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금부터 시작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 카테고리의 글 목록 (1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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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시내 한 가운데 현대식 건물들 사이에

<스트랜드 아케이드>라는 오래된 쇼핑몰이 있어요.

건물 외관이 고풍스러워 눈에 띄는 이 곳 그라운드 층에  

시드니 3대 카페 중 하나라는

<검션 바이 커피 알케미>가 있어요.

 

 

그냥 커피 메뉴만 결정하면 되는 일반 카페와는 달리

이 곳에선 롱블랙을 주문하면 원두를 선택하라고 하는데

원두 종류가 세가지 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ㅎ

잘 모르겠어서 직원분께 추천을 부탁드리니

콜롬비아 원두를 권해주셨어요.

 

 

테이블은 이렇게 매장 밖에 있고요

커피를 가지고 원하는 자리에 앉아 마시면 됩니다.

 

 

친구는 롱블랙을 저는 플랫 화이트를 주문했는데

플랫 화이트는 카페 <워크샵 에스프레소> 것보다 순하고 부드러운 맛이었고

롱블랙 역시 다른 카페 보다 순하고 부드러웠어요.

시드니에 있는 모든 카페의 커피를 다 마셔보지 않았기에

제가 갔던 두 곳-워크샵 에스프레소와 검션 바이 커피 알케미-이

진짜 3대 카페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두 곳 다 커피가 맛있는 건 확실해요.

저와 제 친구는 진한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둘 중에선 <워크샵 에스프레소>가 더 좋았어요.

 

 

기왕에 이 곳에 커피를 마시러 간다면

간 김에 <스트랜드 아케이드>도 구경하세요.

이 건물 입구에 유명한 초콜렛 가게 <코코 블랙>도 있고

건물 내부에 많은 볼 꺼리와 매력있는 상점들이 넘쳐나서

저희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거든요~

 

이 곳은 특히 주말에 가면 더 좋아요.

사람이 많아서 조금 정신이 없긴 하지만

스트랜드 아케이드 부근 거리를 걷다보면

길거리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실 수도 있고

현지인들의 주말 분위기도 느낄 수 있으니까요.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호주 시드니 17'] - 시드니 3대 카페 1- 워크샵 에스프레소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호주 시드니 17'] - 서리 힐즈 카페 2 - 카페 피에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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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사람들은 호주 커피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세계적으로 성공한 스타벅스도 호주에서 만큼은

그리 큰 인기를 끌고있지 못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호주에서도 시드니를 대표하는 유명한 카페가 몇 있다고 하길래

찾아가보았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여기,

시드니에서 가장 번화한 곳인 타운홀역 퀸 빅토리아 빌딩(QVB) 건너편에 위치한

<Workshpo Espresso>예요.

 

 

처음 이 곳을 지나칠 때만 해도 카페 내부는 좁은데

대기하는 사람이 많길래 뭐지 했는데

알고보니 이 곳이 시드니 3대카페라고 어느 일간지 기사에도 나왔던 곳이더라고요.

 

 

호주 이민자인 제 친구는 호주 커피는 어느 카페나 거의 다 맛있기때문에

굳이 일부러 찾아갈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호기심을 참지 못한 저와 함께 이 곳을 찾았어요.

우연히 지나치며 봤던 때도 그랬지만 이 날도 역시 줄이 길더라고요.

 

 

이른 시각이어서인지 출근하는 현지인들이 많아서

실내 좌석에 앉아 마시는 사람들보다는

테이크 아웃(호주에서는 테이크 어웨이라고 하더군요)을 해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어요.

 

저희는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며 찬찬히 둘러보았는데

매장 내부 크기는 나란히 앉아서 마시게 되어있는 의자 몇 개가 전부 인데

확실히 장사가 잘 되는 집이라 그런지 그 좁은 가게에 직원이 무려 8명!

 

 

다양한 종류의 커피 메뉴가 있었지만

저희는 롱블랙과 플랫화이트를 주문 했어요,

롱블랙은 호주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쓰고 진한 맛인데

커피 애호가인 제 친구 역시 이 곳 원두 맛을 인정하더라고요.

커피는 자주 마시지만 맛은 잘 모르는 저 역시 롱블랙 맛이 괜찮았고

플랫화이트 역시 다른 카페에서 마셨던 것 보다 훨씬 맛있었어요.

 

직원들도 친절하고 커피도 맛있었던 <Workshpo Espresso>

타운 홀 역 근처 가실 일 있으시면 꼭 한 번 들러보세요.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호주 시드니 17'] - 시드니 3대 카페 2 -검션 바이 커피 알케미(Gumption by coffee alchemy)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호주 시드니 17'] - 서리 힐즈 카페 2 - 카페 피에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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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를 타기 위해 써큘라 퀴 와프에 갈 때마다

보았던 캡틴 쿡 크루즈 안내소.

어떤 크루즈 상품이 있나 궁금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더니

정말 다양한 크루즈 관광 상품들이 있었어요.

 

이용 시간대나 제공되는 서비스에 따라서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내용도 다양했는데요

크게 보면 이용 시간이 낮이냐 밤이냐,

식사를 하면서 관광을 하는지 그냥 관광만 하는지 이렇게 나눌 수 있겠네요.

저는 이런 저런 조건과 상황에 맞는 상품을 고르느라

오후 2시에 시작하는 하버스토리 크루즈를 다녀왔어요.

 

하버 스토리 크루즈는 오전 10시와 오후 2시,

하루 두 차례 진행되는 크루즈였는데요

매표소에서 표를 찾으면서 보니

10달러를 추가해서

프리미엄티켓을 사면 스파클링 와인과 간단한 스낵이 제공된다기에

그걸로 샀어요.

 

 

아무래도 크루즈는 디너 크루즈를 많이 이용해서인지

이 시간대 이용객은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

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면 와프에 대기하고 있는데

크루즈때 해설을 해줄 가이드가 오시더라고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대화를 했는데

무척이나 유쾌하고 친절하신 분이었어요.

 

 

프리미엄 티켓을 산 승객은 가장 만저 배를 타는데

알고보니 이 날 이 티켓을 산 승격이 저 밖에 없더라고요.

함께 제공된 스낵이 너무 별로인데다

일반 티켓도 커피와 차는 제공되므로

굳이 프리미엄 티켓을 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배는 1층과 2층으로 되어있어서 꽤 커요.

저는 2층으로 올라갔는데 선실 내부가 무척 넓더라고요.

배 안쪽으로가면 커피와 차, 그리고 간단한 쿠키가 준비되어있어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배가 2시간 정도 시드니 하버 일대를 도는 동안

가이드가 배 중앙에 서서

호주의 대략적인 역사와

배가 지나가는 지역이나 건축물, 유적 등에 대해 설명을 해줘요.

 

 

 

제 경우는 페리를 타고 다니면서 늘 보던 경치인데다

리스닝이 약해ㅎㅎ 가이드의 설명을 계속 긴장해서 들어야 하니

지루하기도 하고 별 재미도 없더라고요.

 

 

결국 나중엔 이해를 포기하고

3층 선상으로 올라가 바닷바람을 쐬면서

풍경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했어요.

 

 

 

페리를 타고 어딘가에 다녀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거나

시드니 역사나 여행에 관해 핵심적인 설명을 듣고 싶은 분들은 한 번쯤 가보시는 것도 좋아요.

특히 일정이 짧아 시드니의 아름다운 석양과 야경을 여유있게 즐기시기 힘들다면

오전이나 오후 보다는 디너크루즈나 야경 크루즈를 이용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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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미항인 시드니에는

아름다운 비치들이 정말 많아요.

해안 도로 쪽으로 드라이브를 하거나

와프에서 페리를 타면 닿을 수 있는

수많은 비치들.

 

그 중에서도 이 날 제가 다녀온 팜비치는

두 갈래로 갈라진 멋진 바다를 볼 수 있고

또 해변에서 20여분 정도만 걸어올라가면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바렌조이 등대 언덕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이예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려면

윈야드역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넘게 가야한다는데

다행히 이 날 제 친구가 쉬는 날이라

저는 친구 차를 타고 편안하게 이동했어요.

 

함께 가긴 했지만

친구와 제가 비치를 찾은 이유는제각각 달랐는데요

친구는 바닷 바람을 쐬면서 낮잠을 자는 게 목적이었고

저는 늘 그렇듯 걷는 게 목적이었지요.

 

 

팜비치 가는 길에 먼저 들른 곳은

웨일 비치(Whale beach)인데

친구가 낮잠 자러 자주 오던 곳이라고 해요.

바닷가에 나무 그늘도 있고

잔디밭도 있어서

파도 소리 들으면서 잠자기엔 최적의 공간이더라고요.

 

 

한적한 바닷가 저 멀리에서

몇 명의 서퍼들이 서핑을 하고 있었는데

무척이나 평화로운 곳이었어요.

이미 졸음이 밀려온 친구는

잔디밭 위에 돗자리를 깔고 잠이 들었고

저는 산책을 떠났어요.

 

 

비치를 따라 오른쪽 끝으로 걷다보니

이렇게 락풀이 있었는데

평일 인데다 아직은 충분히 더운 날씨가 아니라서 그런지

이용객은 딸랑 두사람.

 

한 시간쯤 자고 일어난

친구와 함께 오늘의 목적지인 팜비치로 향했어요.

한낮이라 햇빛이 제법 강했는데

휴식이 필요했던 친구는 또다시 그늘을 찾아 돗자리를 깔고 잠이 들었고

저는 바렌조이 등대를 향해 출발했어요.

 

 

땡볕에 모래사장을 지나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는 여정이긴 했지만

구간이 짧아서 걸을 만 했어요.

비치를 따라 걷다가 숲길로 접어드니 갈림길이 나타났는데

둘 다 바렌조이 등대로 오를 수 있는 길이지만

한 쪽 길은 조금 어려운 코스라고 하고

다른 쪽 길은 쉬운 코스라고 적혀있더라고요.

올라갈 때 조금 어려운 코스로 가자 마음 먹고 그리로 걸어갔습니다.

 

 

계단이 조금 가파르긴 하지만

웬트워스 폭포 트래킹때 걸었던 수직 계단에 비하면 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

20분쯤 걸어서 정상에 오르니  정상에 오르니 이렇게 예쁜 등대가 눈 앞에 나타났어요.

 

 

등대 안에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등대 주변을 걸으며 아래를 내려다 보니

이렇게 육지를 가운데 두고

두 갈래로 갈라진 신비한 바다의 모습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어요.

 

 

왕복 50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는 가벼운 트래킹 코스지만

처음에는 직사광선이 내리쬐이는 비치를 통과해야 해서

한 여름 날씨에는 조금 힘들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저 위 높은 곳에 오르면

그 동안 흘린 모든 땀과 노고를 보상해주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그걸 기대하면서 즐겁게 걸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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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서 아이를 낳기 전까지

제게 동물원은 사색과 치유의 공간이었어요.

이런 저런 일들로 머리가 복잡하거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그 넓은 과천 서울 대공원 동물원을 한 바퀴 돌고오면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편안해졌었거든요.

그 때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 시드니 여행에서 혼자 <타롱가 동물원>을 찾았습니다.

 

 

<타롱가 동물원>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써큘라 퀴에서 페리를 타고 간다는 점이예요.

 

 

동물원 자체도 아름답지만

페리에서 바라다보는 하버브리지나 오페라 하우스의 풍경도 멋지기때문에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지요.

게다가 써큘라 퀴에서 20분이 채 안걸리니 쉽게 오갈 수 있고요~

 

 

타롱가는 원주민들 말로 "아름다운 물의 모습"이라는 뜻이래요.

이름 그대로 타롱가 동물원에서 바라보는 시드니 만의 풍경 역시 매우 아름다운데요

오리 너구리, 캥거루, 코알라 같은 호주 동물들을 볼 수 있어 좋아요.

 

 

와프에서 내려 왼쪽 길로 가서 스카이 사파리(일종의 케이블카)를 타거나

걸어서 올라가면 동물원 입구에 갈 수 있어요.

입장권은 현지 여행사를 통해 미리 구매할 수 있는데

스카이 사파리를 이용할 예정이라면 통합권을 구매하는 게 편리해요. 

저는 그냥 걸어올라갔고 현장에서 표를 구입했는데

걸어올라가는 것도 그다지 힘들지 않아요.

 

 

타롱가 동물원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원이라고 부르는데

가장 큰 몫을 하고 있는 곳이

아마도 여기, 기린 우리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기린들 뒤쪽으로 보이는 바다와 시드니 시내 전망이 정말 아름답고 이색적이예요.  

 

 

목도 길지만 다리도 너무 길어 왠지 슬퍼보이는 기린.

저 긴다리를 접지 못해서 잘 때도 서서 잔다니 안스럽더라고요.

얼굴 표정도 선하고 참 착하게 생겼지요? 

 

 

얘가 하두 왔다갔다해서 도대체 언제쯤 멈추려나 바라보았는데

10분도 더 넘게 우리 안에서 좁은 거리를 쉼없이 오가더라고요.

부지런한 건지, 산만한 건지

아니면 뭔가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는건지

바라보는 건만으로도 정신이 어수선@@

 

 

얘는 이뮤(Emu)인데요

어그 부츠 만드는데도 사용하고

기름으로 화장품도 만든다고 해요.

뒷걸음질 치지 않고 앞으로만 달려가는 속성때문에

캥거루와 더불어 호주를 상징하는 대표 동물이에요.

 

 

얘는 왈라비.

2년전 제가 멜버른에서 필립 아일랜드에 갔을 때

드넓은 초원 위에서 홀로 먼 곳을 응시하며 서 있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흔히 캥거루와 혼동하지만

왈라비는 캥거루에 비해 훨씬 작고

또 집단 생활을 하는 캥거루와는 달리

왈라비는 고독하게 혼자 산다고 해요.

 

 

코알라는 하루에 보통 20시간을 자는 잠꾸러기예요.

순진해 보이는 얼굴과 부드러운 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순둥이로 오해하지만

긴 발톱으로 무언가를 움켜지면 절대 놓치지 않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고 해요.

잘 때는 나무 위에서 저렇게 둥글게 몸을 말고 있어서

멀리서 보면 꼭 털실뭉치처럼 보이는데

역시나 주무시고 계셔서 얼굴은 볼 수 없었어요.

 

 

이 날 오랫동안 제 시선을 빼앗은 아이들은 바로 <미어캣>인데요

몇 마리는 땅을 파고

몇 마리는 하늘을 보고있었는데

도대체 얘들은 왜 맨날 어정쩡한 자세로 서서 태양을 응시하며 하늘을 볼까?

더군다나 이렇게 햇볕이 눈부셔서 바라보기도 힘든 날?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니

미어캣은 원래 추위를 많이 타서

오전에는 두 발로 서서 가슴과 배에 햇볕을 쬐는 거고요

또 자신을 먹이로 삼는 맹금류를 경계하려고 주위를 살피는 거라고 해요.

미어캣 눈 주위의 검정색이 일종의 선글라스 기능을 해서

태양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거고요~

볼수록 귀엽고 신기해서 미어캣 우리를 떠날 수가 없었어요.

마음 같아서는 두어마리 데려다가 집에서 키우고 싶었지만ㅋ

얘네들은 20-30마리 정도가 모여 살아야 한다기에

감당하기 어려울 듯 해서 포기.^^

 

 

타롱가 동물원은 페리를 타고 간다는 점이 이색적이고

시드니 시내  쪽으로 바라다보이는 전망이 멋지다는 점.

북반구에서는 볼 수 없는 동물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예요.

저는 관심이 없어 패스했지만 동물쇼도 몇 가지 있으니

좋아하시면 시간표 잘 체크하셔서 관람하세요.

다만 한 가지 예전에 멜버른에 갔을 때 들렀던 마루 동물원에 비해

무료  체험 프로그램이 부족한 점은 아쉬웠습니다.

 

 

2018/05/19 - 길에서 길을 묻다 6 - 감옥 위에 세워진 휴양지 <코카투 섬>

2018/05/01 - 길에서 길을 묻다 4-1 - 왓슨스베이 <갭팍>& <본다이비치>

2018/05/26 - 시드니 카페 - <라 르네상스>(La Renaissance)

2018/05/24 - 시드니 3대 카페 1- 워크샵 에스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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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시인 시드니에는 페리를 이용해 쉽게 갈 수 있는 비치들이 많은데요

대표적인 곳이 지난 번에 포스팅한 서퍼들의 천국, 본다이 비치와

이번에 소개할 맨리 비치입니다.

 

맨리 비치로 가는 페리는

써큘라 퀴 와프에서 1시간에 한 대 정도가 있고

소요 시간은 30분이예요.

제가 이 곳에 갔던 12월초에 시드니 날씨는 

변덕스럽기가 정말 팥죽 같더라고요.

아침에 나설 때만해도 햇빛이 쨍쨍하더니 어느새 흐려지고

잠시 해가 나왔다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고...

이 날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온종일 종잡을 수 없는 날씨 탓에

길을 가다 여러번 멈춰서야 했어요.

 

 

맨리 비치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라서인지

선착장 출구에서부터 식당과 마트가 양옆으로 즐비하게 늘어서있고

편의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어요.

비치지만 트래킹 코스도 잘 닦여져 있어서

해안을 끼고 걷는 코스는 물론, 숲길을 지나는 구간 

짧은 시간 동안 걸을 수 있는 구간, 다소 긴 시간이 소요되는 구간 등

아주 다양한 코스들이 있지요.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 결정 장애를 겪던 저는

어디로 가야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일단은 비치쪽으로 가보기로 했어요.

 

시드니에 와서 처음 트래킹을 다닐 때만 해도

가기 전에 안내도를 보면서 모의 주행?을 해보고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다녔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그냥 걷게 되더라고요.

어차피 길은 다 통하게 마련이고

때론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들어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비치 쪽으로 길을 가다보니 이렇게 장대한 나무들이

해변 가에 심어져있었어요.

이 날 날씨가 너무 흐리고 파도도 높아서 서핑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해안을 따라 이어진 길을 걷는 짧은 동안에도

하늘이 일순간에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시시각각 달라지던 날씨와 하늘이 심상치않던 중에

해변가 산책로 앞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더라고요.

다행히 바로 앞에 카페가 있길래

가던 길을 멈추고 카페 앞 테라스에 앉아 롱블랙을 마셨지요.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도

빗방울이 굵어졌다 잦아들었다

날이 환해졌다 어두워졌다 했는데

그게 또 나름 신비감있고 운치 있어서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봤어요.

 

 

그 때 제 눈길을 사로잡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카페 앞 해변 벽?에 걸터앉아 있던 이 여성분과

그녀와 일행인 듯 굵은 빗방울 속에서 여전히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이요.

그 분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자유를 느끼는 방식이나 삶을 견디는 방식은

사람마다 제각각 무척이나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에 대해 파도가 저렇게 거센데 이런 날 서핑을 왜 하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런 날씨에 왜 기를 쓰고 혼자 걸어다니는지 저를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도 있을테니

과연 누가 누구를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그러면서 신영복 선생님이 말씀하신 "인간 관계의 최고 지향은 공감"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서로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누구에게나 삶을 견뎌내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쉽게 공감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비도 멎었고

다시 길을 나서서 걷다보니 이렇게 근사한 락풀이 나타났어요. 

수영장 처럼 안전하면서도 바다를 바라보면서 바닷물로 수영할 수 있는 락풀.

시드니 비치쪽에 가면 자주 볼 수 있으니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락풀을 이용해 보세요.

 

 

 이 쪽 지역이 특히 자연 보존에 신경을 쓰는 건지

아니면 그만큼 많이 파괴되었다는 방증인지 모르겠지만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니

이 곳에 살고 있거나 희귀해진 생물들의 조각상들이 이어졌어요.

 

 

조각들을 구경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셜리 비치


 

작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비치인데

이 곳을 지나 언덕을 오르니 전망대가 있더라고요.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하고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본 후 이어지는 길로 계속 걸었지요.

 

 

이 부근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제법 있었는데

숲길로 들어서면서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더라고요.

 

 

살짝 불안했는데 다행히 저 앞에 혼자 걸어가는 여성 분이 보이길래

안심하고 따라갔어요.

 

 

그런데 갈림길에서 그녀나 나나 도무지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헤매다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었고 동행이 되었어요.

제 짧은 영어로 알아낸 그녀의 신상 명세는

그녀는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미국인인데

출장 차 시드니에 온 남편과 함께 일주일간 여행중이래요.

그녀의 남편은 낮엔 일을 해야하기때문에 낮에는 그녀 혼자 시간을 보내는데

이런 숲길쯤은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말할 만큼 트래킹을 좋아하는 용감한 여자였어요.

하지만 그녀에 대해 제가 느낀 가장 큰 놀라움과 경외감은

제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 하는 그것을 그녀는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사실이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배암!!!

 

우리 둘이 다정하게 산길을 오르는데

한쪽 구석에 갈색 뱀이 떡하니 또아리를 틀고 있었어요.

너무 놀라 발걸음이 절로 멈춰진 나와

나 만큼이나 놀라 꼿꼿하게 경직된 뱀과는 달리

그녀는 귀엽다!!!며  조심스레 다가가 뱀의 독사진을 찍더라고요.

뱀의 머리 모양을 보니 둥그스름한 게 독사는 아닌 게 분명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그 징그러운 뱀을 저렇게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볼 수 있다니...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고 길을 가는데 이번엔 도마뱀이 불쑥 나타났어요.

레인코브 국립공원에서 봤던 것 만큼이나 커다란 그 도마뱀을

그녀는 마치 아이가 잠 든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처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더군요.

동물들을 좋아하냐고 했더니 정말 사랑한다며

천진하게 웃었어요. 

그야말로 두리틀 박사도 울고갈 동물 애호가.

레인코브 국립공원에 가면 이런 아이들 천마리라도 볼 수 있으니

꼭 가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영어가 짧아 패스~

 

 

이러다가 곧 저 멀리 호수 비슷한 곳에서

악어도 몇 마리 나오는게 아닐까 걱정될 무렵

다행히 우리의 여정은 끝이 났고

길이 끝난 곳에서 우리는 "We did it."을 함께 외쳤어요.

그리고 와프까지 함께 걸어오면서 되는대로 대화를 나눴지요.

 

이번 호주 여행에서 제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언어는 문법적으로 완전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말만 통하면 된다는 사실이예요. 

예전엔 머릿 속으로 미리 문법 오류를 체크하면서 말을 하려니

말이 머릿 속에서만 맴돌뿐 밖으로 터져 나오지 않았는데

이번 여행에선 '니가 알아들으면 다행이지만

못알아들어도 그건 니 한국말 실력이 부족한 걸 

내가 영어로 혼자 메꾸려니 그런거니까 니가 이해해라

그나마 내가 이 정도 영어를 하니 우리가 대화할 수 있는 거니까 감사하고...'

물론, 실제로 그렇게 말한 건 아니지만ㅋ 이런 자세로 대화를 하니 한결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다만 말이 자주 막히고 더듬게 되는 것 까지는 어쩔 수 없었지만

단어 몇개에 손짓, 발짓이면 기본적인 대화는 어쨌든 통한다는 깨달음은

제게 큰 용기를 주었지요.

 

우리 화제는 그야말로 중구난방이었어요.

한국 날씨에서부터 얼마 전 캘리포니아에서 있었던 대형 산불을 비롯헤

시드니 여행에 대한 것 등등

역시나 그녀는 모험을 사랑하는 여행자답게 이 날  저녁에

남편과 시드니 하버브리지 크라이밍을 하기로 했다며

너무 재밌을 것 같다고 기대가 크더라고요.

돈을 준다고해도 그 높은 곳엘, 그 이상한 옷을 입고 올라갈 맘이 없는 저로선

1인당 20만원 넘는 돈을 주고 그 고생을 사서 한다는 그녀가 심히 존경스럽기까지~

 

 

그렇게 와프까지 걸어오는데 어떤 세탁소 앞에서

무슨 일때문인지 몹시 열 받은 어떤 아저씨가 웃옷을 벗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기 웃옷을 막 터는 시늉을 하고 있었어요.

기가 막혀 웃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진심 공포에 질린 표정.

사람마다 자유를 느끼는 포인트 만큼이나

공포를 느끼는 대상 역시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이번엔 내가 그녀를 안심시켰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무서운 건 역시 사람이지요.

동물은 자기 보호 본능에 의해서만 공격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타인에게 얼마든지 폭력적일 수 있으니까요.

 

어색할 것 같았지만

하나도 어색하지 않게 우리는 와프까지 걸어왔고

유감스럽게도 목적지가 달랐던 관계로

거기서 서로 다른 배를 타며 자연스럽게 안녕을 고했어요.

 


그녀와 헤어져 페리를 타고 오며

저는 이번 여행에서 길 위에서 만난 인연들에 대해 생각했어요.

죽는 날까지 다시 만날 일이 없을,

설령 다시 만난다고 해도 이미 얼굴조차 희미해진 그녀를 비롯해

이번 여행에서 스쳐간 많은 사람들.

아주 잠깐이지만 길 위의 동반자가 되어

내게 길을 계속 갈 수 있는 용기를 주고 동행이 되어준 그들은

어쩌면 먼 곳에서부터 내게 보내진 선물일지도 모르지요. 

그들이 내게 고맙고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처럼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기억으로 남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2018/04/30 - 길에서 길을 묻다 3 - 도마뱀들의 천국 <레인코브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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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역사는

영국이 그 곳을 식민지로 삼아 자국 죄수들의 유배지로 사용하면서 시작되었기에

호주 유적지 중엔 과거에 감옥이었던 곳이 유난히 많아요.

코카투 섬 역시 그 중에 하나인데요

앵무새 종류의 이름인 '코카투"라는 섬 이름도 정겹고

이 섬의 감옥이 열곳의 다른 교도소 유적들과 함께 세계 유산에 등재되었다기에

호기심이 생겨 가보기로 했어요.

 

코카투 섬에 가는 방법은 아주 간단해요.

다른 페리를 이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써큘라 퀴 역에서 내려

시드니 하버에서 페리를 타고 20분이면 도착하거든요.

 

 

출발할 때는 이렇게 구름이 낮게 깔려있어서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았어요.

교도소 분위기와 잘 어울릴 것 같은 날씨네요.

 

 

언제나 처럼 페리는 하버 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 사이를 지나 갑니다.

야경이 예쁜 루나파크도 지나가고요

 

 

시드니 시내도 이렇게 조망할 수 있어요

드디어 코카투 아일랜드에 도착했어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 아니라서 그런지

같이 내린 분은 열 명도 채 안되는 듯~

 

 

와프에서 조금 걸어들어오면 이렇게 안내센터가 있어서

섬 전체 지도도 얻을 수 있고 관광안내도 받을 수 있는데요

저는 빌리지 않았지만 오디오 가이드도 대여할 수 있어요.

 

호주 역사 초기에는 이 곳처럼 섬을 감옥으로 이용한 곳이 많았다는데

외부와 단절된 악명높은 교도소였다고 해요.

사실 호주 사람들의 조상은 죄수들이라고 가끔 우스개 소리를 하지만

실제로 호주 역사 초기에 영국에서 건너온 죄수들은

흉악한 범죄자들보다는 좀도둑이 많았다고 해요.

사소한 범죄를 저질렀는데 어쩌다보니 머나먼 이방에 흘러들어왔고

그 곳에서 강제 노역과 모진 학대를 당하면서 이런 곳에서 생활하게 된거죠.

그렇게 한동안 교도소를 쓰이던 이 곳은

2차 세계대전 때는 군함을 만들기 위한 조선소로도 운영되었다고 해요.

 

하지만, 지금 이 곳은 휴양지로 변모해서

글램핑 시설과 고급스러운 콘도들이 세워져 있어요.

도망 못가게하려고 바다한가운데 섬에 만든 감옥이

휴양지가 되다니...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느껴지네요.

 

이 곳에서는 또 2년에 한번씩 시드니비엔날레가 개최되는데요

이 시기에는 섬 전체가 전시회장으로 쓰여 정말 멋지다고 해요.

게다가 이 기간엔 페리도 무료! 이용.

 

 

2인용 매트와 의자가 갖추어져있는 글램핑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캠핑을 즐기기에도 좋을 것 같은데

평일이라 그런지 이용객은 거의 없더라고요.

 

 

좀 더 걷다보니 한 쪽으로 이런 터널이 나타났어요.

제주도에서 봤던 진지 동굴을 연상시키는데

주위에 사람도 없고 을씨년 스러웠지만

한 번 들어가봤지요.

이 터널은 뒷편으로 연결되어있었는데

예전에 조선소로 쓰인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더라고요.

 

 

그런데 이 곳에서 무슨 공연이라도 있는지 셋트장 건설이 한창이었고

제가 갔을 때는 독특한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촬영중이었어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스탭 중 한 분에게 무슨 촬영인지 물어보니

티브이 프로그램이라며 한참을 설명해줬는데

역시 무슨 말인지$#@$@%???

 

 

언덕으로 오르는 계단을 올라가니

바닷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숙박 시설이 있었는데요

이용료가 꽤 비쌌던 걸로 기억해요.

하기야 시드니 숙박비야 뭐 워낙 악명이 높으니까요.

 

 

코카투섬이라기에 코카투가 많이 사나 했는데

코카투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섬 곳곳에 갈매기떼가 진을 치고 있었어요.

 

 

자신들이 주인인 땅에 허락도 없이 침범한 게 화가났던지

쉬지않고 악을 써대는 통에 귀가 먹먹.

 

걷다보니 아우슈비치 수용소를 연상시키는

음산한 분위기의 건물이 있었는데요

이 곳이 독방 감옥으로 쓰였던 공간이래요.

 

한 때는 살아서 다시 나가기는 힘든 감옥으로

그리고 또 다른 시대에는 조선소로 사용되다가

이제는 글램핑이나 리조트 형태의 숙소를 갖추고 휴식의 공간으로 변신한

<코카투 섬>

 

스산하고 음산한 분위기로 인해 쓸쓸함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지만

조금은 차분해지고 싶은 날 찾아가면 좋을 곳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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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공 등대를 보고 내려와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 식당 <Levendi>

 

이 부근에 식당이 몇 개 있긴 한데

점심 메뉴로는 너무 무겁거나 가격대가 좀 있어서

저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피시앤칩스"를 선택했어요.

 

 

메뉴는 평범해요.

피시앤칩스와 버거가 주메뉴인데

근처에 마땅한 식당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동네 맛집인건지

아무튼 제가 갔을 때는 사람들이 꽤 많더라고요.

 

 

탄산음료는 싫어서 피시앤칩스와 롱블랙 한 잔을 주문하고

운이 좋게도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에 앉았어요.

 

 

배가 고팠던데다 음식 맛도 나쁘지 않아

피시도 칩스도 맛있게 먹었는데

양이 너무 많아 반 정도 밖에 못먹었어요.

 

호주카페에서 1회용 컵에 커피를 줄 때 보면

여기처럼 컵을 두 개로 포개서 줘요.

뜨거울까봐 그런다는데 볼 때마다 아깝더라고요. 

호주 수출 품목 구상하시는 분 있으시면

호주가서 우리나라 카페 테이크 아웃 커피에 끼워주는

컵 홀더 수출하세요.

대박 날겁니다. ^^

 

 

제 탁자 주위를 빙빙 돌면서 떠나지 못하고 있던 갈매기들이

제 음식들을 호시탐탐 노리더라고요.

써큘라 퀴 쪽에도 야외용 탁자에는 항상 갈매기들이 넘쳐나요.

잠시 사람이 자리라도 비우면 그새 와서 접시의 음식들을 낚아채가고요.

혹시 조류 공포증이 있으신 분들은 야외 식탁은 피하세요.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호주 시드니 17'] - 길에서 길을 묻다 5-1 바다의 소리 "울릉공"과 남천사(Nan Tien Temple)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호주 시드니 17'] - 길에서 길을 묻다 5-2 바람 잔잔한 날엔 못봐요, 키아마 <블로우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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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라서 들어갈 수 없었던 남천사를 뒤로 하고 키아마로 향했어요.

남천사 건너 편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기차로 환승해야하는 복잡한 여정이었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호주 전원의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하다보니

그다지 지루하지 않더라고요.

역시 기차 여행이 최고~

 

 

 

제가 키아마에 간 이유는

그 유명한 블로우 홀(Blow Hole)을 보기 위해선데요

블로운 홀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바위 구멍을 통해 파도가 밀려들면서

하늘을 향해 분수처럼 치솟는 장관을 볼 수 있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예요.

예전에 여기 가본 적이 있다는 제 친구 말로는

바람이 센 날일수록 분수가 높이 솟아오른다던데

이 날은 온종일 화창하고 바람도 없어 예감이 불길하더라고요.

 

 

일단은 블로우 홀부터 보자는 일념으로 블로우 홀로 향했는데요...

역시나 예감은 틀리지 않네요.

바위 사이로 바닷물이 내려다보이긴 했지만

솟아오르기엔 바람의 힘이 약해도 너~~~무 약해서

찻잔 속 태풍처럼 파도는 바위 사이에 갇혀 분출되지 못하더라고요.

 

 

나보다 먼저 와서 구멍을 들여다 보고 있던 사람들은

그런 파도가 영 안타까운지 힘내라고 응원을 하기도~ㅎㅎ

하지만 파도야 어차피 제 의지가 아니라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거니까

아무리 응원을 한들...ㅠㅠ

 

한 20분 정도 구멍 근처를 서성거리다

아무래도 가망이 없을 것 같아 일단은 키아마 마을과 블로우 홀 주변의 소나무숲

그리고 그 유명한 키아마 등대를 구경하려고 동네 탐험?에 나섰어요.

 

 

허둥지둥 앞만 보고 올라올 때는 잘 몰랐는데

간세다리가 되어 자세히 살펴보며 언덕길을 내려다 보니

소나무와 등대, 바다, 돌 하나하나가 다들 조화롭고 아름답더라고요.

 

 

블로우 홀 바로 위에 세워져 있는 하얀 등대.

푸른 빛과 흰 빛이 얼마나 상쾌한 느낌을 주는지

새삼 깨닫게 해주었어요.

어린 시절 운동회 때 왜 하필이면 청군, 백군으로 나눌까 궁금했는데

바로 이런 느낌때문인가봐요?

청군, 적군 하면 붉은 색이 불온한 느낌-반공 교육의 부작용?ㅋ-

백군, 흑군 하면 검정색이 사악한 느낌을 주니까

다들 청군이나 백군이 되고 싶어할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청색이나 백색은 어떤 나쁜 선입관이나 편견도 허락하지 않는 색깔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등대를 바라보며 감탄하다가

아까 숨차게 올라온 언덕을 내려오다 보니 이런 풍경이 펼쳐졌어요.

 

 

모여있는 소나무들도 많은데

이 아이는 이렇게 조금 떨어져서 혼자만 더 길게 자랐네요.

외로움을 아는 아이가 더 빨리 어른이 되듯 고독은 나무도 성장하게 하는 걸까요?

오랜 세월 동안 이 자리에 서서 이 곳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과 풍경들을 바라보며

간직해온 나무의 기억이 궁금해요.

 

그렇게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바람이 거세지기만을 기다리다가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다시 블로우 홀로 갔어요.

시드니로 돌아갈 길이 멀었기때문에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거든요.

 

 

아까와 별반 다르지 않은 파도의 세기.

아무래도 이 날은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은 날이었나봐요.

쿨하게 포기하고 해질녘 노을을 뒤로 하고 서 있는 등대 앞에 앉아 잠시 쉬다가

다시 키아마 역으로 향했어요.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될 거라고 에상했던 블로우 홀은 보지못했지만

덕분에 한적한 공원에서 산책도 오래 했고

또 공원 벤치에 앉아 보고싶은 사람들에게 편지도 썼고

황혼 무렵의 적막함 속에서 평화도 느꼈던 작은 마을 키아마.

블로우 홀을 반드시 보고 오실 분들은  

바람이 많이 부는 날 가세요.

 

 

2018/05/16 - 길에서 길을 묻다 5-1 바다의 소리 "울릉공"과 남천사(Nan Tien Temple)

2018/05/18 - 길에서 길을 묻다 5-3 울릉공 피시앤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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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여행 오기전에 제 친구가

시드니에서 함께 여행할 장소 리스트를 보내주었었는데

울릉공과 키야마는 그 리스트 중 하나였어요.

하지만, 친구 일정이 바빠져서 같이 못가게 된 상황인데도

친구가 제게 미안해하면 자꾸 같이 가자고 하는게 부담스러워서

몰래 혼자 다녀왔지요.

 

울릉공에서 키야마가 그다지 멀지 않기때문에

보통 묶어서 가는 모양인데

중간에 남반구에서 가장 크다는 남천사까지 들르는

여행사 1일 투어 상품이 있더라고요.

시내에서 출발해 버스로 이동하니 확실히 편하기는 할텐데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여행하는 게 번거롭게 생각되서

과감하게 혼자 출발했어요.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이 가진 우선 순위가 드러나지요.

저도 잘 몰랐는데 저는 편리함 보다는 자유와 홀가분함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어요.

여행은 참 저 자신에 대해 많은 걸 알려주고

또 개발해주더라고요.

애초에 혼자 아무데도 가본 적 없다면 제가 그 홀로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몰랐을테니까요.

 


센트럴을 기준으로 더 먼 키아마로부터 들르는 경로와

가장 가까운 울릉공부터 들르는 경로를 고민하다가

키아마에서 노을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센트럴 역에서 기차를 탔어요.

 

시드니에서 교외선을 몇 번 타본 후라

이제는 서울역에서 ktx 타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러워서

이제 나도 시드니 사람 다 됐다다고 생각하며  혼자 뿌듯~^^

1시간 30분 정도 기차를 타고 가니
울릉공 역에 도착.

 

울릉공은 시드니가 속해있는 뉴사우스웨일즈 주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인데요

호주의 원래 주인인 앱오리진(aborigine)들 말로 

"바다의 소리"라는 뜻이래요.

호주의 지명에는 이렇게 원주민들이 지어놓은 원래 이름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꽤 있어요.

원래 주인의 흔적을 몇 곳에 남아있는 지명에서나 찾을 수 있다니 참....

 

"
울릉공은 우리나라 광고에도 나왔다는 흰등대와

스카이 다이빙의 명소로 유명해졌다고 해요.

이 날은 못봤지만 고속도로 타고 캔버라에 가는 길에

멀리서 스카이 다이빙 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장관이더라고요.

쫄보라서 꿈도 못꾸는 스포츠지만,

느낌 만큼은 정말 궁금하네요.

그렇게 날아보면 그 순간 만큼은 진짜 자유를 느낄 수 있을까요?

그런 도전을 시도해보고 또 마침내 해내는 분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어디 스카이 다이빙만 그런가요?

자신의 한계와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모든 도전은 다 아름답지요.

 

 

저야 스카이 다이빙을 할 계획은 없으니까

하얀 등대를 보러가야지요.

이 곳에 가려면 울릉공 역에서 버스를 타야해요.

하지만, 저는 걷는 게 취미인데다 울릉공 시내? 분위기도 궁금해

그냥 걸어갔어요.

 

 

그리 멀지 않은데 지도를 제멋대로 해석해

엉뚱한 길로 헤매느라 빙빙 돌아갔어요.

마침내 저 멀리로 비치가 보일 땐 정말 반갑더라고요.

산책로를 따라 하얀 등대로 가는 것보다 기왕이면

바다 가까운 모래 사장을 걷다 해변으로 가려했더니

이런 이정표가 있었어요.


 

 

개를 싫어하는 사람과 개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개들까지
모두를 배려하고 만족시키는 현명한 대안이지요?

사람의 권리 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권리까지 보호하는 모습,

무척 이상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걷다보니 멀리 비치 한 쪽에  

한적한 곳에서 수영을 즐기는 노부부가 계셨는데요

그 분들 모습도 제겐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사실 시드니에서는 써큘라 퀴에서 배만 타고 나가도

바다를 실컷 볼 수 있는데

2시간 가까이 걸려 굳이 바다를 보러 여기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바다라고 다 같은 바다가 아니니까요.

 

 

게다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이 멋진 등대를 보는 순간

저는 역시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날씨까지 화창하게 맑아서

푸른 하늘 빛과 흰 등대의 조화도 정말 아름다웠고요.

바다 빛깔이 동해 바다를 연상시키는

짙푸른 빛에 바위들까지 있어서 모처럼 향수도 느껴졌네요.

 

 

그렇게 푸른 빛과 흰 빛의 조화에 감탄을 하며 한참을 바라보다가

언덕을 내려가는데

앞에 보이던 가로등 위에 이렇게 떡하니 앉아있던 점잖은 펠리컨.

정말이지 호주가 아니라면 어디가서 이런 자연적인 풍경을 만나겠어요?

더군다나 펠리컨이라니~

 

 

울릉공 등대에서 좀 더 밑으로 내려와 만난 이 작은 등대는

울릉공이 준 또하나의 보너스였어요.

누군가에게는 스카이 다이빙의 추억으로 남았을 이 곳은

제겐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하얀 등대의 조화가 너무 잘 어울렸던 멋진 곳

거기에 더해 가로등에서 앉아 쉬고있던 펠리컨에 대한 기억이 강렬한 곳으로 남아있네요.

 

 

 

울릉공에서 점심 메뉴로 피시앤 칩스를 먹고나서

다시 길을 가는데 조금 힘들더라도 남천사(Nan Tien Temple)로 갈 것인지

아니면 그냥 울릉공역으로 돌아가 키야마역으로 바로 갈 것 인지 갈등을 많이 했어요.

울릉공에서 남천사를 갈 때는 그냥 버스 한 번 타면 가는데

그렇게 되면 키야마 가는 경로가 복잡해지더라고요.

하지만, 호주에 절이

그것도 남천사라는 남반구 최대 사찰이 있다니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이래서 여행사 상품을 이용해서 가는 구나 납득이 가더라고요.

하지만, 저 역시 혼자 걷는 자유를 포기할 순 없으니까요.^ ^

 

울릉공에서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다 내려

오던 길을 조금 내려가니 절이 있긴한데

주위가 너무 고요했어요.

 

 

평일이라 관광객들도 없나하고 가까이 다가가보니

굳게 닫혀진 철문 ㅠㅠ

그리고 월요일은 개방하지 않는다는 안내문까지 떡~

 

 

절이 개방하지 않는 날이 있으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는데...

역시 호주 사람들은 휴식을 중시하나봐요.

좀 전까지만 해도 편안함 대신 자유를 사랑하는 제가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곳을 거치기 위해 돌아와야했던 길과

앞으로 키아마까지의 복잡한 여정을 생각하니

차라리 데이투어를 갈껄하는 후회감이 밀려오더라고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지요. ㅋ

하지만, 이보다 더 한 일도 내 뜻대로 안되는게 많은데 뭐 이쯤이야~

애써 위로하며 오늘의 마지막 여정인 키야마로 향했어요.

 


2018/05/17 - 길에서 길을 묻다 5-2 바람 잔잔한 날엔 못봐요, 키아마 <블로우홀>

2018/05/16 - 길에서 길을 묻다 5-1 바다의 소리 "울릉공"과 남천사(Nan Tien Tem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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