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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매 에코 포인트 트래킹에서

짜릿한 성취감과 감동을 느낀 저는

블루마운틴의 또다른 트래킹 코스인 웬트워스 폭포 쪽으로 가보기로 했어요.

이 곳 경치가 무척 아름다운데

평일에는 인적이 드문 편이라기에

일요일에 출발했습니다.

 

혼자서 떠나는 트래킹이 두번째이다 보니

처음만큼 두렵지는 않더라고요.

역시 모든 일은 처음 시작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일이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이 있어야 두번째도 있으니까요.

 

아침 일찍 일어나

블루마운틴으로 가는 교외선 기차를 타기 위해

센트럴 역으로 갔어요.

일요일이라 그런지 지난 번 보다 사람이 많았고요

웬트워스 폭포역까지는 1시간 50분 정도가 걸렸어요.

 

일단 식사를 해결해야했기에

오기 전부터 검색해두었던 파이 맛집으로 향했어요.

웬트워스 폭포로 가는 길에서는 조금 벗어나있어

다시 되돌아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했지만

먹고 싶은 건 꼭 먹어봐야하는 스타일이라서...ㅎㅎ

오늘의 식당인 <마운틴 하이 파이즈> 리뷰는 내일 올리기로 하고요~

 

파이지만 한 끼 식사로 충분했고요

여유있게 식사를 마친 후

길을 되돌려서 오늘의 트래킹 코스인

웬트워스 폭포를 지나는 찰스 다윈 트레일로 향했어요.

조용하고 작은 마을인 웬트워스에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볼링센터에서 삼삼오오 팀을 이뤄 볼링을 즐기는 노인 분들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시드니에는 동네마다 노인들을 위한 볼링센터가 있는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실내용 볼링 게임과는 달리 잔디밭에서 진행됩니다.

노인들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종목과

또 그것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의 노력 하나만 봐도  

호주가 왜 노인들의 천국인지 알겠더라고요.

 

노인들 외에도

아이들로 가득한 테니스 클럽,

공원에 피크닉 나온 가족들,

간간히 제 곁을 스쳐지나던 조깅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평화롭고 활기한 일요일 아침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이날 제가 걸었던 <블루 마운틴> 웬트워스 폭포 쪽 트래킹 코스는

모두 9개가 있다고해요.

그 중에 제가 걷기로 계획한 곳은 찰스다윈 워크 코스예요.

이 날 제가 어마어마한 실수를 하나 했는데요

그게 뭐냐면 트래킹에 있어서 생존 필수품이라 할 수 있는 생수를 안챙긴 거지요.

 

 

블루마운틴 세자매 봉처럼 바로 앞에 기본적인 편의 시설이나 안내센터가 있을거라고 철썩같이 믿은 제 짐작과는 달리 주택가 한켠에 안내판말고는 아무것도 없더라고요ㅠㅠ

'뭐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물 없이 다녔는데

이게 트래킹 내내 육체적 갈증은 물론 심리적 압박감을 주었어요.

이 쪽 코스로 트래킹 가시는 분

혹시 물을 미리 안챙기셨다면 역 앞 마트에서

반드시 물을 사오세요.

 

 

인적이 드물다고 해서 혼자 가기가 좀 꺼려졌던 코스인데

일요일이라서 그런건지 다행히 사람들이 제법 오가더라고요.

웅장하고 장엄한 대자연의 위용이 한 눈에 들어오는 세자매봉 코스와는 달리

웬트워스 쪽은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시작했어요.

 

 

좁은 트래킹로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옆으로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이어지고

시냇물을 따라가니 작은 폭포들도 나오더라고요.

이 날 날씨가 꽤 더워서 곳곳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또, 단체로 트래킹 온 외국인들도 꽤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참 걷다보니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대자연의 풍경들이 펼쳐졌어요.

보이시나요?

저 바위 끝은 수직 낙하하는 거대한 폭포로 이어집니다.

 

 

길이 갈리는 중간에서 위로 갈까 아래로 갈까 망설이는데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위로 가길래

따라가 봤어요.

여기는 "로켓포인트"라는 곳에서 내려다본

반대편 절벽의 단층이에요.

고소 공포증이 있는 저는 보고만 있어도 다리가 후덜덜.

 

 

블루마운틴 세자매 봉 쪽 코스에 비해서 이 쪽은 확실히 위험한 코스예요.

걷다 보니 이렇게 무시무시한 경고문이 보이더라고요.

 

 

돌아가야하나 망설였는데

앞에서 걷던 외국인 아가씨들이 아무렇지 않게 이리로 가는데다

밑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여 저도 내려가봤어요.

 

 

한 쪽엔 거대한 암석이 있고

좁은 길 옆 난간 아래는 까마득한 절벽이 펼쳐져 있더라고요,

계속 좁은 길이 이어지더니

갑자기 수직에 가까운 계단이 나타났고요.

내려가는 거야 조심해서 가면 된다고 치지만

설마 올 때도 이 길 밖에 없는 건 아니겠지?

절대 아닐거야 혼자 세뇌하며 후들후들 떨면서 내려갔어요.

고생한 보람은 있어서 내려갔더니 이런 절경이~

 

 

밑에서 올려다 보니

폭포가 정말 장관이었어요.

까마득한 저 위에서 내가 좁은 길을 걸어

수직에 가까운 계단들을 거쳐 이 곳까지 내려왔다니

보고도 못믿겠더라고요.  

폭포 밑에는 계곡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사람들이 음식도 먹고 계곡에 발 담그고 놀고 있었어요.

사람들 노는 모습은 어디나 다 비슷하지요.

 

계곡을 지나니 이제는 오르막 길이 나타났는데

몸을 숙여야만 지나갈 수 있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바위 밑 좁고 낮은 통로를 지나가니

또다시 갈림길이 나오더라고요.

 

 

쭉 가면 카페가 있다는 표시를 보고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어랍쇼, 이 길은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되었대요.

그럼 길은 외길인데

이 쪽 길은 이제껏 온 길보다 더 좁고 가파른 길로 내리막길이었어요.

게다가 안내문을 보니 

이 길로 가면 도중에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야하는 험한 길이 나오니 조심하라는 경고가 붙어있더라고요.

 

그 가파른 계단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직진을 하고 싶었지만

문제는?

저에게 물이 없다는 사실이죠.

한 여름 더위에 3시간 가까이 물을 마시지 못한 저는 이미 조금씩 갈증을 느끼고 있었고

돌아갈 길을 생각하니 이래저래 아득하고 심난.

이 험한 여정을 제대로 된 준비없이 떠난 저 자신을 반성하며

눈물을 머금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했지요.

 

내려올 때는 그나마 쉬웠으나

수직에 가까운 그 가파른 계단들을 다시 오르자니

현기증과 갈증으로 어질어질했어요.

몇 번의 휴식 끝에 겨우겨우 평지에 다다랐을 때의 안도감이란...휴우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그래도 다행히 무사히 마을로 되돌아와

웬트워스 폭포역 근처에 도착했어요.

역근처 슈퍼마켓에서 생명수 같은 주스를 한 병 사서 단숨에 들이켜고

상점들을 구경하며 동네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이 날의 트래킹은 마무리.

 

 

블루마운틴 트래킹 코스 중 대표적인 곳 두 군데를 다녀온 사람으로서

두 코스를 비교하자면

둘 중 하나만 가야한다면 단연코 웬트워스 폭포를 추천하고 싶어요.

아기자기함과 장대함이 함께 있고

특히 여름에는 웬트워스 폭포의 시원한 물줄기와 간간히 마주치는 작은 계곡들이

몸도 마음도 시원하고 상쾌하게 해주니까요.

다만 한가지 주의할 점은 이 쪽 코스는 에코 포인트쪽 코스에 비해 험한 편이예요.

제가 다녀온 며칠 후에 이 쪽 구간에서 바위가 낙하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을 만큼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위험한 곳으로 인식되어 있고요.

물론, 허가된 구역에만 들어가고

안전에 관한 기본 사항만 지킨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겠지만

체력 소모도 많은 편이고

거칠고 험한 편이니 반드시 안전에 유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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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운틴 트래킹이 끝난 루라 Cascades에서

루라 마을까지는 걸어서 30분이 채 안걸려요.

작은 시골마을이라 그런지

길에는 차도 거의 안지나가고 사람들도 많지 않았어요.

 

 

저는 산책 나온 동네 사람처럼

주택가 정원이나 담장에 핀 꽃들을 구경하며

사진도 찍고 잠깐 앉아 쉬기도 하면서

누가 봐도 참 할 일 없어 보이는 사람답게^^

나무늘보처럼 느릿느릿 설렁설렁 걸어다녔습니다.

 

사실 이런 곳에선 이렇게 걷는 게 제격이지요.

어떤 도시나 장소에는 다 그 곳에 걸맞는 속도가 있잖아요?

서울 시내 한 복판이라면 이런 속도로 걸을 마음도, 걸을 수도 없겠지만

여긴 시드니에서도 2시간이나 떨어진 작은 마을이니까요.

 

.

 

사실 오늘 트래킹 종착점을 루라 마을로 정하게 된 이유는

이 곳이 동화 속 작은 마을 같다는 홍보 문구때문이었어요.

여행사에서 팔고있는 블루마운틴 데이 투어 상품 일정을 보니

오전에 블루마운틴 관광을 한 후

루라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패더데일 동물원으로 간다고 하더라고요.

동물원은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동화 속 작은 마을 같다는 "루라"마을이 궁금하던 차에

마침 블루 마운틴 트래킹 코스가 이 쪽에도 있길래

겸사겸사 오게된 거지요.

 

 

 

 

 

제가 볼 때 동화 속 작은 마을이 특별히 다른 곳보다 아름다운 곳을

지칭하는 용어라면 그건 과대 과장 광고가 맞고요

그냥 아무 동화에나 나올 수 있는 평범한 마을이다라는 뜻이라면

거짓말은 아닙니다.

일부러 시간내어 딱히 뭘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조용한 마을 그 자체를 보러왔다면 낚였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실 거고요.

사실 여행자에겐 그런 게 중요하지 않죠.

전세계 75억 인구가 제각각 다른 것처럼

모든 마을은 각각의 고유한 특성이 있는,

누군가에게는 세상 어느 곳보다도 소중한 삶의 터전이니까요.

아무튼 별 기대없이 편한 마음으로 걷기에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마을 중심가에는

이렇게 아기자기한 기념품이나 소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었고

또 식당도 몇 개,

그리고 울월스도 있더라고요.

 

 

시드니 와서 처음 혼자 떠난 트래킹이고

영어 울렁증 없이 식사 주문도 잘 한데다

두려운 순간도 잘 이겨내고 계획대로 무사히 트래킹을 마친

저 스스로가 기특해서^^

포상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뭔가 좀 특별한 걸 먹고 싶었어요.

 

마침 이 곳에 타이 음식 맛집이 있다길래

팟타이를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음식점을 찾아 나섰지요.

가다보니 얼마전 시드니 시내에서 맛있게 먹었던

캄포스 카페 매장도 있기에

식후에 커피 한잔까지 마실 생각에 신이 났었습니다.

 

 

타이스퀘어는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요

그러면 그렇지요...인생이 어디 뜻대로, 계획대로만 되나요?

오늘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실망스러운 마음에 캄포스에 가서 빵이랑 커피를 마셔야겠다 생각하고 발길을 돌렸는데요...

 

 

이런 이런

좀 전에 지나갈 때만 해도 열려있던 매장이 굳게 닫혔더라고요.

호주 가실 분들 이거 꼭 알고 가세요.

호주 식당이나 카페들은 오픈이 매우 이른 대신 오후 4시면 닫는 곳도 정말 많아요.

시내는 좀 덜하지만 시내에서 조금만 떨어진 곳들은 대부분 그렇고요.

그러니 만약 호주에서 특정 식당이나 카페를 꼭 가보고싶다면

미리미리 영업 시간부터 확인하고 가셔야 헛수고를 안합니다.

 

이상하게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를 먹어야지 하고 다른 식당들을 찾아봤지만

맘에 드는 곳은 이미 닫았거나 닫을 준비를 하고 있거나

아예 늦게 여는 곳 뿐이더라고요.

차라리 집에나 가자 생각하고 기차역으로 향했어요.

기차가 오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 지루해서

블루마운틴 트래킹 조난을 대비해 준비해왔던 비상식량인

너트바와 우유를 먹으면서 기차를 기다렸고

어김없이 정확한 시간에 도착한 기차를 타고

다시 시드니 시내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제가 생각했던 건

여행은 역시 돈이 있을 때가 아니라-물론, 돈이 없다면 못떠나겠지만ㅋ

다리에 힘이 있을 때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가고 싶은 곳을 원없이 걸어다녀도

아직은 별 무리 없는 제 두 다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고

시드니에서 남아있는 날동안

열심히 트래킹을 다녀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설마 이 긴 글을 여기까지 다 읽으셨다면ㅋ

감사의 의미로 제가 알뜰 팁 하나를 알려드릴게요.

시드니 오팔 카드를 이용해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

하루에 15$ 이상은 결제되지 않는다는 말이 실화더라고요.

예를 들어 카툼바까지 가는 교통비가 11$이라면 갈 때는 11$이 다 차감되지만

올 때는 4$만 결제된다는 거지요.

만약 같은 날짜에 또 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한다면 그건 다 0$

호주 대중교통 요금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장거리를 이용하거나 하루에 여러번 이용하는 경우라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요.

게다가 일요일엔 최대 결제 요금이 2.5$

그러니 알뜰 여행자라면 장거리 여행은 반드시 일요일에 하셔서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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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을 여행할 때

어떤 방법으로 식당을 찾으시나요?

국내에서야 뭐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제 경우는 해외에선 좀 어렵더라고요.

사실 외국에서 혼자 돌아다닌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라

두렵기도 했고

영어가 딸리는데다 울렁증까지 있어서

혼자서 식사 주문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블루마운틴에 트래킹을 갔던 이 날의 식당은

트립 어드바이저 평가를 토대로 결정했어요.

트립 어드바이저는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평가하는 거라서

우리 입맛과는 조금 안맞을 수 있도 있지만

블로거 맛집에 수없이 낚여본 저로서는

트립어드바이저가 그나마 믿을 만 하더라고요.

 

 

대중 교통을 이용해

블루마운틴 에코포인트나 시닉월드로 가려면 카툼바 역에서 내려서

버스로 갈아타야하는데요

역 주위에 식당이 제법 많아요.

정작 에코포인트 쪽에는 식당이 별로 없으니

이 쪽에서 식사하고 가는 것이 훨씬 낫고요.

울월스나 알디 같은 마트들도 있으니

필요한 물품도 이 근처에서 미리 구입하세요.

 

 

"트립 어드바이저" 평가를 기반으로

결정한 오늘의 식당은 <Yellow Deli>예요.  

카툼바 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면 갈 수 있는데다

에코포인트로 가는 686번 버스 정류장도 가까워 편리해요.

가까이서 보니 외관도 맘에 들었고

아침 시간인데도 손님들이 많아서 믿음이 가서

일단 들어가보기로 했어요.  

 

이 때가 시드니에 여행온 지 2주 정도 지났을 때인데

처음엔 좀 어색했던 커피 주문은

이 무렵엔 익숙해져서 별로 울렁증 없이 주문할 수 있었지만

식사는 이 날 처음 주문해보는 거라 그런지

좀 떨리더라고요.

게다가 입구에서 안내받을 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질문에 허를 찔려서 순간적으로 당황했지요.

아무래도 여기가 빵집이라 그런건지

여기서 먹을래, 가져갈래 그걸 묻더라고요.

헐~그런 건 내 예상 질문에 없었는데...ㅋ

하지만, 이내 진정하고 여기서 먹을거라고 말하니

앉을 자리를 정해 주었어요. 휴~ㅋㅋ

 

밖에서 보던 것보다 매장이 훨씬 넓어서

미니 2층도 있고 가게 안쪽으로 넓은 공간도 있었어요.

저는 다락방 느낌이 나는 아늑한 미니 2층으로 안내받았습니다.

 

가게 이름처럼 불빛이 노랑노랑해서

뭔가 80년대 경양식 집ㅋ 분위기인데도

촌스럽다기보다는 따뜻한 느낌.  

 

곧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는데

다행히 제가 영어 독해를 회화 보다는 잘 하는 편이라

-우리 세대의 비극이지요. 의사 소통을 위한 도구로서의 영어가 아니라 문법 위주의 시험 영어에 최적화된ㅠㅠ - 메뉴 선택에는 별 문제가 없었어요.

진작에 회화 중심의 실용 영어를 배웠어야 하는데

VOCABULARY 22000도 모자라 33000까지 외워가며

평생 한 번도 쓸 일 없는 단어와 문법만 주구장창 외워댔으니..쯧쯧  

 

 

메뉴판 내용은 VOCABULARY  500 정도만 외웠어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내용이었고요

트래킹을 위해 든든하게 먹어야 했기에

제일 비싼 버거와 롱블랙을 주문했어요.

 

 

버거는 내용물은 튼실했지만 제 입맛에 간이 조금 짰고

같이 나온 칩스는 바로 튀긴 포테이토 칩인데

바삭하고 신선해서 좋았어요.

하지만, 이 집에서 정말 맛있었던 건 롱블랙.

호주 커피 특유의 진한 맛이면서도 쓰지 않고 원두도 신선~

 

 

음식을 거의 다 먹을 무렵

식당 종업원이 저에게 다가와서는

이것 저것 묻더라고요.

이 때쯤 오늘 제가 혼자서 음식 주문을 했다는 뿌듯함을 만끽하고 있던 데다

들어올 때 종업원과 나눈 몇 마디 기본적인 대화로 인해

제 회화 능력에 대한 근자감이 하늘을 찌를 때라서 그런지

저 역시 울렁증 없이 그냥 영어가 나오더라고요.

어디서 왔냐,

언제 왔냐 얼마나 있냐 등등

여행용 영어 회화에서 한 번쯤 본 적있는 문장들이라

자연스럽게 모범 답안대로 대답했는데

갑자기 여기 음식이 어땠냐 하고 묻는데

어라, 이건 예상 질문에 없었는데....

그냥 좋았다고 하면 될껄

이미 터진 영어 방언은 어쩔 수가 없었어요. ㅠㅠ

이 집 맛있다는 소문듣고 왔는데 커피와 칩스는 정말 맛있었지만 버거는 좀 짰다했다니

미안하다고 말하는데 표정을 보니 당혹감이 보이더라고요.

아차차, 호주 사람들은 원래 겉으로는 친절하고 따뜻하지만

절대로 속마음을 말하지 않는다던 친구의 말이 생각나면서

아, 나 지금 뭐라고 했지 생각하며

내가 원래 짠 걸 안좋아한다. 하지만, 정말 맛있게 먹었다. 고맙다라고 덧붙이고 급 마무리.

역시 나이가 들수록 말을 줄여야...ㅠㅠ

어쨌든 그렇게 식사와 계산을 끝내고

뿌듯함 반, 찝찝함 반 그렇게 반반인 마음으로

본격적인 트래킹을 하기 위해 세자매봉으로 향했습니다. 

 

2018/04/25 - [여행,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호주 시드니 17'] - 길에서 길을 묻다 1-1 <블루마운틴>(세자매봉 에코포인트~루라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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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를 좋아하는 저는

이번 시드니 여행에서 정말 원없이 걸었어요.

시드니는 시티 지역만 제외하면

어디든 한적하고 녹지가 많아서

그냥 동네 골목만 걸어다녀도 공원을 걷는 것 같거든요.

 

처음엔 영어도 자신없고

혼자 다니는 게 무섭기도 해서

사람 많은 시내나 관광지 위주로 다녔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더라고요.

기왕에 여기까지 긴 여행을 왔으니

시드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시드니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누려보자 결심했지요.

그러면서 떠오른 게 바로 트래킹!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정글처럼 거대한 숲과 대자연의 위대함을 즐기기 위해서

저는 일단 블루마운틴에 가기로 했어요.

 

사실 블루마운틴은 2년전에도 다녀왔어요.

그 때는 수능 끝난 아이의 휴식을 위한 여행이라  

친구 차 타고 편하게 관광을 했었지요.

블루마운틴의 어마어마한 위용과

잘 닦인 트래킹 코스를 보면서

나중에 꼭 다시 와야지 했는데 의외로 기회가 빨리 온거죠.

 

그래서 트래킹 경로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블루 마운틴 자체가 워낙 큰 산이라 코스가 여러개 있더라고요.

그 중에서 제가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웬트워스 폭포쪽 코스였는데

경치는 좋지만 길이 좀 험한 편인데다 사람이 별로 없다길래 겁이 났어요.

마침 당시에 스페인에 놀러가있던 저희 아이가

자기는 혼자 여행 갔다가 여행 카페에서 동행을 구해

어디를 다녀왔다길래  

저도 여행 오기 전에 정보 얻으려 가입했던 호주 여행 카페에 들어가봤어요.

의외로 동행 구하는 글들이 많길래

저도 자신있게 글을 올렸지요.

제 글 밑에 어느 20대 여성분이 시내 관광 동행 구한다며 올린 글에는

무수한 댓글이 달리두만

제 글엔 아무런 응답이 없더라고요.

괜히 올렸다가 마음에 상처만~ㅎㅎ

그런데 그러고 나니까 오히려 오기가 생기는 거예요.

'좋아, 당당하게 혼자 다녀와서 여행 후기를 올려주겠어'하고 말이죠.

 

생각해보니 영어야 "파파고" 앱 있겠다 교통 정보야 "오팔 트래블" 앱 있겠다

못 갈 이유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출발했습니다.

단, 경로는 바꿨지요.

가뜩이나 사람이 없다는데 더군다나 평일에 혼자 가긴 좀 무섭더라고요.

이 때까지만 해도 아직 쫄보 근성을 못버렸을 때니까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블루마운틴 관광하러 많이들 가시는 시닉 월드가 있는

세자매봉쪽으로 방향을 잡고 드디어 출발!

굉장히 과감하고 용기있게 출발한 것처럼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사실은 가는 날 아침까지도 내가 정말 갈 수 있을까

가방을 들었다 놨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요.

 

 

그러면서 젊은 시절 한 때는 저의 좌우명이기도 했던

헤르만 헤세가 쓴 <데미안>의 명언을 떠올랐어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그냥 트래킹 한 번 떠나는 것 뿐인데

너무 비장한가요?ㅎㅎ

 

그리하여 아침 일찍 길을 나서는데

하늘엔 잔뜩 물기 머금은 먹구름이...

제가 있는 동안 11월 시드니의 날씨는 늘 그랬던 것 같아요.

하루에도 몇 번씩 개었다 흐렸다를 반복해서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어요.

블루 마운틴이 있는 카툼바 지역 날씨를 검색하니

다행히 비올 확률이 20%밖에 되지 않는다기에 일단은 출발 했지요.

 

카툼바역은 기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평일 기준으로 대체로 한 시간에 한 번 기차가 있어요.

"오팔 트래블"이라는 앱을 받으면

시드니 교통 카드인 오팔 카드로 여행 가능한

시드니 시내 기차나 교외선 기차, 페리, 버스 등 모든 교통수단 이용 경로와

출,도착 시각은 물론, 요금까지 미리 검색이 되어서 정말 편리해요.

제 경우는 센트럴 역에서 카툼바로 가는 기차를 타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

저는 8:18에 떠나는 카툼바행 기차를 타기 위해 센트럴 역으로 향했어요.

 

센트럴 역은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역.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시내 한 가운데인데다

출근 시간이라 정말 혼잡했지만,

서울 러시 아워에 비하면 이 정도쯤이야~

기차 출발 시간 10여분 전에 도착해서

대기중이던 기차에 올라 자리를 잡았어요.

카툼바 역까지는 2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창 밖 풍경도 보고 사람들 구경도 하다보니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여행은 역시 기차여행이 최고!!!

 

아침부터 서둘러 나오느라 식사도 거른데다

하루 종일 걸으려면 든든히 먹어야 할 것 같아

카툼바역 맛집을 알아본 후 결정한 오늘의 식당은

<Yellow Deli>

이 곳에 대한 소개는 여기에~

2018/04/26 - [여행,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호주 시드니 17'] - 길에서 길을 묻다 1-2 블루마운틴 카툼바 맛집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비가 오고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여서

은근히 걱정이 많았는데요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다행히 파란 하늘이었어요.

일단은 안심하고

세자매 에코 포인트로 가는 686번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갔지요.

이 버스의 배차간격은 30분이고요

10분 정도만 타고 가면 세자매 에코 포인트 바로 앞에 내려줘요.

 

 

내리자마자 바로 눈 앞에 이런 절경이 펼쳐졌어요.

산에 퍼져있는 푸른 기운이 느껴지나요?

블루 마운틴은 넓은 산악지대인데요

산맥의 대부분이 유칼리 나무로 이루어져 있대요.

이 나무에서 증발하는 유분때문에

멀리서 보면 파랗게 보여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그런 내막을 들은 적이 있어서 그런지 아님 진짜 그런지

산 전체에 살짝 푸른 빛의 뿌연 안개가 덮고 있는 듯한

신령스러운 기운이 감돌더라고요.

 

 

관광을 목적으로 오시는 분들은

대체로 여기에서 세자매 봉 관람을 마친 후 시닉월드로 갑니다.

시닉월드는  레일웨이, 케이블웨이, 스카이웨이, 워크 웨이로 이루어진

블루마운틴의 어트랙션이예요.

시간이 별로 없고 블루 마운틴의 핵심만 즐기고 싶으시면

시닉월드 입장권을 구입해서 이용하시면 편리해요.

 

오늘의 트래킹 코스 출발지는 에코포인트인데요

여기에도 트래킹 코스가 몇 개 있어요.

크게 보면 두 방향인데

저는 일단 에코포인트를 보고 밑으로 내려갔어요.

이 길을 쭉 따라가면 케이블카도 보이고

카툼바 폭포도 나오는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길도 잘 닦여있고

폭포까지 왕복 소요시간도 1시간 30분이 채 안걸리는데다

중간에 있는 가파른 계단 구간 하나를 제외하곤

대체로 평이한 코스라서 걷기 편해요.

 

 

격하고 힘들게 등산하지 않아도

곳곳에서 쉽게 이런 절경을 만날 수 있는 점 역시

이 곳만이 줄 수 있는 매력입니다.

 

 

길을 걷다보면 케이블카 탑승장도 있는데다

세 자매봉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멋진 코스예요.

 

 

걷다보니 아침에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날씨도 개였더라고요.

역시 갈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무조건 떠나고 보는게 정답이네요.

 

 

케이블카 탑승장을 지나 조금만 걸어내려오면 카툼바 cascdes와

작은 시냇물이 나와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길을 막아놓았길래

다시 처음 출발점인 에코포인트로 되돌아온 저는

바로 앞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들어가

트래킹 코스가 나온 지도 한 장을 얻고

엽서를 구입한 후 본격적인 트래킹을 시작했습니다.

 

 

이 날 제가 계획한 본격적인 트래킹 경로는

관광 안내소 뒷길에서 시작되는 길을 따라 걷다가

루라 마을로 나가 마을 구경을 마친 후

루라역에서 기차를 타고 시내로 돌아가는 것이었어요.

본다이 비치쪽에 갔을 때 우연히 알게된 한국 여성분의 경험담-

블루 마운틴 트래킹을 갔다가 길을 잃었는데

휴대폰이 안터져서 너무 무서웠고

다행히 자신은 어떻게 길을 찾아나왔지만

알고보니 그 날 이쪽에서 여행자 한 분이 실종되어서

경찰이 수색을 벌이고 있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조금 무섭긴 하더라고요.

게다가 조금 걷다보니 길이 세방향으로 갈리는데 이정표도 없고

아무도 보이지 않아 덜컥 겁이 났어요.

 

하지만 길 위에 서 있는 시간 동안 만큼은

제 인생에 후퇴란 없지요.

제 안에 숨어있던 "제 2의 나"가

"인생은 직진, 무조건 직진"을 외치며

쫄보인 저를 제 멋대로 끌고 가더라고요.

'에라 모르겠다'하고 본능과 직관에 충실해서 따라 갔지요.

 

반신반의하며 얼마간 걷다 보니 반대편에서 동양인 노부부가 걸어오는데

어찌나 반갑든지 휴~

이 길이 루라 마을 가는 길이 맞냐고 물어보니

맞긴한데 매우 멀다고 하시더라고요.

영어 발음이 한국 분 같아ㅋ

한국인이시냐 여쭤보니 맞다시면서

너무 먼데 괜찮겠냐고 걱정하시더라고요.

걷는 거 좋아하니 상관없다고 말씀 드리며

서로의 안전 여행을 기원하며 훈훈하게 헤어졌지요.

그 먼 타국에서 어쩌면 그렇게 딱 알맞은 자리에, 알맞은 시간에

그 분들을 만나게 되었는지 감사하고 신기했습니다.

 

 

길도 확인했겠다,

무조건 직진만 하면되니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어야하는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외딴 길에서 지금처럼 남녀 두 분 혹은 여자 분들을 만나는 건 반갑기도 하고

안심도 되지만 간혹 혼자 혹은 남자분들끼리 오신 분들을 딱 마주치면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벌렁벌렁.

이 날 역시 그 가파른 길을 달려오는 남성 분과 마주치고 식겁했는데요

제가 놀란 티를 너무 냈는지

여러번 "I'm sorry"하며 뛰어가시더라고요.

사실 그 분은 잘못이 없지요.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남성 분들에 대해

잠재적인 범죄자-죄송합니다-라고 생각하는 제가 문제인거지요.

아예 길을 나서지 않는다면 모를까

어차피 혼자 길을 걷기로 했다면 이겨내야할 두려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간혹 들려오는 잔인한 범죄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되기도 하지요.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혼자 걷기를 좋아하는 저같은 사람에겐 늘 딜레마죠.

 

 

아무튼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

때론 정글 같은,

떼론 습지같은 길들을 걷다보니

어느새 루라 cascades에 도착했는데요

여기서 길이 다시 두 갈래로 나눠지더라고요.

 

오른쪽으로 가면 고든 폭포

위쪽으로 계속 가면 피크닉 장소라고 되어있는데

목적지가 루라 마을인 저는 피크닉 장소쪽으로 나갔어요.

 

정글 속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빠져 나오니 한가한 주택가.

하여간 호주라는 나라는 정말 신기해요.

어쩜 이렇게 자연과 가까이 있고 한적할까요?

그 한적함이 너무 좋아서

저는 버스 정류장을 지나쳐서 루라마을까지 계속 걸어갔어요.

루라마을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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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하버 브리지를 건널 때마다

제 눈을 즐겁게 해주던 곳이 있는데요

그 곳이 바로 시드니의 유일한 놀이 공원 <루나 파크>예요.

입구에 세워진 캐릭터가

밤마다 형형색색 조명으로 환하게 밝혀지는데

조금 엽기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ㅋ

멋진 야경을 자랑하지요.

 

 

시드니에 사는 친구 말로는

놀이 기구나 시설물들이 오래된 데다

종류도 많지 않아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고 해요.

애초에 놀이 공원에는 관심 조차 없었지만

이 쪽에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웬디의 비밀 정원>(Wendy's secret garden)때문이에요.

 

 

<웬디의 비밀 정원>은 사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예요.

현지인인 제 친구 조차 처음 들어봤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호주 관광청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이 곳에 얽힌 사연을 알게된 후

꼭 가고 싶었어요.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사연이 숨어있는 정원이었으니까요

 

 

이 곳은 원래 쓰레기 더미로 가득한 버려진 땅이었는데요

Wendy Whiteley라는 분에 의해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으로 재탄생했다고 해요.

그녀의 남편은 Brett Whiteley라는 유명한 화가인데

시드니 하버가 바라다보이는 이 곳,

라벤더 베이에 있는 그들의 집에서 20년간 함께 살다가

1992년에 사망했대요.

남편이 죽고 슬픔 속에 빠져있던 그녀는

집 앞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 땅들을 가꾸기 시작했다는데

2001년에는 딸 Arkie를 잃고 더욱 큰 슬픔에 빠졌지만 

정원을 가꾸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고해요.  

 

 

웬디의 정원에 얽힌 사연들을 알고 나니  

그 곳에 심어진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도

무심하게 바라봐지지 않더라고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아무런 생의 의미도 찾을 수 없는 그 순간에

그녀를 지탱해주었을 유일한 삶의 끈.

그녀가 심은 풀 한포기, 꽃 한송이에 담겨있을 그녀의 슬픔과 그리움에 대해,

한 순간에 쓰나미처럼 다가오는 운명의 잔인함에 대해,

그것을 견뎌내는 방식에 대해,

그리고 비록 존재의 방식이 달라지고 기나긴 세월 동안 만날 수 없다고 해도

결코 끝나지 않는 사랑의 영원성에 대해 생각하면서

오래오래 정원을 거닐 었습니다.

 

 

<웬디의 비밀 정원>에서 내려오니

하버브리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산책길이 이어져있었어요.  

항구 도시 시드니에는

우리가 자동차 소유하듯 보트를 소유한 사람들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곳곳에 선착장들도 있고

개인 소유의 배들이 정박해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산책로를 쭉 따라걸으면

루나파크 뒷편으로 이어지는데요

야경 보러 이 쪽에도 많이 오시더라고요.

밤에 보는 풍경이 예쁘긴 하죠.

 

여기서 좀 더 걸어올라가면 밀슨스 포인트라는 역이 있어요.

걷기 좋아하시면

그 역 뒷편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 하버 브리지를 걸어서 건너는 것도 추천합니다.

30분이 채 안걸리기 때문에 걸을만하고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보는 오페라 하우스도 멋지거든요.

 

경로를 정리하자면

밀슨스 포인트 역에서 내려 <웬디의 비밀정원>(라벤다 베이)에 갔다가

산책로를 따라 <루나파크>까지

<루나 파크>에서  <밀슨스 포인트> 역으로 가거나

<루나파크> 바로 앞에 있는 와프에서

시내 쪽으로 배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항구도시 시드니가 아니면 하기 힘든 신선한 체험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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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 제 아무리 멋진 공원이 많고

야경이 좋다고 해도

비가 많이 오면 아무 소용이 없겠지요?

그렇다고 힘들게 시간 내서 멀리까지 여행 왔는데

호텔에서만 보낼 수도 없고요.

그런 날을 위해 <뉴사우스 웨일즈 주립 미술관>을 아껴두었던 저는

기다려도 좀처럼 비가 오지 않기에

화창한 12월의 어느 날엔가 이 곳을 찾았습니다.

 

 

미술관이라서인지 건물 외관부터가 예술적이더라고요.

평소에 미술관을 즐겨 찾는 편이 아닌 저로서는

모처럼, 더군다나 시드니에서 미술관을 오니

감회가 새로웠어요. ^^

 

 

안내문에 나와있는 것처럼

매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열지만

특별히 수요일엔 밤 10시까지 오픈한다고 해요.

낮에 시간 내기 힘든 사람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좋아보이네요.  

 

호주는 역사가 매우 짧은 나라라서 그런지

주립 미술관임에도 불구하고

소장품이 그다지 많지 않았고

자국의 예술품 외에도

유럽, 아시아 회화 작품들을 많이 전시하고 있었어요.

피카소와 모네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어서 놀랍고 반가웠지요.

 

작품 촬영이 금지되어있었기에

사진은 찍을 수 없었는데

호주 원주민들인 앱오리진들의 공예품이나 그림들도 전시되어 있었어요.  

이제껏 본 적없는

독특하고 개성이 강한 작품이 많았어요.

 

그림을 보고있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제가 보고있는 그림 주위로 다가왔고

그 중 한 분이 그림에 대해 설명해 주시더라고요.

알고보니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작품을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시작 10분전쯤에만 가면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해요.

마침 그 시간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설명해주는 시간이라

저도 은근슬쩍 끼어들어 따라다녔지요.

다행히 아주 쉬운 영어로 설명해주셔서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는데

작품을 스치고 지나면서 대충 보는 게 아니라  

꼼꼼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미술관에 가실 분은 입구에서 반드시 해설 프로그램과 시간표 확인하시고

신청해서 들어보세요.

 

이 날 전시회를 보면서 인상깊었던 점이 하나 있어요.

6-7살 정도된 유치원생 꼬마들을 선생님이 인솔하고 다니시면서

미술 작품을 보여주시는데

교사는 아이들에게 계속 질문만 던지시더라고요.

이건 뭘 닮았니? 왜 이런 색깔과 모양으로 그렸을까?

이걸 보니까 어떤 생각이 드니?

뭐 이런 식으로 계속 화두를 던지시고

아이들은 떠오르는 대로 대답을 하는 건데요

정답을 맞혀야 한다는 부담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기 생각을 말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천진난만하고 자유로워 보였지만

어떤 대답에도 귀기울여 진지하게 들어주고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교사의 모습도 인상적이더라고요.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도록 격려해주는 것,

그게 진짜 교육이지요.

 

미술관 1층에는 기념품 샵도 있고

지하로 내려가면 꽤 넓은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는데

사람들이 제법 많았어요.

야외에도 테이블이 있으니 화창한 날 미술관에서 차 한 잔 마시는 것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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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가본 적 없거나

관심이 없더라도

<오페라 하우스> 만큼은 다들 알고 있을 만큼

<오페라 하우스>는 시드니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이지요.

마치 파리의 에펠탑이 그런 것처럼.

 

 

오페라 하우스의 디자인은

바람이 가득 찬 돛대의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해요.

공모전을 통해 덴마크 사람 욤 우촌의 작품이 최종 선발되었는데  

건축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호주 정부에서 복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대요.

 

<오페라 하우스>의 위치가

제가 자주 가던 써큘라 퀴 역이나 <로얄 보타닉 가든>에서 가까워

저는 시드니에 있는 동안 이 앞을 수없이 지나다녔는데요

 

 

저는 이 건물을 보면서

건축은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주위 환경과의 조화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 아무리 <오페라 하우스>의 디자인이 멋지다해도

그것을 다른 도시로 옮기거나

다른 곳에 똑같이 짓는다고 해도 그 곳에선 절대로 이런 분위기가 나올 수 없겠죠.

 

 

푸른 바다와 하늘, 그리고 시드니의 또다른 상징인 하버브리지를 배경으로 하는

지금의 자리야말로 오페라 하우스가 있어야할 유일한 자리인 셈이죠.

파리의 에펠탑이 그 자체로는 흉칙한 철골 구조물이지만

높은 건물이 없는데다 고풍스러운 도시 파리에 놓여있기때문에

멋져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오페라 하우스를 감상하는 방법은 대체로 세가지예요.

첫번째 방법은

건물엔 들어가지 않고 그 주위를 산책하며 가까이에서 보거나

혹은 써큘라 퀴 와프에서 배를 타고 나가서  

오페라 하우스 건물을 감상하는 거예요.

하지만 가까이에서 본 오페라 하우스는

생각만큼 예쁘지 않더라고요.

건물 색도 흰 색이 아니라 아이보리고

지붕도 그냥 매끈한 게 아니라 타일로 되어있어서

조금 덜 깔끔해보이는 느낌이고요~

저 개인적으로는 배를 타고 나가서 여러 방향에서 본 오페라 하우스 모습이

훨씬 더 그림같았어요.

 

 

 

두번째 방법은 오페라 하우스에서 진행하는 투어에 참여하는 거예요.

이 경우 투어 종류에 따라서 비용과 시간이 달라지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 나와있어요.

한국어로 진행되는 투어도 있다고 해요.

마지막 방법은 오페라 하우스 본연의 목적에 충실해

오페라나 콘서트 등의 공연을 보는 것입니다.

선택은 개인의 취향과 상황에 맞게 하시고요

 

어느 경우를 선택한다고 해도

충분한 만족을 줄 만큼

<오페라 하우스>는 멋진 곳임을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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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영연방에 속하기 때문에

영국과 사회, 문화적으로 유사점이 참 많아요.

표면적으로 느낀 가장 큰 공통점은

두 나라에 같은 지명이나 장소가 많다는 사실인데요

시드니에 있는 <하이드 파크> 역시

런던 <하이드 파크>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공원이라고 해요.

 

 

고층 빌딩들로 둘러싸인 도심 한 가운데에

푸른 잔디밭과 산책로 그리고 멋진 분수가 함께 있어

시드니 시민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어요.

 

 

가끔 시내에 나갔다가

아무 카페에서나 롱블랙 하나를 테이크 아웃해

하이드 파크의 잔디밭이나 벤치에 앉아 마시면서

시드니 현지인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일도 재미있더라고요.

 

사회적 환경이나 분위기는 다르지만

사람들 사는 모습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면서

안스러움이나 친밀감 같은 것들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아 참, 이 뒷쪽에 시드니 타워가 위치해있는데요

시드니 타워에서 내려다 보는 시내 전망도 멋지겠지만

이 곳에서 시드니 타워를 올려다 보는 전망?도 나쁘지 않았어요.

 

저는 원래부터도 산책을 좋아하지만

여행 중에는 특히 숙소나 여행지 근처 공원은 꼭 가봐요.

공원에서 마주치는 현지인들의 일상을 보면

내가 여행자라는 실감이 나서 좋고

또 집에 돌아가면 내게도 저런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뭔지모를 안정감이 느껴져요.

참 이상하지요?

벗어나고 싶었던 일상이

어느 순간 그리워지기도 하니 말이예요.

 

뉴사우스웨일스 도서관이나 미술관, 세인트 메리스 대성당, 시드니 타워 등

시드니 시내 관광 명소에서 멀지 않으니

지나가는 길에 공원 벤치에 앉아 잠시라도 쉬었다 가 보세요.

잠시 마음에 쉼표를 찍고 쉴 수 있는 여유

또한 여행이 주는 선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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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5년에 설립된 <시드니 천문대>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라고 하는데요

관광객들 사이에서 이 곳이 유명한 진짜 이유는

천문대 앞쪽에 펼쳐진 넓다란 잔디밭과

그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때문이에요.

 

천문대 입구에 들어서면  

눈 앞에 바로 이렇게 천문대 건물이 보여요.

 

 

천문대에 가본 적이 없는 저는

굉장히 거대하고 높은 건물을 상상했는데

의외로  빈약해? 보이는 외관에 조금 실망했어요.

내부에는 들어가보지 않았으니 시설은 잘 모르지만요.

천문대 외부를 크게 한 바퀴 돌아

뒷 쪽으로 나가면

이렇게 넓다란 잔디밭이 펼쳐집니다.

 

 

이 곳엔 앉아서 편히 쉴 수 있는 벤치들도

여기저기 놓여있었지만 벤치는 비어있고

잔디밭에 앉거나 누워 계신 분들이 간혹 눈에 띄더라고요.

 

우리나라 공원 잔디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문을

시드니에서는 본 적이 없어요.

어느 공원을 가나

잔디 위에 눕거나 앉아서

자유롭고 편안하게 쉬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요

그게 참 부러웠어요.

그러면서도 잔디 위에 눕는 건 뭔지 모르게 어색해서 해보지는 못했네요. ㅎㅎ

 

 

평일 오후라서 그런지

제가 갔을 때 이 곳은 무척이나 한산했는데요

그 고즈넉함이 무척 편안하게 느껴지면서

'책 한 권 들고 올껄'' 아쉽더라고요~

 

그 아쉬움을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들이

대신 달래주었는데요

 

 

그늘에 앉아 언덕 위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이런 풍경을 바라보노라니

꽉 막혀있던 가슴 속이 뻥 뚫리는 듯한

상쾌한 느낌이었어요.

 

 

시드니에는 워낙 전망 좋은 곳들이 많으니

이 곳에서 바라본 전망이 최고였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살랑 살랑 내 영혼을 어루만지듯

나뭇잎 사이로 불어오던

부드럽고 상쾌한 바람의 느낌 만큼은

여전히 생생하네요.

 

 

혹시라도 시드니 천문대에

방문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정보를 드리자면

천문대의 운영 시간은 10:00-17:00고요

전시 뿐만 아니라 투어에도 참가할 수 있다고 해요.

투어 시간은 대략 2시간 정도인데,

천체와 별, 행성에 대한 설명과 3D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하니

우주에 관심이 있으신 분에게는 유익한 시간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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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메리스 대성당>은

시드니 시민들의 휴식처인 <하이드 파크>와

큰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어요.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성당 건물의 아름다움과 경건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저는

시드니에 있을 때 이 곳에 여러 번 들렀습니다.

 

 

평일의 성당 내부는 무척 고요했어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신과 대화를 나누며 기도하시는 분들을 위해

방해하지 않는 게 예의지요.

 

조용히 성당을 한 바퀴 돌아보고

저도 구석 자리에 앉아 두 손을 모았어요.

교회도 다니지 않고

성경도 마음 내키는 날 몇 장 읽는 게 전부에

기도도 좀처럼 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하나님과 예수님을 믿는다고 말하는 모순덩어리지만

여기 앉아 있으니 저 자신이 한없이 낮아지더라고요.  

평소에 신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의혹이나 불신, 원망들이 잠시 물러나고

그 자리에 간절한 바람과 반성의 말들이 들어섭니다.

 

 

인간인 저로선 결코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들에 대해 

그 분께 묻고

또 간절히 기도 하다보면

제 영혼이 많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깨달았어요.

결국 좋은 믿음이란

내가 바라는 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를 신에게 일방적으로 "비는" 것이 아니라

비록 나에게 주어진 신의 선물이 고통일지라도,

그 고통에 대해 "왜 하필""왜 나만"이라는 원망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더라도

그것 역시 이미 예정되어있던 신의 거대한 계획중 일부임을 믿는 것이라는 사실이요.

그러니 기도의 내용 역시

꽃길만 걷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간청하는 것일 수 밖에 없음을...

믿음이 약한 저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죠.

받아들이기 힘든 역설이고요.

해답은 각자 가진 믿음의 분량 만큼 찾아내시고요

어쨌든 제게 이 곳은 하나님과 그런 저런 대화를 나누기에

정말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만약 12월에 시드니 여행을 가실 분이라면 

밤마다 상영?되는 세인트 메리 성당의 레이저 쇼도 절대 놓치지 마세요.

제가 다녀온 2017년에는 12월 6일부터 크리스마스 때까지

매일 밤 레이저 쇼가 있었는데 날짜는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해마다 상영된다고 해요.

저는 12월 23일에 갔는데

인파가 엄청나긴 하지만 건물 자체에 레이저를 쏴서 보여주는 거라

관람에는 큰 지장없어요.

 

 

천주교 신자라면 미사에 참여하시는 것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으실 것 같고요

성당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싶으신 분께는

가이드 투어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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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마트료시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