나비고에 관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 

2018/06/08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파리에서 근교 여행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나비고"-나비고 이용방법, 구입장소, 가격


가는 방법은 리옹역에서 기차를 타면되는데

배차 간격이 오전 시간엔 1시간에 한 번, 오후엔 3-40분에 한 번 정도 있었다.

리옹역에서 퐁텐블로 아봉역까지는 40분 정도 걸리고

그 곳에서 1번 버스로 갈아타고 조금 더 가면 퐁텐블로 성 앞에 내려준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이렇게 간단한 방법을 알고서도

역을 지나치고 말았으니...

 

역을 하나 더 갔으니 반대편에서 기차를 타면 되겠다고 쉽게 생각했는데

문제는 배차 간격이 너무 길다는 사실.

근처에 거대한 숲이 있다기에

기차를 기다리느니 차라리 걸어가자고 꽃별이를 설득하고 기차역을 나섰다.

하지만 정작 검색을 해보니 퐁텐블로 성까지는 무려 5.4km

버스라도 타볼까하는데 도대체 정류장이 어딘지도 모르겠고

주변엔 온통 도로와 숲 뿐

게다가 지나가는 사람 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도대체 사람이 사는 동네이긴 한 건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 앞에 멈춘 빨간 자동차.

할머니 한 분이 창문을 내리며 불어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꽃별이가 상황을 설명하니 걸어갈 만한 거리가 아니라며 차에 타란다.

말로만 듣던 히치 하이킹?

고맙긴 하지만 모르는 사람 차를 타는 것도 그렇고 미안하기도 해서 망설이고 있는데

내리시더니 뒷 좌석에 있던 짐도 치워주시고 차문을 열어주셨다.

처음보는 외국인, 게다가 우린 젊은이?ㅋ 둘이고 당신은 노인인데

뭘 믿고 이렇게 친절을 베푸실까? 이해가 가지않있는데

나중에 꽃별이 말을 들으니  그 할머니는 오히려

뭘 믿고 자기 차를 탔냐며 꽃별이에게 농담을 하셨다고....

프랑스 사람들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온데다

유학 생활 하면서 이런 저런 불친절을 겪어온 꽃별이에게도

이 날의 경험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역시 자신만의 좁은 경험을 가지고 어떤 나라에 대한 인상이나 사람들에 대해 일반화하고

선입관을 갖는다는 것은 옳지않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차를 타고 가면서 꽃별이와 그 할머니가 나눈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그 분은 우리가 잘못 내린 그 역 근처에 사신단다.

마침 파리에서 모임이 있어 역에 차를 세워두고 기차로 파리에 다녀오시는 길이었다고 .

현재는 자신이 평생 살아온 퐁텐블로에서 환경 보전과 관련된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데

애향심이 매우 강한 분이시라고~

머나먼 타국에서 자신의 고향을 찾아온 사람들인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자신의 목적지와 반대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데려다 주신 사마리아의 선인. 

할머니 덕분에 편안하고 안전하게 퐁텐블로 성앞에 도착한 우리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아쉽게 헤어졌다.

할머니를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 혹시 같이 사진 한 장 찍어주실 수 있냐고 여쭤봤더니

흔쾌히 승낙해주시고 우리 사진까지 찍어주어주시겠다고한 멋진 분.

나도 저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노인으로 늙어가고 싶다는 소망을 주신 고마운 분.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퐁텐블로성에 들어서니

곳곳에 공사 차량이 오가고 있었다.

이 날은 퐁텐블로성의 정기 휴관일인 화요일이었고

가기 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있었던데다

내가 보고싶은 건 어차피 이 곳의 정원이었기때문에 

별로 아쉽지는 않았다.

 

 

말발굽을 본떴다는 퐁텐블로성의 계단.

앞에서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정원 둘레를 걷다보니

성의 규모가 정말 커서 놀랐다.

 

 

아름답고 웅장한 건물들을 보며 느낀 압도감과 감동을 간직하기 위해

열심히 셧터를 눌렀지만

역시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었던 감동.

사진을 다시 보니 그 때의 무력감이 되살아난다.

 

 

 

결국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눈에 담기 위해 한참을 바라보다

오늘의 진짜 목적지인 정원으로 향했다.

성을 앞에 두고 오른쪽으로 가면 영국식 정원이,

왼쪽으로 가면 프랑스 정원이 펼쳐지는데

우리는 일단 영국식 정원부터~

 

 

넓은 잔디밭을 지나니 이렇게 호수를 가운데 두고

그 둘레에 울창한 나무들이 있었다.

 

 

호수 한가운데는 한가로이 보트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고

한 켠에는 새끼들을 돌보고 있는 오리?들도 있었다.

다복한 오리 가족들.


 

한없이 평화롭던 봄날의 풍경.

 

 

영국식 정원 산책을 마친 후 프랑스식 정원으로 향했다.

이 날 날씨가 많이 더워서

넓디넓은 퐁텐블로 성과 정원을 걷는 일이 쉽지 않았다.

걷다가 보니 이렇게 관광용 기차가 지나갔는데

걷는 걸 좋아하지 않거나 아주 더운 날씨라면 기차를 이용해서

성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프랑스식 정원으로 가는 길.

 

 

건물 앞에 펼쳐진 넓은 잔디밭과 연못.

 

 

우아한 자태로 연못 위를 유영하고 있던 백조 한마리

 

 

 

 

정원 산책을 마친 후 마음같아서는 퐁텐블로 숲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컨디션이 좋지 못한 꽃별이가 강렬히 저항하는 바람에ㅋ

그냥 파리로 돌아가기로 하고 성앞에서 1번 버스를 타고 역으로 갔다.

 

 

애초에 우리가 내렸어야할 퐁텐블로아봉역.

비록 많이 돌아서 오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좋은 만남이 있었고

퐁텐블로를 떠올릴 때면 오랫동안 잊지 못할 따뜻한 기억을 가지게 되었으니

그걸로 충분히 의미있었던 퐁텐블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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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고를 이용해 프로방에 갔다가

저녁 식사 장소를 찾으려 배회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식당 <Bistrot des remparts>

이 식당이 우리 눈에 띈 건 바로 이 로고때문.

 

 

왼쪽 빨간 로고는 별점은 없지만 미슐랭 가이드에서 인정받았다는 뜻인 것 같은데

노란색은 뭐지?했더니 꽃별왈,

"고에미요"라고 프랑스에서는 나름 공신력 있는 식당 평가라고 한다.

미슐랭의 음식 평가 기준이 보수적인 반면 고메이요는 보다 혁신적?이라고~

아무리 평가가 좋아도 내 입맛에 맞아야 의미가 있는 거지만

주위에 마땅한 식당이 없고 귀국을 며칠 안남겨둔 상황이라

그간 고생한 꽃별이에게 보답ㅋㅋ하는 차원에서 저녁 식사는 여기로 하기로하고

들어갔더니 우리가 첫손님.

하지만, 나올 때 보니 도대체 저 사람들이 이 한적한 도시 어디에 숨어있다 나왔나 싶게

번잡했다는~

 


들어가보니 테라스를 비롯해 2층까지 있는

아주 넓은 식당이었다.

메뉴판을 보고 숙고한 끝에

우리는 앙뜨레, 메인, 디저트가 포함된 코스 메뉴(1인당 43유로)를 주문했다.

 

 

가장 먼저 나온 앙뜨레.

연어와 페넬로 이루어진 상큼한 맛 덕분에

식욕이 생겼던 걸 보면 확실히 앙뜨레 기능을 제대로 한 듯.

 

 

파리에서 코스 메뉴를 주문하면 어김없이 같이 제공되는 빵 세트.

이 집은 잡곡빵이 정말 맛있었다.

 

 

메인 요리는 고기와 가리비 중에 고를 수 있었는데 우리는 가리비 요리를 선택.

가리비와 같이 제공된 채소는 panais라는 무와 당근의 중간 맛이 나는 채소다.

가리비는 재료 자체의 맛이 잘 살아있고 신선해서 맛있게 먹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디저트

디저트는 세가지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는데

프로방이 장미의 고장이라 우리는 장미 디저트를 골랐다.

로즈 아이스크림과 마카롱, 장미향이 도는 마시멜로? 같은 것들이 한 접시에 나왔는데

이 중 압권은 로즈 아이스크림!

입 안 가득 은은한 장미향이 감돌면서도 달지 않아 꽃별이와 나, 둘 다 대만족.


 

분위기도 좋았고

직원들도 친절했으며

음식 맛도 괜찮았던 <Bistrot des remparts>

특히 디저트는 이 곳의 특산품인 장미를 테마로 해서 특색있어 좋았다.

1인당 43유로의 가격이 조금 부담되긴 했지만

그래도 세가지 코스요리인데다 저녁 식사임을 감안하면 

많이 비싼 편은 아닌 듯~

 

이 식당에는 단품 메뉴나 좀 더 저렴한 다른 종류의 코스 요리도 있으니

가격이 부담된다면 다른 요리를 선택해도 나쁘지 않을 듯~

 

프로뱅 여행기는 여기

2018/06/09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나비고 이용 파리 근교 여행2 - 중세 도시로 떠난 시간 여행 프로뱅(Prov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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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은 나비고로 갈 수 있는 근교 도시를 찾다가

우연히 알게된 곳이다.

원래는 베르사유궁을 가려했는데

RER이 파업중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기가 너무 복잡했던데다

베르사유에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꽃별이 말에

미련 없이 포기하고 나니 갑자기 나비고 본전이 생각나서~ㅎㅎ

 

파리 교통카드 나비고 이용, 구입 방법은 여기에.

2018/06/08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파리에서 근교 여행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나비고"-나비고 이용방법, 구입장소, 가격

 

가기 전에 찾아본 블로그에서

아무 것도! 없으니 굳이 시간내서 갈만한 곳이 아니라는 글을 보기도 했지만,

중세 도시의 원형이 남아있는 유서깊은 도시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최악의 경우 기차 타고 산책다녀왔다고 생각하기로 하고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 꽃별이를 앞세워 출발~

 

꽃별이가 가기싫어 꾸물거린데다

파리 동역에서 타면 된다는 말만 믿고 시간 맞춰 나왔는데

승차장 찾으려 헤매느라 눈 앞에서 기차를 놓치고

다음 차를 타기 위해 1시간을 기댜려 2시가 다 되서야 출발.

게다가 생각보다 멀어서 1시간 30분 가까이 기차를 탄 듯.

 

역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관광안내소가 있는데

우리는 수다떠느라 여길 지나치고 말았다는 슬픈 사연이~ㅋ

 

관광안내소도 못찾았고

검색을 해도 별다른 내용이 없어

본능과 직관에 충실해 그냥 어슬렁 거리며 골목을 걸었다.

돌로 된 길, 돌로 된 건물, 그리고 작은 창문들

파리와는 또다른 분위기인데다 대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고요함과 한적함이 좋아

딱히 목적지없이 걸어도 지루하지않았다.

 

그러다가 우리 눈에 딱 띄인 <장미 정원>이라는 간판과

벽면을 가득 메운 활짝 핀 장미넝쿨.

이 곳이 지역 명소임은 나중에야 알게되었는데

이 때만 해도 그냥 예쁜 카페인 줄~

 

 

가게 앞을 기웃거리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기념품 샵과 카페를 겸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밖으로 나가는 작은 문이 있어 나갔더니

넓은 정원에 형형색색의 장미들이 한가득 피어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차를 마실 수 있었다.

둘러보니 관광객은 우리 밖에 없고

몇 분 계신 노인분들은 다들 화분을 사러온 이 곳 주민들이신듯

서로 인사를 나누며 차를 마시거나 장미 화분을 고르고 계셨다.

 

 

정원을 둘러보다보니 울타리 밖으로 훨씬 더 넓은 정원이 펼쳐졌다.

여긴 그냥 판매용 전시장과 카페를 겸한 곳일 뿐

진짜 <장미 정원>이 바로 그 곳인데

무려 3헥타르에 달하는 장미 정원이 조성되어있다고~

하지만, 시간도 부족한데다 입장료가 8유로라는 말에

우리는 그냥 여기서 잠시 쉬다가기로 하고 장미차를 주문했다.

 

 

나는 따뜻한 장미차를

꽃별이는 아이스 장미차를 주문.

활짝 핀 장미꽃 향 속에 파묻혀

은은한 장미향을 마시니 입 속에도 장미가 피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꽃별이가 마신 아이스 장미차는 맹물에 가까운 맛이라

우리는 고개를 갸우뚱ㅎㅎ

 

 

그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앉아있다가

이러다가는 동네 산책을 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

가던 길을 가기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프로방에는 장미 정원 뿐만 아니라

길을 걷다 스쳐지나는 집들 정원에도, 담장에도

이렇게 탐스러운 장미가 한 가득 피어있어서

자꾸 발걸음이 멈춰졌다.

 

 

다음 목적지는 장미 정원에서 차를 마시면서 멀리 바라다보이던 <세자르 탑>

프로방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그 곳에 가기 위해

좁은 골목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간혹 우리 옆으로 차는 지나갔지만

사람을 마주치기는 힘들었던 주택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건물들을 구경하면서 걷다보니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고

아침에만해도 '거길 뭐하러 가냐고 했던 꽃별이의 궁시렁거림도

어느 순간부터 들리지 않았다.

 

 

언덕길이 끝나는 곳에 나타난 중앙 광장.

이 곳에 카페와 술집, 레스토랑들이 모여있었고

카페 테라스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중심가인데도 이렇게 한적하니

아무것도 없다는 어떤 분의 말씀 역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런 날씨에, 이런 분위기라니...

우리 모녀에게는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이 있었다고 할 수도 있을 만큼

우린 이 곳이 좋았다.

여행지에 대한 취향이나 평가가 이렇게나 서로 다르니

과연 추천 관광지라는 게 있을 수 있는 것인지?

 

골목길을 가다보니 몇 군데 기념품 샵도 보였다.

사람이 너무 없어 들어가기조차 부담스러웠지만

용기내서 들어가 둘러보니

친절한 주인아주머니가 다가와 꿀 시식도 시켜주시고

이 곳 특산품인 장미 시럽에 대한 설명도 해주셨다.

 

 

돌틈 사이에서 혹은 돌 벽 위로 자라던 꽃들의 놀라운 생명력.

 

 

간간히 떨어지기 시작한 비를 맞으며 드디어 도착한 <세자르 탑>

이 곳은 12세기에 방어를 목적으로 세워진 곳으로

이후 종탑과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입구에 서 있는 안내문을 보니 오후 5시에 닫는다고~

5시가 거의 다 된 시각인데 그래도 쪽문이 열려 있길래

혼자 계단을 오르다가 어떤 여성분과 마주쳤다.

 

알고보니 이 분은 이 곳 관광안내소 직원인데 퇴근길에 나와 딱 마주친 것.

세자르 탑을 비롯해 이 지역의 관광할 만한 곳들은 대부분 5시에 문을 닫는다며

나보다 더 안타까워한다.

그러더니 나를 사무실로 데리고 들어가

책상 위에 관광 안내 지도를 펼치면서 걷기 좋은 동선을 지도에 표시해주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다시 꽃별이가 기다리는 입구앞 벤치로 나와 일정을 의논하는데

곧 이어 그녀가 탑으로 올라가는 문을 잠그고 내려오는게 보였다.

내게 좋은 여행하라는 친절한 인사를 던지며 내가 걸어가야할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후

그녀는 떠났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이런 친절한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은

시간이 오래 흐른 후에도 그 도시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그녀 덕분에 프로방 역시 미소와 친절을 간직한 도시로 내게 각인되었다.

 

 

세자르탑을 돌아 오른쪽 방향으로 가니

생 키리아스 대성당이 나왔다.

문이 열려있기에 들어가봤더니 아무도 없었다.

프랑스에 와서 많은 성당을 보았지만 이 곳엔 관광객이 없어서인지

성당 특유의 경건함을 느낄 수 있는 고요한 시간이었다.

 

 

 

관광안내소에서 받은 카다로그의 내용을 보면 

프로방에는 이 밖에도 박물관을 비롯해 여러가지 중세 유물과 유적들이 있다는데

우리는 너무 늦게 도착한 바람에 대부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프로방 여행을 계획한 분들이라면 조금 서두르는 편이 좋을 듯~

 

몇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갑자기 굵어지기 시작했기에

우리는 21시47분에 있다는 마지막 기차를 타기로 하고

일단 이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결정하고

다시 중앙 광장으로 갔다.

몇 개 안되는 식당이 그냐마 이미 닫은 곳도 있었고 사람들도 거의 없어 한산한데

그 때 매의 눈 같은 꽃별이의 눈길을 사로잡은 그림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리하여 들어가게된 이 날의 식당, <Bistrot des remparts>

이 곳에 대한 리뷰는 여기에~

2018/06/10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프랑스 18'] - 나비고 이용 파리 근교 여행2-1 프로방 맛집 <Bistrot des remparts>

 

우리가 즐겁게 식사를 하는 동안

다행히 빗줄기는 잦아들었고

배도 부르겠다 막차 시간도 여유있게 남아있겠다

우리는 식사 전에 걷던 길을 마저 걷기로 했다.

식당에서 쭉 걸어내려오니 성으로 들어오는 문과 성벽이 있었다.

 

 

뚫려있는 성문 사이로 간혹 자동차만 오갈 뿐

여전히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 곳에서

800년전 이 성벽을 지키기위해 보초를 서던 병사들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13세기에 세워졌다는 이 벽이

무려 800년 가까이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주위 환경과도 잘 어울려 가히 시간 여행을 떠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성벽 위에서 내려다 보이던 초원과

너무나 고즈넉하고 쓸쓸했던 비오는 봄날의 성벽은

내 눈이 아니라 내 마음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렇게 성 밖으로 나와 성벽을 따라 걷다가

열린 문으로 들어가 다시 마을로 들어서니

우리가 식사를 했던 바로 그 중앙 광장이 나왔고

거기서부터 다시 언덕길을 내려와 우리는 역으로 갔다.

 

 

역까지 이어지는 제법 먼 거리를 걸으면서

우리가 마주친 사람은 어떤 꼬마와 그 아이의 아빠,

그리고 우리에게 가출 현장을 들킨 새끼 고양이 한 마리뿐~

그야말로 한적함의 끝판왕이었던 프로방.

그리고 우리에게 찾아왔던 잔잔한 평온함.

하지만, 그런 마음의 평화가 일순간에 깨지게된 사건이 있었으니~

 

프로방 역에서 막차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방송이 나왔다.

나야 어차피 불어 까막귀ㅋ라 내용도 몰랐지만 순간 꽃별이 얼굴에 당혹감이 나타났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방송에서 기차 수리때문에 막차가 운행되지 않으니 

역앞에 있는 대체 버스를 타고 파리로 돌아가라고 했단다.

이번 여행 중 여러번, 

프랑스 철도청 SNCF가 왜 그토록 악명이 높은지 확인하는 체험학습을 했지만

막차를 타야하는 우리로서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버스로라도 목적지에 데려다주는데 무슨 문제냐 생각하겠지만

기차보다 훨씬 느릴 수 밖에 없는 버스 속도도 문제인데다

버스로 파리에서부터 프로방 사이의 모든 역을 돌면서 사람들을 태워가기때문에

기차를 타는 것보다 훨씬 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리동역에서 숙소까지 다시 지하철을 타야하는 우리로서는

혹시라도 지하철이 끊기지 않을까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노심초사하며 동역에 도착해 가까스로 지하철을 탈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고 지금은 그냥 지나간 일일 뿐이지만

그 때 당시에는 이런 저런 걱정이 많았다.

하여간 내가 프랑스 여행을 했던 5월에도 그리고 아직까지도 파리 철도청은 파업이라

수시로 취소되고 상황이 변화무쌍하니

파리에서 기차를 이용할 에정이라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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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마트료시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