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금부터 시작 ::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해외)' 카테고리의 글 목록 (16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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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하우스와 더불어

시드니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하버브리지.

둥글게 굽은 아치가 꼭 옷걸이 같다고 해서

낡은 옷걸이(Old Coathanger)라고도 한대요.

기차를 타고 시드니 시티 구역으로 들어가려면

하버브리지를 건너야하기 때문에

저는 시드니에 있는 동안 수없이 이 다리를 건너 다녔습니다.

 

 

그런데 기차를 타고 가면서 보니

기차가 다니는 길 옆에 자동차 도로는 물론, 자전거 도로와 인도까지 있더라고요.

나도 한 번쯤은 하버브릿지를 걸어서 건너야지 생각만 하다가

12월초 어느 날

Milson's Point역에서 내려 이 다리를 걸어서 건넜어요.  

 

 

다리를 건너는데 30분도 채 안걸렸는데요

다리 위라 위험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올라가지 못하게 철망이 세워져 있고

중간 중간 안전요원 같은 분들이 지키고 서 계시더라고요.

관광객들은 물론

조깅 혹은 출퇴근 하는 현지인들 등

걸어서 이 다리를 건너시는 분들이 꽤 많아서 놀랐어요.

 

 

저처럼 걷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정말 짜릿한 스릴을 즐기고 싶다면

브리지 클라임(Bridge Climb)에 도전해보세요.

브리지 클라임은 시드니항을 가장 아름답게 보는 방법으로도 알려져있는데요

총 거리가 무려 1.5km로

하버 브리지의 최고 지점까지 오르는 것이라고 해요.

안전 교육과 음주 테스트 등 사전교육을 받은 후

특수한 옷과 장비를 착용해야만 오를 수 있어요.

성수기와 비수기, 주말과 주중 요금이 제각각 다른데

비용은 성인 1인 기준 최소 20만원 이상입니다.

저는 수억을 준다고 해도-설마?ㅋ-

그렇게 심장이 벌렁거리는 모험은 절대로 하고싶지 않지만

직접 해보면 무한한 성취감과 평생 잊지못할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제가 트래킹 갔다가 우연히 알게된 캐나다 여성 분도

시드니에서의 일정 중에 이걸 예약했는데

최고의 경험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가 크시더라고요.

쫄보인 저로선 도저히 공감하기 어려웠지만

각자의 기호가 이렇게 제각각 다르니

어쩌면 세상은 더 조화롭게 돌아가는 것이겠지요.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것으로

다양성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 ㅎㅎ

 

그런 의미에서

걷는 것도 오르는 것도 절대 원하지 않는다

하시는 분들께는

편안하고 조용하게 하버 브릿지의 자태를 감상하기 좋은

포인트를 몇 곳 추천해드릴게요.

사실 하버브릿지 자체가 워낙 크고 긴 다리이기때문에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전체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기엔 더 좋습니다.

제 경험을 떠올려보면

써큘라 퀴 와프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서

또는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다리를 바라본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고요

시드니 천문대에서 내려다 본 모습도 운치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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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시내에서도 

핵심적인 중심지라 할 수 있는 타운홀 역 주변에는

볼 꺼리와 먹을 꺼리가 넘쳐나요.

시드니에서 유명한 카페를 비롯한

핫 플레이스들이 다 이 주변에 모여있습니다.

 

 

타운홀 역 지하는 거미줄처럼 얽혀있어서

수 많은 쇼핑몰과 번화한 거리로 이어지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여기

퀸 빅토리아 빌딩(QVB)이예요.

 

 

이 건물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명령으로

1898년에 오픈했다고 하니

무려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네요.

이 곳이 유명한 이유는 바로 건물의 아름다움때문인데요

프랑스 디자이너인 피에르 가르댕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쇼핑센터라고

극찬했대요.

 

 

쇼핑 센터를 별로 가본 적 없는 저로선

그 말이 사실인지 입증할 수 없지만

궁전같은 웅장함과 화려하고 정교한 내부 장식들은

확실히 놀랄 만큼 아름답더라고요.

 

 

게다가 제가 갔을 때가 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내부 장식이 더욱 화려했는데요

 

 

특히 그라운드 층에서 3층까지 이어져있던 거대한 이 트리는

모두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탈 제품들로 장식되었다고 해요.

화려한 불빛 아래서 영롱한 빛을 발하던 크리스탈이

그야말로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웠어요.

 

크리스마스 때가 아니라도 항상 볼 수 있는

이 곳의 유명한 볼꺼리는 이 시계탑이예요.

 

 

퀸빅토리아 빌딩 한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매달려있지요.

정각마다 음악이 나오면서 인형들이 보이는 가운데 부분이 돌아가면서

몇 장면을 보여줘요.

내용은 영국 아서왕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QVB에는

고급 의류나 악세사리, 아동복, 기념품 매장에서부터

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어요

호주의 물가 특히 공산품이나 문구류는 우리나라 보다 훨씬 비싸기때문에

쇼핑하기에 좋은 곳은 아니라고 해요.

저 역시 건강 식품 몇 종류와 기념품 외에는

별로 살만한 물건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살림에 관심 많으신 분이라면

이 건물 지하에 있는

빅토리아의 부엌(Victoria's Kitchen)에 들러보세요.

호주에 사는 제 친구가 쉐프라서 그릇에 관심이 워낙 많아

저도 여기를 따라갔었는데요

재미있는 아이디어 상품도 많고 간혹 세일도 많이 하더라고요.

 

이상 쇼핑 정보 보다는 이야깃 거리가 더 많은

퀸빅토리아빌딩에 관한 포스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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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목적없이 시드니 시내를 설렁 설렁 걸어다니던 제 눈을

번쩍! 뜨이게 한 건물이 하나 있었어요.

장엄하고 멋진 외관에 반해

도대체 뭐 하는 곳일까 궁금해서 달려가봤어요.

 

 

그 건물이 바로 여기,

뉴사우스웨일스(NSW) 주립 도서관이예요.

뉴사우스웨일스는 호주 남동부에 있는 주로

시드니가 주도(主都)고요

이 도서관은 말하자면 주립 도서관인거죠.

 

겉에서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안에 들어가보니 규모가 상당히 크더라고요.

지상에서 보면 도서관 건물이 2개로 나뉘어져있지만

지하 통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른 한 건물은 이렇게 생겼어요.

 

 

뭔가 위압감을 주는 궁전 같은 분위기에

드나드는 사람도 보이지 않고

혹시 누가 잡으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도서관으로 들어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입구에서 어떤 여자 분이 말을 걸더라고요.

다행히 왕초보 영어 회화 1장에 나올 법한 "뭘 도와줄까?"를 묻는 내용이었고요

그냥 구경하러 왔다고 말한 후 괜히 어색해

혹시 한국어 책이 있냐고 물었는데

대답이 엄청 길더라고요~

역시나 침묵이 어색할 땐 잠깐 견디는 게 낫지

그걸 못참고 한마디 덧붙이면 꼭 이런 불상사가~ㅠㅠ

 

 

알아듣기 힘든 긴 설명이 이어졌지만

제 귀에 들어온 몇 개의 단어를 토대로 제 마음대로 유추한 내용은

"한국 책이 있긴 한데 서고에 있어서

니가 보려면 신청해야 한다" 뭐 그런 뜻이 아니었나 싶어요.-아님 말고~ㅎㅎ

호의가 담긴 그 분의 기나긴 설명에 비해 너무나 짧은 대답

"고맙지만 됐다" 라고 말한 후

또 말 걸까봐^^ 도망치듯 도서관 실내로 들어갔어요.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엄청나게 높은, 탁트인 천장과

방대한 규모의 서가.

그 속에 파묻혀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기왕에 도서관에 왔으니

하다못해 신문이나 잡지라도 한 번 펼쳐봐야 하나하며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지만...

괜히 또 기웃거리다가 누군가 내게 뭔가를 물어온다면

내 오랜 지병인 영어울렁증이 도지게 될까봐

얼른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들어섰지요.

 

계단을 내려가 통로를 지나니

신기하게도 또다른 도서관 건물과 연결되어 있었어요.

그 곳에는 인터넷도 사용 할 수 있고

앉아서 책도 읽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나타났는데

다시 1층으로 올라가니 갤러리와 기념품 샵, 카페가 있더라고요.

 

 

예쁜 엽서나 아트 문구 같은 것들도 있고

책도 있어서

두리번 거리며 아이 쇼핑을 하다가

불현듯 떠오른 오래된 버킷 리스트 하나.

여행지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나 엽서 쓰기.

그래서 예쁜 엽서 몇 장을 골라

기념품 샵 옆에 바로 붙어있는 카페로 갔어요.

 

 

여행용 왕초보 회화 2장쯤에 나올 법한

"음식 주문하기"용 기본 회화와 손짓을 이용해ㅋ

롱블랙과 타르트를 주문하고 구석 자리로 가서 자리를 잡았지요. 

쉬지않고 걸어다니다 모처럼 이렇게 조용한 공간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이런 저런 글들을 써내려 가다보니

그들과 저 사이에 놓인 광활한 거리가 갑자기 좁혀들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고요.

내친 김에 모처럼 밀린 일기도 쓰고

그렇게 한참 동안 그 곳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도서관 혹은 도서관의 분위기와 책 향기를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꼭 이 곳에 들러보세요.

도서관 구경을 마친 후에는 카페에 들러

진한 롱블랙 혹은 호주에서 유명한 플랫 화이트도  한 잔 하시고

기념품 쇼핑을 하거나

엽서 한 장에 그리운 마음을 담는 시간을 가지면 더 좋겠지요.  

비록 그 엽서나 편지의 수신인이

물리적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해도

그 애틋한 그리움 만큼은 꼭 닿을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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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드니 여행을 한 시기는 호주에서는 여름인

11월에서 12월말 까지라 해가 정말 길었어요.

시드니에 야경 예쁜 곳이 많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있었지만 

7시가 훨씬 넘어서야 해가 지니

늦은 시각까지 혼자 돌아다니기가 처음엔 조금 무섭더라고요.

저는 원래 연약한 쫄보 아줌마거든요.ㅋㅋ

하지만, 시드니 생활에 점차 적응이 되고

그 곳 역시 사람사는 세상이라

기본적인 것들만 조심하면 별 문제 없겠다 싶어

혼자 <달링 하버>로 야경을 보러갔지요.

 

<달링 하버>는 보행자 전용 지역이라

자동차 신경 안쓰고 마음껏 걸을 수 있어요.

여러 크루즈들의 출발지이기도 하고

레스토랑과 펍, 카페, 쇼핑 센터 등은 물론

시드니 아쿠아리움, 해양 박물관, 영화관, 마담 투소 같은

시드니의 유명 관광지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볼 것도 할 것도 다양하고요.

 

시드니에 머무는 동안 여러 번 <달링 하버>에 갔지만

야경을 보기 위해 작정하고 찾은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어요.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이런 멋진 옷을 입고 캐롤 공연을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귀도 즐겁고 눈도 즐거웠지요.

 

 

아직 해는 내려갈 생각도 하지않기에

달링 하버 주변을 내키는대로 걸어다니며

사람들을 구경했어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그런지

이 일대 레스토랑이나 펍에서 단체 파티하는 현지인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여기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선착장에도 줄이 꽤 길게 늘어섰는데

현란한 코스프레 복장과 화려한 파티복을 입고

크리스마스 악세사리로 치장한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좀처럼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경쾌하고 발랄한 모습들을 보고있자니

제 마음도 10년쯤 젊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나중에 친구에게 들은 얘긴데

호주에서는 크리스마스 휴가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걸 당연시하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모임들은 이렇게 미리 한다고 해요.

 

우리나라 연말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구나 생각한 게

흥청망청 술 마시고 노는 분위기가 아니라

함께 춤도 추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모두가 즐기고 있구나 라는 느낌이 확 오더라고요.

회식 보다는 파티 느낌?

하기야 뭐 서로 워낙 다른 문화니까요. ㅎㅎ

 

 

기다려도 기다려도 해는 지지 않고 다리는 아프고 해서

달링 하버 근처 계단에 앉아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어요.

 

 

저는 해질 무렵 딱 이 시간에

물 위에 비친 그림자를 바라보는 걸 무척 좋아해요.

그냥 실체를 보면 선명하지만

물 위에 비친 그림자 세상은 흐릿한 것 처럼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결국은 우리가 가야할 그 세상의 그림자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면

위로가 되더라고요.

지금은 모든 것이 희미해서 우리는 다만 윤곽만 짐작할 뿐이지만

그 곳에서는 모든 것들이 선명해지지않을까 그런 기대감도 갖게 되고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가 느껴집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안달하지 않아도

낮이 가면 당연히 어둠이 밀려오듯이,

어둠이 지나면 다시 밝은 빛이 찾아오듯이

그 모든 것들이 선명하게 이해가 되는 날들이 오겠지요.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다시 걷다보니

어느새 주위에 이런 풍경이~

정말 깜짝 놀랐어요.

분명히 낮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치 타임리프처럼 순간적으로 시간을 넘어선 느낌?

더군다나 동화 속처럼 아름다운 형형색색 불빛들이

어두운 밤을 이렇게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다니 말이죠.  

 

 

시드니에서 아름다운 야경을 보고싶은 분들은

오페라 하우스 쪽이나 시드니 타워도 좋지만

달링 하버에 꼭 가보세요.

시드니의 남대문 시장 격인 패디스 마켓이나 차이나 타운도 가까워서

쇼핑하기에도 좋아요.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달링 하버 주변 레스토랑이나 펍에서

가볍게 한 잔 하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많은 레스토랑에서 점심 특선 메뉴나

해피아워(오후4-5시부터 2시간 정도)를 운영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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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기대와 설레임 속에서 시작된 여행이라 해도

길어지면 일상이 될 수 밖에 없지요.

하루하루의 삶이 다 그러하듯

여행자의 일상 역시

어떤 날은 별 이유없이 아침부터 콧노래가 나오기도 하지만

또 어떤 날은 젖은 솜처럼 한없이 몸과 마음이 가라앉는

그런 날들도 생기더라고요.

 

햇살이 아프도록 따가운 날에는

비가 끝도 없이 쏟아지는 날에는

휘날리는 깃발처럼 기쁜 날에는

떠나가는 기차처럼 서글픈 날에는

난 거기엘 가지

파란 하늘이 열린 곳

태양이 기우는 저 언덕 너머로

난 거기엘 가지

초록색 웃음을 찾아

내 가슴 속까지 깨끗한 바람이 불게

                                            -"그런 날에는" 작사, 조동익

 

바로 이 노래 가사처럼  

제가 시드니에서 보낸 날들 중 이런 저런 "그런 날"이면

제 발걸음이 향하던 곳이 바로 여기,

<로얄 보타닉 가든>이에요.

 

 

명칭 그대로 호주의 국립 식물원이고요

<하이드 파크>와 더불어 시드니의 허파로 불리울 만큼

넓은 녹지와 다양한 식물들이 있는 곳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곳의 가장 큰 장점은

입장료가 무료^^라는 사실과

오페라 하우스 바로 앞에 있어 찾아가기 쉽고

다양한 꽃과 나무들은 물론, 드넓은 잔디밭과

바다까지 볼 수 있는 멋진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지요.

 

저는 시드니에 11월부터 12월말까지 머물렀는데

이 때가 시드니는 여름이었어요.

기온이 높은 날은 낮에 무려 38도까지 올라가더라고요.

하지만 시드니는 여름에도 건조한 편이라

나무 그늘 밑으로만 들어가면 크게 덥지 않더라고요.

시드니에서 정말 무서운 건 더위가 아니라 자외선입니다.

세계 피부암 발병률 1위라는 통계가 말해주듯

시드니의 자외선은 정말 강렬해서

초등학생들은

모자를 안쓰면 체육 수업도 받을 수 없다고 해요.

여행하시는 분들도 이 점 명심하셔서

선글라스와 모자, 자외선 차단제 꼭 챙겨가세요.

 

 

로얄 보타닉 가든은 입구가 여러 개라서

가는 경로가 다양하지만

저는 오페라 하우스 앞을 지나 가는 길을 좋아해요.

정면으로 이렇게 하버브릿지도 볼 수 있고

바로 앞에는 멋진 분수도 있거든요.

 

 

시드니에 있는 동안 여러번 갔지만

크리스마스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던 이 날의 로얄 보타닉 가든이

많이 기억나네요.

이 날은 아침부터 잔뜩 흐려서 비가 올 듯 말 듯 했는데

그래서 오히려 산책하기엔 더 좋았어요.

게다가 공원 바로 앞에서

산타 할아버지가 지나가던 아이들과 사진도 찍고 사탕도 하나씩 나눠 주길래

한참 구경했었거든요.

 

 

산타 옆에는 이렇게 귀여운 엘프 아가씨가 열심히 비눗방울도 불고있었고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확실히 이국적이죠?

 

 

로얄 보타닉 가든은 갈 때마다

다양한 종류의 꽃들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우리 나라에서 본 적 없는 생소한 꽃들은 신선해서 좋았고

우리 나라에도 있는 친숙한 꽃들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갑더라고요

 

 

시드니에서 제가 정말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나무예요.

우리 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정글에서나 자랄 것 같은 교목들을

공원은 물론 주택가 한 가운데서도 쉽게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시드니에서는 어딜가든 자연 한 가운데 들어와 있는 느낌이지요.  

 

로얄 보타닉 가든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은 바로 여기,

공원 한 켠에 있는 기념품점인데요

가격은 좀 비쌌지만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예쁜 엽서와 카드는 물론,

식물원다운 자연친화적인 상품들,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기념품들이 가득했어요.

 

 

로얄 보타닉 가든은 이렇게

고층 빌딩들로 둘러싸여있어서 그야말로 도심 속 오아시스 같아요. 

 

 

점심 시간이면

샌드위치를 싸들고 공원 벤치나 잔디밭 위에서

자유롭게 식사와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먹고 사는 일의 고단함이야 그들이라고 다를 바 없겠지만  

그래도 짬짬히 이렇게 푸른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니

정신적으로는 그나마 여유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로얄 보타닉 가든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곳은

장미 정원이에요.

제가 머물던 때가 여름이라

수많은 장미들이 한꺼번에 꽃을 피웠었는데

향기마저 아름다운 형형 색색의 장미들이 피어난 정원을 걷고 있노라면

세상사 모든 시름이 다 잊혀지는 기분이었어요.

 

시간적 여유가 좀 있으신 분들은

로얄 보타닉 가든 무료 가이드 투어(영어)도 

한 번 가보세요.

또 저처럼 걷는 거 좋아하시면

보타닉 가든 한 쪽에 있는 바다쪽 코스를 따라가서

전망좋다고 소문난 "맥쿼리 부인의 의자"도 가보시고요

눈길 닿는 곳마다 정말 아름다워서

아무리 걸어도 쉽게 지치지 않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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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여행을 두 달 동안 다녀왔다고 하면

저한테 시드니에 대해 참 많은 것들을 물어보시는데요

그 중에서 제가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바로 이거예요.

"시드니 시내 관광 하려면 몇 일이면 되나요?"

모든 여행의 계획은

각자가 할애할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건이 다 다른데

밑도 끝도 없이 이렇게 물어오면 정말 난감하더라고요.  

 

여행사에서 나온 시드니 패키지 상품을 보면

시드니 시내 관광을 반나절이나 하루면 "다" 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할 만큼

시드니 시내는 좁고 또, 관광 명소들이 모여있어요.

하지만, 그 멋진 곳들을

휙휙 스쳐지나듯 보고 오는 건

관광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결코 여행이라 할 순 없지요.

그래서 저의 답은 언제나

시간과 돈이 허락되는 만큼 "최대한 오래"입니다.

그야말로 우문현답 아닌가요?ㅎㅎ

모두들 알고있는 광고문구처럼

여행은 "살아보는 거니까"요

더군다나 그 도시가 바로 세계 3대 미항이자

공기 맑고 하늘빛 고운 시드니라면야

더 말할 필요가 없죠.

 

 

일정이 워낙 길다보니

저는 시드니 시내에서부터 근교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곳을 헤집고 다녔는데

일단은 시드니 시내 여행지부터 소개하려고 해요.

그 첫번째 장소는 바로 "록스"와 주말에만 열리는 "록스 마켓"입니다.

아, 순서가 순위는 아니고요

그냥 제 의식의 흐름ㅋㅋ에 따라 떠오르는 장소부터 써보려고요.

 

록스(Rocks)는

시드니의 랜드마크인 하버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 현대 미술관 등이 모여있는

서큘라 키(Circular Quay)에서 가까워요,

1788년 영국에서 유배온 죄수들이

이 곳 바위에 오두막을 짓고 처음 정착한 곳이라고 해요.

미국이 원래 그 땅에 살고있던 인디언들을 몰아내고 세워진 것처럼

호주 역시 원래의 주인은 여기서 오랫동안 살아온 앱오리진들이예요.

그런데 영국이 자국의 죄수들을 이 곳으로 유형보내면서

식민지를 건설한 거죠.

그래서 호주 사람들에게

조상 얘기를 꺼내는 건 금기-조상이 다 유배온 죄수니까요-라는 농담^^도 있어요.

여기에 덧붙여서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호주는 죄수들이 세운 나라고

뉴질랜드는 간수들이 세운 나라니까

뉴질랜드가 더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하면 그렇게 좋아한대요.ㅎㅎ

 

어쨌든 록스(Rocks) 지역은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

식민지 초기 호주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이예요.

미로처럼 얽혀있는 좁은 골목에 카페와 상점, 오래된 펍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그냥 기웃거리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걷다가 힘들면 아무 카페에나 들어가

커피 한 잔과 베이커리를 즐기기에도 좋아요.

 

 

본격적으로 록스 지역 탐험?을 하기 전에

록스 초입에 있는 록스 센터에 들러보세요.

센터내에 관광 안내소가 있어서

록스 지역은 물론 시드니 관광에 관한 많은 자료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게다가 이 곳에는 기념품이나 수공예품을 파는

상점들도 입점해 있고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재미있는 구경거리도 있어요.

 

 

그건 바로 스티키(Sticky) 매장인데요...

여기서는 이렇게 고운 빛깔의 호주 전통 사탕들을 직접 만들어서 판매해요.  

투명한 유리 창문을 통해 사탕 만드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요.

고운 빛깔의 말랑한 캔디를

엿가락처럼 여러번 쳐서 길고 가늘게 뽑아

작게 잘라내는데 무척 신기하더라고요.

 

하지만, 록스의 진짜 볼꺼리는 바로

주말마다 열리는 록스마켓이예요.

평일에는 비교적 한산한 이 곳이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이유도 그 때문이고요

 

 

호주의 특산물은 물론, 다양한 종류의 기념품과

예술적인 수공예품이나 디자이너의 작품 등을 판매하는 노점들,

세계 각국의 다양한 먹거리와  길거리 공연으로 활기찬

주말의 록스 마켓은

다민족 국가인 호주의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원래부터 시장 구경을 좋아하는 저야 당연히 호기심을 느꼈지요.

하지만, 10년째 이민 생활을 하고 있는 제 친구와 그녀의 딸 선이는

가본 적도 없으면서 '뭐 별거 있겠냐'며 시큰둥하더라고요.

사실 서울 거주자인 저도 인사동 주말 시장 같은 곳을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으니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갔지만요.

그래도 주말에 사람 많은 곳에 영어도 못하는 친구 혼자 보내기가 영 불안했는지

두 모녀는 저와 동행해주었는데

웬걸요?

여행자 친구 덕분에 좋은 구경했다고 고마워하더라고요. ^^

 

 

<록스마켓>에는

예쁘고 개성 강한 수공예품이나 디자이너 상품들이 참 많아요.

저와 친구도 몇 가지 구입했는데

아쉽게도 가격은 결코 싸지 않습니다.

싼 물건을 사려면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에 해당하는

패디스 마켓으로 가세요.

 

우리가 가장 흥미롭게 구경했던 곳은 바로 여기예요.

"스페이스 아트"(Space Art)라는 설명대로

어떤 화가 분께서 스프레이 라커와 몇 가지 도구들을 이욯해

우주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멋진 그림을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그려?내시더라고요.

완성된 그림들도 멋있었지만

그 과정이 너무 신기해

한참동안 멈춰 서서 넋을 잃고 바라봤지요.

 

 

시장 구경에 먹는 즐거움이 빠질 수 없겠죠?

마켓 한 편에 이렇게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들을 팔고 있어서

식도락도 즐길 수 있어요.

 

 

토, 일요일 10:00-17:00에만 열려서 아쉽긴 하지만

시드니 일정 중 주말이 포함되어 있으신 분께

<록스 마켓>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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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제가 두 달간 신세를 진 제 친구는

이민간 지 10년쯤 되었고 직업은 쉐프예요.

이 곳에서 살 때는 전업주부였는데

사업 비자를 받아 호주 이민을 간 거라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식당 개업을 했어요.

낯선 땅에서 처음 해보는 일이 잘 되기가 쉽지 않죠.

제 친구 역시 이런 저런 실패도 많이 했고

또 고생도 엄청했는데 다행히 지금은 지역 내에서 제법 인정받는

맛집 사장님이 되었어요.

 

시드니에 방을 내어줄 친구가 있다는 것만도 놀라운데

더군다나 직업이 쉐프라니 다들 저를 엄청 부러워하더라고요.

아마 전생에 제가 나라가 아니라 대륙을 구한 게 아닐까 저 역시 늘 생각해요. ㅎㅎ

사실 처음에 시드니에 갈 때만 해도

눈썹 휘날리게 바쁘게 사는 내 친구 일을 좀 도와줘야겠다 했는데

그게 만만치 않더라고요.

일단 친구 성격 자체가 별스러워서ㅋ 뭐든 지가 해야 맘이 편한 성격이고

남 도움 받는 거 병적으로 싫어해요.

제가 친구 집에 머무는 조건으로 친구가 저에게 요구한 건 다 한가지!

자기가 여유있을 때는 같이 놀아달라는 것- 그거 하나였어요.

대신 보통 때는 각자 알아서 자기 일 하기! ㅋㅋ

덕분에 저도 바쁜 친구 눈치 안보고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었고

친구 역시 저를 손님처럼 부담스럽게 대하지 않고

마치 오래산 부부처럼?ㅎㅎ

그렇게 무덤덤하게 각자의 생활에 충실할 수 있었지요.

 

그 바쁜 친구가

저를 위해 식당 일도 직원들한테 맡기고 공항까지 마중을 나왔더라고요.

나올 필요 없다고 큰 소리는 뻥뻥 쳤지만

정말 안나오면 어쩌나 속으로는 엄청 걱정했었는데...

역시 30년 우정, 모래성이 아니었어요. ^^

 

시험 기간이라 바쁜 친구 딸 선이는 같이 못나왔지만

대신 시내에서 만나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며

친구 집에 들러 가방을 정리한 후 바로 시내로 나갔지요.

2년전에도 보름 정도 묵었던 친구 집은 모든 게 그 때 그대로라

제겐 고향에 돌아온 듯 편안했어요.^^

 

친구 집은 시드니 시내 중심에서

기차로 20분 정도 걸리는조용한 주택가예요.

집값 비싼 시드니에서도 집세 비싸기로 악명이 높은 곳이라는데

그 이유는 학군이 좋기때문이래요.

호주에도 그런 게 있나 의아했는데

사람 사는 곳 다 거기서 거기인가봐요.

우리나라처럼 다 대학을 가야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 곳도 명문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은 엄청 치열하다더라고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선이를 만나러 시드니 타운홀역으로 갔어요.

선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시드니로 이민와

지금은 대학교 3학년인데

저도 선이네 2주동안 머문 적이 있고

선이네도 매년 한국에 한 번씩 와서 자주 봤기때문에

저랑은 이모, 조카처럼 편한 사이예요.

쉐프 엄마 딸답게 입맛이 까다롭고

절대 미각이 발달해있어서

맛있는 음식점을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내는 쓸모있는 아이랍니다.

 

저 같은 아마추어는 처음 가는 곳에서 식당을 고를 때면

블로그나 트립어드바이저 검색을 주로 이용하지만

제 친구 모녀는 본능과 직관에 따라 식당을 선택하더라고요.

그런데도 그녀들의 선택은 대체로 중간 이상이며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신기했어요.

이 날도 마찬가지 였고요.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 같은 곳이 바로 시드니 타운홀 주변인데 

그 부근에 있는 월드 스퀘어 쇼핑센터에는

각양각색의 음식점들이 모여있어요.

한국인들 사이에선 이 곳에 있는 <마루>라는 일식 돈까스 집이 꽤나 유명한데

우리는 몇 군데 탐색하다가 친구 모녀의 직관에 의해

바로 여기 <GAZZI>를 선택했어요.

 

여기서 잠깐!

호주에서 식사를 하러 들어갈 때는 우리나라처럼 .거침없이 들어가 착석하면 안되고요

입구에서 일단 직원의 안내를 기다린 후

직원이 나와서 자리를 안내해주면 그 때  입장해요.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지요.

 

이 곳은 일반적인 브런치 카페 레스토랑이에요.

우리는 다양하게 먹어보고 싶어서

각자 다른 것 세가지를 주문해 나눠먹기로 했어요.

음료는 호주에 왔으니 당연히 롱블랙!

 

 

또 잠깐이요!

호주에는 아메리카노라는 커피가 없어요.

우리나라에서 주문하는 아메리카노 커피와 같은 걸 원한다면

롱블랙을 주문하면 되는데

롱블랙은 매우 진한 편이라

만약 조금 연한 커피를 원한다면

뜨거운 물을 따로 요청해서 희석해서 먹어야 해요.

 

 

Pumpkin&Beetroot Salad

단호박과 비트 그리고 시금치와 양파, 치즈가 들어간 샐러드인데

새록새록 건강이 돋는 듯한 무난한 맛이었어요.

 

 

Mediterranean Breakfast

지중해식 아침 식사라?

그게 어떤 건지 궁금해서 주문한 메뉴인데

정말 아무 맛도 안나는 그냥 빵을 휴머스라는 병아리 콩 소스에 찍어먹어요.

너무 밋밋한 맛이라 세 메뉴 중에 가장 인기가 없었어요.

 

 

Grilled Chicken

흔한 그릴 치킨이지만 간도 잘 맞았고

고기 자체의 질도 좋더라고요.

곁들여진 브로컬리나 콩줄기도 맛있어서 인기 폭발이었지요.

 

일부러 찾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타운홀 근처를 지나다 선택 장애가 올 때 찾아간다면

최소한 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무난한 식당이에요.

이것으로 시드니에서의 첫번째 식사이자 환영 런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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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발 시드니행 아시아나 비행기는

저녁 8시에 출발해요.

소요시간은 10시간 20분.

시드니와 한국의 시차는 2시간-섬머 타임일 때는 1시간-이니까

시드니 현지 시각으로 다음날 오전 8:20에 도착하는 거예요.

좁은 비행기에서 밤새 피로가 누적된 찌뿌드드한 몸으로

바로 여행해야한다고 생각하면 지치고 힘든 점도 있지만

시간에 쫓겨 여행하는 분에게는 매우 경제적인 시간표지요.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날 탑승할 비행기가 2층이라는 사실이예요.

촌스러운가요? ㅎㅎ

2층 비행기가 처음인데다가

어려서 이루지 못한 이층 침대에 대한 로망이

이 나이가 되어서까지 트라우마로 남아

2층이면 무조건 좋아보여요.

2층 버스, 2층 집...

그래서 좌석도 일부러 2층에 있는 2열씩 붙은 자리로 지정했어요.^^ 

 

출발 몇일 전에야 좌석을 지정했는데도

빈 자리가 많이 남아있었고 제 옆자리도 비어있어서

운 좋으면 혼자 앉아갈 수 있겠구나 내심 기대했는데...

그러면 그렇지요.

빈 자리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옆자리 역시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이미 앉아계시더라고요.

그래도 남자 분이 아니라 다행이다 생각하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지요.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나이 들어가면서

같은 동성에 대해서는 초면이라도 경계심이 별로 안생기더라고요.

젊었을 땐 진짜 독야청청,

누가 말만 걸면 한 대 칠 것 같은 표정으로ㅋㅋ 앞만 쳐다봤었는데 말이죠.

내가 살아봤거나 살고 있거나 살고 있는 삶과

그들의 삶이 어떤 면에서건 닮아있다고 생각하면

다들 귀하고 연약한 존재들이니까요.

 

어쨌든 그렇게 열린 마음으로 먼저 인사를 건넨 이후

자연스럽게 시작된 수다 한 마당.

그 여사님은 호주에 살고있는 절친의 초대로

칠순 기념 여행을 가시는 거래요.

나도 친구네 놀러간다며

역시 나이들면 친구가 최고라는 공감대가 격하게 형성되었죠.  

그러면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여사님 친구에 대한 얘기도 들어드리고

간간히 내 친구 이야기도 하다보니 금방 친해졌어요.

역시 아줌마들의 친화력이란~ㅎㅎ

 

그 여사님은 늘 패키지로만 다녔는데

난생 처음 이렇게 혼자서 장거리 여행을 가자니

영어도 못하는데 입국 심사 어찌 받냐며 걱정이 태산.

비슷한 처지지만 그래도 2년전에 호주 여행을 먼저 다녀온 선배로서

시드니에 대해 이런저런 아는 척을 하며

영어 못해도 아무 상관없다고 장담하니 조금은 안심하시더라고요.

사실 그 여사님만 해도 대단하신 거죠.

아무리 현지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는 해도 그 연세에 혼자 그 먼길을 가신다니...

안해보던 일을 처음으로 해본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건데요.

막상 해보면 정말 별 거 아닌데 말이죠.

여사님한테는 큰 소리 뻥뻥 쳤지만 사실 저도 속으로는 많이 긴장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그 여사님보다 젊긴 하지만, 어쨌든 저도 혼자는 처음이었으니까요.

하여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뭐든지 해봐야 해요.

겁먹고 망설이며 시간을 보내기엔 인생은 정말 짧지요.

 

그건 그렇고 로망이었던 2층 비행기의 탑승 소감을 얘기해볼게요.

아시아나 2층 비행기는 탑승할 때 계단을 올라간다는 사실을 빼곤

내부는 일반 비행기와 똑같아요.

그런데 정말 비행기가 어마어마하게 커요.

그래서 짐 찾을 때는 오래 걸리는 단점도 있어요.

짐이 나와도 나와도 끝이 없더라고요~

 

 

두좌석이 붙어있는 라인의 경우

창가쪽 자리엔 이렇게 구석에 수납 공간이 있어서

자잘한 물건들도 넣을 수 있고 기대어 잠을 자기에도 편하겠더라고요.

저는 화장실 갈 때 불편할 것 같아 복도쪽 자리를 택했지만요.

 

비행기가 곧 이륙하고

1시간 정도 지나니 기내식이 나왔어요.

시드니행 아시아나 항공기에는 기내식이 2회 제공되는데요

첫번째 기내식은 쌈밥과 치킨 감자구이? 중 선택 하는 건데

나와 여사님은 둘 다 쌈밥을 신청했어요.

그런데 승무원이 쌈밥은 떨어졌다며 알아보겠다고 가더니

잠시 후 나타나 승무원용으로 제공된 쌈밥이 있다며 그걸 주더라고요.

 

 

남의 밥 뺏어먹는 것 같아 미안하긴 했지만

확실히 맛은 있었어요.

대만 갈 때도 그런 적이 있는데

뒷좌석에  앉으면 간혹 이렇게 먹고 싶은 메뉴가 떨어지는 경우가 생겨요.

아무튼 승무원 분들의 양보 덕분에 맛있게 먹었어요.

 

식사 후 여사님은 주무시고

저는 영화를 보는데 중간에 승무원이 입국 카드를 나눠줬어요.

여기에는 여권번호랑 현지 주소, 연락처, 세관 신고할 것 등등

간단한 내용을 적거나 표시하면 되요.

혹시 처음 써보거나 기록 내용이 궁금하면

아시아나 항공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입국카드 견본 보고 예습하고 가세요.

돋보기를 안가져와 글자가 안보인다며 난감해 하시는 여사님을 위해

입국 카드도 대리 작성해드렸어요.

여사님도 인정하셨지만 오늘 옆자리 짝꿍 진짜 잘 만나신 듯~ㅎㅎ

아무튼 그렇게 영화를 보다, 졸다, 자다, 깨다

비몽사몽 간에 간간히 여사님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아침 식사 시간이 되었어요.

아침 메뉴는 죽과 오믈렛 중 선택이었는데

다행히 이번엔 뒷좌석부터 서빙해주어서 원하는 걸 한 번에 선택할 수 있었어요.

새벽 시간이라 입맛이 없던 나와 여사님은 죽을 선택했는데

소화도 잘 되고 맛도 좋더라고요.

아시아나 오랜만에 타봤는데 기내식 많이 향상되었던데요.

그렇게 해서 장장 10시간 20분의 비행 끝에

무사히 시드니 공항에 도착했어요.

여사님과 함께 짐을 찾아 별 문제없이 세관을 통과한 후

입국장을 나서니 바로 앞에 여사님 친구분 모자가 마중을 나와 계시더라고요.

두 분은 마치 수십년 만에 만난 이산 가족처럼 감격의 포옹을 나누셨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저도 흐뭇^^

역시 오랜 친구가 좋지요.

여사님을 친구분께 무사히 인수인계? 하고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눈후

저 역시 제 친구를 만나기 위해

갈 길을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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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비즈니스 라운지는

인천 공항 여객동 28번 게이트 근처에 있어요.

간판이 이렇게 큼지막하게 세워져 있어서

찾기도 쉬워요.

 

안내판을 따라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안내 데스크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결제를 한 후

왼쪽 라운지로 갈 것인지

오른쪽 라운지로 갈 것인지를 결정하고 입장하면 됩니다.

둘 다 내부는 똑같다니 내키는 대로 선택하면 되는데

오른손 잡이인 저는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들어갔지요.

 

 

입구 쪽에는 PC업무를 볼 수 있는 이런 조용한 방들도 몇 개 있었고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휴식 공간이 있어요.

TV와 잡지류도 구비되어 있는데다 넓고 쾌적해서

출국 앞두고 시간 보내기엔 딱 좋아요.

 

 

이 곳은 특히 저처럼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 좋은데요

이렇게 창가쪽에 1인석이 준비되어 있거든요.

창가 쪽에서 내다 보면 이런 전망.

 

 

이미 <마티나 라운지>에서 1차ㅎㅎ를 하고 왔기때문에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뭐가 있나 둘러봤어요.

주류 코너가 상당히 인상적이더라고요.

하지만 양주를 마시지 못하는 저는 패스~

 

 

땅콩, 나쵸, 프리첼 같은 가벼운 안주용 스낵도 구비되어있어서

가볍게 한 잔 하기에 좋은 구성이었고요

 

식사류는 야채볶음밥과 미트볼? 정도가 있었는데

먹어보지 않아서 맛은 잘 모르겠네요.

사과 쥬스, 오렌지 쥬스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캔음료와 커피.

 

 

간단한 샐러드와 과일

빵종류 몇 가지와 샌드위치도...

 

컵라면과 잔치 국수 인기가 아주 높더라고요.

 

 

공항라운지는 여행을 앞두고 시간을 보내기에

정말 좋은 공간이지요.

요즘은 라운지 이용을 무료 서비스로 제공하는 신용 카드들도 많으니

해외 여행 자주 가시는 분들은 하나쯤 만들어두시면 좋아요.

참고로 저는 BC 플래티늄 카드에서

PP카드를 무료로 발급해줘서 그걸 쓰고 있어요.

BC 플래티늄 카드는 월 1회 KBS 교향악단 공연도 무료로 볼 수 있고

국내선 동반자 무료 이용권, 해외 호텔 숙박권 1+1 , 제주 렌트카 24시간 무료 혜택을

연 1회 이용할 수 있어서 저는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건 돈을 안쓰는 거겠지만

어차피 써야 한다면 알뜰 소비를 하자는게 제 주의거든요. ^^

 

이번에 이용했던 인천 공항 라운지 두 곳,

<마티나 라운지>와 <아시아나 비지니스 라운지>를 비교해보자면

식사가 목적이라면 <마티나 라운지>를

혼자서 시간을 보내거나 간단한 간식, 음료, 주류가 우선이라면

<아시아나 비지니스 라운지>를 추천합니다.

<마티나 라운지> 이용 후기는 여기에~

2018/04/09 - [여행, 길 위에서 세상 읽기 /호주 시드니 17'] - 출국 전 든든한 식사를 원할 때- 인천공항 <마티나 라운지>

 

 

2018/06/05 - 여행의 출발점, 공항 라운지 -인천공항 1터미널 <허브 스카이라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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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일.

무려 두 달간의 시드니 여행? 체류??를 위해

제가 출국했던 역사적인 날이에요.

워낙 긴 기간 동안 집을 비워야하니

두 달치 가사 노동을 미리 해놓고 가느라

떠나기도 전에 몸져 누울 지경이었답니다.

다행히 제가 탈 아시아나 항공 출발 시간이 저녁이라

여유있게 준비하고 길을 나섰어요.

 

공항 리무진 타러 가는 길,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올해 단풍과 낙엽은 이것으로 작별이겠구나 생각하니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인 호주라는 나라가

새삼 멀긴 멀구나 와닿더라고요.

아쉬움과 걱정 반, 기대 반

여행 떠나는 마음의 반반 세트를 뒤로하고

씩씩하게 리무진에 올랐습니다.

 

성격적으로 늘 뭐든 미리미리 해놓아야 마음이 놓이는 본성탓도 있지만

공항에 이렇게 서둘러 온 이유는 뭐?

바로 공항 라운지 이용을 위해서~

공항 라운지야 말로 해외 여행의 꽃이지요.^^

저는 비씨 플래티늄 카드를 가지고 있는데요

PP카드를 연회비 없이 제공해주어서

1년에 지정된 횟수만큼 공항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요.

 

오기 전에 검색해보니 인천공항 제1터미널 여객동엔

제 카드로 이용 가능한 라운지가

4-5개나 되더라고요.

그 중에 제가 선택한 곳은 바로 이 곳 <마티나 라운지>인데요

면세 구역내 43번 게이트 맞은 편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서 올라가면 됩니다.

 

 

3-4인용 테이블이 25개 정도 놓여있는데

생각만큼 넓지도 안락하지도 않아서 당황했어요.

원래 계획은 식사 후 한 두 시간 정도 책 읽으면서 쉬었다 가려했었거든요,

 

다행히 듣던대로 음식은 괜찮더라고요.

비록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동서양 음식은 물론, 분식류에 디저트와 주류, 다류까지

다채롭게 갖추어져 있었고 맛도 있었어요.

 

 

짜장밥, 까르보나라 떡볶이, 치킨윙, 잡채와 고기 볶음

 

 

취향대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셀프 비빔밥 코너

 

 

피자, 김말이 튀김, 새우 튀김, 찐만두

 

 

샐러드 종류 몇 가지

 

 

여기에 더해 생맥주와 와인.

그리고 캔 음료 몇 종류와 컵라면.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차까지~

 

비수기에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은 편이라 다소 어수선한 감은 있었지만

리필도 바로바로 되고

한 끼 식사로도 충분했어요.

하지만, 저처럼 식사 보다는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거나

장시간 머물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결국 음식 보다는 편안한 좌석이 필요했던 저는

생전 내가 안할꺼라 생각했던 일을 도모하게 되었으니

그건 바로 라운지 투어.

먹을 껀 별로 없지만 분위기가 좋다는

<아시아나 비즈니스 라운지>로 2차를 하러 가게 되었는데요

그 이야기는 여기에~

2018/04/10 - 인천공항 혼자 놀기 좋은 곳- <아시아나 비즈니스 라운지>

 

 

2018/06/05 - 여행의 출발점, 공항 라운지 -인천공항 1터미널 <허브 스카이라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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